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과 한국불교태고종 총무원장 편백운 스님의 두 종단 통합 논의 관련, 조계종과 태고종이 각각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태고종은 지난달 29일 '속보-특종'이라면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태고종은 조계종 설정 총무원장이 29일 태고종 총무원을 전격 방문했고, 편백운 총무원장과 밀담을 나눴다고 했다. 태고종 시도교구 종무원장회의에서는 '조계-태고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는 소식도 담았다. 이는 <한국불교신문>에도 게재했다.
설정 원장의 "교육 포교분야 통합" 발언 사실
태고종 측에 따르면, 설정 원장은 예고 없이 태고종 총무원을 찾아와서는 "과거에는 조계종과 태고종 간에 분규 갈등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한국불교 미래를 위해서 통합하자. 각 종단 역할은 그대로 기능을 하되, 교육 포교 분야에서는 통합해 함께 가자"고 했다.
이에 편백운 원장은 "(설정) 원장스님 말씀에 적극 찬동하며, 통합의 구체적인 사안과 절차와 방법에 대해서는 양 종단이 통합기구를 설치해서 단계적으로 접근하자"고 했다.
편백운 원장은 조계종과의 통합을 주장해 왔다. 내연관계가 폭로된 편백운 원장이 두 종단 통합을 제안하고, 처자식을 숨겨둔 것으로 의심 받는 설정 원장이 호응했다는 사실에 여론은 들끓었다.
4시간 후, 조계종 총무원 홍보국 명의 진화 나서
조계종 총무원은 같은 날 '총무원장 설정 스님 태고종 방문 관련 홍보국 입장'을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 형태로 배포했다.
태고종이 보도자료를 배포한 시각은 오후 5시, 조계종 기관지 <불교신문>이 총무원 홍보국 입장을 보도 게재한 시각은 오후 9시가 넘어서다.
홍보국은 "금일 방문은 인근에서 점심 국수공양을 마친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사전에 계획 없이 법당 부처님께 참배하기 위해 방문한 것이다. 이전에도 몇번 방문하신 전례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말씀 내용도 '우리 모두가 부처님의 일불제자로 화합해 살자'는 덕담 수준의 말씀이었다. 향후 화합 방안에 대한 말씀 역시 원론적인 내용이었다. '위원회' 구성 등 내용은 태고종의 자체적 조치와 결정임을 알려드린다"고 했다.
태고종 "설정 원장 통합 발언은 사실" 재차 확인
조계종 총무원 홍보국 입장대로면 태고종 측은 설정 원장 덕담을 확대 해석해 종단 차원에서 과잉 대응을 하고 있다. 덕담(?)을 비중 있게 보도한 <한국불교신문> 역시 종단 기관지로서 공신력에 타격을 입게 된다.
태고종 집행부는 2일 <불교닷컴>에 "보도자료와 <한국불교신문> 보도는 모두 사실"이라고 재확인했다.
태고종 관계자는 "보도된 설정 원장 발언은 태고종 부장들과 조계종 사서실 직원 등 다수가 배석한 상태에서 한 말"이라고 했다.
이어서 "지난 2월 편백운 원장의 조계종 총무원 방문 때도 설정 총무원장은 같은 제의를 했다. (두 종단 통합은) 뜻밖의 제안이 아니다. 덕담 수준 이상이다"고 했다.
"통합 논의 이번 처음 아냐, 덕담 아니다"
태고종 측 주장에 따르면, 설정과 편백운 원장의 통합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편백운 원장의 조계종 방문을 비롯해, 지난달 한일불교문화교류대회 때 두 원장이 만났을 때에도 '통합 의지'를 확인했다는게 태고종 측 설명이다.
29일 설정 원장의 태고종 방문 발언까지 합하면, 설정과 편백운 원장은 드러난 것만 세차례 이상 통합을 논의한 셈이다.
이 관계자는 "설정과 편백운 총무원장의 두 통합 뜻은 분명하다. 태고종은 두 종단 통합을 착실히 준비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계종 총무원이 태고종 기관지 <한국불교신문> 보도를 부정한 것 관련해서는 통합을 위해서 크게 보고 이번에는 문제 삼지 않겠다"고 했다.
조계종-태고종 통합 탄식, 설정 원장 성토 줄이어
29일 두 종단 통합 움직임을 보도한 <불교닷컴> 관련 기사에는 2일 오후 3시 현재 7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 조계종-태고종 통합을 탄식하고, 설정 원장을 성토하는 내용이다. 대처와 은처로 의심 받는 두 승려의 동병상련을 비꼬는 댓글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서의현 복권으로) 94년 종단개혁 정신을 부정하더니, 이제는 54년 정화개혁 정신도 부정하느냐. 다음엔 뭐가 될까 궁금하다. 설마 출가정신까지 부정하는 것은 아니겠지요?"라고도 했다.
'관세음보살'은 "불법에 대처없다. 사실이라면 설정 총무원 집행부 퇴진을 위해 전 종도가 일어나야 한다. 불법을 망치는 마구니 설정 총무원장을 몰아내자"고 했다.
이 댓글에는 "몰아낼 중이 없다지 않느냐. 다 그 밥에 그 나물이라고 한다"는 대댓글이 달렸다.
조계종 입장에선 태고종과 통합할 이유 없어
한편, 두 원장의 진지한 논의에도 불구하고 실제 조계종-태고종 통합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은 태고종과의 통합으로 얻을 이익이 없다. '일불제자' 운운하더라도 태고종과의 통합은 정화를 부정하는 셈이라 통합의 명분도 약하다.
반면에 태고종은 실제 통합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유일한 총림인 선암사만큼은 조계종으로부터 지켜내겠다는 셈법으로 통합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정 원장이 조계종-태고종 통합 관련 발언을 계속하는 배경에 더 큰 관심이 쏠리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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