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금오산 향천사
예산 금오산 향천사
  • 김규순
  • 승인 2018.06.1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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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규순의 풍수이야기 129.
▲ 향천사 대웅전과 미륵전

예산 금오산에 백제시대에 창건된 향천사가 있다.

‘향천(香泉)’이라는 지명을 사용하고 있는 사찰이다. 이름에 ‘향천’을 사용하는 유일한 절이다. 향천 외에 ‘옥천(玉泉)’을 절 이름으로 사용하는 사찰은 꽤 많다.

옥천은 맑은 물이 샘솟는다는 의미이고, 향천은 향기로운 물이 샘솟는다는 의미이다. 물에도 등급이 있다. 옛 문헌을 보면 우물은 2급수, 하천은 1급수, 샘물은 상급수로 보고 있다. 샘물에도 급수가 있는데 ‘옥천’보다는 감천(甘泉)이, 감천보다는 ‘향천’이 더 좋은 물이다. 옥천은 맑은 물 즉 색깔에 중점을 둔 반면, 감천은 신비의 맛을 만들어낸 물이고, 향천은 향기를 더하여 정신적인 안정을 추구한 물을 강조하고 있다.

▲ 향천사 천불전

향천사는 652년(백제 의자왕12년) 의각대사가 중국에서 삼천불상을 돌배에 싣고 예산 석주포에 도착하여 불상을 모실 사찰을 물색하고 있었다. 수개월을 기도로 기다린 끝에 금오 한 쌍이 날라들어 그를 인도하였다. 황금까마귀가 인도한 곳에 도착하니 향천이 있었다. 금오가 알려준 산이라고 해서 금오산이라고 이름 지어졌다.

향천은 극락을 의미한다. 관음보살이 감로수를 들고 계시듯이, 부처님의 말씀이 향천이 되어 샘솟고 있으니 이곳이 극락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향천이 있는 절터는 최고의 명당(?)이었다. 샘물에서 향기가 피어난다는 것은 샘물이 솟아나는 땅 속이 향기로 가득 차있다는 반증이다. 향은 빛과 같이 공중으로 사라진다. 자기의 몸을 오로지 보시하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 향과 불빛이다. 향천사는 향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부처님께서 피우신 향의 내음이 가득한 사찰이 향천사이다.

▲ 향천사 계단

향천사는 수행지이며 기도처이며 기복터이다. 또한 설화에 따르면 백우가 일신을 공양한 뒤 도를 이룬 곳이기도 하다. 흰 소가 삼천불을 옮긴 후 크게 울고는 죽었다는 ‘고함바위’가 아직도 남아 있다. 병든 홀어머니를 모시는 총각이 지극정성으로 불사에 참가한 후 어머니가 향천사에 올라와 향천을 마시고는 병이 나았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향천이 만든 공간이 향천사이다. 지금 애석하게도 향천이 언제 매몰되었는지 사라지고 전하지 않는다. 향천사를 부처님의 온전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 향천을 복원해야 한다. 향천사의 사부대중이 안고 있는 숙제이기도 하다. 천년고찰 향천사에 향내음을 맡으러 가보자. 땅 속 어딘가에서 향천은 흐르고 있을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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