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용주사비대위 성월퇴출 발원 법회, PD수첩 취재
“암담하고 어려운 한국불교를 위한 희망의 씨앗이 되겠습니다. 이 길이 형극의 길이라도 벗들과 기쁜 마음으로 가겠습니다.”
청정불교구현 경기재가불자연대(이하 경기재가연대)가 6월 공식 창립한다. 경기재가연대는 21일 오전 10시 30분 화성 용주사 일주문 앞에서 준비위 발족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이 밝혔다. 이들은 출가와 재가를 넘어 탐욕의 불교를 극복하고 불의에 굴하지 않은 참된 수행자의 모습을 성찰하기 위해 붓다의 가르침을 생활에서 실천하는 향도 공동체의 길을 선언했다.
경기재가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오전 10시부터 용주사 입구에서 ‘석가모니불 정근’으로 기자회견을 준비했다. 이어 삼귀의 반야심경 독경 등 의례 후 손혁재 전 수원시정연구원장이 여는 말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불자들이 스님과 종단을 걱정하는 시대”
손혁재 전 원장은 “조계종단의 갖은 문제에 많은 불자들이 오랫동안 활동하며 개혁과 자정을 말했지만, 우리들의 이야기가 메아리처럼 퍼져도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어 왔다”며 “우리가 ‘거룩한 스님들께 귀의한다’로 하지만, 어떤 스님, 어떤 종단을 믿고 살아야 할지 의문을 품는 불자들이 많다”고 했다.
이어 “붓다의 가르침이 개인의 깨달음이 아닌 사회전체로 확산되고, 모범이 되어야 할 스님들을 불자들이 오히려 걱정한다. 스님과 승가와 종단을 불자들이 걱정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라며 “우리의 외침은 작지만 불교를 정화하고 청정승가 청정불교를 이루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했다.
손 전 원장은 “스님들이 불자를 위해 수행하기 보다는 지위와 부귀영화에 더 관심을 두고 있어 안타깝다. 지금 우리 불자들은 기댈 곳이 없다”며 “뜻을 모아 청정종단 청정승가 청정 불교를 위해 나서겠다”고 했다.
경기재가연대 준비위는 대불련과 대불청 회원을 거쳐 지역에서 30여 년 동안 불교활동을 한 청·장년 불자들이 참여했다. 공동준비위원장에 김석규(수원)·김춘길·김형락(안양)·신영란(광주)·한경림·이승락(부천) 씨가 참여했고, 집행위원장은 송동열, 사무국장에 박법수 씨가 각각 맡았다. 준비위에 참여한 불자들은 지난 2015년 12월 조계종 언론탄압 규탄과 동국대 김건중 학생 단식 중단 호소, 보광 동국대 총장 규탄 성명을 158명이 서명 발표했고, 170만 원의 성금을 전달했다. 또 2017년 5월 20일 청정승가구현 촉구 성명에도 708명이 서명 발표했고 680만 원을 모연해 불교 적폐청산 대중공사에 전달했다. 같은 해 5월 25일에는 조계종 적폐청산 삼보일배에 앞장섰고, 같은 해 10월 청정불교구현을 위한 경기지역 재가불자 간담회를 가졌고, 개별적으로 용주사 신도비대위에 참여해 성월 용주사 주지 퇴출 운동에 힘을 보탰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새로운 재가불자모임을 만들기 위해 경기지역 불자들과 논의를 시작해 지난 3월 가칭 청정불교구현 경기재가불자연대 창립 준비위를 구성키로 결의하고 이날 창립준비위 발족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복불교·권승·무기력, 세 가지 병에 걸린 한국불교”
준비위는 이날 발족 취지문을 통해 한국불교는 ‘기복불교’, ‘권승’, ‘무기력’ 등 세 가지 큰 병에 걸려 있다고 진단했다. 발족취지문은 하재길 준비위원이 낭독했다.
준비위는 “불교를 믿으면 믿을수록 탐욕적이고 의타적이 되어 가는 기복불교와 기복불교를 이용하고 조장해 신도들을 욕망의 도구로 삼는 권승, 비법과 불의 앞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우리 사부대중의 무기력이 세 가지 큰 병”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은처가 자랑이 되고, 부패가 생존력이 되며, 무기력이 정체성이 되는 한국불교는 사회를 맑게 하는 목탁 기능을 상실하고 스스로 정화 자정할 기능도 없는 지 오래됐다”며 “우리는 암울한 상황에서, 어두운 상황이기에 출·재가를 넘어 탐욕적 본능을 극복하고 불의에 굴하지 않는 참된 수행자의 모습을 성찰해 가겠다”고 했다.
김석규 공동준비위원장은 경과보고를 통해 “범계로 타락한 조계종의 현실에 승가공동체 일원인 재가불자들이 불법을 바로 세워 정토건설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경기지역 청년학생 출신 불자들이 애불애종의 기치를 선도하고 산개한 불자들을 단일한 조직으로 모아가겠다”고 했다.
“대불련·대불청 출신 지역 재가불자 청정불교 앞장”
이를 위해 경기지역 청년회, 대학생회 출신 불자들을 우선 참여하게 하고, 지역별·사찰별 청정불교신행운동에 동참하는 신도들을 참여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노동자, 교수, 법조인, 의료인, 학생, 포교사, 기업인 등각 직능에서 일하는 불자들의 참여도 독려할 방침이다. 경기재가연대는 고문, 기도위원, 공동대표단(직능 지역 사찰별), 집행위원장, 부문별 위원회, 지역 위원회, 사무국 등으로 조직을 구성한다.
이들은 준비위 발족에 이어 5월 말까지 조직 강화와 집행부 확충에 힘을 기울이고, 6월 중순 창립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분기별 정기법회, 성지순례, 체육문화행사, 매월 청정성회복 신행지침 확정 발표 및 실천을 통해 안정적이고 견고한 조직을 꾸린다는 방침이다. 기자회견에는 20여명의 경기재가연대 준비위원과 허태곤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 상임대표, 박종린 시민연대 지도법사, 김형남 참여불교재가연대 공동대표, 이도흠 정의평화불교연대 상임대표, 임지연 바른불교재가연대 상임대표, 장명순 용주사신도비대위원장, 정경호 단지불회 법사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항구적 신행단체로 대중과 함께 정화활동할 것”
박법수 사무국장은 성월 주지 퇴출 운동 등 당면과제에 “조계종의 범계의 뿌리는 깊다. 용주사 신도비대위 활동으로 단시간 내 문제가 끝나지 않았다”며 “항구적인 신행단체를 조직해 많은 대중과 함께 정화운동을 해 갈 것”이라고 했다.
또 “성월 주지가 재임을 노린다는 소문을 듣고 있다. 이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힘을 모아 재임 저지와 유전자검사 이행 등 문제해결에 힘을 실겠다”고 했다.
준비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길놀이로 마무리하고, 11시부터 열린 용주사 신도비대위가 주최한 ‘파계승 용주사 성월 주지 퇴출 법회’를 함께했다. 성월 주지 퇴출법회에는 경기재가연대 준비위 발족 기자회견 참석자들과 법회에 맞춰 도착한 용주사 신도비대위 회원과 연대단체 회원 등 모두 70여명이 동참했다.
“성월 주지는 약속한 유전자 검사 시행하라”
성월 주지 퇴출 법회 참석자들은 천수경 독송 등 의례에 이어 풍물패를 선두로 참석자들이 용주사 일주문 입구에서 가두집회를 벌였다. 장명순 위원장은 “2015년 8월 31일 비대위가 출범한 이후 4년 동안 성월 주지 퇴출을 위해 활동했다. 성월 주지는 약속한 유전자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송재형 사무총장은 “경기재가연대에 용주사 신도비대위도 참여해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참석자들은 발원문을 통해 “그동안 권승들의 폭압과 폭행에도 굴하지 않고 정진해 온 용주사 비대위의 종단 정화의 염원을 꺾을 수 없을 것”이라며 “더 이상 방광과 침묵은 참 불제자의 도리가 아니다. 청정도량을 되찾기 위해 금강역사 정화불사라는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법회 후 참석자들은 용주사 대웅전을 참배하는 것으로 법회를 회향했다. 이날 기자회견과 성월 퇴출 법회 현장에는 ‘조계종 적폐’ 등을 심층 취재하는 MBC PD수첩팀이 찾아와 촬영용 드론까지 띄워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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