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타 후보에 압도적인 표차로 대한민국 제17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무소속 이회창 후보를 크게 따돌리고 1987년 민주화 이후 치러진 역대 대선 최대의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 당선자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 부처님의 가피가 '실용정부' 내내 함께 하길 기원할 일이다.
이 당선자가 공직생활 중에 보여줬던 몇가지 종교편향적인 언행들은 불자들이 탐탁치 않게 여기는 부분이다.
'서울시를 하느님께 봉헌한다'고 발언했었고, '사찰이 무너져라'는 부산기도회에 동영상 축하 메시지를 보내는 등의 언행들은 불자들의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다. 이 당선자의 깊은 신앙심을 나무라는 것이 아니다. 신앙인 이전에 공직자로서 발언의 적절성 여부를 문제삼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당선자는 불교방송(BBS) 초청 토론회에서 "나는 신앙심이 깊은 사람이다. 내 종교를 사랑하는 사람은 남의 종교도 존중해 줄줄 알아야 한다"는 발언은 그나마 일말의 위안을 던져줬다.
그러나 종교자유정책연구연(공동대표 박광서 등)이 최근 대선후보들에게 종교자유와 정교분리에 대한 질의결과 이명박 당선자는 아예 답변을 거절했다.
이 당선자는 이어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가 각 대선후보에게 보낸 '종교간 화해와 상생 서약'도 거부했다. 이 당선자의 종교편향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불교공약도 문국현 후보와 비교해 현저히 빈약하다. 지난달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주최 초청토론회에서 7대 불교계 공약을 제시했다. 이 당선자의 공약은 불교관련 각종 법령 제·개정, 불교문화행사 지원, 국제불교문화교류센터 건립, 불교전통문화연구소 설립, 문화재 관련 업무에 불교인재 등용 등을 담고 있다.
주로 불교의 소프트웨어보다는 하드웨어에 관한 지원을 담고 있다. 불교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사찰의 증개축이나 개보수 보다는 불교의 역대 고승들에 대한 인물과 사상사 연구 등이다. 전체 인구가 줄고 있는 판국에 숲을 파괴해가며 대형불사를 감행하는 것은 낡은 생각들이기 때문이다. 필요한 것은 산중의 불교는 원형보존 위주로 가되 도심표교 역량 강화를 인한 인프라 구축일 것이다. 이 당선자의 불교계 공약이 빈약하다면 타후보의 공약 가운데 좋은 점들을 차용하는 것도 훌륭한 방편일 수 있다.
불교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경부대운하 공사로 인해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문화재의 직간접적인 피해다. 대한민국 문화재의 상당수가 불교문화재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조계종 중앙종회종책모임인 금강회 보림회는 이 문제에 천착, 기자회견과 경부운하 공약포기 촉구서를 안국포럼에 전달한 바 있다. 불교환경연대도 한두차례 운하 건설에 따른 환경파괴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에서 상당수 불자들이 이 당선자에게 표를 던졌다. 종교편향적인 이미지를 벗어 종교자유를 더높이고, 특정 종교인이 아니라 온 국민의 대통령이 되길 바라는 서원때문이었을 것이다.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 전수집계 결과 1,073만명이 불자로 나타났다. 불자들은 이 당선자의 공약실천 여부를 천수천안이 되어 살펴보며 잘잘못을 따지고 때로는 응원할 것이다.
/본지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