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청소노동자는 쓰레기가 아니다
동국대 청소노동자는 쓰레기가 아니다
  • 오마이뉴스 안드레
  • 승인 2018.04.05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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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청소노동자들의 절규... 직접 고용, 비정규직 없는 대학만이 답이다
 학생들과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연대문화제가 개최되었다.
▲ 학생들과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연대문화제가 개최되었다. ⓒ 안드레 관련사진보기

동국대 청소노동자 인원감축 사태로 불거진 본관 점거 농성이 50일을 훌쩍 넘었다. 최근 동국대 이사장은 청소노동자 일부 인원 충원과 직접 고용을 약속하며, 본 사태의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나 했지만, 여전히 어떠한 합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본 사태는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전형적인 인원 구조조정으로 시작하여, 노조파괴 전력이 있는 하청업체와의 계약 체결로 인해 더욱 더 커져만 갔다. 또한 그로 인해 발생한 학교의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은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넘어서 인권마저 짓밟아 갔다. 동국대 청소노동자들의 투쟁과 현실은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동국대 청소노동자, 구조조정의 역사

동국대 청소노동자 사태의 시작은 구조조정으로부터 출발한다. 동국대는 역사적으로 매년 청소노동자 인원 감축을 시도해왔다. 그 결과 2015년 107명에서 21명이 감축되어 86명만이 남게 되었다. 2016년에는 임금 동결을 조건으로 인원 감축을 겨우 막았다. 2017년 12월 31일 부로 정년퇴직한 동국대 청소노동자 8명에 대해, 학교는 신규채용하지 않고, 그 자리를 청소근로장학으로 전환하고자 하였다. 학교는 노동자들의 빈자리에 대해 시급 1만5000원짜리 하루 2시간 초단기 알바 자리를 만들어 학생들로 대체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청소근로장학에 대해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크게 반발하였다.

실제 학내 익명게시판에는 본 장학에 지원했다가 실상을 알고, 면접을 거부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또한 학생들은 '동국대 청소노동자를 지지하는 동국인 모임'을 구성하여, 청소노동자 투쟁을 적극 지지하였다.
 
2018년의 시작을 알린 각 대학 청소노동자 인원 감축

 

최근 2018년 새해 벽두부터 서울 주요 대학에서 비슷한 이유로 청소노동자와 경비노동자들의 인원 감축이 진행되었다.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학교 재정난이 주요 골자였다. 각 대학들은 한결같이 재정난을 호소했다. 그러나 최근 투쟁이 있었던 대학들의 적립금을 보면, 2016년 기준으로 홍익대 7172억 원(1위), 연세대 5209억 원(3위), 고려대 3437억 원(5위), 동국대 761억 원 등으로 전국 대학 적립금은 8조 2천억 원 정도이다. 결국 기업이 되어버린 대학에서 무한한 이윤추구를 위해 대학 재정의 비용절감 1순위는 바로 비정규적 노동자들인 것이다.
 
동국대의 경우 2017년 기준 기부금이 서울캠퍼스 기준 90억 원에 달하며, 경주캠퍼스와 의료원까지 포함하면, 총 145억 원의 기부금이 입금되었다. 기부 인원만 6616명에 달한다. 또한 개교 111주년 맞이 1명이 1달에 1만 원 이상을 기부하는 <동국사랑 1.1.1 캠페인> 추진으로 현재 1120계좌가 기부하고 있다.

기부금과 적립금만 보더라도 학교의 재정난은 허구로 확인되지만, 최근 교육부 감사는 동국대 모든 구성원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동국대 감사 결과 700억 원대 회계부정이 드러났다. 700억이면 동국대 1만3천 학생들의 1년 등록금을 훌쩍 넘는 금액이다. 다양한 방면으로 교비가 잘못 사용되어 온 것이다.

청소노동자 8명 충원 요구는 인원을 늘려달라는 것이 아니라 퇴임자에 대한 인원을 충원해달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학본부는 재정난이라는 변명을 통해 노동자-학생 간 갈등을 유발하고, 노동자들을 구조조정하고 있다.
 

"쓰레기 같은 X들, 너희는 사라져야 해!"

50일이 넘는 투쟁의 시간동안 노동자들은 쓰레기를 지켜왔다. 학교는 교직원과 용역을 대동하여 투쟁 중인 노동자들의 자리를 청소했다. 자연스레 노동자들을 학내에서 지우려는 시도였다. 투쟁과 파업을 하더라도 학교는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꼼수였다. 그 과정에서 청소가 일거리인 노동자들이 되레 쓰레기를 지켜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총동창회 관계자는 노동자들에게 '쓰레기 같은 X들'이라는 폭언을 내뱉었고, 교직원들은 온갖 조롱과 폭력으로 노동자들을 탄압했다. 노동자들은 소리쳤다. '너희는 우리가 쓰레기로 보이지!' 교직원과 용역직원을 대동한 학교 측에게 노동자들 역시 청소해야할 쓰레기로 밖에 보이지 않느냐는 절규였다.
 
18명 집단 삭발, 그들은 쓰레기가 아니다

그들은 쓰레기가 아니다. 하나의 인간이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권리가 무시되고, 고용주의 노예가 될 수 없다. 그만큼 노동자들의 저항이 거셌다. 3월 8일 여성의 날, 노동자들은 18개의 이발기 앞에 앉았다. 이발기 진동이 시작된 순간 본관 앞에 모인 학생, 노동자들 500여 명은 눈물을 흘렸다. 다른 투쟁 현장에서도 보기 힘든 18명 집단삭발, 그들은 인간으로서 생존을 위해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버렸다.
 

 38여성의 날에 동국대 청소노동자들은 자존심마저 버리는 18명 삭발식을 진행했다.
▲ 38여성의 날에 동국대 청소노동자들은 자존심마저 버리는 18명 삭발식을 진행했다. ⓒ 안드레 관련사진보기

 

 38여성의 날에 동국대 청소노동자들은 자존심마저 버리는 18명 삭발식을 진행했다.
▲ 38여성의 날에 동국대 청소노동자들은 자존심마저 버리는 18명 삭발식을 진행했다. ⓒ 안드레 관련사진보기

    
원인은 비정규직! 대학 내 비정규직 철폐되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학교를 방문한 날, 처음으로 총장이 청소노동자 농성장에 방문했다. 청소 노동자들은 수차례 공문을 보내 총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총장에게 철저히 외면당해왔다. 18명의 노동자들의 삭발식에 총장은 몰래 차를 타고 떠났고, 교직원들은 비웃었다. 하지만 사회적 여론과 노동자들의 계속되는 투쟁이 총장을 농성장까지 오게 만들었다.

그 자리에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이사장과 총장이 청소노동자 4명 인원 충원과 상반기 내 직접 고용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모두가 탄식과 눈물을 흘렸다. 70세가 가까운 고령의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모든 투쟁을 해왔고, 그 결실이 직접고용으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 학교 측 실무자들은 직접고용은 당장이 아닌 영구적 논의 대상이라며, 청소노동자들에게 용역업체 계약을 요구했다. 학교가 이사장의 지시도 무시하면서까지 노동자들의 탄압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무엇인가. 여전히, 구조조정을 통한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결집을 방해하려는 것이다. 결국 본 사태는 원청, 대학이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지 않고, 하청업체를 통한 비정규직 고용으로부터 유발된 문제이다. 정규직 전환을 배제하고,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려는 학교당국의 치밀한 계획이 노동자들을 사지에 몰고 있다.
 

 이사장의 직접고용 지시에도 변화없는 상황에 대해 동국대 청소노동자들이 108배를 진행하고 있다.
▲ 이사장의 직접고용 지시에도 변화없는 상황에 대해 동국대 청소노동자들이 108배를 진행하고 있다. ⓒ 안드레 관련사진보기

 
학교는 재정난을 핑계로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의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지만, 대학에서 비정규직은 사라져야 한다. 비정규직이라는 제도 자체는 낮은 임금과 쉬운 해고를 위해 만들어졌다. 결국 지금 이 순간에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인간답게 살 권리를 훼손당하고 있다. 특히, 대학은 교육이라는 공적영역을 담당하는 학문 공동체이다. 그러므로 비정규직을 통한 착취와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를 위한 구조조정이 대학 안에서 더 이상 발생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했고, 최저임금도 대폭 인상시켰다. 그러나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과 무기계약직 전환으로 꼼수만 가득한 상황이다. 심지어 최저임금 인상은 대학 내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의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 특히, 사립대의 경우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의 적용 대상도 되지 못하고 있어, 사립대 비정규직들은 구조조정의 칼날을 직격으로 받고 있다. 그러므로 근본적 문제의 해결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한 직접고용에 있다. 여러 꼼수는 결국 또다시 비정규직의 폐해를 불러올 것이다.

오늘도 동국대 청소노동자들은 본관을 떠날 수 없다. 하루빨리 청소를 하고 싶다는 노동자들, 학생들에게 미안하다면서 눈시울을 붉히는 그들은 일한 만큼 정당하게 임금을 받고, 다른 노동자들과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결국 동국대 청소노동자 문제는 우리 사회의 문제이다. 대학의 비정규직 구조조정은 즉각 중단되어야 하며, 대학은 청소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직접고용하여, 노동자들을 책임져야 한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와의 제휴에 의해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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