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하려거든 차라리 돈을" 당신을 위한 '덕담 가이드'
"걱정하려거든 차라리 돈을" 당신을 위한 '덕담 가이드'
  • 오마이뉴스 최황
  • 승인 2018.02.16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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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품평, 끝없는 잔소리, 과한 걱정은 제발 넣어두시길... '즐거운' 명절이잖아요

 

 어른들은 명절만 되면 너무나도 쉽게 청년의 삶을 판단하고 본인의 생각을 가져다 붙여놓기를 좋아한다.
▲ 어른들은 명절만 되면 너무나도 쉽게 청년의 삶을 판단하고 본인의 생각을 가져다 붙여놓기를 좋아한다. ⓒ pixabay 관련사진보기

스마트폰에 붙이면 전자파를 차단한다는 스티커가 있다. 100원짜리 동전 크기의 이 스티커만 붙이면 몸에 해로운 전자파를 차단할 수 있다는데, 과연 그럴까?

전자파 혹은 전파라는 것은 전자기파를 일컫는데, 쉽게 말해 일종의 빛이라고 할 수 있다. 빛은 입자성과 파동성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이 파동성을 표현하는 개념이 전자기파다. 그러니까, 스마트폰에서 방출되는 전자파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이나 다름없다는 이야기다.

스마트폰에서 방출되는 전자기파는 특정 부분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 작은 스티커로 전자파를 차단한다는 것은 형광등에 이 스티커를 붙여서 빛을 차단할 수 있다는 것과 같은 논리다. 스티커로 전파를 차단하려면 스마트폰 전체에 스티커를 붙여야 한다. 물론 스마트폰은 볼 수가 없다. 그 전에, 전파 통신 자체를 막을 테니 아예 작동하지 않는다.

 
왜 갑자기 전자파 차단 스티커 얘기를 꺼내느냐고? 명절에 마주하는 어른들의 모습과 닮았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너무나도 쉽게 청년의 삶을 판단하고, 본인의 생각을 가져다 붙여놓기를 좋아한다. 결혼할 생각도 없는데 빨리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라는 둥, 다른 사람 눈에 예쁘게 보일 생각이 없는데 살만 빼면 인기가 많겠다는 둥, 대기업에 갈 생각이 없는데 누구는 대기업 가더니 벌써 얼마를 모았다는 둥.

하여간 타인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치열하게 존재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본인이 만들어낸 가치관을 상대방의 특정 상태에 한정해 가져다 붙여놓는다. 그게 "이게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라고 생각한다면, 전자파 차단 스티커만큼이나 잘못된 믿음이다. 가령, 누군가가 결혼을 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굉장히 다양할 수 있는데, 그걸 헤아리지 않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행복할 거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말이라는 거다.

외우자, "나의 참견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누군가의 삶은 물리학에서 이야기하는 전자기파의 파동이나 전자기장보다 복잡하다. 물리학은 어떻게든 정리할 수 있고 설명이라도 되지만 인생은 그렇게 설명조차 되지 않는다. 어느 누가 인생이 무엇인지에 관해 정의할 수 있겠는가. 그건 우주가 무엇인지 정의하는 것과 같다. 그러니 나이가 많든 적든 명절에 만난 누군가의 삶에 '전자파 차단 스티커'를 붙이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 타인의 삶은 그 자체로서 존중되어야 마땅하다. 상대방이 평소에 어떤 일상을 꾸려가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사람과 교류하는지, 어떤 것을 배우고 어떤 것을 어렵다고 느끼는지, 성적 지향은 어떤지, 정치적 성향은 어떤지 1년에 한두 번 만나는 사람이 알 방법은 없다. 눈에 보이는 것이 그사람의 전부가 아니다.

곧 설날이다. 그래서 만들어 봤다. 다음은 어른들을 위한 설날 덕담 가이드다. 여섯 가지만 명심하면 모두가 평화로운 연휴를 보낼 수 있다.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의 주인공 '지호'의 아버지. 그는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 그리고 '꼰대'다.
▲ 제가 '덕담 가이드' 좀 했다고 밥상 엎지 마세요. (*사진은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의 주인공 '지호'의 아버지. 그는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 그리고 '꼰대'다.) ⓒ tvn 관련사진보기

[하나] 가족도 엄연히 타인임을 명심하라
많은 사람이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가족과 본인을 동일시하고, 가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무 이야기나 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적당한 거리 두기'에 실패한다.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은 엄연히 타인임을 명심해야 한다.

[둘] 외모품평은 절대로 하지 말라
살이 빠졌든 살이 쪘든 운동을 하든 안 하든 당신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 염색을 했든 삭발을 했든 마찬가지다. 특히나 남자는 어때야 한다거나 여자는 어때야 한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크게 잘못된 것임을 잊어선 안 된다. 세상에 여자 혹은 남자다운 것은 없다.

[셋] 조언을 구하지 않으면 조언하지 말라
고민이 있으면 우선 고민을 해결하거나 관련된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들에게 알아서 물어본다. 그러니 굳이 요청하지 않은 조언을 해주느라 귀한 휴일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정말이지 절대로 그럴 필요가 없다.

[넷] 걱정하려거든 차라리 돈을 줘라
얼마를 버는지, 어느 회사에 다니는지, 취직 준비를 얼마나 오래 하고 있는지, 연애는 하는지, 졸업은 언제 할 수 있는지 따위를 궁금해하지 말라. 같이 걱정하는 거라고? 아니, 걱정을 하려거든 차라리 돈을 줘라. 어른이 되면 입은 닫고 지갑을 열라는 말은 이럴 때 실행으로 옮기는 거다.

[다섯] 타인의 가족계획은 묻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이 비혼주의자일 수도 있고 성적 지향이 당신과 다를 수도 있다. 이것 말고도 결혼을 하지 않거나 유보하는 이유는 굉장히 많을 수 있다. 그리고 그걸 당신이 알아야 하는 이유는 없다. 연애나 결혼에 관해서라면 그냥 아무것도 묻지 말자.

[여섯] 타인의 삶을 함부로 판단하지 말라
본인의 경험은 본인의 삶 안에서만 유효하다. 본인의 경험을 기반으로 타인의 삶을 판단하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오만한 거다. 당신 주변에 모인 타인은 당신과 다른 은하계에서 온 외계인이라는 생각을 하는 습관을 들이자.

스마트폰에 전자파 차단 스티커를 붙여놓은 이가 이 글을 읽었다면 아마도 본인의 스마트폰에서 스티커를 뗄지도 모른다. 적어도 그게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니 앞으로는 전자파 차단 스티커를 붙이는 일은 하지 않을 거다.

마찬가지로 설날 모인 조카나 손자들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며 본인의 가치관을 붙여놓는 것도 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 참견은 상대방의 인생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당신이 설날 만날 상대방은 스마트폰의 존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존재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와의 제휴에 의해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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