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입맛 되살리려면 와인 그리고 ‘차’”
“늙은 입맛 되살리려면 와인 그리고 ‘차’”
  • 한유미/한국차심평원장
  • 승인 2018.01.2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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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선생 한유미의 차와 놀자] (16)차 미각 교육 단상
건강척도 1위는 미각, 비교해 먹어야 맛을 안다

다도(茶道)는 차를 접대하는 예절을 말한다. ‘다도’라는 용어 자체는 한중일 어느 나라나 다 사용하지만, 세계적으로 다도라고 하면 일본의 차 문화를 상징하는 의미가 되어있다. 따라서 체계적인 형식이 갖춰진 차를 접대하는 예절(특히 미학이 강조된)의 의미를 가진 다도는 일본의 문화상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일본이 문화경제성이 탁월한 나라라고 아니할 수 없다. 1960~70년대 일본에서 불기 시작한 다도 붐은 여성들의 사회적 교양, 즉 여성들의 예절 교육(우리나라 차례의 제례 예절이 아닌)으로 장려되었다. 특히 여러 가지 신부수업의 필수 코스이기도 했다.

그 세계적인 일본 다도의 명성을 피하기 위해 혹은 차 문화의 기반과 방향성에 차이를 두기 위해 뒤늦게 뛰어든 중국은 다예(茶藝)라고 하고, 우리나라는 제사를 지낸 차례의 형식, 즉 유가(儒家)의 분위기를 띈 다례(茶禮)라는 의미를 의식적으로 사용하려는 노력이 많다(요즘 미학적 다도를 추구하는 차 예절과 종교를 넘보는 분위기 유행은 일본 다도의 영향이 큼).

"배움은 실행활서 지속되어야 한다"

차 문화가 대중화되어 성인들의 다도뿐만 아니라, 요즘은 유치원에서도 차 예절이 교육되고 있다. 울긋불긋 한복을 입고 앙증스럽게 두 손을 모으고 절하는 법을 배우느라 엉덩방아를 찧는 모습을 보면 귀엽다. 그런데 아이들의 찻자리 예절이라는 것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까? 실효성 측면에서 교육적 가치를 생각해보았다. 아이들은 그 어린 시절의 배움을 기억이나 할까? 배움은 실생활에서 지속되지 않으면 배움의 가치가 유지되기 어렵다.

여기서 말하는 배움이란 일반적인 전통예절을 말하는 것이 아닌 ‘차를 매개로 한 예절’을 말한다. 무조건 예절이라면 비판 자체를 금기시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차 예절이나 그냥 전통 예절이나 따가운 시선을 받는 것은 매 한가지겠지만, 사실 예절이라는 개념이 두루뭉술하고 모호하기 그지없는 구석이 많아 무조건적 긍정이 아니면 비난 일색인 경우가 많아, 실효성의 가치를 감히 검토해보는 것도 괜히 신경이 쓰일 정도다.

찻자리 경험이 단순한 경험으로 끝나기엔 차라는 식물이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가치가 아까워서 든 생각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처럼, 한복을 입혀 이벤트와 같은 경험보다 어려서부터 차의 맛을 활용하는 교육에 신경을 써보면 어떨까 해서다. 어린 시절 입맛의 습관이 평생을 좌우하는 것에 무게를 두자는 뜻이다. 단발적이고 형식적인 차 예절 교육보다 좀 더 장기적이고 삶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교육 수단으로 차를 활용하자는 취지다.

▲ 한국과학기술원 '과학향기' 갈무리.

"나이 든 장금이 음식 맛 본 임금, 짜다 타박했을 것"

나이 든 장금이의 음식을 맛 본 임금은 짜다고 타박했을 것 같다.40대 중반부터 혀는 서서히 퇴화되어 50세가 넘어서면 급격히 노화되고 만다. 피부처럼 눈에 보이지 않아 사람들은 잘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주부들의 손맛이 달라진다’ 혹은 ‘자꾸 짜게 먹게 된다’는 말들이 노화의 경보음이다. 그 경보음을 막연히 그저 그러려니 늙음 탓으로 돌려버리고 마는 것이 일반적이다.

혀의 노화를 저지시키는데 가장 좋은 훈련 도구는 와인과 차이다. 혀의 관리는 곧 건강과 직결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이 분야에 관한 연구와 정보가 가장 늦어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다. 혀의 관리, 즉 음식 습관은 사춘기 이전에 좋은 습관을 기르는 것이 가장 좋다. 이때의 좋은 습관이 평생을 이끌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식을 보면 그 사람을 안다는 말이 생겼다. 하루아침에 바꾸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자라는 아이들에게 그 습관을 들여 주는 좋은 도구로 차를 활용하자는 얘기다. 아이들에게 먹는 즐거움으로 유도하면 교육적 효과를 크게 볼 수 있다. 사회적으로 어린이 미각 교육에 신경을 쓸 때가 되지 않았냐는 의견이다.

차 심평을 가르친 사람 중에 가장 어린 나이는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 그다음은 요리사가 되고 싶다는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이었다. 이 학생들에게는 차에 목적을 두기보다는 혀를 통해 세상의 먹을거리에 대한 통찰을 길러주는데 중점을 두었다. 그야말로 미각에 대한 교육을 실험해볼 기회였다. 먹을거리에 대한 세심한 접근은 포괄적 사고를 길러준다.

"혀 관리는 건강과 직결, 노화저지에는 와인과 차"

음식의 특징이 무엇인지, 특징을 가지려면 어떻게 생산이 되고, 재료는 어디서 어떻게 구하는지, 음식에 대한 감각의 자극, 그 자극이 마음을 어떻게 행복하고 즐겁게 하는지, 그 즐거운 마음이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상냥함을 베풀게 하는지, 먹는 것의 소중함이 삶을 또 얼마나 근사하게 이끌어주는지에 대한 기대감, 그 기대감을 성취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지금 우리는 무엇부터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야 하는지 등에 대한 수다 같은 이야기 등으로 시간을 채웠다. 특히 고등학생은 해외여행을 갔을 때 부모들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경험했음을 알려 가르친 보람을 깊이 안겨주었다.

먹을거리에 대한 특징을 알게 됨으로써 맛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 편식 개선에 도움이 되고, 짠맛과 단맛을 덜 탐하는 건강한 식생활 습관을 얻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가 될 터이다. 어린 시절의 각인된 그 맛을 평생을 간직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좋은 혀는 곧 그 사람의 음식을 말하게 되고, 그 음식은 그 사람의 건강이며, 그 건강은 질 좋은 삶의 원천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코카콜라도 미국과 한국 맛 달라, 비교해야"

초등학생에게 등급을 가르치는 일은 난감하여 차를 대하기 전에 먼저, 백화점 농수산물 코너로 데려가 눈에 보이는 욕구를 일으키게 하였다. 장보기를 하면서 버섯이나 과일의 등급을 설명하여 직접 선택하도록 가르치고 난 후 차의 등급을 설명했다. 고등학생은 바로 차의 등급을 설명하면서 여러 가지 채소와 과일의 등급을 비교하여 설명해보았는데 납득이 충분함을 알게 되었다. 고등학생은 차의 심평(관능검사)을 배우는 동안 어머니가 만들어준 반찬 간의 기준을 자신이 조절하거나 직접 음식을 만들면서 간을 보는데 적절한 기준을 잡기까지 몇 회가 걸리지 않았다.

일상생활에서 먹고 마시는 음료와 과일 등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여 수업교재로 더 많이 사용하였다. 흥미를 유도하는 데도 그만이었다. 성인들을 상대로 대학원에서 미각 수업 특강으로 맥주와 우유를 사용하였는데 유용성이 커서인지 반응이 좋았던 경험이 있어 술만 빼고 아이들에게 그대로 적용시켰다.

손맛(기억을 포함한 혀=뇌)이라고도 할 수 있는 개개인의 입맛은 미뢰(味蕾, 혀의 가장 앞부분의 맛봉오리) 세포 수에 따라 개인차가 있다. 어떤 사람은 신맛의 강도가 강한 음식을 맛있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짭짤한 음식을 맛있음으로 느끼는 차이가 다 미뢰 세포 수가 달라 벌어지는 일이다. 단맛을 감지하는 세포가 많은 사람은 단맛 강한 것만 찾게 되는데 그것을 생긴 대로 내버려두면 건강에 해롭다. 생긴 대로 살아서 유용한 것도 있지만 혀에 관해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각 기업에서 어떤 상품을 생산할 때는 저마다 다른 입맛에 하나의 상품의 맛을 다 맞출 수가 없어 가장 보편적인(비교적 평준화) 맛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돈 되는(대중적) 입맛 찾기 노력에 사활을 건다.

▲ 보이차와 녹차.

필자는 그 사회가 선호하는 보편적 입맛을 사회적 입맛이라고 하는데, 그 사회적 입맛에 따라 그 나라 사람들의 건강상태가 달려 있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코카콜라’와 한국에서 판매되는 ‘코카콜라’는 맛의 차이가 있다. 미국 ‘코카콜라’가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콜라보다 훨씬 찐득하게 달다. ‘펩시 콜라’는 미국 제품을 구입하지 못해 품평하지 못했지만, 한국 ‘코카콜라’와 ‘펩시 콜라’를 비교 평가해보았다. ‘코카콜라’보다 ‘펩시 콜라’가 산뜻하게 느껴지는데, 관심 있는 사람이 두 콜라를 품평해보려면 간단히 단맛만을 비교해 보아도 맛의 배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맥주 중에서는 ‘카스’와 ‘하이트’를 해보았는데 요즘은 상품이 많이 세분화되어 샘플 선정에 신경을 더 써야겠지만, 독자 여러분들도 한 종류만 마시지 말고 비교해 마셔보기를 권한다. 회식 자리나 식사 중 반주를 곁들이는 경우를 활용하면 번거롭지 않다. 상대적 비교가 맛에 눈을 뜨게 하고 위력이 있다. 차도 삼십 년을 마셨다는 사람들이 차 맛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경우가 많았던 것은, 배경지식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한 종류만을 마시면서 관념에 빠진 거짓(기분)에 취했었기 때문이다. 차도 2종류를 비교하여 맛에 대한 감각을 기르도록 권하여 많은 변화·발전을 실감하고 있다(차에 대한 관심이 더 깊어지면 ‘차에 좋은 물’까지 범위를 꼭 넓혀보기를 바람).

"미각, 겪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

음식의 비교 품평은, 즉 배추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 없더라도 여러 집 김치를 먹어보면 각 김치의 맛의 다름을 파악하게 되고, 최상의 맛(맛없음과 비교하여 좀 더 유쾌한 식감)은 잘 모르더라도, 적어도 맛없음(맛있음과 비교하여 좀 덜한 식감)이 무엇인지 쉽게 판단할 수 있다. 자기네 집 김치만 수십 년을 먹은 사람이 ‘우리 집 김치만한 것이 없지’ 하는, 근거 없는 집안 솜씨자랑은 집안에서만 혹은 잠시 보류하는 신중함에 비교품평이 도움이 된다.

평소에 차 심평(미각)이 차계 이외의 사회에 기여할 바를 생각했지만, 이 분야가 특수한 영역이어서 잘 알려지기가 어렵고, 사회를 상대로 혼자의 힘도 미약하여경험 커리큘럼은 두 아이를 가르치는 선에서 멈추고 말았다. 유치부나 초등학교 교사들이 우선 이런 분야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교육 프로그램도 생산될 것이고 제도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생각한다.

지구촌에서 아이들의 미각교육에 가장 신경을 쓰는 나라가 프랑스와 일본이다. 그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미각(혀)은 그 나라의 건강 척도 1순위이다. 세상의 여러 일 중에 ‘꼭 겪어보지 않고는 알지 못하는 일’이 몇 가지가 있다. 공감이 쉽게 되지도 않고 경험이 아니면 도저히 알게 되지 않는 그 몇 가지 일에 하나가 바로 맛, 혀에 관한 것이다.

차선생 한유미(韓有美)

중국 항주다엽연구소(杭州茶葉硏究所) 심배화 선생에게 차심평(Tea Tasting)을 배웠다. 2003년부터 심평과 가공, 차 고전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 주해서 《육우다경》과 《동다송·다신전》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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