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_공간을 나누다
금천_공간을 나누다
  • 김규순
  • 승인 2017.12.04 10: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재] 김규순의 풍수이야기 121.
▲ 경복궁 금천

경복궁에 가서 광화문을 지나 흥례문을 지나면 어구(御溝)가 나오는데 이곳을 일러 금천(禁川)이라 한다. 어구란 대궐 안에 흐르는 개천이다. 금천은 누가 보아도 인공적으로 만든 개천이다. 인공적으로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하다. 이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다. 근원지나 출처가 있기 마련이다. 조선은 고려에서 이어졌으니 고려의 건축양식을 살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의 현존하는 대표적인 건물은 궁궐과 성균관・서원이다. 고려시대의 대표적인 건물은 천년고찰로 불리는 사찰이다. 사찰의 일반적인 구조를 보면, 일주문・천왕문・불이문 등 삼문(三門)이 있지만 인공물이다. 불국토로 들어갈려면 자연적인 지형 즉 개천을 건너야 한다. 그 개천에 설치된 다리는 속리교・극락교・청류교・영산교 등등으로 불린다. 송광사에는 우화루가 세워져 있어서 색다른 공간을 만들고 있지만 같은 의미이다. 개천을 성스러운 공간과 세속적인 공간을 구분해주는 경계로 삼고 있다. 인위적인 산문 외에 자연지형을 이용하여 또 다른 경계를 만들고 있다. 특히 물을 건너는 상징성으로 몸과 마음을 씻는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 영제교 입구에 조각된 서수

사찰에서는 개천을 금천이라 부르지는 않지만, 궁궐에 흐르는 개천은 금천(禁川)으로 통일되어 있다. 금천에는 각각 영제교・금천교・옥천교라고 불리는 다리가 놓여 있다. 금천은 사사로운 마음을 씻고 공평하고 정의로운 마음으로 정치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통치자의 공간과 피지배자의 공간과 구별하는 지형적 경계이기도 하다.

궁궐에서의 금천은 사찰에서의 개천처럼 경계를 짓는다는 점에서 같은 의미를 지닌다. 다만 사찰에서는 자연지형을 활용하는데, 궁궐에서는 인공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자연적인가 인공적인가 하는 것은 불교와 유교의 관점차이에서 나타나는 것에 불과하다. 개천이 공간을 나누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은 전통적인 지리관에 기인한다. “산은 물을 건너지 못하고 물은 산을 넘지 못한다”는 <산경표>의 원칙하에 개천으로 나누어진 땅은 족보를 달리하는 땅이 된다. 산이 물을 건너지 못한다는 것은 산의 정기도 물을 건너지 못하는 것과 동일하게 인식하여, 땅의 기운이 개천을 건너지 못하므로 개천을 경계로 한 범주 안에서 머물게 된다고 파악했다. 즉, 땅의 기운이 흩어지지 않게 하여 궁궐 안을 기운으로 가득한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풍수적인 의미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 잡귀가 영제교를 침범하는 것을 막아주는 서수

이러한 생각은 공간을 더욱 다이나믹하고 아름답게 가꾸는 공간창출 능력을 제고하였으며, 공간에 인문적 사고를 반영시키는데 기여하였다.

[불교중심 불교닷컴, 기사제보 cetana@gmail.com]

"이 기사를 응원합니다." 불교닷컴 자발적 유료화 신청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11길 16 대형빌딩 4층
  • 대표전화 : (02) 734-7336
  • 팩스 : (02) 6280-25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만
  • 대표 : 이석만
  • 사업자번호 : 101-11-47022
  • 법인명 : 불교닷컴
  • 제호 : 불교닷컴
  • 등록번호 : 서울, 아05082
  • 등록일 : 2007-09-17
  • 발행일 : 2006-01-21
  • 발행인 : 이석만
  • 편집인 : 이석만
  • 불교닷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불교닷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san2580@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