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절도범이 일본에서 훔쳐 국내로 반입한 '부석사 관음보살좌상' 관련, "일본으로 일단 돌려주고 협상을 통해 다시 반환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조계종에서 나왔다.
이 종은 1심 재판부가 부석사로 돌려주라고 판단한 것을 문화재청이 항소해 2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불상을 부석사로 돌려주라"고 재판을 맡은 대전고등법원에 주문했다.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총무원 총무부장 등 종단소임을 두루 지낸 영담 스님(고산문화재단 이사장, 석왕사 주지ㆍ사진)은 3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7 네즈미술관 소장 운흥사 범종 반출경위에 대한 학술세미나'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기조발제를 했다.
스님은 "품격 있는 법치주의 국가 이미지 제고를 위한 제언이다. 수행자 입장에서 불경스러운 말일 수 있지만 관음보살상은 명백히 절도범이 일본에서 훔쳐온 장물"이라고 했다.
훔쳐갔던 팔려갔던 일본에 있던 것
1970년 유네스코 총회에서 채택된 '문화재의 불법 반출임 및 소유권 양도의 금지와 예방수단에 관한 협약'에서는 "자국 내 영역 내에 존재하는 문화재를 도난, 도굴 및 불법적인 반출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모든 국가에 부과된 책임"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스님은 "우리나라 문화재 보호법도 외국 문화재가 불법 반출된 것이라면 이를 반환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국가가 장물아비가 될 순 없다. 훔쳐갔던 팔려갔던 현재는 일본에 있는 문화유산을 훔쳐온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부석사 관음보살상은) 일단 돌려주고 절차에 따라 반출 경위를 조사해서 협상을 통해 반환 받도록 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반출 경위 살필 때까지 그 자리 존중
스님은 "20개 나라에 나가있는 16만7968점의 우리 해외문화 유산은 환수를 하거나 하지못해도 그 자리에서 우리나라 반만년 역사를 알려주고, 1700년 한국불교 전통과 정신을 알려주는 문화유산"이라고 했다.
스님은 "해외문화유산 환수라고 하면 대부분이 약탈 강탈 밀반출을 떠올린다. 약탈된 것도 있겠지만 입증이 쉽지 않다. 적법한 절차를 통해 반출된 경우도 있다"고 했다.
스님은 "무조건 환수를 촉구할 것이 아니라 반출 경위를 바로 살펴야 한다. 외국으로 나가게 된 경위를 밝힐 때까지는 그 자리에서 공경되고 존중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국외소재 반출 문화재 전시 장려부터
스님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으로 27개국 31개소에 있는 해외홍보문화원을 활용해 국외 소재 우리문화재 정밀조사와 현지 전시를 지원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스님은 "일본 네즈미술관이 소장한 운흥사 범종이 일제에 의해 반출됐다는 근거는 아직 없다. 때문에 일본 측에 발전적인 한일 관계를 위해 운흥사 범종 복제를 제안했던 것"이라며 "일본 측이 수용할 때까지 지속적인 노력과 교류를 하겠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김창균 교수(동국대)가 운흥사 범종 관련 주제발표를, 문명대 명예교수(동국대)가 토론을 맡았다.
반출경위 밝혀 제자리 찾아지길
발제에 앞서 운흥사 주지 경담 스님은 "2005년 일본에 가서 담장 옆 나무 아래 놓인 종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고산문화재단과 쌍계사와 함께 환수사업 시작하게 됐다. 하루 속히 운흥사종이 제자리를 찾기 바란다"고 했다.
쌍계사 주지 원정 스님은 "우리 문화재를 잃어버렸더라도 어디에 있는지는 파악해야 한다. 오늘 이 행사가 환수까지 이어지는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운흥사 범종은 천년고찰인 경남 고성 운흥사에 있던 조선 시대 만들어진 동종이다. 당시 최고 주종장이던 장인 김애립이 만들어 운흥사에 있었지만 일본강점기 사라졌다. 1937년 일본이 내린 금속 공출령 때 반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종은 일본 도쿄 사설 미술관인 네즈 미술관에서 발견됐다. 계단 아래 후미진 구석에 놓인 종에는 '고성현 서령 와룡산 운흥사 대종'이라고 쓰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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