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발효차는 있어도 한국식 발효차는 없다"
"한국 발효차는 있어도 한국식 발효차는 없다"
  • 한유미/한국차심평원장
  • 승인 2017.11.20 17: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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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선생 한유미의 차와 놀자] (13) '한국식 황차' 질문에

공개 질문 공지 이후 차순례님이 달아놓은 댓글의 내용이다.

선생님 글 잘 봤습니다. 질문을 받으신다기에 몇 가지 여쭙니다.
1. 한국 중소다원들의 기술이 부족하다고 하셨는데 이는 현대적 지식없이 그저 본인들의 감과 경험에만 의지하고 기계화, 표준화를 이루고 있지 못 하다는 말씀이신가요?
2. 그렇다면 한국식 황차나 홍차도 마찬가지일까요? 보이차 흉내내는 차들은 선생님 말씀대로 식품으로서의 가치조차 없는것 같습니다만 다른 차들은 어찌 생각하시나요?
3. 또 세작을 국민녹차로서 높이 평가하시는데 일본, 중국의 국민녹차, 예를 들면 서호용정과 비교했을 때도 꿇리지 않을까요?
4. 그리고 백산수는 차우리기에 어떤지요?

번호는 필자가 붙였다. 1번, 기술부족(품질부족)은 기계화나 수제품이나 똑같이 과학적인 원리(지식)가 학습되지 않음에서 오는 것이므로, ‘기계화를 한다고 해서 극복되는 문제가 아니다’는 뜻인데, 질문이 얽혀 ‘기계화가 된다면 기술부족이 극복되는가’로 바꿨다.

기술 부족해 기계차가 수제차 보다 못하다 생각케 해

수제차보다 기계화가 품질 균일화에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수제차의 품질 편차가 기계화로 해결된다는 뜻이 아니다. 기술이 부족하면 기계를 사용해도 좋은 제품 생산이 어렵다. 기계를 다루는 것도 지식의 활용에 의해서이다.

녹차의 맛없음을 기계 탓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기계든 손이든 도구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부족임을 몰라서이다. 일반적으로, 기술사용에 있어 제대로 된 본보기가 없거나, 기계사용 설명서를 임의적으로 참고하거나, 옆집 앞집 쓰는 것을 참고하여 짐작으로 만들다보니, 차의 특성을 살리지 못해 밍밍한 맛을 가진 차가 생산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왜곡되어 기계차가 수제차보다 좋지 않다고 생각한 원인이 되었다. 차를 심평 할 줄 알면 기계사용을 터득할 수 있지만, 차 품질 판단능력이 없이 막연히 기계만 사용하면 별 성과가 없다. 가공보다 차 심평이 우선되어야 하는 이유다.

차가공은 개인이 투자하여 배우지 않으면 가르쳐 주는 데가 없다. 기계수입 회사가 최소한 기본을 가르쳐줄지는 몰라도 한계가 있다. 품질을 관리하고 걸러주는 제도 역시 없기 때문에, 품질이든 가격이든 다른 나라와 상대적 비교를 피할 수 없는 처지다. 따라서 생산자 스스로가 출구를 찾아 소비자의 ‘혀’를 사로잡을 수밖에 없다. 상품의 존재감이란 소비자의 혀(맛)가 얼마나 즐거워하는가, 인상 깊음에 달려있다.

질문 중, 표준화(차 등급 기준으로 가격과 긴밀한 관계) 제도는 소비자의 영역 밖에 있는 특수한 영역이다. 관계기관과 생산자들이 ‘시장성의 확대에 따른 품질 신뢰도 차원에서 다루는 일’이어서, 실행을 전제로 하지 않고 이러쿵저러쿵 나서보아야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는다. 또 관심 있는 몇 사람을 위해 지면을 활용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아 생략하겠다.

단순한 가공의 ‘내 맘대로 혼합’이 한국식? 

2번에서는 ‘한국식’이라는 표현을 문제 삼고자 한다. 질문자는 문제의식 없이 관용적으로 사용했을 것이나 질문을 구실로 활용하려고 한다. 질문자의 양해를 바란다.

차가공에서 ‘한국식’이라는 것이 있는가?. 한국식이라는 말은 여러 종류 차가공의 혼합적 방법을 나타내는 표현이라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혼합의 발상도 제각각이고 목적도 불분명하다. 한국식 발효차가 있다면 한국식 녹차도 있는가? 있다면 어떤 것이고 없다면 왜 없는가?. 한국식을 주장하려면 이런 것들까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또 한국식이 무엇에 근거한 공통적 개념인지 먼저 알고난 이후, 한국식 황차나 홍차라는 것에 대한 논의를 해볼 수 있다. 만약 필자의 염려대로 단순한 가공의 ‘내 맘대로 혼합’을 한국식이라고 한다면 기만에 다름 아니다. 차계가 마구잡이 장터가 되지 않으려면 결코 소소하지 않은 편리적 발상을 주시해야 한다.

차를 우리가 발명한 것도 아니고, 우리만 생산하는 것도 아니고, 평가는 국제적 방법에 따르는데 그 표준방법을 막무가내로 벗어난 한국스타일은 차마다 어떤 기준에 근거한다는 말인가? 예를 들어, 물 넣고 쌀 넣어 밥을 지으면 일본식 밥이라고 하고 중국식 밥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데 이상하지 않은가?. 일본이나 중국에서 생산된 쌀로 밥을 하면 중국 쌀밥, 일본 쌀밥이라고 할 수 있듯이, 제품으로서 한국 황차나 한국 홍차라면 몰라도 말이다.

2003년부터 심평과 가공기술과 과학적 개념들로 품질 문제를 공론화 했을 때, 미처 준비도 안 되어 있고 영문도 모르는 생산자들이 당황하고 위기의식을 느꼈다. 그때 저항 차원에서, 우리는 우리식이 있고 중국은 중국식이 있는데, 왜 우리가 중국 심평으로 우리차를 평가해야 하고, 왜 그들의 차 만드는 방법을 따라 하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정말이지 1도 모르던 시절, 저항에서 시작된 말이 어떻게 전염되어(오염) 발효차에 붙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때 한국식이라는 말이 객관적 평가기준들부터 벗어나 면피·회피 수단이 될 것을 염려했는데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가공은 성분 변화를 유도하고 다루는 방법 

필자의 저서 《동다송》 주)89에 해당되는 부분이 있어 실어두었다. 책이 필요하지 않은 독자들을 위해 그 내용을 옮겼다.

<차나무는 가공방법에 따라 녹차와 황차, 청차 등의 몇 가지로 나뉜다. 그런데 우리나라 생산자들과 차에 관계된 사람들이 차의 품질이나 가공에 대해 논의할 때, 왜 우리나라 차맛이 따로 있는데 중국차를 따르냐고 말하는 것을 한두 번 들은 것이 아니다‥…차의 맛에 우리 차맛이 따로 있고 중국 차맛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역시 제다 방법도 마찬가지이다. 차는 가공 방법에 따라 성분 변화가 일어나 차의 종류가 달라진다. 예를 들면 폴리페놀 화합물에 의해 차의 탕색이 변화하는데 중국의 녹차가 녹색을 띠고 한국의 녹차가 황색이거나 꼭 황색을 띠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폴리페놀 손상을 덜 받고 더 받고의 차이에 따른 변화에 따라 탕색과 차맛이 달라진다. 바꿔 말하면, 한국산 차나무 성분의 폴리페놀과 중국산 폴리페놀이 다른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아미노산이 maid in korea 가 있고 maid in china 가 있는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이다. 카페인이 maid in korea 혹은 maid in china가 따로 있겠는가? 가공이란 성분의 변화를 유도하고 다루는 방법의 문제인 것이다. 다만, 그 나라 사람들의 기호가 있어 기호에 맞는 맛, 예를 들면 구수한 숭늉맛을 좋아하면 성분(맛)이 구수해지도록 불의 온도를 조절하여 원하는 맛을 내는 취향이 있는 것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숭늉맛은 이해하기 좋게 예를 든 것이지 차에 있어서 구수함이란 객관적 잣대를 들이대면 신선도가 없는 품질에 해당되므로 숭늉맛 같은 구수한 차맛은 좋지 않다. 보통 일본의 증제차를 느끼하다고, 입에 맞지 않다고 하는 것은 일본 차맛이 따로 있어서가 아니라 주로 아미노산 함량이 높은 차인데다, 거기에 차 우리는 온도를 모르고 다룰 줄을 몰라 낮은 온도에서 아미노산만 몽땅 우려마시니 느끼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아미노산 함량이 높은 것은 좋지만 다른 맛 성분과의 비율이 균형 잡히지 않으면 높은 아미노산만으로는 맛물질로 별로 쓸모가 없다. 맛이 좋다 아니다는 유쾌하냐 불쾌하냐로 정리되는 문제이다. 이후로는 차가공이나 맛에 있어 우리 차의 맛이 따로 있다 없다는 답답한 말이 들리지 않기를 바란다.>

또, 질문 중에 ‘보이차 흉내 내는 차들은 식품으로서의 가치조차 없는 것 같습니다만’라는 부분도 잘못 전달된 듯하다.

▲ 사진속의 곰팡이 떡차가 긴압녹차였다면 발효라는 말이 해당되지 않는다. 또 문제가 생기자 발효라고 둘러댄 것은 보이차 내지는 발효차라는 뜻이다. 떡녹차인지 보이차인지 어쨌든 개념이 없으니 이래저래 둘러대기는 자유자재가 따로 없었다. 묻지 마 가공이 문제가 될 수 있는 전형적인 예이다. 곰팡이 문제는 주로 발효차에서 많이 생긴다. 사진=한유미 원장

식품으로서 가치가 없는 보이차 흉내 내는 차들이란(전통차 흉내 내기라고 해도 동일하다) 썩어서 곰팡이가 핀 불량 떡차와 발효차를 말한다. 개념 없는 묻지 마 가공에 묻지 마 판매된 문제의 차들이다. 건조가공이 되지 않아 썩은 차들이었는데 이의를 제기하니, 곰팡이가 아니라 발효차가공에서 나타나는 발효라고 우기는 무지하고 웃지 못 할 황당한 일에 연계된, 차를 차라고 할 수 없는 차들을 지적한 말이었다(사진 참고).

사진속의 곰팡이 떡차가 긴압녹차였다면 발효라는 말이 해당되지 않는다. 또 문제가 생기자 발효라고 둘러댄 것은 보이차 내지는 발효차라는 뜻이다. 떡녹차인지 보이차인지 어쨌든 개념이 없으니 이래저래 둘러대기는 자유자재가 따로 없었다. 묻지 마 가공이 문제가 될 수 있는 전형적인 예이다. 발효차 시장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로 어지러워지는 건 평가 기준을 벗어나 버린 그런 차들 때문이다. 발효산차에서도 가공불문 묻지마 판매가 있다. 곰팡이 문제는 주로 발효차에서 많이 생긴다.

평가기준 벗어난 썩은 것이 발효라는 변명은 사기

먹을 것 못 먹을 것 가리지 않고 일단 팔고 보는 묻지 마 판매는 전적으로 판매자의 자유다. 그러나 썩은 것이 발효라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이 사기라는 것을 알릴 수 있는 환기, 억지로라도 잘못임을 인정케 할 수 있는 힘은 역시 차에 대한 지식이었다(최소한 조심 유도에 도움). 정제되지 않은 그와 같은 하찮은 생존방식은 고상함과 점잖음을 얼굴로 삼는 차계도 예외가 아니다. 직접 부딪혀 상대해보니 일반소비자들이 상식으로 감당할 수 있는 부류가 아니었다. 소비자나 생산자나 배경지식이 필요한 이유는, 더 좋은 그 무엇의 최상을 얻고자하기보다 그와 같은 사람들의 제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런 면에서 지식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말은 진리다.

가치를 따져보지 않고 내 나름대로 다양한 방식들을 모두 다 기술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보편적으로 개념화된 가공은 내 맘대로(한국식이라는 혼합)가공의 어지러움을 걸러서 체계화된 것이라고 알아두면, 가공정석의 의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차의 진실파악에 도움이 될 것이다.

4번 질문은 보이차에 좋은 물 원고를 참고하여 먼저 실행해보기를 권한다. 그 원고를 따라 초보자와 여러 사람이 실천하여 학습효과를 보았음을 확인했다. 차는 글로 배우는 것이 아니므로 실행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백산수와 삼다수, 백산수와 백두산 하늘샘 어느 것과 비교해도 어렵지 않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질문 3번은 다음 회에 이어가겠다.

차선생 한유미(韓有美)는

중국 항주다엽연구소(杭州茶葉硏究所) 심배화 선생에게 차심평(Tea Tasting)을 배웠다. 2003년부터 심평과 가공, 차 고전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 주해서 《육우다경》과 《동다송·다신전》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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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민 2017-11-26 08:55:09
좋은 글 읽었습니다. 질문드립니다.
1 발효차와 산화차의 차이를 설명해 주세요. 황차나 청차가 발효차인가요, 산화차인가요?
2 선생님은 차맛에 중국차와 한국차가 다름이 없다고 하시는 것 같은데, 중국과 한국이 풍토가 다르기에 찻잎의 향이 다르고, 따라서 완제품 차의 향도 서로 다른데, 어떻게 중국차맛과 한국차맛이 같다고 할 수 있는지요? 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香氣(香이 일종의 氣임이 중요)이고 香은 음식의 맛을 좌우하는 요소가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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