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이 이토록 무방비로 놓여 있다니”
"원전이 이토록 무방비로 놓여 있다니”
  • 이원영 수원대 교수
  • 승인 2017.11.03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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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의 생명·탈핵 실크로드] 수원대 교수·국토미래연구소장

“아니, 원전들이 이토록 무방비로 놓여 있다니!”

때는 2012년 봄, 독일의 핵폐기장 관련 학자인 슐루흐터 교수를 초청하여 함께 경주 월성원전을 둘러보았다. 그 교수는 일성을 지르면서 놀라는 것이다. 독일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민간인에게 이렇게 노출되어 있다는 것은 테러에도 무방비라는 것. 이만한 거리에서 누군가가 일을 저지른다면 어떻게 되겠느냐는 뜻이다.

두어해 전쯤의 일이다. 필자는 ‘핵발전소 이제 그만’이라는 문구를 단 배낭을 메고 서울 강남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특전사’라는 이름의 운동모를 쓴 어느 반듯한 인상의 중년이 묻는 것이었다. 

“아니, 원전을 없애면 전기는 어떡하자는 겁니까?” 

돌발적이었지만 당연한 질문이다. 필자는 정색하였다. 

“우리 원전이 24개 있는데, 전기의 30%밖에 공급 못합니다. 보통은 25% 정도인데 요즘은 전기가 남아돌지요?” 

침묵이 흘렀다. 필자는 이어갔다. 

“일본은 52개 있었는데, 후쿠시마 이후 3년간 올스톱되다시피 했는데도,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공장이나 큰 시설마다 있는 비상용 발전시설로 스스로 생산했기 때문이죠.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상시에는 대응이 가능하지요.” 

“…” 

“근데 우리는 북한 애들이 우리 원전 어디에고 미사일 한 방 쏘면 이건 슈퍼 핵폭탄입니다. 국방에 구멍이 뚫려 있지요. 북한은 한 군데인데 우리는 자그마치 24개나 되고, 그것도 몰려 있어요. 부산 고리나 경주 월성에 한방이면 우린 끝나는 겁니다. 특전사 출신이면 안보관도 투철하실 것 같은데, 원전 하자는 사람들 안보관이 이상한 것 같지 않나요?” 

“…” 

하차역이 다가와서 내렸다. 그는 지금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 비슷한 시기에 나이 지긋하신 분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상식적인 의미의 보수인사였다. 

“그래도 정부를 믿어야 하지 않느냐?”고 한다. 그래서 필자가 “선생님은 예전에 6·25동란 때 피란 경험이 있으시지요? 그땐 피란 가서 문제가 해결되었는데, 이젠 원전 터지면 피난 갔다 와도 안됩니다. 왜냐하면 토양이 방사능으로 오염되어서 농사를 지을 수가 없습니다.”

“…” 

▲ 이원영 교수가 지난 8월 베트남에서 만난 아이들. ⓒ이원영

“히로시마나 나가사키 핵폭탄은 터지면 인명 희생은 크지만 방사능은 나중에 대기로 흩어집니다. 하지만 지금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는 방사능량이 핵폭탄보다 훨씬 많은 데다, 그게 누적되어서 그 주변의 흙과 물이 온통 오염되었지요. 농사 못 지으면 우리 모두 이 나라 이 땅을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인다. 이외에도 엄중한 것은 핵폐기물 문제다. 이미 부안 사람들은 알아차렸다. 관광도시랍시고 정부 지원에 중독된 경주는 독배를 마셨다. 이 시기에 만난 어느 핵연료를 전공한 교수 한 분의 고백이 인상 깊다. 

“어떻게 해도 핵폐기물 대책이 없어요. 정부에서 핵폐기장 공론화 작업을 하자고 하는데…. 머리가 아파요.” 

이론적으로도 안전한 처리가 불가능하거니와 기술력도 부족하다. ‘화장실 없는 아파트’와 같다. 필자가 물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핵 재처리 기술 이야기를 미국 쪽에다 하고 있는데, 가능한 얘깁니까? 핵폭탄 만들겠다는 뜻으로밖에 안 들릴 텐데요.” 

국경을 침범하는 위험이 있는가 하면 시대를 초월하여 민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위험이 있다. 이번에 걸으면서 본 베트남은 과거 전 국토가 폭격으로 초토화되는 경험을 하였다. 1979년 중국과의 전쟁에서 북부 쪽 철도가 파괴되어 여파가 크다. 철도도 일부러 파괴할진대 원전인들 무사하랴.

탈원전은 국가안보의 기초다. 대만은 이제 벗어났고 라오스와 태국은 원전을 아예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북한 핵까지 포함해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통합적 안보의 뜻을 더욱 새겨야 할 때다.

일부 보수언론이 아직도 원전 찬성을 외치고 있다. 걸으면서 생각했다. ‘그런 언론은 언제쯤 폐간될까?’

* 이 칼럼은 <경향신문>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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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 2017-11-20 16: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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