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의 올바른 번역을 위한 제언 2.
한문의 올바른 번역을 위한 제언 2.
  • 안재철 교수
  • 승인 2017.11.02 13:2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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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안재철의 열린강원 6. 어휘론-문자학적 관점으로 ②

앞의 기술은 本義본의를 모르고 오늘날 유행하는 사전에 登載등재되어 있는 뜻만을 근거로 삼아 해석하면 오류를 범할 수 있는 예를 든 것이다.

아래에서는 사전에 등재된 뜻을 충실히 따르고 있으나 그래도 이해되지 않는 예를 들어 보겠다.

아마 인류는 최초에 문자는 없어도 소리를 통하여 의사를 전달하였을 것이다. 그러다가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장소에 있지 않은 다른 사람, 즉 다른 지방의 사람이나, 후세인에게 그들의 의사를 전달하거나, 또는 점을 치는데, 主宰者주재자에게 인간들의 의사를 전달할 필요 등이 생겨, 차츰 문자를 만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서, 최초에는 극소수의 한자만 있어도 전혀 불편하지 않았겠지만, 인간의 인식능력이 차츰 미세해지면서, 글자 수는 불어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그 의미영역도 점차 분화되었을 것이다.

▲ 이것들이 만들어진 과정을 살펴보면, ‘聲(/*/)’은 타악기(,)를, 손에 막대를 들고(,殳) 때려서, 그 소리를 귀(,耳)로 듣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고, ‘音(*//)’은 입()에 혀()가 있어 혀로 소리를 내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을 알 수 있다. 보통의 문장에서는 이것들을 구분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어떤 문장은 그것을 분명히 구분하여야 뜻이 명확해 지는 경우가 있다.

오늘날 소리를 나타내는 뜻의 글자로는 ‘音음’과 ‘聲성’이 있다.

故 有無相生 難易相成 長短相形 高下相傾 聲音相和 前後相隨 『道德經 2章』

따라서 있음과 없음은 서로를 낳아 주고 쉬움과 어려움은 서로를 이루어주고, 길고 짧음은 상대를 드러내주고 높고 낮음은 서로를 다하게 하고 음과 소리는 서로 화합하고 앞과 뒤는 서로를 뒤따른다.

위의 문장에서 ‘有無유무’, ‘難易난이’, ‘長短장단’, ‘高下고하’, ‘前後전후’ 등은 모두 反義詞반의사라고 할 수 있으나, 유독 ‘音聲음성’은 오늘날 관점으로 보면 同義詞동의사이며, 상기의 飜譯번역에서도 ‘有無’, ‘難易’, ‘長短’, ‘高下’, ‘前後’ 등은 모두 ‘있음과 없음’, ‘쉬움과 어려움’, ‘길고 짧음’, ‘높고 낮음’, ‘앞과 뒤’ 등으로 반대되고 있지만, ‘音음’과 ‘聲성’은 단지 ‘음과 소리’라고 번역하여, 그것들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이것들도 上記상기에서 本義본의를 살펴본 바에 따르면 서로 對立대립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聲성은 타악기를 막대로 때려 들리는 原音원음의 소리를 말하고, ‘音음’은 입에 혀가 그려져 있어서 혀에 의해 변질된 소리를 말한다고 할 것이다.

사실 오늘날 외국어를 배울 때는 發音발음 연습을 하는데, 그것은 혀의 위치에 따라 폐에서 나온 소리가 변질된 것이요, 노래를 할 때는 發聲발성 연습을 하는데, 그것은 폐에서 나온 原音원음의 소리가 혀에 의해 변질되지 않은 소리인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道德經도덕경>에서는 변질시키지 않은 無爲무위의 소리는 ‘聲성’이라고 하고, 인간이 혀의 조작을 통해 변질시킨 소리를 ‘音음’이라고 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즉 總稱총칭하면 모두 ‘소리’라고 할 것이지만, 別稱별칭하면 有爲유위의 소리와 無爲무위의 소리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위의 것을 고려하여 다시 해석해 보면 아래와 같다.

그러므로 有無는 서로 낳아주고, 어려움과 쉬움은 서로 이루어주고, 김과 짧음은 서로 모양을 드러내주고, 높음과 낮음은 서로 기울여주고, [無爲의 소리인] 聲과 [有爲의 소리인] 音은 서로 조화를 이루게 하고, 앞과 뒤는 서로 뒤따른다.

   
 

안재철 교수(제주대)는 광주서중, 광주일고, 연세대학교를 졸업했다. 중국음운학을 전공한 문학박사이다. 저서에는 <수행자와 중문학자의 만남 『緇門警訓의 문법적 이해> <수행자와 중문학자의 만남 『禪源諸詮集都序의 이해』> <수행자와 중문학자의 만남 『禪要(上·下)』> <『本義로 이해하는 540部首 漢字』> <『本義로 이해하는 상용한자 1200』> 등이 있다. 여러 저서 가운데 <수행자와 중문학자가 함께 풀이한 『金剛經』>과 <수행자와 중문학자가 함께 풀이한 『無門關』>는 수암 스님(현 태고종 중앙강원 대교과 강백)과 함께 지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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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주 2019-10-03 14:42:58
생각해 볼만한 내용에 왠 뜬 구름 잡는 소리인지~~

설봉 2017-11-11 12:52:47
도올의 금강경 강해와 같은 오해의 글이 아니었음 좋겠다. 한문을 표의문자라 하는 건 표의라는 말이 쉽지 그 의를 바르게 알아보기란 참말 어렵다. 조선시대의 한문번역에 대한 바른 반성이 없으면 사상누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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