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공심
진정한 공심
  • 선광 스님
  • 승인 2017.10.24 11:24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계종 적폐청산과 총무원장 직선제 실현을 촉구하며 우정공원에서 14일간 단식 정진한 비구니 선광 스님이 '진정한 공심'을 주제로 기고를 보내왔다. 선광 스님은 조계종 기관지 <불교신문>에 게재된 정운 스님의 ‘[수미산정] 공심’ 제하의 칼럼을 지적하며, "단식정진이 마치 개인 생활고를 성토하기 위한 것인 양 적시한 글이 올라왔다. 불교신문에 반론의 글의 게재를 수차례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불교닷컴>에 해당 기고를 보낸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스님의 요청에 따라 정운 스님 글에 반론 기고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한 달 전 조계사 옆 우정총국 천막단식장에서 도반 석안스님과 단식을 시작하며 '나는 왜 단식을 하는가'라는 글로 단식에 나서게 된 소회를 밝힌 적이 있다. 그 글에서 나는 촛불법회에 참석하게 되면서 종단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특히 "직선제와 출가에서 다비까지 안정적인 수행생활 보장“ 이라는 주제에 동의해 단식에 동참하게 되었다고 밝힌바 있다. 지금처럼 전체승려의 3%의 승려들에 의해서 종단이 운영되는 상황에서 대중이 원하는 일이 성취되기가 힘들고 민주적인 종단 운영이 어렵다.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선거를 치러야 하는 간접선거의 한계를 이번 총무원장 선거에서도 우리는 여실히 확인했다.

그런데 나의 글에 대해 불교신문 논설위원이 [수미산정] 코너에 '공심'이라는 글을 써서 나의 단식을 비판하였다. “왜 이런 개인적인 생활고를 단식천막에서 해야 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부끄럽게도 일어났다“며 마치 내가 개인적인 생활고를 성토하기 위해 단식투쟁을 한 것처럼 말하였다. 조계종에 출가한 비구니라면 누구보다도 나의 진심을 잘 이해할 것도 같건만 나의 우둔한 글 솜씨 때문인지 제대로 내 진의 가 전달되지 못한 것 같다. 이에 마음을 가다듬고 부처님 전에 향을 올린 후 다시 글을 올린다.

스님은 “조직은 정해놓은 법과 질서가 있고 리더는 그 법과 질서에 따라 전체를 위해 의견을 수렴하고 일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리더는 어디에든 치우치지 않는 중용의 자세인 공심(公心)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마도 나의 절, 나의 문제를 우선시하는 사적 이익추구가 아니라 조계종단에 속한 사부 대중을 위하는 공적인 마음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스님의 글을 그대로 빌리자면 “조직내 분배정책이 잘 되지 않거나 권력을 가진 몇몇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우리가 기대고 있는 조직의 현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만약 리더가 법과 질서를 지킨다면, 권력자 몇몇에 의해 종단이 운영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공심을 가진 리더라면, 그는 분명 올바른 방향으로 고칠 것이다. 사찰 재정의 평등한 분배로 승려들이 수행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소수 권력자가 아닌 사부 대중을 위한 종단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은 리더의 당연한 의무이다.

▲ 선광 스님ⓒ불교닷컴

스님은 출가에서 다비까지 스님들의 수행생활 보장을 요구하는 것을 스스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라기만 하는 무임승차라 한다. 하지만 세속과 소유의 삶을 떠나 무소유로 평생을 살아온 출가자의 노후를 책임지는 것이 종단의 책무이거늘 이것을 어떻게 무임승차라고 할 수 있는가. 개인재산 소유금지라는 계율을 무시하고 사설 사암에서 노후생계 걱정 없이 사는 출가자라면 그렇게 말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무소유를 지켜온 다수의 출가자에게는 참으로 무책임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스님은 '왜 이런 개인적인 생활고를 단식 천막 장에서 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부끄럽게도 일어났다“라고 했는데, 현재 거주하는 사설 사암을 종단이나 사회복지기관에 기부하고 가진 것 하나 없이 생활을 해보라고 선배님께 권하고 싶다.

실제로 비구 비구니를 막론하고 부익부 빈익빈의 현실, 각자도생하는 종단의 현실을 스님은 “절집이던 속가이던 삶 자체가 각자도생이다”라고 당연한 것으로 치부하였다. 하지만 승가는 평등과 화합의 공동체로서 승가의 보시물은 그 구성원에 모두 공유되어야하며 평등하게 사용하여야 한다. 각자도생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면 삼보의 하나인 승가에 대한 이해가 없는 비불교적인 발상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스님은 “싫던 좋던 리더의 결정을 바로 보고 수용해야 한다며 그것이 싫으면 나 스스로 그 조직을 버려야 한다”라고 단호히 말한다. 리더가 잘 못하는데 그 잘못을 지적하지 않고, 고치도록 요구하지 않고 그 조직에서 떠나라니? 부처님의 가르침에 이런 말이 있는지 진정 되묻고 싶다. 잘못을 모른 척 하고 종단이 몇몇 사람들에게 좌우된다면 종도들이 나서서 개선의 노력을 하여야 하고 리더가 종권을 사유화 한다면 눈뜬 대중들이 막아야 한다. 이것이 크고 넓은 마음 공심이다.

종단의 구조적 모순을 바로잡아 종도들에게  안정적인 수행생활을 보장하라는 요구, 대중의 뜻을 받들어 종단을 민주적으로 운영하라는 요구는 종도라면 누구나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말을 못한다면  이러한 발언을 한다고 불이익을 받는 승가라면 건강한 승가라고 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대중공의가 반영되어 운영되는 승가에서 소통이 막히면 모든 것이 막히게 된다. 

공심은 다른 말로 배려하는 마음이고 자비심이다. 조직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과 조직을 매도하는 것은 다르다. 또 조직이 싫으면 조직을 버리라는 말을 쉽게 하는 것은 조직에 대해 배려심과 자비심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나는 종단으로부터 징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 속에서도 촛불법회와 천막단식정진에 동참했다. 나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공동체 전체를 위해  행하는 것, 때로는 개인적인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공익을 위해 나서는 것이 진정한 공심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공심을 이야기한 선배스님에게 내가 다시 '진정한 공심'이라는 글을 쓰는 이유다. 이 글을 보고 선배스님이 다시 반박 한다면 언제라도 환영한다. 솔직한 대화와 토론은 그 자체가 탁마요 수행일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의견이 다른 것은 자연스럽지만 승가전체로 볼 때 다름을 해소하는 소통구조를 갖지 못하면 화합하기 어렵다. 대화를 통해서 그 간극을 좁혀갈 수 있는 종단이 되길 바라며 그런 소통의 장으로 불교신문이 자리매김 하기를 바란다.

[불교중심 불교닷컴. 이 기사에 대한 반론 및 기사제보 mytrea70@gmail.com]

"이 기사를 응원합니다." 불교닷컴 자발적 유료화 신청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희망 2017-10-26 10:52:57
선광스님 멋지십니다. 비구스님들도 못하는 일을 스님이 하셨네요. 불교신문이나 교계 신문들 권력의 하수인 노릇하는 걸 보니...불교는 아직 자유당 시절입니다. 통탄할 노릇입니다. 스님 감사합니다. 건강 꼭 돌보세요.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불교닷컴도 정말 감사합니다. 불교닷컴이 교계 언론의 희망입니다.

혜의 2017-10-24 19:12:22
선광스님 건강하시죠? 석안스님도 청안하시고요?
정운스님은 비구니 스님들의 당당한 단식 저항에 동참하지 못하고
의구심을 일으키는 자신을 부끄럽게 느낀 것이라고 봅니다.
혹 누구의 간청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글을 쓰는 정운스님이
스스로 부끄러워 자기합리화 하는 뉘앙스를 남긴 것일지도 모른다고
저는 생각해 보았습니다.

꽁심의 조계종단 회사 2017-10-24 14:07:41
상식으로는 도저히 대응불가하고..
공심은 커녕 꽁심과 사심이 난무히여
불법의 향기라곤 온데간데없는
佛法아닌 不法만 자랄데로 자라나있는
조계종단 업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11길 16 대형빌딩 4층
  • 대표전화 : (02) 734-7336
  • 팩스 : (02) 6280-25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만
  • 대표 : 이석만
  • 사업자번호 : 101-11-47022
  • 법인명 : 불교닷컴
  • 제호 : 불교닷컴
  • 등록번호 : 서울, 아05082
  • 등록일 : 2007-09-17
  • 발행일 : 2006-01-21
  • 발행인 : 이석만
  • 편집인 : 이석만
  • 불교닷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불교닷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san2580@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