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사
용문사
  • 김규순
  • 승인 2017.10.1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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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규순의 풍수이야기 117.
▲ 양평 용문사 전경

전국에 용문사(龍門寺)가 여럿 있다. 사찰에서 용(龍)을 이름으로 사용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그 중에서 고찰(古刹)의 유래를 살펴보면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가장 강력한 요인은 왕과의 친밀한 관계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왕을 상징하는 동물이 용이다. 임금이 입는 옷을 용포, 의자는 용상, 얼굴은 용안, 눈물은 용루라 한다. 신출귀몰하는 신비의 동물인 용을 왕으로 상징하는 것은 대부분의 민중이 왕을 보지 못하면서 왕의 존재를 인정해야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예천 용문사는 태조 왕건, 남해 용문사는 숙종, 양평 용문사는 세조와 인연이 있어서 왕실의 지원을 받았다는 역사적 사실이 있는 고찰이다.

용은 부처님의 수호신이었기에 왕의 의미와 극락왕생으로 이끄는 용과 자연스럽게 중첩된 의미를 지녔다. 반야용선은 사바세계에서 참된 지혜와 깨달음을 얻은 중생이 극락정토로 건너가는 수단이다. 이 때 용이 수호신으로 인도를 한다. 반야용선은 열반의 세계로 가는 것을 형상화 한 것이다. 사찰의 대웅전 처마 밑에서 용의 조각을 발견할 수 있다.

불교에서만 용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토속종교에서 용은 수신(水神)을 의미한다. 특히 바다의 왕을 용왕, 그가 사는 곳을 용궁이라 일렀다. 용의 우리말이 미르이다. 미르는 물의 신이다. 농경사회에서 물은 농작물의 작황을 결정했다. 미르신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비, 산에서 내려오는 계곡수, 연못에 있는 물 등등 물이 있는 곳이면 어디라도 존재하였으므로 민중들에게는 매우 친숙한 신이었다. 조선의 선지식인은 God을 하느님으로 번역하였다. God은 ‘전지전능한 신’을 말하는 것이지 하느님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God를 하느님으로 번역하면서 민초들이 가톨릭이나 기독교의 God을 받아들이는데 친근감을 가지게 한 것은 미르가 미륵과 동일시하게 된 것과 동일한 사례이다.

▲ 수령 1100살의 용문사 은행나무와 근래에 만들어진 석탑

등용문(登龍門)은 평민이나 선비들이 과거를 통해 출세하는 것이지만, 왕에서 서민까지 거의 같은 뜻으로 전달되는 것은 풍수적 의미의 용이다. 용은 정신을 의미하며 후손을 출세시키는 신비한 기운이었다. ‘면장도 논두렁 정기를 타고나야 한다’ 는 말이 있듯이, 희미하나마 용맥을 타고나야 한다는 의미이다. 용맥은 길지에 공급하는 땅기운의 통로를 뜻한다. 할아비나 아비의 허벅지 뼈를 양반의 무덤에 밀장하여 신분상승을 꿈꾸었던 천민의 이야기가 최명희의 <혼불>에서 그려지고 있다.

용이란 단어가 가진 복합적인 의미는 우리를 헷갈리게도 하지만, 각자 다양한 생각을 하도록 하는 동기도 부여하고 있다. 용문사(龍門寺)가 어디에 있던지 민중의 사랑을 받는 사찰인 이유가 이것인지도 모른다.

 

   
 

저널리스트 김규순은 계명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다.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석사학위 취득. 강원대학교대학원에서 지리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준기 선생 외 여러 스승으로부터 풍수술법을 배웠다. 강원대 출강. 동북아불교미술연구소 연구위원. 월간 <사람과산>과 <불교닷컴>에 '김규순의 풍수이야기'를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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