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을 위반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행위에 대해 변명 내지는 합리화한다. 제아무리 검사, 변호사, 판사가 사안에 대해 바라보는 차이가 있다 해도 법의 취지나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행위에 대해 지나치게 합리화하거나 규정을 임의대로 해석한다면 이는 독선이고 무지를 들어내는 처사이다.
총무원장 후보로서 조계종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혁신을 이룩해 나가려면 후보부터 종법을 충분히 이해하고 문제가 되고 있는 관련 사안에 대해 객관적이고 상식적인 판단이 이루어져야 한다. 선거법 위반은 현재형이기에 그 심각성을 더한다.
수불 스님은 금권선거와 사전 선거운동 혐의로 호법부에 제소된 상태다. 수불 스님은 두 건 중 단 한 건이라도 위법성이 인정된다면 당선이 되더라도 총무원장직 수행이 불가능하게 된다. 원로회의 인준의 벽이나 넘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 총무원장 선거에서 후보들 간 질문과 답변이 이루어지는 공개 토론회가 개최되었다면 어떠했을까? 수불 스님은 아마도 사전 선거운동 등 선거법 위반, 범어사 주지 재직당시 성주사 주지 임명과정 등 이런저런 문제들로 집중 공격을 받고 매우 곤혹스런 입장에 처했을 것이다.
필자는 어느 후보를 막론하고 선거법의 준수가 후보의 우선적인 자세임을 말하고자 하는 바이다. 익히 각 매체를 통해 너무나 잘 알려졌다시피 이번 선거에서 법적으로 허용되는 선거활동이 가능한 공식 선거기간은 지난 9월 26일부터다. 그런데 수불 스님은 9월 18일에 후보 등록을 하고 당일에 종책이라 할 수 있는 내용들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필자는 그저 인사말을 하는 과정에서 한 두 마디 언급한 것이려니 하는 정도로만 짐작하여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TV뉴스를 시청하다가 예상보다 더 상세한 설명이 있었음을 새삼 알게 되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고발 조치는 당연한 처사다.
수불 스님에 대해 적용된 다른 위법 사실은 금품제공이다. 선거법은 ‘본 법의 각 선거에 입후보하고자 하는 자는 해당 선거일 기준 1년 이내에 일체의 금전·물품·여비·향응 등 기타 재산상의 이익을 어떠한 명목으로도 제공할 수 없다.’라는 규정을 적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 수불 스님측은 “전통” 운운 하였으나 선거법은 특별법의 성격으로 우선 적용의 대상이다. 또한 공양금 제공의 대상이 예년에 비해 확대되었다면 이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어느 후보를 막론하고 작금의 종단을 혁신하고자 하는 의지가 진실이라면 종법부터 준수하려는 마음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
이번 선거과정에서 수불 스님의 문제는 후보 자신이 선거법을 직접 위반하여 고발당했으며, 이에 대한 해명이 객관적이거나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조계종의 문제는 종헌과 종법 위에 종단 정치가 우선하고 독선과 아집이 원인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역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후보를 직접 호법부에 고발한 최초의 사례가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한다.
후보들마다 소위 4차 산업혁명을 입에 올린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3차원 인쇄, 나노 기술과 같은 분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은 초 정밀성과 융합이 그 근간이다. 융합과 초정밀성일수록 미진만큼의 오차나 규정을 벗어난다면 그 파장은 지대하며 무수한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다.
수불 스님은 “인공지능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승가에서 밝은 지혜를 대중에게 전해 주기 위해(중략)”라고 포부를 밝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일수록 법과 규정의 준수는 더 엄격해야 하고 융합은 차별과 분별을 떠나 자신부터 하심하고 양보해야 가능한 것이다. 이를 세상에 보여주는 것이 종교인의 덕목이 아닐까 한다.
/法應(불교사회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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