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차례가 중요해? 공자님은 아니래요
명절 차례가 중요해? 공자님은 아니래요
  • 오마이뉴스 신영수
  • 승인 2017.09.30 18: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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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한학자의 전복적 논어 읽기 '공자의 시작에 서다'

황금연휴에도 불구하고 추석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차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겪는 가사노동에 따른 피로와 복잡한 예법과 성차별로 인한 스트레스, 이로 인한 세대 간, 가족 간 갈등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라리 차례를 지내지 않거나, 대폭 간소화했으면 하는 게 많은 이들의 심정일 것이다. 그렇지만 흔히들 제사를 지내는 것은 유교 전통 때문에, 또 도리상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최근 논어 해설서 신간이 나왔다. 송명호 선생이 쓴 <공자의 시작에 서다>다. 이 책은 기존의 편견과 학자들에 의해 각색된 공자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공자를 추적한다. 저자가 만난 공자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현실의 문제에 부딪히고 고민한 사람이다. 그렇게 축적된 결과물이 논어다. 이 책은 논어라는 여정을 안내하는 길잡이다.

 

이미 <예기집설대전>을 번역한 바 있는 저자는, 나이 칠십을 바라보는 경북 출신의 정통 한학자다. 그런 저자가 "공자는 제사를 중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제사에 시큰둥했던 공자
 

 영화 <공자 춘추전국시대>(2015)의 스틸컷. 배우 주윤발이 공자 역을 맡았다.
▲ 영화 <공자 춘추전국시대>(2015)의 스틸컷. 배우 주윤발이 공자 역을 맡았다. ⓒ 화수분 관련사진보기

논어는 공자의 대담집이다. 그런데 유교의 조사인 공자는 정작 제사에는 큰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제사에 관한 언급이 논어에 별로 등장하지 않는다. 그나마 나오는 몇몇 언급을 통해 제사에 대한 공자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자로가 귀신 섬기는 바를 여쭈었다. 공자 왈, "사람을 섬기지도 못하는데 어찌 귀신을 섬기려 하는가." 자로가 다시 여쭙기를, "감히 죽음에 대해서 알고 싶습니다." 공자 왈, "삶도 모르는데 죽음을 어찌 알겠는가." -452p

귀신을 섬김은 일종의 제사 행위다. 그런데 공자는 산 사람도 제대로 섬기지 못하면서 무슨 귀신을 섬길 생각을 하느냐며 꾸짖는다. 죽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공자가 보기에 정말 중요한 것은 지금 당면한 현실이다. 제사, 죽음 등 세상 너머에 대한 관심은 부차적인 문제다.

제사에 관한 공자의 언급을 더 살펴보자. 한번은 노나라의 대부가 지나친 예식을 갖춰 자기 조상에 대한 제사를 지낸 적이 있었다. 이에 공자는 "이런 짓을 차마 할 수 있다면, 무슨 짓인들 못하겠는가"며 비판했다. 제사의 과도한 예식을 경계한 것이다.

또 공자는 "자신이 모실 수 있는 귀신이 아닌데도 제사를 지냄은 귀신에게 아첨하는 것이다"라고도 말한 바 있다. 윗대로 소급해서 굳이 여러 조상의 제사를 모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이다.

이처럼 제사에 관한 공자의 언급은 대부분이 부정적인 뉘앙스를 띤다. 저자는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공자는) 제례에 대해 여러 가지로 시큰둥한 태도를 보였다. 생과 사의 연속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인간을 억압하게 된다. 자로가 묻자, '귀신이라꼬 나는 모른다 임마.' 이게 무슨 소린가. 핏줄로 인간을 억압하지 말고 살아계신 아버지 어머니나 잘 모시라. 이런 뜻일 게다. 

공자는 기(己)철학자라서 자기를 잘 살라. 이런 말을 줄기차게 하였다. 자기 행복, 자기 긍지, 자기 자존감 등 말이다. … 그러나 제례는 핏줄 의식이거나 먼 조상을 끌어들여 무언가 나쁜 목적에 이용할 수 있다. 이럴 때는 비판하였다. -708p

'핏줄이 인간을 억압한다'는 저자의 말이 인상깊다. 공자 당대에는, 제사가 지배계급의 자기 조상과 혈통을 미화함으로써 백성을 착취하는 데에 대한 정당성을 획득하는 수단으로 쓰였다. 그래서 공자는 효를 중시했음에도 정작 제사에는 시큰둥했던 것이다. 

제사에 시큰둥했던 공자. 그런 공자의 진짜 관심사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인(仁)의 실현이었다. 저자는 "시대의 가치를 위해 투쟁하는 것이 인(仁)"이라고 말한다. 이는 지극히 사회적이고 실질적인 담론이다. 

그렇다면, 차례가 여성차별과 음식낭비, 가족 갈등의 이유가 되어버린 오늘날. 이들을 감수하면서까지 전통식 차례를 고집하는 것은 진정한 공자 정신도, 유교 전통도 아닐 것이다. 제사 문화의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와의 제휴에 의해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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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 2017-10-02 22:04:27
추석 당일 차례 대신 지내주고 인터넷 생중계까지 하는 사찰
포털 뉴스에 등장하는데 댓글여론은 비판일색
아니 명절 차례(제사) 자체를 철폐하자는 의견이 주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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