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허위학력이 들통난 설정 스님이 예전에 서울대 출신임을 스스로 밝히고 방송사에 졸업사진 등을 증거로 제출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총림 방장을 맡은 데 이어 총무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어 개인적인 도덕성 문제를 넘어 조계종에 미칠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설정 스님은 8일 오전 수덕사에서 <불교닷컴> 을 제외한 교계 언론사들에 학력문제를 해명했다.

상좌인 주경 스님은 "검정고시를 거쳐 1974년 3월 당시 서울대학교 부설 한국방송통신대학 농학과에 입학해 76년 졸업을 했다”며 "당시의 여러 인연들이 (서울대를 졸업한 것처럼)와전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교닷컴> 취재결과 와전이 아니라 설정 스님이 직접 서울대 출신이라고 밝히고 관련 자료를 제출한 사실이 여러차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자필이력서 '서울대 농과대 수료' 기재

<불교닷컴>은 서울대 출신이라고 자필로 적은 설정 스님의 이력서를 입수했다. 이력서는 한 사찰의 주지 품신을 위해 손으로 적고 사진을 붙인 것이다. 1944년 출생, 만46세라고 적은 것으로 볼 때 1990년에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력서에는 '1974. 2.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수료'라고 적혀 있다.

1994 <불교신문> 인터뷰 기사 '서울대 농대 졸업'

설정 스님이 공개적으로 서울대 원예학과를 졸업했다고 밝힌 것은 그로부터 4년 뒤인 1994년 중앙종회의장에 나설 때이다. <불교신문>은 의장 당선 인터뷰 끝머리에 "서울대 농대를 졸업했으며 수덕사 주지를 역임했다."고 적었다.

당시 불교신문 관계자는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해외에 있어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학력 작성 경위는 정확히 모른다."고 밝혔다.

이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범죄로 볼 수 있다는 게 법조인의 시각이다.

한 법조인은 "이전에 언론 등에서 설정 스님이 서울대를 졸업했다고 밝힌 적이 없다면 선거를 위해 제출한 이력서 등에 서울대 졸업 사실을 기재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 설정 스님이 허위 사실을 이력서에 기재해 선거에 이용했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당시 한 중앙종회의원은 "서울대 농대 나왔다는 소리는 얼핏들었다. 그게 큰 영향을 미쳤겠냐만 본인이 직간접적으로 서울대 농대 나왔다고 현혹시킨 것은 틀림 없는 사실이고, 보이지 않는 이득을 취한 것도 맞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대 졸업이라고 보도한 이유가 설정 스님이 제출한 이력서 때문인지 등 추가확인이 필요한 대목이다.

방송사에 '서울대 졸업 사진'이라며 제공한 수덕사

설정 스님이 서울대 학력을 직접 주장한 경우는 또 있다. 불교텔레비전(BTN)이 마련한 개국20주년 특집 프로그램인 '뜰앞의 잣나무'-설정 스님편에서다.

방송은 '30세에 검정고시를 거쳐 서울대 원예학과 졸업'이라는 자막과 함께 서울대입구에서 찍은 사진, 학사모를 착용하고 지인들과 찍은 사진 등 5장의 흑백 사진을  보여준다. 사진은 '수덕사 제공'이라고 적혀 있다.

'와전'이라는 주장과 달리 수덕사에서 서울대를 다닌 근거로 방송사에 전달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한 관계자는 "2년 전이라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다"면서도 "서울대 다닌 자료로 활용하라고 수덕사에서 받은 사진이다"고 확인했다.

▲ 설정 스님이 서울대 원예학과를 졸업했다는 근거로 수덕사에서 방송사에 제공한 사진 (불교텔레비전 갈무리)     ▲ 설정 스님이 서울대를 졸업한 근거자료로 수덕사가 방송사에 제공한 사진(불교텔레비전 화면 갈무리)

자서전 '서울대에 다니던 1977년' 명기

설정 스님은 언론 인터뷰기사, 자신의 책 '어떻게 살 것인가' 등에서도 서울대 출신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저서에서는 10쪽에 걸쳐 '서울대에 들어가다'라는 소제목으로 서울대에 입학한 경위와 학교생활을 상세히 적었다.

이 책을 펴낸 출판사도 보도자료에서 "1977년 서울대학교를 다니고 있을 때 벽초 스님(수덕사 2대 방장)이 ‘지금 수덕사가 위기에 처해 있다. 네가 여기서 출가해 자랐으니 이제 여기 있으면서 수덕사를 지켜라.’"라고 적어 언론사에 보냈다.

설정 스님의 의도가 없었다면 방통대가 서울대로 '와전'될 수 없다는 것이 여러증거들에서 드러나고 있다. '허위학력'에서 '학력위조'로 볼 여지가 많은 지점이다.

'허위 학력'에서 '학력 위조'로 번지나

설정 스님은 8일 학력의혹을 해명하는 자리에서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논란을 일으킨 부덕을 참회한다면서도 총무원장 출마 뜻을 고집했다. 계기가 되면 종단의 화합과 발전을 위해 여생을 바치겠다는 것이다.

설정 스님은 자승 총무원장이 이끄는 조계종 중앙종회 최대계파 불교광장이 추대 중인 예비후보자이다.

서울대 원예학과를 졸업했다면서 제시한 학사모 사진. 스스로 서울대 농과대를 수료했다는 자필이력서 등에 대해 문자메시지로 질의했으나 설정 스님은 답변하지 않았다. 8일 기자간담회를 주도한 주경 스님에게 전화했으나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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