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다원 차, 대기업 견줄 녹차 생산 도와야”
“개인다원 차, 대기업 견줄 녹차 생산 도와야”
  • 한유미/한국차심평원장
  • 승인 2017.08.2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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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선생 한유미의 차와 놀자] (7)국민녹차 오설록 세작(1)

우리나라에 안정된 차가공 기술을 가진 회사 ‘오설록’이 있다. 그나마 이런 회사가 하나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오설록은 차를 생산하는 규모나 개척한 역사로 보아 한국을 대표하는 회사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규모로 보나 품질로 보나 차산업계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이 하나뿐이라는 것이 매우 아쉽다.

차는 일반 공산품과는 달리 회사의 규모가 시장 점유율이나 소비자에게 영향력을 규모만큼 미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오설록이 대기업이라고는 하나 차산업계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고 말할 자신은 없다. 이 부분이 일반적인 대기업 상황과 좀 다른 점인데 협소한 녹차 시장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말로 이해하면 좋겠다.

오설록은 가공기술이 홀로 월등히 앞서있다. 같은 업종끼리 협력하면 차시장을 넓히거나 차산업 층이 두터워져 동반 상승 작용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개인 다원과 오설록과의 가공기술 차이가 커서 현재로선 누구라도 업계의 동반자 관계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대기업 오설록, 개인 다원과 동반자 쉽지 않아

사실, 차가공 기술은 공장규모에 절대적으로 의지되는 부분은 아니다. 물론 규모가 크면 투자가 다르고, 투자가 다르면 생산기술에 대한 투자 역시 당연히 갖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차가공이 첨단 설비를 갖추거나 대기업만이 소유하는 어떤 비밀스런 첨단 지식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차의 가공 원리는 대기업 소기업을 가리지 않는다. 가공 자체가 간단하다는 뜻이다.

요즘은 가공기술도 많이 대중화 되어 개인의 노력이나 의지에 따라 원하는 사람은 배울 수 있다. 필자 같은 개인이 가공선생(단순한 경험이 아닌 기술)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보면 알 것이다. 따라서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소규모의 다원도 수십 년의 세월을 단 수년에 만회할 수 있다는 것이 상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만 지식을 바탕으로 한 기술은 그 지식과 경험을 습득하는 과정이 길고(개인차가 크다) 때로는 ‘이루기까지’ 현실적인 이익을 포기해야 할 때가 있는데 그것을 쉽게 놓기가 어려워 성공하는 사람이 드물다. 어떤 분야든 과정의 어려움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오설록과 단기간에 견주어볼 만한 조건을 가진 곳은, 중견 개인 다원도 있지만 그래도 농협이 최상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 역시 미온적이다.

“기술 받아들일 토양이 전혀 갖춰지지 않아”

2003년 심평·가공선생을 하면서 개인 생산자에게 눈을 돌렸다. 기술이 낙후된 개인 다원과 오설록과의 기술 균형을 맞추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했다. 필자에겐 해볼 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정작 함께 갈 생산자들로부터 반발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지식을 응용하는 기술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일 토양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그 문제가 결국 감정적 위협으로 느끼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산기술의 후진성과 품질문제를 처음으로 공론화 시킨 것은 필자였다. 품질 개선을 위한 기술을 받아들일 토양이 전혀 갖춰지지 않았기에 가공기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건 당연했다.

기술의 필요성은 차 판매와 연계되어야 피부로 느낄 터인데 소비자 역시 차의 품질에 대한 판단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모두 변화에 대한 요구를 골치 아프게 생각하고 귀찮아했다. 공신력 있는 행정기관에서 체계적인 교육으로 지도해야 잡음이 없고 이상적이며 기술 전파도 빨랐을 터인데, 개인(필자)이 먼저 손을 대다보니 예기치 못한 풍파로 감정과 세월의 낭비를 피할 수 없었다.

차는 상품이다. 상품은 품질의 기본을 갖춰 그 품질에 맞는 가격과 격에 맞는 대접을 받는다. 그 당연한 상품의 조건을 오설록 혼자 갖추고 있었다. 차를 마시지 않는 사람들도 알 정도의 회사였지만 차계에서 오설록 세작은 저평가 되어 있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우리나라 녹차는 호황기였다. 그러나 그때의 차 가격은 품질에 가치를 두어 책정된 것이 아니었다. 품질을 따진 사람도 없었고, 어떤 문제제기를 할라치면 속된 말로 ‘없어서 못 판다’고 입을 막아버릴 만큼 좋은 시절이었다. 친밀감(이미지)으로 따진다면 개인 다원들이 오설록을 능가했다고 말할 수 있다.

▲ 오설록 홈페이지 갈무리.

오설록 세작은 증제녹차다. 개인 다원 차들의 품질에 비하면 오설록 세작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에 속했지만, 개인적으로 보기에 ‘차계(茶界)’ 사람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전통이란 이름에 근거하여 덖음차·수제차에 길들여져 있어 증제차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던 것 아닌가 한다. 아니면 증제녹차 생산국으로 세계적으로 입지가 굳어진 일본차의 연장선상으로 생각하여 익숙하지도 친숙하지도 않았던 건 아닌가 한다.

일본 심증전차는 우수하지만 2000년도 후반까지도 일본차(가루차가 아닌 잎차)를 마시면 느끼하다고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았다. 폴리페놀이 맛의 핵심이라는 것을 잘 몰랐기 때문에, 가뜩이나 아미노산 함량이 높은 심증전차(일본 증제차)를 물 온도까지 낮추어 우려마시니 느끼했다. 마치 조미료를 듬뿍 넣은 음식처럼 말이다. 또 팥빵의 아주 단 팥을 몇 입 먹었다고 생각해보라 얼마나 느끼할 것인가? 단맛만 많으면 속이 메슥거린다.

오설록 한결 같은 차 생산 신뢰

일본차는 아주 우수한 품질을 가졌지만 제대로 활용을 못해 맛없는 차가 증제차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도 증제차가 생산되기에 자극이 되었고, 좋은 차에 관한한(경제문제에 관한한 국가의 경계를 두지 않음) 나라의 경계를 두지 않는 필자의 시선도 한몫하여, 심증전차의 우수함을 알리고 폴리페놀이 우러나는 온도와 맛의 구성 개념에 대한 글을 쓰며 주변에 많이 알렸다. 2009~10년쯤부터는 일본차의 맛 좋음에 대한 입소문이 서서히 나기 시작했는데 막 불붙으려던 인기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기점으로 싸늘해졌다.

심평선생은 무슨 차를 좋아하냐는 질문을 심심찮게 받는다. 우리나라 차중에 오설록 세작을 가장 즐겨 마셨지만 대답을 피했다. 한결 같은 차를 생산하는 기술을 가진 회사가 있다는 사실이 안심(품질을 위한 가공기술만을 거론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을 주었고, 소비자에게도 알리고 싶었지만 농약파동 등 좋지 않은 일들이 많아 대중의 정서적인 눈치(역효과를 우려)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또 핑계김에 더 많은 개인 다원들의 발전과 판매촉진에 힘을 실어주고 싶은 마음이 앞선 까닭도 있었다.

개인다원 가공기술 습득 시간 주어야

오설록은 필자 같은 사람이 나서지 않아도 판매에 어려움도 없고 어려운 다원도 많은데, 굳이 대기업 광고까지 할 필요가 있냐는 비난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필자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 것도 개인 다원이었다(분명하지는 않지만 감정적으로 공정치 못했던 가장 큰 이유가 먹이사슬 때문은 아니었을까도 생각해보지만).

작은 다원이라고 불리한 것도 아닌데 아무튼 별별 핑계를 끌어들여 오설록에 대한 공개 심평을 자꾸 늦추었다. 규모가 작으면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고 소비자와의 친밀감이 주는 기쁨 등, 장점이 있음에도 그 장점을 활용하려는 ‘생각의 노력’을 하지 않고 스스로 감정에 휩쓸렸다.

심평선생이 차를 추천하는 것은 취미를 가진 일반인이 좋아하는 차를 추천하는 것과 다르다. 감정에 휩쓸린 이유의 바탕에는 직업의식에서 오는 공정성에 대한 의무감이랄까 사명감이랄까, 지금 생각해보면 좋은 것을 좋다고 말하지 않는 것 또한 공정하지 않았던 것인데, 그때는 개인 다원의 가공기술 습득에 무조건 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래의 진짜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라고 당시는 절절히 생각했다.

아무튼 개인 다원의 품질 좋은 녹차, 대기업과 견주어 볼 만한 녹차를 생산케 하거나 발견하여 판매를 돕고 싶었다. 그래서 신선한 차의 대명사로 손색이 없고 품질에 일관성 있는 오설록 세작에 대해 의도적으로 오랫동안 침묵했다. 외부적으로는 침묵했지만 개인적으로 구입해 마시는 것은 자제하지 않았다. 차 한 잔을 들이키면, 그 신선한 향이 코 속에 산바람을 일으켜 뇌가 청량해지고 상쾌하고 맛은 저절로 흥을 돋게 하였다. (5회까지 이어집니다).

차선생 한유미(韓有美)
중국 항주다엽연구소(杭州茶葉硏究所) 심배화 선생에게 차심평(Tea Tasting)을 배웠다. 2003년부터 심평과 가공, 차 고전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 주해서 《육우다경》과 《동다송·다신전》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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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 2017-08-22 13:18:42
한때 녹차를 좋아했는데
비싸서 지금은 안 먹는다.
우전 한 봉지가 몇십만 원 넘고 비싸도 너무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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