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의 공간
봉은사의 공간
  • 김규순
  • 승인 2017.08.16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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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규순의 풍수이야기 111.
▲ 봉은사 현판

조선시대에는 땅에 대한 행정적 번지가 없었다. 행정지번은 일제강점기 때에 수탈을 목적으로 조선총독부에 의해 만들어졌다. 우리나라는 산등성 또는 개천이나 강을 경계로 삼았다. 특히 궁궐이나 관아・향교와 같은 국가시설물이나, 서원・사찰 그리고 묘지의 경우 사신사인 주산・좌청룡・우백호 그리고 안산이 경계였다.

우리 조상들은 공간이란 인공적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구회해 놓은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주산을 기준으로 좌청룡・우백호를 지형이 만들어 놓은 하나의 공간으로 인식했던 것이다. 자연이 만든 공간은 사람에게 안정감과 일체감을 던져주는 효과가 있다.

▲ 봉은사 전경

봉은사의 행정구역은 ‘강남구 봉은사로 531(강남구 삼성동 73)’이다. 경계선은 직선으로 그어져 있는데, 전통적 자연공간은 이미 무시되었다. 소위 근대화의 산물이다. 1973년도의 지형도를 보면 이때까지도 봉은사를 중심으로 좌측과 우측의 능선이 살아 있었다. 개천도 U자 형을 보이고 있어서 풍수지형에 적합한 공간이다. 코엑스가 1988년에 완공 되었으니 이 지도가 그 때 상황을 정확히 설명해주고 있다.

풍수지형에 따르면 사찰은 물을 건너야 한다. 이는 득수지형에서 땅의 기운이 머문다고 믿기 때문이다.

봉은사에서 개천을 만날 수 없으니 속리교나 극락교, 세심교와 같은 부처님의 공간을 만들 수 없다. 성속의 공간이 분리되지 않아 갑갑한 마음이다.

▲ 봉은사의 행정지번의 경계(붉은 선)_출처 다음지도

수도산봉은사라는 현판에서 말하는 수도산은 어디에 있는가? 한국동란 때 미군의 헬기착륙장으로 사용되다가 1976년에 경기고등학교가 이전하면서 수도산은 운동장으로 변한다. 미군헬기장이 떠나고 원상복구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봉은사는 선정릉의 원찰이었기에 봉은사가 소유한 전답과 임야가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 많은 땅을 강남개발이라는 호기를 맞아 땅을 팔아먹은 조계종의 지난 행태가 한심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회한인가? 조상이 남겨둔 공간, 현대인의 고단한 삶을 잠시나마 쉬게 할 부처님의 공간을 야속하게도 없애버렸단 말인가. 잃어버린 부처님의 공간이 너무나 크게 다가온다.

▲ 1973년 제작된 지형도에 나타난 봉은사와 좌우능선
▲ 2004년 제작된 지형도에 나타난 봉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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