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금오산 자락에 향천사가 있다. 예산읍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다. 백제 의자왕16년에 창건된 천년고찰이다. 사찰에 백제시대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역사에서 짓밟히고 망한 나라이니 천년세월을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허나 고려시대의 석탑은 찢겨지고 부서졌지만 간신히 버티고 있어서 고찰의 명맥을 유지시키고 있다.
향천사라는 사찰이름은 향천(香泉)에서 유래한다. 향천이란 향기가 나는 샘물이라는 뜻이다. 기원 설화에는 황금까마귀가 향천을 사찰터로 점지해주었다고 한다. 이 물을 마시고 죽을병을 고쳤다는 내용도 전한다. 사찰이 입지를 정하는 데 물의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가장 고급스런 물이 샘물이다. 두 번째가 강물이고 세 번째가 우물이다. 향천은 향기가 나는 샘물이니 최고급의 물을 가진 사찰이었다. 물은 산의 정기를 품고 있는 물질이다. 옛 풍수 경전에 ‘기(氣)는 물의 모체이니 기가 있으면 물도 있다’고 했으니 샘물을 보고 한 말이다. 그러니 그 물을 마시는 사람은 그 산의 정기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향천사에 ‘향천’이 없다. 동아일보 1926년 9월19일자 기사에 “바로 이 전각(천불전) 근처에 향천(香泉)이 있는데 한번 마시면 정신이 상쾌하고 두 번 마시면 진세의 인연을 잊은듯하며 세 번 마시면 모든 병이 다 소멸되고 상계 인연을 맺은듯하다.”라며 향천을 묘사하고 있다. 향천사에서 향천은 매우 중요한 고갱이이다. 팥빵에 팥이 들어있어야 하듯이, 향천사에는 향천이 있어야 제격이다.
에로부터 이름에는 이름값을 해야 한다고 했다. 공자는 이를 정명(正名)이라고 했다. 향천사가 이름값을 하려면 향천을 발굴하여 복원해야 할 것이다. 향천이 어떤 연유로 사라졌는지 아는 사람은 없다. 사찰의 전 영역을 샅샅이 조사해서라도 복원하여 이름값을 찾아내면 좋겠다. ‘향천’이야 말로 천년고찰의 기원이며 증거일 뿐만 아니라, 향천사의 존재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저널리스트 김규순은 서울풍수아카데미 원장이다. 풍수지리학이 대한민국 전통콘텐츠로써 자리매김하는 방법을 찾아 노력하는 풍수학인이다. 성균관대 유학대학원에서 석사학위 취득. 풍수는 이준기, 김종철, 김대중 선생께 사사 받았다. 기업과 개인에게 풍수컨설팅을 하고 있다. 네이버매거진캐스트에서 <김규순의 풍수이야기>로도 만날 수 있다. www.locationart.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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