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밖에는 아무것도 없는가
마음 밖에는 아무것도 없는가
  • 김광수 한양여대 교수, 정의평화불교연대 공동대표
  • 승인 2017.06.26 15:2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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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심외무물, 마음 밖에 중생도 없을까(上)
▲ 한국불교 적폐청산과 총무원장 직선실현을 염원하는 1인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김광수 교수.ⓒ불교닷컴

1.
불교계 적폐 청산의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그 와중에 이런 교리 이야기를 한다는게 좀 멋쩍기는 하다. 그러나 이 문제는 한국 불교가 어째서 사회적인 일에 무관심하고, 지극히 이기적인 수행에만 관심이 있는가를 설명하는데 중요하다.

“심외무물- 마음 밖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면 마음 밖에는 중생도 없겠구나. 아, 그래서 선종은 중생에게, 세상일에 무관심하구나.. . . ”

많은 사람들이 '일체유심조'라는 교의 때문에 불교에 큰 매력과 관심을 가지고 불교 공부를 시작한다. 나 자신이 그러했고, 주위의 많은 분들이 그러했다. 그리고 지금도 절집에서는 이 “마음이 모든 것을 만든다”는 교의가 철저히 지배하고 있다. 과연 그러할까. 과연 마음이 모든 것을 만드는 것일까. 그러나 나는 상당히 오래 전부터 이 교의에 의문을 품어왔다.

마음이 물질을 만들어 내는 것일까. 흔히 이것을 유심(唯心) 사상이라고도 하고, 이것을 의심하면 불교교리 전채를 불신하는 듯이 취급되기도 한다. 특히 이 사상을 굳건히 믿는 것이 한국 불교의 선종(禪宗)이고, 유식(唯識)사상이다. “오로지 식만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러할까. 얼마 전부터 나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러나 내가 이런 생각을 이야기하면 대개의 불자들은 나를 “큰일 날 생각을 하고 있다”는 듯이 대했다. 불교의 교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자 이제 논의의 중심점은 ① “마음 밖에 따로 물질이 존재하는가”이다. 혹은 “마음 밖에 물질이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마음 만이 존재하는가”이다. 더 나아가 ② “마음이 모든 것을 만드는가”이다. 많은 불자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고있다. 또 그렇게 믿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제 이야기는 지루한 교리 논쟁으로 접어든다.

2.
우선 첫째로, 불교의 기초 교리로 생각해 보자. 불교 인식의 기초는 흔히 6-6법으로 말해진다. ‘안이비설신의’라는 6근(根)이 ‘색성향미촉법’이라는 6경(境)을 만나서 안식이식. . . 6식(識)을 내게 된다. 흔히 이것을 근경식 3사회합이라고 한다. 12연기로 보자면 명색-육입-촉-수(受)의과정이다. 명색(名色) 즉 물질과 정신이 육입(6근 6식을 거쳐서) 3사(三事)화합의 촉을 거쳐서 고락사(苦樂捨)의 3수가 나타난다. 즉 12연기의 수(受), 애(愛), 취(取) 의 과정이 각각 더해져서 합해서 6단계가 되어 6-6법이라고 한다.

눈이 그 대상 형색(모습과 색깔)을 만나서 안식(眼識)이 생긴다는 것은 상식(常識)이다. 그리고 남방불교(상좌부 아비담마)에서는 “대상이 없으면 식(識)이 나올 수 없다”는 것도 기초교리이다.1) 식(識)은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식만 홀로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고 주장하는가? 상호의존을 누구보다도 강조하는 것이 불교 아니던가?

흔히 인간의 식은 6식이라고 하는데,2) 제1식부터 제6식까지 이 식은 대상(對象)이 없이는 생성되지 않는다. 식은 반드시 대상이 있어야만 생긴다. 그것이 부처님 말씀이다. 그 대상은 색성향미촉법의 6경(境)이다. 혹은 6진(塵)이라고도 한다. 이것이 물질 아닌가? 마음 밖에 물질이 있는 것 아닌가? 또 색성향미촉법은 무엇으로 느끼는가? “안이비설신”으로 느낀다, “눈귀코혀몸”은 물질 아니고 무엇인가? 그런데도 어째서 물질이 없다고 하는가? 이 몸은 물질이 아닌가? “몸은 정신의 힘으로부터 생긴다”는 말과 “물질이 아니다. 물질이 없다”는 말은 다르다.

3.
더 자세히 아비달마 불교나 유식 불교를 논하자면, 이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기본적인 것(이것을 법 法 dharma라고 하는데)을 75가지로 분류하는데, 그것은 이를테면 화학의 92 원소들 같은 것이다. 흔히 법이란 “자성이 있는 것, 그 고유의 성질을 가진 최소단위의 것”을 뜻한다. 3)아시다시피, 불교에서는 물질을 색(rupa)이라고 한다. 그리고 아비달마 이론에서는 11가지 색이 있다. 색성향미촉, 안이비설신, 그리고 무표색으로 11가지이다.4)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산하대지는 눈의 대상인 색(좁은 의미의 색-즉 형태와 색깔을 가진-즉 장애(障碍)를 가지고 일정한 위치(位置)를 점유하는)에 해당한다. 유식불교에서도 5위100법 중 물질은 11가지이다. 부처님은 우리 개아(個我)가 오온 즉 다섯가지 쌓임의 무더기로 이루어졌다고 하셨는데, 그 오온 중에서 색(色)이 바로 물질이다. 우리 몸, 즉 육체는 물질이다. 무엇이 이상한가? 물질이 없다는 주장이 이상한 것이지 물질이 있다고 하는 주장이 왜 이상한가.

부처님은 내가 없다고 하신 것이 아니라, 이 “나라고 착각하는 것이 내가 아니다(非我)”고 하셨다. 그럼 진정한 나란 무엇인가, 그것이 있는 것인가? 진정한 나라는 것이 있다는 것도 잘못된 생각이라고 하셨다. 그런 점에서 비아(非我)도 성립하지만, 무아(無我)도 성립한다.

그러나 물질의 경우는 다르다. 이것이 사과가 아니고, 사과라는 선입견이나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점에서는 옳지만, 잠정적으로 많은 사람이 무엇이라고 (옳든 그르든) 생각하는 그 무엇이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부처님은 그것이 “사과”라는 실체(實體)가 존재하고, 그것은 누가 봐도, 언제 봐도 사과이고, 사과라는 고정된 속성(屬性, 자성- svabhava)이 있다는 점을 부정하신 것이지, 거기에 어떤 변해가는 물체가 있다는 점까지 부정하신 것은 아니다. 이 점을 많은 불자들이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그것마저 부정한다면 나는 그것을 신비주의라고 볼 수 밖에 없는데, 적어도 나는 불교에서 신비주의는 배격한다.5)

유명한 이야기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길, 무거운 돌을 강에 빠뜨리고 그것을 기도하여 올라오라고 기도한다고 해서 그 돌이 물 위로 올라오겠는가“ 라고 말씀 하셨다.6) 이것은 정신의 세계 이외에 물질의 세계, 즉 물리학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신 말씀이다. 세계는 정신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그럼에도 물질을 무시한다면 그것은 사물을, 세계를 온전히 본다고 할 수 없다. 부처님은 정신이 사물을 지배하고, 주재하고, 사물의 주인이 된다고 말씀하셨지, ”사물이 없다“고 하지는 않으셨다.

4.
화엄 불교에서도 이 세상을 기(器)세간과 중생세간 그리고 지정각 세간으로 나눈다. 초기경전에도 세상이 태어나는 과정, 4대주가 생기는 과정, 남섬부주의 존재 등이 소상히 나와 있다. 그런데 어째서 물질이 없다는 것인가. 마음 밖에 물질이 없다면 초기경전이나 아비달마에서 말하는 “세상이 생기는 일”, “세상의 성주괴공” 등의 이야기도 다 헛말이 될 것이다 그러나, 물질이 성주괴공한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경전에서 강조하고 있는 사상 아닌가.

아함의 기세인본경, 소연경 등에서는 세계의 창조를 말하고 있다. 그러니 “마음 밖에 물질이 없다”면 이런 이야기는 모두 틀린 이야기가 된다. 불경을 모두 틀리다고 하고 단지 심외무물(心外無物)이라는 조사의 일구만이 옳다고 할 것인가. 그러므로 우리는 조도문(祖道門)에서의 일구를 새겨서 들어야지 그 글자 그대로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그 점을 누구보다도 경계한 것이 또한 선종이다.

“나도 없고 너도 없다”고 할 때 그 깊은 뜻을 새겨 들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중생도 없고, 세계도 없으니까 나만 깨달으면 모든 것이 성취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선종을 잘못 이해하는 커다란 병폐이다. 이것이 구태여 이 글을 쓰는 이유이다. (계속됩니다.)

1)남방불교 전문가이신 각묵 스님 강의를 들어보면 이 표현은 상당히 반복되어 나온다.
2)유식불교에서는 제 6식 의식을 더욱 세분하여서 6,7,8식, 즉 제6의식, 제7말나식, 제8 아뢰야식으로 세분하였다. 우리가 흔히 마음이라고 할때는 즉 이 6,7,8 식을 가리킨다. 6,7,8식이라고 하지만 통합하면 제6식이다.
3)아비달마 불교를 이어받은 유식불교에서는 이를 5종류의 100가지로 분류한다. 즉 5位100法이라고 한다.
4)무표색을 유식에서는 법처소섭색이라고 표현한다.
5)나는 ①신비주의자와 논의할 생각은 없고, ②불교는 절대로 신비주의가 아니며 ③ 불교는 신비주의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6)중아함 가미니경


김광수/정의평화불교연대 공동대표, 한양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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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식이 2017-07-10 14:17:31
색성향미촉법은 무엇으로 느끼는가? “안이비설신”으로 느낀다, “눈귀코혀몸”은 물질 아니고 무엇인가? 그런데도 어째서 물질이 없다고 하는가? 이 몸은 물질이 아닌가?
------ 참으로 괴상한 발상입니다. 그럼 눈귀코혀몸은 왜 나누어져 있지요?
눈귀코혀는 없고, 그냥 몸만 있으면 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