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종류의 기적
두 종류의 기적
  • 강병균 교수(포항공대)
  • 승인 2017.06.08 09:08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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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강병균의 '환망공상과 기이한 세상' 154.

종교(신 참나 주인공 등 초월적 존재)는 어마어마한 능력을 자랑한다. 죽은 사람을 살리고 구름을 가르고 비를 내리고 문둥병을 고친다.

그런데 종교가 하지 못하는 일이 있다. '부러진 이빨을 붙인다. 빠진 이를 다시 나게 한다. 썩은 이빨을 정상으로 바꾼다. 산산 조각난 등뼈를 원상복귀 시킨다. 잘려나간 척추신경을 다시 자라게 한다. 잘려나간 팔·다리·손가락·발가락을 다시 자라게 한다. 잘려나간 목을 다시 붙인다. 빠져나간 안구를 다시 자라게 한다. 대머리의 머리가 다시 나게 한다. 적출당한 폐·간·방광·콩팥·심장이 다시 자라게 한다. 파열된 심장동맥을 다시 붙인다. 터진 뇌 핏줄을 다시 붙인다. 죽은 뇌세포를 다시 살린다.'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종교가 이런 일은 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기적은 두 종류로 분류되어야 마땅하다.

첫째는 종교가 할 수 있는 기적이고, 둘째는 '종교가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기적이다.

두 번째가 기적인 이유는 전능한 존재가 어떤 일을 하지 못한다면 기적이기 때문이다. 본시 기적이란 불가능한 일이 일어나는 걸 일컫기 때문이다. 전지전능한 존재가 모르는 게 있고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면, 진정 기적이 아니겠는가?

필시 이것이 최고의 기적일 것이다. 종교가 어떤 일을, 예를 들어 위에 거론한 일들을, 못하는 건 진정한 기적을 보여주기 위한 것일 것이다. 본시 할 수 있는 걸 하는 건 이에 비하면 별게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불교는 다르다. 부처도 할 수 없는 게 있다고 한다. 소위 부처 삼불능(三不能)이다. 첫째로, 부처는 인연 없는 중생은 구하지 못한다. 둘째로, 부처는 모든 중생을 일시에 구하지 못한다. 셋째로, 부처는 다른 중생의 과보는 어쩌지 못한다.

그런데 부처도 못하는 일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불교도 무리들이 있다. 소위 '주인공'주의자 또는 '참나'주의자들이다. 이들은 주인공 참나는 모든 걸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주인공과 참나 역시 이 글 모두(冒頭)에 언급한, 빠진 이빨과 잘려나간 팔과 대머리의 머리가 다시 자라게 하지 못하는 걸 보면, 이들도 기적을 행하고 있다. '전지전능한 이가 특정한 일은 하지 못하는' 기적을!

'주인공이 모든 걸 할 수 있으니 모든 걸 주인공에게 맡기라'고 가르치던 그리고 본인은 주인공을 찾았다는, 한마음선원 창시자 대행 스님은 치과치료를 받았다. 그런데 그 치료가 부실했다. 그래서 볼이 움푹 들어갔다.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주인공이 자신의 임무를 태만히 한 것이다. 진정한 기적이다!

진실로 삼천대천세계는 기적으로 가득하다. 해도 기적이고 못 해도 기적이다!

훗날 과학이 발달하여 모두에 언급한 일들을 성취하게 되면 종교는 외칠 것이다.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신과 참나 주인공은 더한 걸 할 수 있어. 그리고 인간이 그런 일을 할 수 있은 것은 신이 인간을 창조할 때 그런 능력을 부여했기 때문이야. 인간은 자기 안에 숨어있는 참나 주인공에게 있는 무한한 능력 중 하나를 발견했을 뿐이야." 이런 신 참나 주인공은 부하가 세우는 공마다 자기가 한 거라고 가로채는 상사와 뭐가 다를까?

인간의 역사는 기적의 역사다. 과거에 불가능했던 걸 가능하게 만들어온 역사다. 간·심장 등 장기이식수술 등을 통해서 전에는 죽을 수밖에 없던 사람들을 살린다. 또 우주가 생긴 이래로 어느 종교인들도 갔다오지 못한 달에 사람을 보냈다.

인간이 만들어온 기적은 구체적이고 자연의 이치를 이용한 것이다. 모든 인간이 기나긴 세월을 협심하여 이룩한 것이다. 이에 비해 종교적 기적은 개인적이며 즉각적이다. 혼자서 소원을 빌며 기도하면 어느 날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그렇게 되어야 하는 이치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신과 참나 주인공의 뜻일 뿐이다. 그러니 설사 기적이 이루어진다한들 다른 데다 응용할 수도 없다. 자연법칙을 따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과 참나 주인공은 자연을 초월한 존재이므로 그냥 기적을 일으킬 뿐이지 (인간이 따라할 수 있는) 어떤 자연법칙을 행사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란다. 물론 종교인들의 주장일 뿐이다.

자연법칙은 평등하지만 종교는 불평등하다. 특히 종교인들이 그렇다.

   
 

서울대 수학학사ㆍ석사, 미국 아이오와대 수학박사. 포항공대 교수(1987~). 포항공대 전 교수평의회 의장. 전 대학평의원회 의장. 대학시절 룸비니 수년간 참가. 30년간 매일 채식과 참선을 해 옴. 전 조계종 종정 혜암 스님 문하에서 철야정진 수년간 참가. 26년 전 백련암에서 3천배 후 성철 스님으로부터 법명을 받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은 석가모니 부처님이며, 가장 위대한 발견은 무아사상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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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석 2021-12-14 13:55:32
역시 시원합니다! 이같이 할 수 있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인간으로서의 직무유기이죠.

ㅎㅎㅎ 2017-06-09 23:33:30
이분 무협지를 너무 많이 읽었나봐 ㅎㅎ
구원해줄 구세주는 교회에 가셔야해요
불판에서는 구세주 없습니다.
고수? 없습니다.
님이 있다고 생각하는거 모두 없애세요 ㅎㅎ

초심자 2017-06-09 21:19:36
오늘은 여러가지로 글이 재미있네요.
인간이 만들어낸 기적이 참으로 놀랄만하지요. 수긍합니다 한데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과학의 발전으로 잘사는 나라가 되었지만, 그반대로 부정적인 측면도 만만치가 않아요.
자살률도 높아졌고,환경적인 공기오염과 물의 오염,그리고 실업률증가로 결혼하지 않겠다는 청년들도 많아졌고, 노인들의 빈곤문제등등
혹부리영감이 과거에는 혹하나만 제거하면, 아주 행복할것 같았는데, 요즘세상에 혹하나 제거하는것 병원에서 쉽계 하잖아요? 그래서 요즘 현대인이...강교수님처럼 기적이라고 생각한다면, 아주 행복해야 하는데...거기서 만족을 하나요?
각설하고...
한시라도 빨리 강호의 고수가 나타나야 할것 같아요.
이불교계에도 좀더 강력한 인류을 구원해줄 ...그런 부처님같은 수행자가 나타나셔야해요!

初心 2017-06-09 17:37:34
개념 정의 상 참나는 '모든 것'이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논리적으로는 논파가 불가능하다.
논파했다고? 그것도 참나의 작용이다.
강병균 교수가 참나를 부정하기 위해 쓴 모든 글이
다 참나의 작용이다.
다 참나를 반증한다.

강 교수는 2017-06-09 15:21:57
어디서 첫단추를 잘못 끼웠길래 불교가 산으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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