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부리 영감
혹부리 영감
  • 강병균 교수(포항공대)
  • 승인 2017.05.29 16:16
  • 댓글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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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강병균의 '환망공상과 기이한 세상' 153.

혹부리 영감에 대한 재미나는 전래동화가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목에 혹이 달린 영감이 산에 나무를 하러 갔다가 날이 저물어 묵을 곳을 찾다가 빈집을 발견하고 하룻밤을 쉬기 위해 들어갔다. 혼자 심심해서 노래를 부르자, 근처에 있던 도깨비들이 그 소리를 듣고 몰려왔다. 노래에 감동한 도깨비 두목이 "영감, 그 고운 노랫소리는 어디에서 나오는 거요?" 하고 물었다. 영감이 "목에 달린 혹에서 나오는 것이오"라고 대답하자, 도깨비 두목은 보물을 줄 테니 그 혹을 자기에게 팔라고 하며 보물을 주고 혹을 떼어 갔다. 이렇게 해서 영감은 혹을 떼고 도깨비가 준 보물로 부자가 되었다.

이웃에 살던 다른 혹부리 영감이 소문을 듣고 샘이 나서 일부러 그 빈집을 찾아 들어가 밤이 되기를 기다려 노래를 시작했다. 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그 소리를 듣고 도깨비들이 몰려 왔다. 도깨비 두목이 그 노랫소리가 어디서 나오는 것이냐고 묻자 영감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혹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도깨비 두목은 "그전에 어떤 영감이 와서 거짓말을 하더니, 너도 거짓말을 하는구나" 하면서 전에 속아 산 혹을 그 영감의 목 반대쪽에 붙여 주어서 결국 이웃집 혹부리 영감은 혹을 하나 더 달게 되었다.

이 동화는, 혹 떼려다 오히려 혹을 하나 더 붙이는 이야기이다.

어떤 남자는 성욕을 해결하려다 평생 여자의 노예가 된다. 어떤 여자는 물욕을 해결하려다 평생 남자의 노예가 된다. 두 경우 다 하나의 혹을 떼려다 오히려 다른 혹을 하나 더 붙이는 셈이다.

사람들은 그릇된 방법으로 부와 권력을 얻으려다 부와 권력은커녕 늙음과 불안을 얻는다. 젊음과 마음의 평안을 잃는다. 마음도 황폐해진다.

첫 번째 혹부리 영감은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닐 수 있다. 정말로 자기 노래가 혹에서 나왔다고 생각할 수 있다. 옛날 사람들은 성대의 기능을 몰랐기 때문이다. 특히 깊은 산골에 사는 무지한 시골사람이라면 더욱 그랬을 것이다. 기원전 3000년에 이미 대문명을 이룬 이집트도, 기원전 500년경의 과학의 아버지 아리스토텔레스도, 동양문화의 시조인 인도와 중국도, 뇌의 기능을 몰라서 생각과 의식은 심장의 기능이라고 생각했으니, 그리고 심지어 지금도 그리 생각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으니, 혹부리 영감처럼 혹에서 노래가 나온다고 생각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종교인들은 인간의 길흉화복이 신이나 전생의 죄(業)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말을 믿고 따르다가 패가망신을 하는 사람들이 무수하다. 서로 자기가 믿는 신이 진짜고 상대방이 믿는 신은 가짜라고 전쟁을 벌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날아가고 재산이 파괴되는 끔찍한 재앙을 맞는다. 기독교와 이슬람이 벌인 성전(聖戰 crusade jihad)에 참여한 신심 깊은 사람들은 그 신심으로 인하여 창·칼·총·폭탄에 찔리고 맞아 사지가 잘리고 배와 머리가 터져 내장과 뇌수를 흘리며 차가운 별빛 아래서 몹시 고통스럽게 죽었다. 그런데 적어도 둘 중의 하나는 망상 속에서 헛되이 죽는 것이 분명하고, 제삼의 종교가 보기에는 둘 다 망상 속에서 죽는 것이다.

행복은 신과 전생으로부터 온다고 믿고 주장하는 종교인들이 첫 번째 혹부리 영감이고(이런 종교인들 중에는 행복하게 살다 죽는 이들이 제법 많다. 아들딸 자식을 많이 낳고 여러 부인들 틈에서 천수를 누리며 행복하게 살다 죽는 사자(獅子)들도 많다. 하지만 이들의 행복은 누·물소·얼룩말 들에게는 불행이다), 그들에게 넘어가 그 말을 믿고 따르다, 종교전쟁에 말려들어가 불구가 되거나 참혹한 전쟁터에서 비참하게 살해당하는 사람이 두 번째 혹부리 영감에 해당한다. 너무 급하게 지구 종말의 날을 예언했다가 예언이 빗나가는 그리고 그 예언을 계속 뒤로 늦추고 계속 빗나가는, 그러다 급기야는 집단자살을 하는, 사이비종교인들과 그 추종자들이 가장 비극적인 경우다.

도깨비는 우리 마음이다. 어떤 사람들은 잘못된 생각으로도 별 어려움이 없이 행복하게 산다. 그리고 또 어떤 사람들은 올바른 생각으로도 온갖 고초를 겪으며 불행하게 산다. (독립운동가들은 가문이 풍비박산 나고 온갖 가난·질병·고문에 시달리다 죽었다. 많은 경우에 그 가족과 후손들도 같은 운명이었다. 오히려 교통사고를 당하는 게 훨씬 이익이다. 잘하면 엄청난 보상금을 받아 최소한 남은 가족은 물질적인 보상을 받는다. 심지어 존경을 받는 경우도 있다. 참으로 기이한 세상이다.)

혹(lump)은 잘못된 생각이다.

운동선수들의 터부가 이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빨간 빤쓰를 입으면 홈런을 친다고 생각한다. 빨간 빤쓰를 안 입고 가면 홈런이 안 나온다. 하지만 사실은, 안 입은 빤쓰가 홈런을 막는 게 아니라, 빨간 빤쓰를 안 입으면 홈런을 못 친다고 믿는, 자기 마음이 홈런을 막는다. 그런 터부가 없는 사람에게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수풀 속의 알록달록한 줄무늬를 보고 호랑이인 줄 알고 놀라 심장마비로 죽는 것과 같은 일이다. 고양이를 호랑이로 착각한 어리석은 마음 탓이다.  

평생 빨간 빤쓰를 입은 홈런왕은 행복하게 살다 가지만, 그를 따라하면 혹시 홈런을 잘 칠까 하고 빨간 빤쓰를 입은 평범한 다른 선수는 이중으로 불행해진다. 없는 실력으로 인하여 (언제 쫓겨날지 몰라 항상 마음을 졸이느라) 이미 충분히 불행한 데다, 행운의 (빨간 빤스) 신에게 버림받았다는 생각으로 더욱더 불행해진다.

이 모든 망상에 대한 치료약이 지혜이다.

   
 

서울대 수학학사ㆍ석사, 미국 아이오와대 수학박사. 포항공대 교수(1987~). 포항공대 전 교수평의회 의장. 전 대학평의원회 의장. 대학시절 룸비니 수년간 참가. 30년간 매일 채식과 참선을 해 옴. 전 조계종 종정 혜암 스님 문하에서 철야정진 수년간 참가. 26년 전 백련암에서 3천배 후 성철 스님으로부터 법명을 받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은 석가모니 부처님이며, 가장 위대한 발견은 무아사상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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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 2017-06-03 22:31:27
참으로 사람의 목숨은 짧으니 백살도 못되어 죽습니다
아무리 더 산다해도 결국은 늙어 죽는것입니다
내것이라고 여겨 슬퍼하지만, 소유란 영원한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덧없는것이라 보고 ,재가의 삶에 머무르지 마십시요
이것이 내것이다라고 생각하지만,죽음으로서 그것을 잃게 됩니다
현명한 님은 이와같이 알고 내것이라는것에 현혹되지 말아야 합니다

꿈속에서 만난 사람을 잠에서 깨어난 사람이 다시 볼수없듯,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 세상을 떠나면, 다시는 그를 볼수 없습니다
살아서 이름이 불리던 사람들은 눈으로 볼수 있고 목소리를 들을수 있지만
그들이 죽어버린다면 이름만이 남아 있을뿐
내것이라는 것에 탐욕을 부리면, 걱정과 슬픔과 인색함을 버리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안온을 보는 성자는 소유를 버리고 유행합니다
홀로 명상하며 유행하는 수행승이라면, 정신적으로 멀리 여윔을 좋아하고
자신을 존재의 영역에 들어내지 않는것이 어울립니다
성자의 삶을 사는자는 어디에도 머무르지 않고,결코 사랑하거나 미워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슬픔도 인색함도 연꽃잎위의 물이 물방울에 더렵혀 지지 않듯이
그를 더럽히지 못합니다

연꽃잎위의 물방울이 묻지 않듯, 연꽃위의 물방울이 더렵혀지지 않듯, 본것이나
들은것이나 인식한 것에 성자는 더렵혀 지지 않습니다
청정한 님은 본것이나 들은 것이나 인식한 것으로 청정을 생각하지 않으며,
다른것에 의해서 청정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는 탐착하지 않고 탐착을 떠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독해도우미 2017-06-03 14:43:02
헌 매뉴얼을 제대로 쓰자고 하는 것 아닌가?

-- 글쎄? 매뉴얼을 제대로 알고는 있는가? 근데 "뿔교" 운운하는가?

기존불교의 정당한 평가가
현 조계종단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말하는 것인가?

-- 지금 교리 이야기 하고 있는 중이라네.

설마 그렇다면 좀 황당한 불자일 터이니 내다 버리면 되는 것이고,

-- 황당하군. 누가 누굴?

혹시 한국불교의 일부 비-불교 반-대승의 힌두적 작태를 말하는 거라면
현재 벌어지고 있는 현실 부조리들에 대한 우선 순위적, 선별적 고민이 없는 것이죠.

-- 어이가 없네? 달라이 라마의 여래장 사상도 "비-불교 반-대승의 힌두적 작태"지?

한국불교의 정당한 평가를 향한
노력을 도와주는 분들이 생각보다 적은 것을 보면

-- 근본주의자들은 가만히 있는 것이 돕는 건 줄을 알 필요도 있건만.

적어도 80 대 20 정도의 지지가 있어야 희망이 있을 터인데
50 대 50, 아니 30 대 70으로 회색분자들의 물타기가 많은 걸 보면 조계-불자는 더 이상 늘리가 없을 듯.

-- 조계불자가 늘기를 자칭 초기불자들이 정말 바라는가? 웃어도 되는가?

점 보고, 굿 하려고 다니는 분들 말고는 말이외다. 조계종은 사판승들만 있는 종단인가?

-- 당신은 사판승만 관심사인가? 나는 사판승에는 거의 관심이 없네만?

새로운매뉴얼? 2017-06-03 09:45:22
헌 매뉴얼을 제대로 쓰자고 하는 것 아닌가?

기존불교의 정당한 평가가
현 조계종단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말하는 것인가?
설마 그렇다면 좀 황당한 불자일 터이니 내다 버리면 되는 것이고,
혹시 한국불교의 일부 비-불교 반-대승의 힌두적 작태를 말하는 거라면
현재 벌어지고 있는 현실 부조리들에 대한 우선 순위적, 선별적 고민이 없는 것이죠.
한국불교의 정당한 평가를 향한
노력을 도와주는 분들이 생각보다 적은 것을 보면
적어도 80 대 20 정도의 지지가 있어야 희망이 있을 터인데
50 대 50, 아니 30 대 70으로 회색분자들의 물타기가 많은 걸 보면 조계-불자는 더 이상 늘리가 없을 듯.
점 보고, 굿 하려고 다니는 분들 말고는 말이외다. 조계종은 사판승들만 있는 종단인가?

강진바다 2017-06-03 01:46:56
강진바다는 경남 남해군 설천면 앞에 있는 바다 이름입니다.
가을이면 달빛에 젖은 고요한 아름다움은 극치를 이룹니다.
그리고 경남 남해군 설천면에 대국산성이 있습니다. 가을이면 남해 해안선이 굽어펼쳐지는 아주 멋진 곳입니다. 방문해 보시길...

지나가다가 2017-06-02 21:33:37
강진바다는 ...강진에 바다가 있다는 생각 해본적 없는데..어떤가요?
월출산이 강진과 영암에 걸쳐 있지요 아마?
강교수님의 글은 약간은 기이하지만...재기발랄하고, 재미있어요.
앞으로 기대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건필하십시요. 날이 점점 더워지고 있습니다.
건강 유의하시고, 항상 좋은글,많이 올려 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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