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물 판단 기준은 성분, '물겨루기'해야"
"찻물 판단 기준은 성분, '물겨루기'해야"
  • 한유미 차선생
  • 승인 2017.05.10 10: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차선생 한유미의 차와 놀자] (3) 차와 물, 그 잔잔한 함영(涵泳)의 즐거움에 노닐다(상)

# 물나르기

당대(唐代)에 물나르기(물 배달)는 대유행이었다. 물나르기는 관청에서 은병(銀甁)을 준비하여 매년 공차를 만들었던 절강 장흥현 탁목령 금사천 물을 담아 임금에게 배달하는 것이었다. 장흥현은 자순차 생산지였다. 육우 역시 물을 중요시하여 등급을 나눴다.

여러 사람들 중에서도 당대 시인으로 유명했던 이덕유는 육우가 제2의 물이라고 칭찬한 무덕현 혜산천의 물을 좋아해 병에 걸릴 지경이었고, 특별히 남령수를 좋아하여 장안에서 배달해 먹기까지 했다니 민폐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물병이 깊었다고 해야 할지 차병이 심하다고 해야 할지. 예나 지금이나 미친 듯한 열정과 역동성이라는 병에 앓아보지 않고는 얻고자 하는 바를 이룰 수 없는 것은 생활의 진리인 모양이다.

장우신의 『전다수기』에 “육우가 일찍이 말하기를, ‘차를 끓이는 것은 차가 생산되는 곳에서 끓이면 좋지 않을 수가 없다. 대개 물과 흙이 맞기 때문이다. 또 다른 곳의 물을 쓰면 물의 공은 반으로 줄어든다’라고 했다. 이 말은 정말 맞는 말이다”고 했다.

차가 생산되는 지역에서 나오는 물이 최고이며 물의 중요성이 차에 못지않다는 인식이다.

차를 마시는 방법과 생산지의 부상에 따라 당연히 물에 대한 선호도 시대마다 달랐다. 송대에는 푸젠성(복건성)이 공차 산지가 되면서 물이 좋기로 소문난 건양이나 단산이 급부상했다. 건양이나 단산은『동다송』에도 등장한다.

초의의『동다송』 43구에서 돌을 쪼아 만든 그릇에 유천(乳泉)을 끓여 홍현주에게 올리고 싶은 소망과 자랑을 숨기지 않았다. 좋은 물을 가진 것은 자랑할 만한 차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 물나르기 할까, 물겨루기 할까.

일반적으로 ‘좋은 물’은 미네랄 성분의 균형이 맞는 물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맛있는 물’은 달면 좋다고 한다. 그러나 생수로 마셨을 때 좋거나 맛있는 기준들이 우리가 필요로 하는 차에 꼭 적합한 것은 아니다. 또 생수로 마신다고 해도 성분에 따른 기능적인 효능이 사람에 따라 달라 좋은 물과 맛있는 물을 정의하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물은 끓이면 성분 변화가 극심하다. 더더욱 차는 뜨거운 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냉수로 마실 때의 맛 기준이 해당되지도 않는다. 요즘 우리나라는 예전에 좋다고 했던 약수(산물)가 오염으로 세균이 많아 식수로도 사용할 수 없는 곳이 많다. 또 냉수로 마셨을 때 좋다는 사찰의 물들 중에는 철비린내 나는 물도 많아 공기 좋고 산천 좋은 것으로 찻물을 선택할 일도 아니다.

그렇다면 찻물 선택의 기준은 무엇일까? 녹차라면 우리도 차의 산지에서 나는 물을 사용해야 할까? 보이차라면 중국 운남에서 물 배달을 시켜야 할까?

당나라 장안까지 물을 배달시킨 이덕유만큼의 권세와 능력이 없어도 시대가 주는 문명의 풍요 속에서 그의 찻병, 물병의 호사스런 행복에 버금갈 다양한 선택과 혜택을 우리도 누릴 수 있다.

도시의 편의점과 백화점, 도처에 물을 살 수 있는 샘을 끼고 사는 호사를 누리고 있으니 되레 이덕유가 부러워해야할 일인 듯싶다. 차의 생산지와 상관없이 또는 등산객들로부터 입소문난 곳의 물을 나르기 하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찻물의 판단 기준은 성분이다. ‘물나르기’가 아니라 ‘물겨루기’가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물은 경수(센 정도)와 연수(부드러운 정도), 맑고 탁한 것에 따라 차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물이 가볍고 무거운 것은 광물질의 포함 정도에 따른 것이다. 철 함량이 많은 물은 차의 탕색을 어둡게 하고 비린내와 쓴맛을 낸다. 특히 물은 차의 탕색과 향기, 맛에 큰 영향을 미친다.

찻물 선택의 절대적 기준(총경도)은 칼슘과 마그네슘이다. 생수통 어디나 성분이 잘 표기되어 있다. 범위가 넓고 같은 상표라도 한곳에서만 생산되는 것이 아니다보니 차이가 좀 있을 수 있으나 어찌할 도리가 없고, 일반인들이 차를 마시는데 장애가 될 정도의 차이가 클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물에서 칼슘의 농도가 높으면 약알칼리를 띤다고 하며 마그네슘은 쓴맛을 나타낸다. 이 두 성분은 다 알칼리염 쪽에 속한다. 다른 성분들은 일단 무시해도 좋다.

찻잎의 탕색은 ph의 높낮이에 따라서도 영향이 크다. 차의 맛과 관계있는 아미노산과 카페인도 물의 경도에 따라 우러나오는 것이 달라진다. 아무튼 경도가 강한 물은 차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귀뜸만 남긴다.
 

차선생 한유미(韓有美)는

중국 항주다엽연구소(杭州茶葉硏究所) 심배화 선생에게 차심평(Tea Tasting)을 배웠다. 2003년부터 심평과 가공, 차 고전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 주해서 《육우다경》과 《동다송·다신전》 이 있다.

[불교중심 불교닷컴. 이 기사에 대한 반론 및 기사제보 mytrea70@gmail.com]

 

"이 기사를 응원합니다." 불교닷컴 자발적 유료화 신청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11길 16 대형빌딩 4층
  • 대표전화 : (02) 734-7336
  • 팩스 : (02) 6280-25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만
  • 대표 : 이석만
  • 사업자번호 : 101-11-47022
  • 법인명 : 불교닷컴
  • 제호 : 불교닷컴
  • 등록번호 : 서울, 아05082
  • 등록일 : 2007-09-17
  • 발행일 : 2006-01-21
  • 발행인 : 이석만
  • 편집인 : 이석만
  • 불교닷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불교닷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san2580@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