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행과 종단사는 불이(不二), 절체절명의 심정”
“선수행과 종단사는 불이(不二), 절체절명의 심정”
  • 서현욱 기자
  • 승인 2017.05.04 16:25
  • 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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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허 스님 “출가자 급감·불자 감소 조계종은 비상시기”
청정승가 구현·직선제 토론회 “봉암사 결사 정신 회복해야”
▲ 전국선원수좌회는 지난 4월 29일 봉암사에서 청정승가 구현과 직선실현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불교닷컴

“우리(선원 수좌) 스스로 책임과 과오가 없어서가 아니다. 선수행과 종단사가 둘이 아니라는 절체절명의 심정에서 노파심절한 마음으로 간절하게 충언하는 것이다.”

전국선원수좌회 학술위원장 범허 스님은 지난 4월 29일 문경 봉암사에서 열린 ‘청정승가 구현과 직선제 실현을 위한 토론회’에서 수좌들이 종단 문제에 관심을 갖는 이유를 이 같이 설명했다.

이날 범허 스님은 수좌회를 대표해 ‘조계종의 현실진단과 개선방향’을 발표했다. 범허 스님은 자신의 발제를 선원 수행의 성찰과 한국불교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는 선원 수좌들의 수행과 실참이 일신의 해탈에 매몰돼 세상을 향한 구세대비의 교화가 결여 되어 있음을 통찰했다. 또 현재 조계종단은 ‘위기상황’으로 진단했다. 출가자 급감과 불자 300만 명 감소는 수행과 교화의 실패를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한국불교 마지막 보루라 할 정신과 실천 갖췄나”

우선 범허 스님은 ‘선원 수행의 성찰’을 통해 “사상과 실천의 위기에 처한 한국불교의 한 모퉁이에서 그나마 선원을 한국불교의 마지막 보루”라며 “물질문명의 위기에서 수많은 대중이 안거 수행을 하는 전통은 분명 자랑할 만하지만, 정신사상과 실천의 무기를 모두 갖추고 있는 지 성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형적으로 안거마다 2천여 수선대중이 운집하고, 재가자들이 간화선 프로그램에 참여하지만 간화선의 위기는 간화선 자체가 아닌 ‘수행자의 문제’로 보아야 할 것 같다.”면서 “최상승을 표방하며 실참실구하는 간화행자들의 의식과 수행방법이 간화정종의 지남에 의해 수행의 가품을 삼는지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스님은 “간화의 물음이 삶의 전체를 풀어내는 보편적인 방법론으로 서지 못하고, 적정무사에 안주하며 선미를 집착해 일부 수행자의 도피적 방편으로 전락되고 잇다는 말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고 자기 비판했다.

“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봉암사 결사 정신 회복”

범허 스님은 “‘선농겸수’의 전통을 상실하고 생산 활동에 종사하지 않고 좌선만 최고 수행이라는 의식에 빠져 의식주를 오직 시주에 의존하는 선원 풍토가 건강한 것인지”를 되물었다.

그러면서 “선과 노동이 둘이 아닌 수행풍토를 조성하고, 먹거리를 최소한 우리가 해결하며, 잉여생산물은 단월(시주자)과 사회로 회향해야 한다.”며 “부처님 법대로 살자고 서원한 봉암사 결사는 생명의 근원을 체달하려는 수행납자가 최소한 정신적 물질적 생산 산업에 종사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당연한 일”이라며 “선농일치의 수행가풍으로 생산 활동에 종사해 자립적 풍토를 조성해야 외부로부터 존중과 후원을 떳떳하게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고 직언했다.

범허 스님은 ‘청빈의 승풍 회복’도 주문했다. 스님은 “수행자는 윤리적 긴장과 절제가 필요하며, 세속이 물질적 풍요를 구가하고 쾌락 풍조에 오염되었다고 하여 출가수행자의 생활행태가 무비판적으로 세태를 흉내 내면 수행가풍이 아니다.”며 “수행자 스스로 청빈의 가풍을 견지하지 않고서는 일체의 물질적 장애로부터 해방될 수 없으며, 단월(시주자)들의 공양을 수용할 자격이 없어질 것이다.”고 경고했다.

“앉아서, 급변하는 현실 도외시하면 여법한가”

범허 스님은 ‘실참위주 좌선일변도의 수행풍토’를 선수행의 대표적 문제로 지적했다.

스님은 “선 수행자들이 선은 오로지 실참으로 깨우쳐야 한다는 깨달음절대주의에 빠져 있다.”며 “깨닫기 전에 오직 앉아서 참구하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는 극단적인 수행행태는 일종의 편향적 시각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원 바깥 대중은 실참대중에게 불교의 세계관이 정ㄹ비되지 못하여 선학이론에 무지하며, 일신의 해탈에 매몰돼 세상을 향한 구세대비의 교화가 결여되어 있다고 비판한다.”면서 “선종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선지와 더불어 교학에 능통하지 않은 역대 선사나 조사가 거의 없고, 계현 선사는 참구와 학문을 겸수하라고 지시하고 있다.”고 했다.

범허 스님은 “수행은 선교겸수에 입각해 참구와 학문을 지혜롭게 균등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동중수행(動中修行)의 강화’를 요구한 범허 스님은 “선원의 수행은 좌선일변도의 정진분위기 속에서 동중공부에 면역을 전혀 키우지 않았다.”며 “급변하는 세상의 현실을 도외시하고 흑산귀굴에 오래 앉아만 있으면 정진을 여법하게 하는 것이라며, 이런 살림살이가 뒷날 조실이 되고 방장이 되는 지름길이라고 착각하는 납자가 있다면 한심스런 일이다. 이렇게 해 지도자가 되더라도 무슨 안목으로 세상을 구하고 대중을 깨우치게 할 수 있겠냐.”고 했다.

이에 스님은 수좌들에게 ‘수행과 인격이 일치하는 해행상응’을 주문했다. 그는 “수행과 인격이 일치하지 못한다는 현실은 매우 비관적이지만, 입만 열면 조사선 전통을 들먹거리듯이 행동 하나 하나에 조사를 지향하는 납자로서의 인격이 구비되어야 한다.”고 했다.

스님은 “무엇이 불법의 바른 뜻인가를 묻는 인식론적 물음과 역사를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른 삶인가라는 실천적 물음이 통일되어야 한다.”며 “선이 적정무사의 경계에 안주하지 않고 사회와 역사를 계도하고 중생을 향해 깨달음의 메시지를 드날리며, 나아가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진취적 방향을 나아가도록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했다.

선원과 수행자들에 대한 현실을 비판하며 자기 참회를 한 범허 스님은 현재 조계종단에 대해 성찰하면서 위기 극복 방안을 모색했다.

범허 스님은 ‘한국불교, 조계종은 비상시기’라고 보았다. 스님은 “내적으로 출가자 급감, 외적으로 불자 감소 위기에 처한 조계종은 외형적 발전과 물질적 풍요로 인해 엄청난 위기임을 실감하지 못하고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스님은 “대처식육이 만연해 청정계율은 파괴되고 명리에 오염되어 주지직을 다투게 되어 독신과 대처의 파쟁이 난무하기 되면 전통승단은 무너지고 사원경제는 피폐해져서 불교의 존립이 일대 위기에 처하게 됐던 일제강점기 한국불교”를 되짚으면서 ”이런 현상은 시대만 달리할 뿐 조계종의 현실과 상응한다.“고 크게 비판했다.

▲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를 하는 범허 스님(오른쪽) 윤남진 소장(왼쪽). 좌장 역할을 한 수좌회 의장 월암 스님(가운데).ⓒ불교닷컴

“세간도 형사범으로 다스리는 범법행위를 수행자가”

범허 스님은 “종단을 운영하는 총무원과 중앙종회는 계파정치로 기득권을 형성해 나눠 먹기식 폐해가 만연했다.”고 지적하며 “수행과 교화의 장(長) 이 되어야 할 주지 소임이 신심과 원력 없이 세속적 출세 도구로 전락했고, 대처의 다른 이름인 ‘은처’라는 말이 종단 안팎으로 회자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현실은 ‘소리 없는 법난으로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수좌회가 종단을 향해 성명서를 발표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조계종의 현실을 성찰하는 장(토론회)을 마련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윤리적 긴장이 해이해진 집단이 우리 아닌가”

범허 스님의 조계종 현실 문제의 첫 번째 요인을 ‘파합승가와 불신’을 꼽았다.

스님은 “비구 대처가 서로 대립하고 투쟁했듯이 오늘날 우리 주위에는 승사공동체의 화합과 단결보다 두터운 불신과 파합(破合)의 그림자가 깊게 드리워져 있다.”며 “스승과 제자, 이판과 사판, 출가와 재가 등이 상호 불신의 골이 깊어져 가고 있다.”고 보았다.

그러면서 스님은 너도 나도 토굴, 사설사암, 아파트를 소유하려 하는 개인주의가 팽배해 대중생활은 이루어지지 않고 승가공동체 의식을 찾아보기 힘들어졌으며, 큰방 생활로 인내하고 화합하며, 산중공의제에 의해 원융살림을 하던 가풍이 실종됐다.“고 탄식했다.

범허 스님은 “종단의 백년대계가 수행과 교화의 선상에서 수립되고 실행되어야 하지만, 문중 계파 이권적 정치논리로 실행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종단 주요 소임자를 선출하면서 금전이 거래되고 계파가 개입되어 있고, 세간에서도 형사범으로 다스리는 범법행위를 출가사문의 이름으로 자행한다.”고 크게 꾸짖었다.

이에 “종단 구성원들은 현실에 입각해 종단 지도자는 끼리끼리의 자기들만의 리그가 아닌 전 종도들의 대화합의 틀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범허 스님은 “수행자마저 부익부빈익빈, 빈부의 격차가 심각하다. 부의 축적이 우월이 된 승가의 현실이 오히려 자랑이 되고 있다.”며 “수행자로서 윤리적 긴장이 해이해진 집단이 오늘 우리들의 모습인 현실에서 종단은 투명한 재정 운영으로 수계에서 다비까지 책임지는 행정을 실행해야 한다.”고 했다.

“무종지·무계율·무원력 직업승이 종단 오염시켜”

범허 스님은 현재 조계종의 ‘현실안주’를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역사가 진행되는 동안 우리 조계종의 좌표를 설정하고,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이 종도들이 해야 할 역사의식이다.”면서 “종단 한 가운데에서 요직에 소임하는 자들이 무종지(無宗旨)·무계율(無戒律)·무원력·(無願力)의 직업승들이 있어 조계종단을 오염시키고 있다.”고 했다.

스님은 “조계종은 먹고 마시고 놀고 여행하며 즐길 때가 아니다.”면서 “선조들은 고난 속에서 정법안장의 당간을 이어왔는데 우리 시대에 불법이 훼멸된다면 그 업보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라고 했다.

“쇠망의 길에 종단 수뇌부 책임·위기 통감 안 해”

범허 스님은 조계종 승려들의 의식전환 단행을 주문했다. 수행과 교화에 목숨을 걸고, 세상에서 공양 받으려는 고자세에서 세상을 섬기는 낮은 자세로 나아가 중생회향 해야 한다.“고 했다.

범허 스님은 “수행과 교화가 조계종의 지상과제임을 통감해 이판은 수행과 함께 적극적으로 교화에 동참하고, 교화 소임자들은 철저한 수행에 입각해 교화 행정에 임해야 할 것”이라며 “교육을 통해 문중, 파벌, 계파, 인맥을 타파하고 인재를 균등히 배치해 수행과 교화의 중장기적 백년대계를 세워 여법히 실행해야 한다.”고 했다.

또 “안주와 정체는 퇴보의 길이며, 사회발전과 타종교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면서 “재정을 투명하게 하고 일원화할 것”을 주문했다. 스님은 “조계종 전체 재정이 총무원이나 본사 단위로 재편성돼 목적사업에 재분배하고, 전 출가자에게 수행과 생활여건을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범허 스님은 수행과 교화에 매진하기 위해 사상과 실천의 측면에서 △청정성 훼손 △소임자 선출의 비승가적 행태 △재정 불투명화와 불평등 △미래지향적 비전과 관련해 제언했다.

범허 스님은 “조계종은 일부 권승들이 종권을 장악하고 유력한 사찰의 주지를 차지하는 비승가적 양태를 보이며, 본사와 말사까지 자파의 세력으로 채워 승가의 자율성과 역동성을 말살하고 있다.”면서 ”종단 요직에 속한 자에 이르기까지 청정비구를 가장한 은처승이라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용주사 성월 주지 등을 청정성 훼손의 대표 사례로 꼽았다.

그러면서 “일부 범계승의 도박, 절도, 간통, 은처, 파계, 파당 등 말폐적 행태가 승가의 가장 큰 타락”으로 보고 청정상실의 적폐가 만연해 한국불교가 총체적 쇠망의 길로 치닫고 있음에도 종단 수뇌부 그 누구도 책임과 위기를 통감하는 자가 없다.“고 했다.

범허 스님은 자성과쇄신결사,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 화쟁위원회에서 백년대계 본부까지를 ‘미명’으로 평가하면서 “청정과 화합의 종단을 구현하려 노력한다지만 실제로는 물 밑에서 종권과 이권으로 권력을 강화할 뿐이다.”고 지적했다.

또 “종권 연장을 위한 담합과 매수에 골몰하여 종단과 불교발전은 남의 일 인양 치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범허 스님은 “청정승가의 구현은 출가 수행자들의 절체절명의 과제이기 때문에 종단 구도를 바꾸지 않고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면서 “종단 구조를 바꾸는 대작불사의 한 방편으로 직선으로 존경받는 지도자를 선출해 종도들의 화합으로 다시 한 번 도약의 길로 나가야 한다.”고 했다.

“선거 폐해는 부도덕한 집단이 종권 사유화한 탓”

선거 문화 폐해의 원인을 범허 스님은 “부도덕한 집단이 종권을 사유화하고 비법화”하는 데서 찾았다.

스님은 “총무원장의 부역자로서의 호계원, 호법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아니라 선거법 등 종헌종법, 율장에 의거해 철저한 법을 집행하는 감시자가 되어 공정한 선거가 이루어졌다면 지금과 같은 난장판은 일어날 수 없을 것”이라 했다.

범허 스님은 “현전승가에서 백이갈마를 통해 소임자를 선출한 율장에 비추어 종단 최고 소임자인 총무원장을 선출함에 있어서 전체 종도의 갈마를 통한 직선 선출이 가장 율장정신에 부합한다.”고 했다.

스님은 “기본과 상식, 원칙이 통하는 총무원장, 율교선에 여법한 수행자가 종단의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며 “철저한 검증과 공개토론으로 인격과 수행력을 인정받는 종사가 후보가 되고, 공영제에 의한 직선제를 시행해 수장을 선출하고, 종도의 전폭적인 지지로 선출된 지도자라야 산적한 적폐를 일소하고 청정승가를 구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범허 스님은 “종단 재산은 대중공의에 의해 균등하게 분배해야 하지만 현재 조계종은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어 심각한 불평등을 초래하고 빈부격차가 심해져 승가화합이 심대하게 파기되고 있다.”면서 “수계부터 다비까지 전면복지와 종단의 무관심 속에서 각자도생의 길을 택한 종도들에게 패배와 도피의 방관자적 자세를 떨치고 조계종 수행자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자”고 했다.

“불자 300만 감소, 종권 전횡 청정성 확보 못한 탓도”

또 불자 300만 감소 등 위기에 범허 스님은 “종교에 무관심한 시류(탈종교화)도 영향이 있겠지만, 조계종 집행부(총무원)가 지난 8년 동안 종권을 독점하며 기득권 세력이 되어 철저히 나눠먹기식, 종권 전횡으로 인한 억압과 감찰 등 비정상적 종단운영으로 청정성과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범허 스님은 “현재 조계종 집행부의 행정은 수행과 교화의 연장선상에서 종무가 집행되는 것이 아니라 행정을 위한 행정, 권력을 위한 정치적 모사가 되어 버렸다.”고 크게 비판하면서 “수행자 교단의 총무원은 조계종 최고의 수행총림의 도량으로 자리매김해 수행과 청정한 교화로 종무행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충언했다.

범허 스님은 “우리 수좌들은 권력이나 명리에 집착해 거기(권력 중심)에 나아가고자 종단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며 “우리 스스로 아무런 책임과 과오가 없어서가 아니라 선수행과 종단사가 둘이 아니라는 절체절명의 심정에서 노파심절한 마음으로 간절하게 충언 드리는 것이다.”고 밝혔다.
 

#청정승가 구현과 직선 실현을 위한 토론회 종합토론 관련 기사가 이어집니다.

☞알려드립니다.
 전국선원수좌회는 지난 4월 29일 토론회를 원활하고 자유로운 논의를 위해 ‘비공개 자율토론’이라는 기본원칙 아래 진행했습니다. 수좌회는 취재진들에게 토론회 결과를 발표할 기자회견까지 ‘엠바고(시한부 보도중지)’를 요청했고, 이에 동의한 언론사들에게 현장 취재를 허락하면서 녹음과 영상촬영을 불허했습니다. 사진촬영도 자제를 요청했습니다. 수좌회는 토론회에 앞서 총무원 집행부와 관계자들의 토론회 참석과 공개를 불허했습니다. 토론회 사회자는 행사장 내에 머무르는 총무원 측 사람들의 퇴장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불교닷컴>은 수좌회의 뜻을 존중, 토론회 내용을 메모를 근거로 작성했으며, 단 주제발제문은 현장에서 배포한 원고를 기반으로 작성됐음을 알려드립니다.    

 

조계종의 현실진단과 개선방향

범허(수좌회 학술분과위원장)

                                                        

1. 선원 수행에 대한 성찰

  오늘날 한국불교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사상과 실천의 위기에 처한 한국불교의 한 모퉁이에서 그나마 선원을 한국불교의 마지막 보루라고 한다. 물질문명의 위기 속에서 수많은 대중이 안거정진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고 자랑할 만한 사건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오늘날 선원에서 직접 안거대중으로 참여하고 있는 납자들은 우리의 안거정진이 정녕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불교 최후의 보루로써의 정신사상과 실천의 무기를 갖추고 있는지 냉철히 성찰해 보아야 한다.
  현재 조계종 선원에서 수행되어지는 참선수행은 전적으로 간화방법론에 입각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간화선 수행이 최상승선의 실천이라 말하며, 간화선 수행이 전통적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말한다. 현재 제방선원에는 안거마다 2천여 수선대중이 운집하여 정진에 매진하고 있다. 아울러 재가불자를 위한 시민선원이 개설되어 선수행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마련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외형적으로 볼 때 간화선 수행이 대종을 이루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간화선의 위기를 제기하고 있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물론 현재 간화선 수행의 문제는 여러 선장(禪匠)들이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간화선 수행법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많은 부분 “간화선을 수행하는 수행자의 문제”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간화선 수행자들이 간화선의 정신에 바탕을 두고 철저히 간화방법론에 의해 수행과 깨달음을 실천하고 있는지 반추해 보아야 한다.   
  오늘날 최상승을 표방하며 실참실구(實參實究)하는 간화행자들의 의식과 수행방법이 간화정종(看話正宗)의 지남(指南)에 의해 수행의 가풍을 삼고 있는지 깊이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간화의 물음이 삶 전체의 문제를 풀어내는 보편적인 방법론으로 서지 못하고, 적정무사에 안주하여 선미를 탐착하는 일부 수행자의 도피적 방편으로 전락되고 있다는 말에 귀기우려야 할 것이다.   
  먼저 현재 선원의 간화선풍에 대해 성찰해 보고 그 발전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간화선 수행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묶어 동시에 토론해 보고자 한다.

(1) 선농일치(禪農一致)

  선종의 생존방식이 선농겸수에 의한 자급자족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면, 오늘날 아무런 생산활동에 종사하지 않고,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앉아 있는 좌선만이 최고수행이라는 의식에 빠져, 의식주를 오직 시주에만 의존하고 있는 우리의 선원풍토는 과연 건강한 체질인지 깊이 반성해 보아야 한다.
  선원청규의 보청(普請)정신에 기초를 두고 선과 노동이 둘이 아닌 수행풍토를 조성해서, 우리의 먹거리는 최소한 우리 자신들이 청정 농산물로 해결해야 하며, 만약 잉여생산물이 있다면 단월과 사회로 회향해야 할 것이다.
  한국 선원수행의 근간이 된 “봉암사 결사”에서도 “부처님 법대로 살자.”고 서원하고, 그 공주규약(公住規約)에 명시하기를 “수행상의 만고방양(萬古榜樣)인 일일부작(一日不作), 일일불식(一日不食)의 표치(標幟)하에 운수반시(運水搬柴: 물 긷고 땔나무 함), 종전파침(種田把針: 농사짓고 바느질 함) 등 여하한 고역(苦役: 고생스러운 노동)도 불사한다.”라고 적고 있다. 생명의 근원을 체달하려는 수행납자가 최소한의 정신적, 물질적 생명산업에 종사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 당연지사라 하겠다.
  선농일치의 수행가풍으로 생산활동에 종사하여 자립적 풍토를 조성하여야만 외부로부터의 존중과 후원을 떳떳하게 수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지혜와 복덕을 함께 갖춘 것이 부처님이듯이 수행자 또한 마찬가지로 참구로 지혜를 닦고 생산운력으로 복덕을 함양해야 할 것이다.

(2) 청빈의 승풍

  수행자로서의 윤리적 긴장과 절제가 필요하다. 세속이 물질적 풍요를 구가하고 쾌락적 풍조에 오염되었다고 하여 출가수행자의 생활행태가 무비판적으로 세태를 흉내 낸다면 이것 역시 수행납자의 가풍이라 할 수 없다. 수행자는 언제 어디서나 정신적으로 깨어있어야 하며, 물질적으로 청빈가풍을 본받아야 한다. 지금 선문에서 결제 용상방에 이름이 오른 대중의 수가 수천에 이름에도 불구하고 아직 명안종사가 우후죽순처럼 출현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출가대중의 생활방식을 반성해 보아야 할 것이며, 특히 수선납자의 의식과 수행풍토가 철저히 청빈의 수선가풍에 의거하지 않고 물질적 풍요 속에서 편리함만 추구한다면 어떻게 정안종사가 출현하겠는가.
   이른바 “노력하지 않고 거두며, 심지 않고 수확하는 것”이 오늘 우리 선문의 모습이 아닌지 깊이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이러한 행태가 조금이라도 깃들어 있다면 우리는 지체없이 수정해 나가야 한다. “춥고 배고픔에 도심(道心)이 일어나고, 따뜻하고 배부름에 색심(色心)이 일어난다.”고 한 경책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서산스님의 말씀이다.
  출가하여 스님이 되는 것이 어찌 작은 일이겠는가. 편안함을 구하는 것도 아니요, 따뜻하고 배부름을 구하는 것도 아니요, 이익과 명예를 구함도 아니다. 생사를 해탈하기 위함이요, 번뇌를 끊기 위함이다. 불조의 혜명을 잇기 위함이요, 삼계를 벗어나서 중생을 제도하기 위함이다.
  수행자 스스로가 청빈의 가풍을 견지하지 않고서는 일체의 물질적 장애로부터 해방될 수 없으며, 단월들의 공양을 수용할 자격이 없어질 것이다.

(3) 선교겸수(禪敎兼修)

  현재 한국 선수행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실참위주의 좌선일변도의 수행풍토라고 할 수 있다. 수선자들은 선은 오로지 실참을 통해 깨쳐야만이 일대사를 요달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절대주의에 빠져있다. 깨달음이 전제되지 않는 선은 선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깨닫기 전에는 오직 앉아서 참구하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는 극단적 수행행태는 일종의 편향된 시각이다.
  따라서 선원의 바깥에서는 실참대중을 향해 불교의 세계관이 정립되지 못하여 선학이론에 무지하며, 일신의 해탈에 매몰되어 세상을 향한 구세대비(救世大悲)의 교화가 결여되어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선종사를 거슬러 올라가 개괄해 보면 선지(禪旨)와 더불어 교학에 능통하지 않는 역대 선사나 조사가 거의 없다. 계현(戒顯)선사는 참구와 학문을 겸수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참학(參學)이라는 말은 조사들께서 세우신 것으로서 여기에는 순서가 있다. 비록 학문만을 중히 여기고 참구를 저버려서도 안 될 것이지만, 참구하기만 하고 학문을 폐해서도 안 된다.
 
  선교겸수에 입각하여 참구와 학문을 지혜롭게 균등히 할 필요가 있다. 이론과 실참이 균등하게 수행되어져야 대중들에게 선의 종지로써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 전세계 인류를 위해 물질문명의 병폐를 극복하는 그 대안으로써의 선문화를 고양시켜 일상생활 가운데서 수행과 깨달음이 현전되어, 세계일화(世界一花)가 이루어지기를 노력해야 한다.

(4) 동중수행(動中修行)의 강화

  간화선은 앉아있음만으로 선을 삼는 묵조선에 대한 반동으로 제기되었다. 간화의 정신에 입각하여 동정일여의 수행방법이 강화되어야 한다. 만약 선정주의에 매몰되면 올바른 지견을 열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정혜쌍수(定慧雙修)의 수행전통에도 위배된다.
  오늘의 선원풍토로 볼 때 선수행의 문제점은 오로지 좌선일변도의 정진분위기 속에서 동중공부(動中工夫)에 대한 면역을 전혀 키우지 않은데 있다. 설사 어떤 납자가 고요한 데서 힘을 얻었다 하더라도 시끄러운 경계를 당하여 무너진다면 올바른 공부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입으로는 동정일여(動靜一如)를 외치면서도 정작 동중공부에는 소홀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선원의 실정이다. 적정무사에 안주하는 것만이 최고의 수행가치가 되어 버렸다.
  옛 총림의 간화선 수행은 오히려 앉지 않는 행선에 더욱 치중하였다. 앉음을 부정한 것은 아니지만 사위의 가운데서 한결같이 참구하게 가르쳤다. 구체적으로 선당에서 좌선정진을 할 때에도 반드시 좌선 반, 행선 반으로 하였다.
 급변하는 세상의 현실을 도외시하고 흑산귀굴에 오래 앉아만 있으면 정진을 여법하게 하는 것이며, 이런 살림살이가 뒷날 조실이 되고 방장이 되는 지름길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납자가 있다면 한심스런 일이라 하겠다. 이렇게 하여 지도자가 된들 무슨 안목으로 세상을 구하고 대중을 깨우치게 할 수 있겠는가.

(5) 해행상응—수행과 인격의 일치

  바람직한 수행자상 정립에 있어서 수행과 인격이 일치하지 못한다는 현실은 매우 비관적일 수 있다. 입만 열면 조사선의 전통을 들먹거리듯이 행동 하나 하나에 조사를 지향하는 수선납자로서의 인격이 구비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의 승가풍토에는 수행이력과 인격이 일치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십년을 수행하면 십년 수행한 만큼의 인격이 이루어져야 하고, 삼십 년을 한결같이 참구했다면 설사 부처님과 똑같은 깨달음을 이루진 못했다 하더라도 거기에 걸맞는 고매한 인품이 묻어나는 인격적 성숙이 이루어져야 한다.
  조사란 깨달음과 실천이 일치해야 한다(解行相應). 즉 “지행합일(知行合一)”의 인격을 갖추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이는 연기적 중도관의 정립 없이 수행을 내면적 경지의 공고화 내지 외적 초월성에 그 초점을 맞추었거나, 철저한 계행의 수지나 학문의 연찬이 없는 상태에서 참구만 잘하면 된다는 편향된 수행의 결과 때문일 수 있다. 수행이란 지금 여기의 살아있는 인격이 언제 어디서나 주체적 삶으로 서 있어야(隨處作主) 하는 것이다. 즉 선의 깨달음이 주체적 삶과 행위의 창조적 해탈로 승화되지 못하고 초월적 실재를 경험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결과일 수 있다. 수행이란 인격의 도야에서 오는 덕행의 완성이다.
  “무엇이 불법의 바른 뜻인가를 묻는 인식론적인 물음과 역사를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른 삶인가라는 실천적인 물음이 통일되어야 한다.”인식과 실천의 통일을 매개로 하여 인격의 고양을 고취시켜야 진정한 수행자이다. 이것은 선이 적정무사의 경계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역사를 계도하고 중생을 향해 깨달음의 메시지를 드날리며, 나아가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진취적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방향설정인 것이다.

2. 현재 조계종단에 대한 성찰

(1) 승풍의 문제점

  현재 한국불교 특히 조계종은 비상시기이다. 내적으로 출가자가 급감하고 있으며, 외적으로 불자 감소라는 위기에 처해 있다. 다만 외향적 발전과 물질적 풍요로 인해 지금이 엄청난 위기임을 실감하지 못함이 더욱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전 종도는 현재 우리의 좌표를 정확히 읽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 안주하며 거짓 태평가를 부르며 법난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종단의 현실이다.
  일제시대 불교청년운동가로 활약했던 이용조가『불교』지에 발표한「위기에 직면한 조선불교의 원인고찰」이라는 기고에서 당시 불교계가 처한 위기에 대한 원인으로 “내인삼독(內因三毒)과 외인삼란(外因三亂)”을 들고 있다. 내인삼독으로 파쟁독(派爭毒) ‧ 주지독(住持毒) ‧ 대처독(帶妻毒)을 거론하고, 외인삼란으로 경제난(經濟亂) ‧ 사상난(思想亂) ‧ 법령난(法令亂)을 거론하고 있다.
  당시 대처식육이 만연하여 청정계율은 파괴되고 명리(名利)에 오염되어 주지직을 다투게 되어 독신과 대처의 파쟁이 난무하게 되니, 자연히 전통승단은 무너지고 사원경제는 피폐해져서 불교의 존립이 일대 위기에 처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시대만 달리 할뿐 오늘날 우리 조계종의 현실과 상응하고 있다. 종단을 운영하는 총무원이나 종회에는 계파정치로 인해 기득권이 형성되어 나눠먹기식 폐해가 만연하고 있다. 그리고 수행과 교화의 장이 되어야 할 주지소임이 신심과 원력 없이 세속적 출세의 도구로 전락되고 있으며, 또한 대처의 다른 이름인 은처란 말이 종단 안팎으로 회자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승가의 청정성 상실과 일부 기득권을 움켜쥔 권승들의 준동으로 인해, 안으로 출가자는 급감하고 있으며 일반 종도들은 소외의 늪에서 각자도생에 안간힘을 쓰게 되고, 밖으로 불자수의 감소로 나타나고 또한 사원경제는 피폐해 가고 있다. 이것이야 말로 소리없는 법난으로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우리 수좌회에서는 종단을 향해 성명서를 발표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현재 조계종의 현실에 대해 성찰하는 장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1) 파합승가와 불신

  과거 비구와 대처가 서로 대립하고 투쟁하였듯이 오늘날 우리 주위에도 승가공동체로서의 화합과 단결보다는 두터운 불신과 파합(破合)의 그림자가 깊게 드리워져 있다. 스승과 제자, 선학과 후학, 이판과 사판, 출가와 재가 등이 상호 불신의 골이 깊어져 가고 있다.
  총림 본사에는 장로가 주석하지 않고 청안납자 역시 도량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너도 나도, 어른도 아이도 사설사암이요, 토굴이요, 아파트다. 개인주의가 팽배하여 대중생활은 이루어지지 않고 승가공동체의식은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큰방생활로 인내하고 화합하며, 산중공의제에 의해 원융살림하던 가풍은 실종되어 버렸다.
  종단의 백년대계가 수행과 교화의 연장선상에서 수립되고 실행되어야함에도 불구하고, 문중, 계파, 이권적 정치논리로 실행되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종단의 주요 소임자를 선출함에 금전이 거래되고 계파가 개입되어 있다. 하루살이가 불빛에 모여들어 제 몸을 태우듯 명리에 눈이 어두워 세간에서도 형사범으로 다스리는 범법행위를 출가사문의 이름으로 자행하고 있다.
  이러한 비종교적 행위는 대중공의제도가 무너지고 수행자의 양심이 실종된 자리에 명예와 이양에 눈이 먼 일부 명리승(권승)들에 의해 자행되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사실에 침묵하거나 편승하고 있는 승가 전체의 도덕적 해이에 있다. 윤리적 긴장이 해제된 원인은 청정과 화합의 승가적 기반이 무너진 자리에 오직 피해의식과 상호불신 및 도피주의만이 만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종단 구성원들의 현실에 입각하여 종단의 리더는 끼리끼리의 자기들만의 리그가 아닌 전종도들의 대화합의 틀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

2) 물신풍조(物神風潮)

  소금은 언제나 짜야하고 목탁은 항상 맑은 소리를 내야 한다. 세상이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 현상으로 몸살을 앓는다고 하여 수행자들마저도 빈부의 격차가 심화되어서야 말이 되겠는가. 요람에서 무덤이란 말과 같이 원칙적으로 종단이 책임을 져주어야 하며 종도 개인은 수행과 전법으로 보답하여야 한다.
  수행과 깨달음, 자비와 이타가 자리해야 할 곳에 명리에 오염된 물신주의가 만연하고 있다. 출가란 명리를 떠나 일대사에 충실하며 보현행원으로 살기를 맹서함이다. 그런데 오늘 우리의 삶은 가치관의 혼돈으로 몽상전도하여 본분사를 망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우리의 풍조는 절약이 미덕이 아니고, 부의 축적이 오히려 우월이 되어버렸다. 부승과 빈승이라는 말이 승가에 회자되고 있다. 가진 것이 부끄러움이 아니라 자랑이 되고 숭경의 대상이 되어 버린지 오래다.
  밖으로 만연하는 물신의 그림자를 쫒지 말고, 도심에 충만하여 작은 것에 만족하는(小欲之足) 청빈의 가풍으로 돌아가야 한다. 수행자로서 윤리적 긴장이 해이해진 집단이 오늘 우리들의 모습이 아닌가.
  이와 같은 현실 속에서 종단은 재정을 투명하게 운용하여 전 종도들에게 수계에서 다비까지를 책임져 주는 행정을 시급하게 실행하여야 한다. 아울러 종도들은 돈을 쫒지 말고 도를 위해 향상일로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3) 현실안주(現實安住)

  지금 인류문화는 급속도로 발전되어 나가고 있다. 그것이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발전의 속도를 더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이러한 역사진행의 와중에서 우리 조계종의 좌표를 설정하고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이 우리 종도들이 해야 할 역사의식이다.
  급변하는 문화사의 격랑속에 좌초되지 않고 능동적으로 대처하여 시대를 계도하고 대중을 정법으로 인도하기 위해서는 눈 푸른 안목으로 역사와 현실을 직시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오늘 우리 개인의식은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공동좌표는 미망속에 표류하고 있다.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종단의 한 가운데에서 요직에 소임하는 자들에 무종지(無宗旨), 무계율(無戒律), 무원력(無願力)의 직업승들이 있어 오늘 우리의 종(宗)을 오염시키고 있다.   
  다국적 다종교 시대(글로벌)에 세계는 발전하고 다른 종교 역시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 미몽에서 해매이며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면 미래의 한국불교는 기대할 수 없다. 더군다나 지금은 탈종교화시대를 맞이하고 있지 않는가. 탈종교화시대에 대처하는 비전이 제시되어야 한다.
  승려들의 도성출입이 해제된지 겨우 한 세기를 지났다. 그런데도 그 고난과 압박의 오백년 역사를 망각하고 오늘날 출가자들이 오직 대접받고 섬김 받으려는 자세로만 일관 한다면 언제 다시 탄압의 법난이 도래할지 아무도 모른다.
  지금 우리 조계종은 먹고 마시고 놀고 여행하고 즐길 때가 아니다. 우리 선조들은 고난속에서 정법안장의 당간을 이어왔는데, 우리 시대에 불법이 훼멸된다면 그 업보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옛조사는 유위를 다함도 없고(不盡有爲) 무위에 머물지도 않는 것(不住無爲)이 보살행이라고 하였다. 지금 우리는 희생과 봉사로 유위의 법을 다하고 있는지, 아울러 무위의 본지풍광을 밝혀 거기에 안주함도 없이 중생회향하고 있는지 깊이 반성해 볼 때이다.

(2) 종단운영의 문제점과 대안

  오늘 조계종도들은 먼저 의식전환을 단행해야 한다. 수행과 교화에 목숨 바쳐야 한다. 세상에게 공양 받으려는 고자세에서 세상을 섬기는 저자세로 나아가 중생회향해야 한다. 범종단적 차원에서 각 분야별로 결사를 도모해야 한다.
  현재 한국불교의 여러 문제점 가운데 하나가 바로 수행과 교화가 일치되지 못하는 것이다. 소위 이판(理判)은 교화행이 결여된 수행제일주의에 매몰되어 있고, 사판(事判)은 수행이 전제되지 못한 교화편의주의에 경도되어 있다.
  출가의 정신과 부처님의 유교(遺敎)는 일치한다. 출가 정신을 회복하고 부처님의 최후 부촉의 가르침을 실천하고자 다짐하는 것이 일대사인연으로서의 의식전환이다. “생사를 해탈하여 불조의 혜명을 이어 중생을 제도”하고자 발심하고 원력을 세움이 의식전환이다. 서산선사는 일찍이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팔도도총섭이 되어 전조선의 승려들을 향해 이른바 “이판사판(理判事判)”의 격문을 내렸다. 즉 이판은 가부좌를 풀고 붓을 던지고, 사판은 목탁과 호미를 놓고 국가와 민족과 백성의 고통을 위해 분연히 일어나 요익중생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수행과 교화가 조계종의 지상명제임을 통감하여 이판은 수행과 함께 적극적으로 교화에 동참할 것이며, 교화 소임자들은 철저한 수행에 입각하여 교화 행정에 임해야 할 것이다. 종단 역시 무엇보다도 전 종도들이 수행하고 교화하는데 진력을 다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철저한 교육을 통해 문중과 파벌, 인맥을 타파하고 인재를 균등히 배치하여 수행과 교화에 대한 중장기적 백년대계를 세워 조직과 운용의 묘를 살려 여법하게 실행해야 한다.
  안주와 정체는 퇴보의 길이다. 사회의 발전과 타종교의 노력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서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 여실한 진리(불법), 오랜 문화 전통, 유리한 환경 조건 등 많은 장점을 적극 활용하여 한국불교, 조계종지를 대중 속에 세계 속에 거듭 꽃피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정이 투명하고 일원화(一元化)되어야 할 것이다. 재가자는 외호와 전법의 의무를 다하고, 출가자는 무소유 원칙에 입각하여 청빈의 가풍으로 돌아가야 하며, 조계종 전체 재정이 총무원이나 본사 단위로 재편성되어 목적사업으로 재분배되어야 한다. 물론 전 출가자에게는 종단이나 본사에서 수행과 생활 여건을 책임져 주어야 한다. 그러므로 종단과 종도, 승가 개인 간에 신뢰가 구축되고 애교(愛敎), 애종(愛宗), 애사(愛寺)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출가자와 재가자가 하나 되어 수행과 교화에 매진함에 먼저 사상과 실천의 측면에서 종단 운영에 대한 아래의 몇 가지를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청정성의 훼손

  오늘날 조계종의 일부 권승들이 파당을 만들어 종권을 장악하고, 유력한 사찰의 주지를 차지하는 비승가적 양태를 보이며, 본사와 말사의 주지까지도 자파의 세력으로 채워 승가의 자율성과 역동성을 말살하고 있다. 종단의 요직에 속한 자에 이르기까지 청정비구를 가장한 은처승이라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승가의 타락은 너무나 잘 알고 있듯이 일부 범계승들의 도박, 절도, 간통, 은처, 파계, 파당 등 말폐적 행태가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청정상실의 적폐가 만연하여 한국불교가 총체적 쇠망의 길로 치닫고 있음에도 종단의 수뇌부 그 누구도 책임과 위기를 통감하는 자가 없다. 조계종의 신임도는 최하위로 전락하고 있다.
  지금까지 종단에서는 자성과 쇄신결사, 100인 대중공사, 화쟁위원회, 백년대계 결사 등의 미명 아래 청정과 화합의 종단을 구현하려 노력한다지만 실제로는 물밑에서 종권과 이권으로 권력을 강화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종권연장을 위한 담합과 매수에 골몰하며 종단과 불교의 발전은 남의 일 인양 치부하고 있다.
  청정승가의 구현은 출가 수행자들의 절체절명의 과제이기 때문에 종단의 구도를 바꾸지 않고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종단의 구조를 바꾸는 대작불사의 한 방편이 바로 직선으로 존경받는 지도자를 선출하여 종도들의 화합으로 다시 한 번 도약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다.

  둘째, 소임자 선출의 비승가적 행태
 
  지금 우리 종단은 선거문화의 폐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선거폐해는 법과 제도를 제대로 실현하지 않는 부도덕한 집단이 종권을 사유화하고 비법화하는 데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총무원장의 부역자로서의 호계원, 호법부, 선거관리위원회가 아니라, 종헌·종법·선거법 그리고 율장에 의거해 철저히 법을 집행하는 감시자가 되어 공정한 선거가 이루어 졌다면 지금과 같은 난장판은 일어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승가는 대중공의로 운영하는 것을 기본과 원칙으로 한다. 율장에 의거하면, 현전승가에서 백이갈마를 통해 소임자를 선출하고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종단 최고의 소임자인 총무원장을 선출함에 있어서 전체 종도의 갈마를 통한 직선선출이 가장 율장정신에 부합할 것이다.
  기본과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총무원장, 율·교·선에 여법한 수행자가 종단의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청정승가와 종도화합의 역량을 결집하고자 철저한 검증과 공개토론을 통해 인격과 수행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종사가 후보가 되어야 하며, 공영제에 의한 직선제를 시행하여 종단의 수장이 선출되어야 한다. 종도들의 전폭적인 지지에 의해 선출된 지도자라야 산적한 적폐를 일소하고 청정승가를 구현할 수 있다.

  셋째, 재정의 불투명화와 불평등 해소

  종단의 재산은 대중의 공의에 의해 균등하게 분배되어야 한다. 지금 조계종단은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어 재정의 혜택에 심각한 불평등을 초래하여 승려복지마저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사회현상과 마찬가지로 빈부격차로 인해 승가화합이 심대하게 파기되고 있다.
  종단에서는 투명한 재정의 균등시행으로 전 종도들에게 수계에서 다비까지 책임지는 전면복지가 실시되어야 한다. 종단의 무관심속에서 각자도생의 길을 택한 종도들에게 패배와 도피의 방관자적 자세를 떨치고 조계종 수행자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게 하여야 한다.

   넷째, 미래지향적 비전 제시

  한국불교는 우리 민족의 정신적 토대가 되어 민족종교로서의 위상을 견지하며 제일의 교단을 형성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한국불교는 1700년 불교사에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출가자 감소와 재가불자 300만 감소라는 미증유의 법난에 직면하고 있다.
  종교에 무관심한 시류에도 영향이 있겠지만, 조계종 집행부가 지난 8년 동안 종권을 독점하며 기득권 세력이 되어 철저히 나눠 먹기식, 종권의 전횡으로 인한 억압과 감찰 등 비정상적 종단운영으로 청정성과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결과가 주된 원인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탈종교화시대를 맞이하면서 비상한 대책으로 불교의 비전을 제시하고, 미래지향적 포교대안을 마련하고 총력을 기울여 실행하여야 한다.
  현재 조계종 총무원의 행정은 수행과 교화의 연장선상에서 종무가 집행되는 것이 아니라, 행정을 위한 행정, 권력을 위한 정치적 모사가 되어버렸다. 수행자 교단의 종무기관인 총무원은 조계종 최고의 수행총림의 도량으로 자리매김 되어서 여법한 수행, 청정한 교화로 종무행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수좌들은 권력이나 명리에 집착하여 거기에 나아가고자 종단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며, 우리 스스로 아무 책임과 과오가 없어서가 아니라 선수행과 종단사가 둘이 아니라는 절체절명의 심정에서 노파심절한 마음으로 간절한 충언을 드리는 바임을 밝혀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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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음보살 2017-05-07 03:35:56
이게 뭐야 나이가 들어가니 죽을날이

관세음보살 2017-05-07 03:33:27
자네 이번 생애는 안 태어난 셈 치고 한번 조계종 해보겠냐?

이게 불교임?

할일없기는...... 2017-05-06 23:30:17
먼지같은 되지도 않은일로 꼬투리나 잡으니 대한민국이 박근혜같은
무지한이가 제멋되로 주물렀고 조계종엔 자승같이 깜도 안되는 이가
근10년을 주물렀다네..제발 정신들 차리자!뭣이 중한지???

웬!!봉창!!! 2017-05-06 23:25:45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도 아니고 ..당췌..

불교최고 2017-05-06 18:07:19
불교 공부는 쉽다 초기불교 공부하고 대승불교 공부하면 오해도 없고 쉽다

한국 불교는 대승 불교입니다 자력수행 타력수행 다하는 통불교입니다

자력수행인 팔정도 수행 선업수행 삼학수행 십바라밀수행 타력수행인 소원성취 원력기도 축복기도 자비기도합니다

불교는 부처님 가르침 불교 기본 교리만 확실히 알면 초딩도 불교 확신하고 전도전법 할수 있다

불교 기본 교리만 확실히 알고 팔정도 수행하면 초딩도 항상 보는게 부처님 진리다

불자님들은 불교 기본 교리만 확실히 알면 불교를 왜곡하고 망치는 잘못된 법문은 초딩도 알수있다


부처님 가르침 불교 기본 교리만 확실히 알면 초딩도 불교 확신하고 전도전법 중생구제한다

불교 기본 교리만 확실히 알면 부처님 사성제 팔정도 수행만 확실히 알면 항상 보는게 부처님 진리다

불교 경전이 많지만 불교 기본 교리만 확실히 알면 다 불교 기본 교리에서 나온 줄기고 가지다



지금 대한민국 불교 교육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불교 교육 개혁과 전도전법 중생구제가 시급하다

백날 불자님들이 모르는 우이독경 법문은 시간낭비 인생낭비다

불교 기본 교리도 확실히 모르는 불자님들이 너무 많다

불자님들이 기도만 잘하고 불교 기본 교리도 모르니 전도전법 중생구제를 못하는것이다

위대한 부처님처럼 공정하게 합리적으로 불교를 초딩도 알게 교육하고 전도전법 중생구제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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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대중 불자님들은 정신차려서


불교를 전도전법 중생구제 안하고 불교 망치는 놈들이 없도록 불교 관리감독 잘하고


부처님 가르침 불교 기본 교리 공부해서 확실히 알고 초딩도 불교를 확신하고


== 부처님이 강조하고 가르친 가장 큰 공덕인 불교 전도전법 중생구제 잘하도록 항상 교육하고 법문하기바란다==



===불자님들 정신차려 불교 관리 감독 잘 합시다 불교 관리감독 안하면 불교 개판됩니다 껍데기만 불교 된다 불교 망한다 ==


(불자님들은 불교를 관리 감독 잘해서 불교로 위장해 불교를 망치는 타종교 중과 근무자 가짜 불자들은 퇴출하기 바랍니다 )


(불자님들은 정신차려서 대한민국 모든 절과 불교 방송 불교티브 불교대학도 불교 관련 단체는 항상 관리감독 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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