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람 이름 부르는데, 왜 자꾸 눈물이 날까
북한 사람 이름 부르는데, 왜 자꾸 눈물이 날까
  • 이하나 기자
  • 승인 2017.04.14 10: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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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북한 아이스하키대표팀 통일응원 이모저모
핵 항공모함이 오는가 하면 폭격날짜까지 언급되는 전쟁루머까지 돌고 있는, 한반도가 평화롭다고는 전혀 말할 수 없는 요즘입니다. 그러나 바로 지난주 까지만 해도, 강릉에서는 남북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북한 선수들의 이름을 부르고, '우리는 하나다'를 외치며 마음껏 '통일'을 응원했습니다. 우리는 언제쯤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지난 4월 2일부터 8일까지, 강릉에서 있었던 남북의 만남을 돌이켜봅니다. <기자 말>

북한 선수들이 강릉에 온다고? 우리 '통일응원' 가자
 

 경기 시작전 몸을 푸는 북한 선수들
▲ 경기 시작전 몸을 푸는 북한 선수들 ⓒ 이하나 관련사진보기
 
 관중들은 단일기를 들고 응원한다
▲ 관중들은 단일기를 들고 응원한다 ⓒ 이하나 관련사진보기
 
 경기장 응원단의 모습
▲ 경기장 응원단의 모습 ⓒ 이하나 관련사진보기
 
 경기장 전광판에 북한 국기가 비춰지고 있다
▲ 경기장 전광판에 북한 국기가 비춰지고 있다 ⓒ 이하나 관련사진보기

강릉에서 열리는 세계여자아이스하키대회에 북한대표팀이 참가한다는 소식이 정해지자, 당장 우리 단체(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이하 겨레하나) 회원들은 들뜨기 시작했다.

"우리 이번에도 응원가는 거죠?"라는 문의가 쇄도했다. 지난 2014년 인천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 참가해 응원했던 경험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때 겨레하나는 '통일응원단'을 꾸려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북한 선수들을 응원했다.

그리고 여자축구에서 우승한 북한선수들, 동메달을 차지한 남한 선수들이 어우러져 '우리는 하나다'를 외치던 순간의 감동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다. 아시안게임 폐막식에는 북한 최고위급 대표단이 서울을 찾아 남쪽 대표자들과 만남을 가지고, 스포츠에서 시작된 통일 분위기를 이어가자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평화를 상징하는 스포츠 정신의 실현이었다.
 

 단일기를 들고 응원중인 사람들
▲ 단일기를 들고 응원중인 사람들 ⓒ 이하나 관련사진보기

이런 마음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전국에서 모였다. 겨레하나를 비롯한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은 '남북공동응원단'을 꾸려 강릉으로 향했다. 난생 처음 아이스하키 경기를 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미리 경기 규칙과 시간, 참가한 팀들의 전력까지 공부해가며 응원을 준비했다.

그리고 4월 2일(일), 북한 선수들의 첫 경기가 시작됐다. 경기장은 관중석과 매우 가까웠고, 우리는 북한 선수들이 얼음판에 스케이트를 타고 입장하는 걸 보며 이름을 외치기 시작했다.

북한선수들 이름을 부르는데, 왜 눈물이 날까
 

 선수들의 이름을 하나씩 외치는 것으로 응원은 시작된다
▲ 선수들의 이름을 하나씩 외치는 것으로 응원은 시작된다 ⓒ 이하나 관련사진보기

"잘한다! 진옥 (짝짝짝) 잘한다! 최은경 (짝짝짝)~"

2번 진옥 선수부터 25번 골키퍼 리봄 선수까지. 선수들의 이름을 차례로 부르는 응원이 시작됐다. 이 때 응원단석에서는 묘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여기저기 눈시울이 붉어진 사람들도 있었다.
 

 경기 시작전, 관중들을 향해 하키 스틱을 두드려주는 북한 선수들
▲ 경기 시작전, 관중들을 향해 하키 스틱을 두드려주는 북한 선수들 ⓒ 이하나 관련사진보기
 
 경기 시작전에 서 있는 북한 선수들. 얼핏 관중석을 바라보는 선수들도 보인다
▲ 경기 시작전에 서 있는 북한 선수들. 얼핏 관중석을 바라보는 선수들도 보인다 ⓒ 이하나 관련사진보기

"이름을 부르다보니 느낀 건데, 정말 어디 다른 나라 팀이 아니잖아요? 같은 말을 쓰는, 같은 이름을 쓰는 민족이라는 것이 새삼 느껴졌어요."

멀리서나마 북한 사람을 본 게 처음이라는 대학생 이한희(항공대4)씨의 말이다.

"북한 선수들 이름도 참 예뻤어요. 선수들 나이도 우리 또래라고 들었는데, 실감나기도 했고요." 

김연희(29)씨는 북한선수들 이름을 부를 때의 심경을 이렇게 전했다.

"예전에 10년전쯤? 금강산 관광을 가서 북한 안내원을 만난적이 있어요. 그리고 이렇게 오랜만에 북한 사람을 만나는 거라고 생각해보니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이래서 민족일까 싶고."

응원단에 참가한 권순영(37)씨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조금 나더라며 당시 소감을 밝혔다.

그러고보니 참 특별한 경험이었다. 어디서 북한 선수들의 이름을 부를 일이 있을까. 이렇게 가까이 북한 선수들의 얼굴을 보면서, 그들 한명 한명의 이름을 불러 응원하는 순간은 분단, 그리고 민족이라는 화두를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됐다.
 

 경기중 물을 마시는 북한 선수
▲ 경기중 물을 마시는 북한 선수 ⓒ 이하나 관련사진보기
 
 경기를 마치고, 헬멧을 벗은 선수들. 상기된 얼굴이 눈에 띈다. 진 경기의 경우 이렇게 굳은 표정이 풀리질 않았다
▲ 경기를 마치고, 헬멧을 벗은 선수들. 상기된 얼굴이 눈에 띈다. 진 경기의 경우 이렇게 굳은 표정이 풀리질 않았다 ⓒ 이하나 관련사진보기

이 날 첫 경기는 아쉽게도 졌다. 경기가 끝나고 응원단은 잘 싸웠다고 격려의 박수를 보냈지만, 선수들은 답례의 인사를 하면서도 굳은 표정을 풀지 못했다. 경기가 끝나고 북한대표팀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응원단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지만, 우리는 북한이 아이스하키 강팀이 아닌 것을 아쉬워했다. 헬멧을 벗고 땀 흘려 얼굴이 상기된 북한 선수들의 표정을 바라보며, 다음 경기에는 북한 선수들이 꼭 이겼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간절해졌다.

"사실 실제로 먼 거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심정적으로는 멀리 경기하러 온 느낌이 아니었을까요? 전 이번 경기밖에 못 보거든요. 이겼으면 좋았을텐데."

직장 때문에 다른경기에 응원참여를 못한다며 아쉬워하던 김나영(31)씨의 소감이다.

북한 국가가 연주되던 순간
 

 경기중 작전 타임을 가지는 북한선수들
▲ 경기중 작전 타임을 가지는 북한선수들 ⓒ 이하나 관련사진보기

 

 네덜란드 선수와 몸싸움을 벌이는 북한 선수
▲ 네덜란드 선수와 몸싸움을 벌이는 북한 선수 ⓒ 이하나 관련사진보기

4월 3일(월) 열린 2경기에서 맡붙은 네덜란드는 북한보다 전력이 한수 위라고 평가받는 팀이었다. 실제 체격차이도 컸다. 북한 선수들은 몸싸움에도 밀리지 않고 분투하는 모습이었지만, 결국 아쉽게 패했다. 그리고 3경기 4월 5일(수), 영국과의 경기가 열렸다.

처음부터 골을 넣어 승기를 잡나 싶었던 북한팀은 한골, 한골 따라잡히더니 결국 2:2로 경기를 마쳤다. 그리고 먼저 골을 넣는 팀이 이기는 '서든데스' 방식의 연장전에 돌입했다.

경기장에는 긴장감이 맴돌았고, 응원단도 이때만큼은 준비한 응원구호보다 경기에 몰입할 수 밖에 없었다. 마침내 북한이 문전 실랑이를 벌인 끝에 퍽을 영국 골문 안에 넣었을때, 경기장에는 함성이 퍼졌고 북한 선수들은 두 손을 번쩍들고 환호하며 기뻐했다.
 

 영국과의 경리, 승리골을 넣고 기뻐하는 북한 선수
▲ 영국과의 경리, 승리골을 넣고 기뻐하는 북한 선수 ⓒ 이하나 관련사진보기
 
 영국과의 경기에서 승리가 확정되자 손을 번쩍 들어 기뻐하는 북한선수들과 관계자
▲ 영국과의 경기에서 승리가 확정되자 손을 번쩍 들어 기뻐하는 북한선수들과 관계자 ⓒ 이하나 관련사진보기
 

경기가 끝나고, 북한 선수들은 이제껏 충분히 못한 인사를 하듯 환한 웃음을 지으며 우리에게 답례 인사를 했다. 그리고 "관중 여러분께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기를 향해 서주시기 바랍니다" 장내 멘트와 함께 북한 국기가 올라가고 북한 국가가 연주됐다. 경기장내에서 북한 국기 - 인공기가 허용되는 유일한 순간이었다.
 

 경기 승리후, 환하게 웃는 북한 선수
▲ 경기 승리후, 환하게 웃는 북한 선수 ⓒ 이하나 관련사진보기
 
 북한팀의 승리후, 강릉 아이스하키 경기장에 게양된 북한 국기
▲ 북한팀의 승리후, 강릉 아이스하키 경기장에 게양된 북한 국기 ⓒ 이하나 관련사진보기
 
 영국과의 경기를 이기고, 관중들에게 인사하는 북한선수들
▲ 영국과의 경기를 이기고, 관중들에게 인사하는 북한선수들 ⓒ 이하나 관련사진보기
 
 경기 승리후,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북한선수들
▲ 경기 승리후,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북한선수들 ⓒ 이하나 관련사진보기

경기장에 찾는 관중들은 보통 응원하는 나라의 국기가 그려진 손깃발을 들고 응원을 한다. 그런데 북한 국기만은 예외다. 조직위 관계자인지 아니면 다른 정부 관계자인지 모를 사람들은 경기장을 늘 '매의 눈'으로 감시하며, 외국인들이 들고 있는 작은 인공기 손깃발마저 강제로 빼앗아갔다.

한편 같은 날 평양에서 열린 여자축구대회에서는 애국가가 연주되었다고 한다. 역시 북한 관중들도 다 같이 일어서서 태극기와 애국가를 맞이했다. '분단', 그리고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는 국가보안법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아쉬웠던 남북대결, 다음엔 같은 팀으로 만나요

4월 6일(목) 드디어 모두의 주목을 받은 남북대결이 열렸다. 경기장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입장했고 관중석이 가득 메워졌다. 남북 선수들은 잘 싸웠고 압도적인 전력차이로 3:0 남측 대표팀이 승리했다. 경기 내내 응원단은 "이겨라 코리아" "잘한다 코리아" 를 외치며 응원했고, 양쪽 대표팀 모두에게 잘했다고 박수를 보냈다. "한 골이라도 넣었으면 좋았을 걸" 응원단의 몇몇 사람들은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경기가 끝나고, 마침 이날이 스포츠 '평화의 날'이라며,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준비한 이벤트와 남북선수들의 사진촬영도 이어졌다. 그러나 선수들은 못내 어색한 분위기였고, 특히 경기에 크게 진 북한 선수들의 굳은 표정은 풀릴 줄을 몰랐다. 선수들의 뒷 편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니, 조심스레 등 쪽에 손을 올리는 모습도 보였다.
 

 남북선수들이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 조심스레 올린 손이 눈에 띈다
▲ 남북선수들이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 조심스레 올린 손이 눈에 띈다 ⓒ 이하나 관련사진보기

이 날 남북대결은 못내 아쉬움을 남겼다. 승패가 분명한 스포츠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남북의 스포츠는 더 큰 역사를 만들 수 있었다. 우리는 같은 팀으로 경기를 했던 역사가 있고, 단일기를 들고 공동입장을 했던 경험들이 있다. 과연 내년 평창올림픽에 남북은 공동입장이라도 할 수 있을까? 지금의 꽉 막힌 남북관계가 저절로 풀리지는 않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일기 앞에 선 북한 선수
▲ 단일기 앞에 선 북한 선수 ⓒ 이하나 관련사진보기

평창올림픽은 평화올림픽이 될 수 있을까

평창올림픽 테스트대회로 열린 이번 아이스하키대회. 그렇지만 이 대회 내내 함께 했던 응원단의 입장에서는,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많은 고민이 들었다. 과연, 평창올림픽은 평화올림픽으로 치러질 수 있을까?
 

 응원단 좌석과 경기장은 매우 가까웠다. 응원단 앞에서 경기중인 북한팀
▲ 응원단 좌석과 경기장은 매우 가까웠다. 응원단 앞에서 경기중인 북한팀 ⓒ 이하나 관련사진보기
 
 관중석과 단일기 앞에 선 북한 선수
▲ 관중석과 단일기 앞에 선 북한 선수 ⓒ 이하나 관련사진보기

북한팀 경기 내내, 응원단의 활발한 응원은 주요 신문과 방송에 크게 보도되며 잠시나마 '평화와 통일'의 상징이 되었다. 그렇지만 '북한 선수들을 응원하는 응원단'을 대하는 조직위와 관계자들의 태도는 딱딱하기만 했다. 경기 내내 응원단은 조직위 관계자들과 무수히 실랑이를 벌였다. 경기장을 찾은 초등학생들의 가방까지 열어가면서 짐 검사를 하는가 하면 무슨 물건은 반입이 안 된다, 어떤 물건은 쓰면 안 된다, 검열과 제지가 갈수록 심해졌다.
 
 응원단에 참가한 초등학생의 가방까지 낱낱이 검사하는 모습
▲ 응원단에 참가한 초등학생의 가방까지 낱낱이 검사하는 모습 ⓒ 이하나 관련사진보기

관중석에서 응원단이 펼친 '우리는 하나다' 현수막은, 북한 선수들이 손 흔들어주는 광경과 어우러져 경기장을 감동으로 만들었다. 언론에도 크게 보도되었고 이후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잊지 못할 순간으로 회자될 장면이다. 그렇지만 경기가 끝나자마자 관계자들은 응원단석으로 달려와 현수막을 빼앗아버렸다. 다시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경기 승리후, 관중석 '우리는 하나다' 현수막을 향해 손흔들어주는 북한선수들
▲ 경기 승리후, 관중석 '우리는 하나다' 현수막을 향해 손흔들어주는 북한선수들 ⓒ 이하나 관련사진보기

통일을 상징하는 '단일기'도 마찬가지다. 작은 크기의 손 단일기는 허용되었지만, 크기가 조금이라도 더 큰 단일기는 일일이 가방검사를 통해 걸러졌다. 작은 단일기는 되고 큰 단일기는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도 호주도 네덜란드도, 자국의 큰 국기를 들고 응원할 수 있는데, 인공기도 아니고 단일기마저 금지하는 건 무엇 때문일까?
 
 단일기를 든 응원단
▲ 단일기를 든 응원단 ⓒ 이하나 관련사진보기

남북대결이 벌어지던 날에는 응원단이 모여 앉아 응원하는 것 조차 제지를 받았다. 이미 강원도 측과 협의해 응원단 500석을 보장받았음에도 자리를 확보하지 말고 "관중들과 섞어 앉아라"는 말까지 들었다. 이미 조직위와 강원도 차원에서 협의를 거친 응원이고 최문순 도지사마저 응원석에 앉아 함께 응원하고 감사의 인사까지 전하고 갔는데도, "자신들은 모르는 일"이라는 것이다.
 
 경기 중 선수들에게 엄지를 들어보이는 북한대표팀 관계자. 조직위 관계자들이 둘러싸고 앉은 것이 눈에 띈다.
▲ 경기 중 선수들에게 엄지를 들어보이는 북한대표팀 관계자. 조직위 관계자들이 둘러싸고 앉은 것이 눈에 띈다. ⓒ 이하나 관련사진보기

최문순 도지사는 경기후 북한대표팀 단장을 만나 응원에 대한 감사 인사를 받으며 "평창올림픽에 많이 참가해달라"고 답했지만, 조직위 관계자들의 입장은 북한 대표팀을 맞을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다. 최소한의 배려도 없이 그저 북한 대표팀의 참가를 '이벤트'로 이용하려는 것은 아닐까?  평화를 상징하는 스포츠 정신을 되살리지는 못할망정, 제지와 검열과 금지로 가득한 이런 분위기에서 덜컥 북한 팀을 초청해도 되는 걸까?

통일응원의 일등공신, 응원단장들

4월 8일(토)열린, 마지막 5경기. 슬로베니아를 상대로 북한팀은 0:2에서 4:2로 대역전극을 펼치며 승리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관동 아이스하키센터의 모든 관중들은 한마음으로 북한 팀을 응원했다. 경기장 건너편까지도 응원단 박자에 맞추어 '우리는 하나다'를 외치고, 선수들에게 아낌없이 손을 흔들었다. 선수들도 아이스링크장을 한바퀴 돌며 관중들 전체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강릉 아이스하키대회, 승리후 기뻐하는 북한 선수들
▲ 강릉 아이스하키대회, 승리후 기뻐하는 북한 선수들 ⓒ 이하나 관련사진보기
 
 마지막경기를 승리한 후, 아이스링크장을 한바퀴 돌며 인사해주는 북한선수들
▲ 마지막경기를 승리한 후, 아이스링크장을 한바퀴 돌며 인사해주는 북한선수들 ⓒ 이하나 관련사진보기
 
 경기장 밖을 나가면서 관중들에게 손 흔들어주는 북한선수들
▲ 경기장 밖을 나가면서 관중들에게 손 흔들어주는 북한선수들 ⓒ 이하나 관련사진보기

그래서 우리는, 이 응원을 '통일응원'이라 부른다.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같은 민족인 북한 선수단을 응원하는 마음을 모아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 통일응원을 만들어낸 일등공신은 무엇보다 '응원단장'들이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부터 무수한 국제대회를 찾아가며 '통일응원'을 펼친 경험으로 이번 응원을 준비한 사람들이 있었다. 특히 경기 응원 경험이 많은 겨레하나 회원들이 자진해 응원단장과 부단장을 맡았다. 강릉 아이스하키대회를 위해 각자 직장에 휴가를 내면서까지 7박8일을 강릉에서 머물었다.
 
 관중들을 리드하는 응원단의 모습
▲ 관중들을 리드하는 응원단의 모습 ⓒ 이하나 관련사진보기
 
 관중들을 리드하며 응원을 진행하는 응원단
▲ 관중들을 리드하며 응원을 진행하는 응원단 ⓒ 이하나 관련사진보기
 
 다 함께 구호를 외치는 응원단의 모습
▲ 다 함께 구호를 외치는 응원단의 모습 ⓒ 이하나 관련사진보기

'통일응원'은 조금 특별하다. 이들은 "응원단은 또 한명의 선수"라며 응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어려운 기회에 남쪽을 찾은 북한 선수들 앞에서 그냥 편하게 경기를 관람할 수 없다며 경기 내내 응원을 벌이고 함성을 보낸다. 선수들의 기세를 북돋기 위해 목이 쉬어라 소리를 치고 손이 아프도록 박수를 치고, 선수들 이름을 외운다.

응원단장의 지휘아래 부응원단장들이 관중앞에서서 경기 내내 전체 응원을 리드한다. 큰 동작과 큰 목소리로 관중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강릉 바닷가에서 응원동작을 연습하는가 하면, 응원단장의 손짓하나에 호흡과 박자를 맞추는 연습도 해야했다.
 

 경기 응원을 이끈, 윤용조 응원단장
▲ 경기 응원을 이끈, 윤용조 응원단장 ⓒ 이하나 관련사진보기

전체 응원을 이끈 응원단장 윤용조(부산겨레하나 정책국장)씨는 "선수들 이름을 부르며 목이 쉴 지경이었지만, 그때마다 북측 선수들이 힘을 내는게 느껴졌다"면서 "특히 응원에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피로가 다 풀렸다"고 소감을 전했다.
 
 관중들의 호응을 불러일으켜 응원을 리드하는 응원단
▲ 관중들의 호응을 불러일으켜 응원을 리드하는 응원단 ⓒ 이하나 관련사진보기
 
 골을 넣고 기뻐하는 북한 선수들
▲ 골을 넣고 기뻐하는 북한 선수들 ⓒ 이하나 관련사진보기

응원부단장 손인미씨는 "남북관계가 좋지 못한 이때에, 우리가 작은 평화사절단 역할을 하지는 않았을까 자부해보게 된다"며 뿌듯해했고, 역시 응원부단장 최현경씨는 "나이 많으신 분들이 응원도 열심히 따라하시는걸 보면서, 이분들의 마음이 전해지려면 남북관계도 빨리 좋아져야 한다는 절실함이 들었다"고 밝혔다. 함께 응원부단장을 했던 신상현씨는 "특히 아이들이 아무런 선입견 없이 북한 팀을 열심히 응원하더라. 결국 그런 순수한 마음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라고 소감을 전했다.

우리는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이렇게 강릉에서 5번의 만남을 가진 '통일응원'은 마무리되었다. 그렇지만 응원단은 선수들과 헤어지면서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할 수 없었다. 이 선수들의 경기에 다시 응원갈 수 있을까? 그 어떤 외국 선수도 마음만 먹으면 응원할 수 있는데, 유독 북한 선수들만은 마음대로 응원할 수 없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지난 2014년 아시안게임에서 다시 만나자고 손 흔들었던 선수들도 다시 만나지 못했다. 여러 경기를 응원해 이제 이름도 외운 여자축구 선수들. 이번에 평양에서 남북대결을 벌였지만, 우리는 마음과는 달리 평양에 응원 갈 수 없었다.
 

Hello PyeongChang  북한대표팀 선수들. 평창올림픽은 북한팀을 맞을 준비가 되어있을까?
▲ Hello PyeongChang 북한대표팀 선수들. 평창올림픽은 북한팀을 맞을 준비가 되어있을까? ⓒ 겨레하나 관련사진보기
 
 경기장에 걸린 북한 국기. 평창올림픽은 북한을 맞을 준비가 되어있을까?
▲ 경기장에 걸린 북한 국기. 평창올림픽은 북한을 맞을 준비가 되어있을까? ⓒ 이하나 관련사진보기

남북의 여자축구 선수들은 해외에서 자주 만나다보니 친분도 있고, 종종 서로 대화를 한다고 한다. 한 언론에 보도된 대기실 뒷모습에서 남쪽의 한 선수가 북한 선수에게 "어디서 살아?"라고 말을 건넨다. 그 선수는 "평양에 살아"라고 답하며, "머리는 왜 잘랐어?"라며 못본 사이의 안부를 묻기도 했다.

얼마전 미국이 북한 폭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위 '찌라시'가 돌았다. 북한 폭격이라는 끔찍한 소식을 가정하며, 우리는 북한에 살고 있을 선수들을 떠올린다. 평양에 폭격이 이루어지면 그 폭격은 평양에 살고 있는 우리 민족이 당하는 일이 된다. 그리고 한반도 전체에서 벌어질 전쟁의 시작이 된다. 우리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걸까?

언제쯤이면 남북은 전쟁 걱정 없이, 평화롭고 자유롭게 오가며 만날 수 있을까. 북한 선수들을 응원하러 가는 길이 더 이상 너무 특별한 경험이 아니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골을 넣고 웃음짓는 북한선수
▲ 골을 넣고 웃음짓는 북한선수 ⓒ 이하나 관련사진보기
 
 경기가 끝나고, 국기를 준비하는 북한 선수들
▲ 경기가 끝나고, 국기를 준비하는 북한 선수들 ⓒ 이하나 관련사진보기
 
 경기 승리후 국기를 들어보이는 북한선수들
▲ 경기 승리후 국기를 들어보이는 북한선수들 ⓒ 이하나 관련사진보기
 
 골을 넣고 관중석에 인사해주는 북한선수들
▲ 골을 넣고 관중석에 인사해주는 북한선수들 ⓒ 이하나 관련사진보기
 
 이번 응원을 준비한 응원단장, 부단장들
▲ 이번 응원을 준비한 응원단장, 부단장들 ⓒ 이하나 관련사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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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2017-04-14 12:08:44
혈세에서 월급받으며 감시와 통제에만 급급한 공무원들보다
생업과 학업도 버리고 7박8일간 응원에 나선 당신들이야말로
진정한 통일보살이요 정법통일을 이끄는 참일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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