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권 출범과 초파일의 큰 뜻
새정권 출범과 초파일의 큰 뜻
  • 소암(승려시인 평화통일 불교포럼대표)
  • 승인 2017.04.1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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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소암(승려시인 평화통일 불교포럼대표)

사월 초. 온누리에 봄꽃이 피어 새 세상이 열리고 봄비와 봄바람이 살랑대는 계절. 엘리어트가 '잔인한 계절'이라 노래한, 사월혁명이 지나고 나면 오월이다.

오월은 년 중 가장 빛나는 달이다. 연초록 잎새가 돋아나고 햇솔의 꽃봉오리 송홧가루가 바람에 휘날려 장독대에 하얀 분처럼 쌓인다. 철쭉과 영산홍이 피어나고 넝쿨장미도 연달아 매혹적인 빛깔로 핀다.

어린이날 어버이날도 오월에 있고 스승의 날 성년의 날도 연달아 있다. 쾌청한 날씨에 비단 같은 봄바람이 뺨을 간지럽힌다. 실버들이 물가에 드리우고 새들은 화평을 노래한다.

오월 초에는 초파일 '부처님오신날'의 황금연휴가 있고 뒤이어 대통령선거가 있다.

먼저 일 년 중 가장 상서로운 오월의 초파일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살펴보자. 불교가 국교였던 고려시대에는 초파일은 팔관재와 아울러 국가의 기념행사로 정해 온 국민이 경축하고 그 날을 즐겼다. 불교의 등불축제는 부처님당시로 거슬러 올라가면 무려 2,600년의 아득한 세월이다.

부자들의 등이 모두 꺼졌으나 가난한 할머니가 켜놓은 하나의 등불이 세찬바람에도 꺼지지 않고 남은 것을 보신 부처님이 찬탄했다. 그 할머니를 위해 다음생의 수기를 주신 것에서 유래한 등불축제는 불교의 대표적인 종교행사로' 빈자의 일등'이라 한다.

동북아에서는 음력초파일이고 동남아지역에서는 사월보름에 등공양과 각종 축제를 벌인다. 오래전 동남아에서 보름날 불전에 연꽃 한 송이와 초, 향을 바치는 신도들이 행렬을 이루는 것을 보고 무척 감동스러웠던 추억이 있다.

등불은 어두운 길을 밝히는 광명의 뜻도 있지만 부처님의 마지막 가르침인 '열반경'에 보면 매우 정확하고 깊은 뜻이 내포되어 있다.

부처님이 이 세상을 떠나면 어떻게 수행하고 어떻게 사람들을 이끌어갈지 제자들이 물었다. 유명한 네 가지 유훈이다. 첫째 자귀의, 스스로 의지하고 둘째 자등명, 스스로 등불로 삼으며 셋째 법귀의, 법에 의지하며 넷째 법등명, 곧 진리를 등불로 삼아라.

말은 간단한데 그 의미는 심오하기 짝이 없다. 자귀의란 자주란 말이고 주인의식을 가리킨다. 대개의 사람들은 자신보다 타인과 돈 권력 세력 이념등을 의지하고 살아 가는 게 보통이다. 부처님은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라는 자주 자신 자립의 삶을 가르쳤다. 나중에 선불교에서는 자신이 곧 부처라 다른데서 찾지 말며 자신 안에 무진장 보물이 숨겨져 있다고 인간들에게 무한한 자신감과 존엄함이 있다는 게 자등명이다. 민주주의의 시초가 불교에서 나왔다는 게 필자의 주장이다. 대중을 존중하고 대중의 뜻을 따르는 것이 민주주의 원리가 아니겠는가.

아무리 오월의 봄이 천지를 빛내고 꽃이 다투어 피워도 사람과 뭇생명의 몸과 마음이 고통스럽거나 암흑 속에 있다면, 마치 장님이 낮과 밤을 구분 못하듯 오월의 환희와 등불도 의미가 없게 된다.

근현대사 우리의 어둡고 아픈 역사도 사월과 오월에 발생했던 비극이었다. 수천 수만 명의 무고한 인명이 학대받고 살상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광명으로 빛나던 천지의 봄이 암흑과 죽음으로 변할 때 우리마음도 빛을 잃었다. 이 봄에 다시 마음속의 등불을 켜야 한다. 세찬 비바람에도 꺼지지 않는 가난한 할머니의 등처럼 올곧게 비추어야 하리라.

스스로 의지하되, 여법한 정법에 의지하라는 법귀의. 요즘말로 하면 악법이나 독재정치가 아닌 정의와 정법의 민주주의법을 말함이니 영원한 진리로 볼 수 있다.

마지막 법등명은 자신의 등불인 양심 정의 정직 지혜 지성 사랑의 등불이 세상의 보편적인 법과 질서와의 융합과 조화를 말한다.

불교가 무척 어렵다고 한다. 한문경전이 대부분이고 팔만대장경이라는 말처럼 방대하기 때문에 일반사람들은 접근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핵심용어와 사상을 이해하면 매우 쉽다고 본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하고 세종 문종 세조의 3대에 걸친 스승인 신미 대사가 한글창제의 실무역할을 담당해서 많은 분량의 한글경전을 펴내었음에도 5백 년 동안 한글불경이 발전하지 못하고 한문으로 읽혀져 온 것은 유교국가와 승려들의 책임이 크다.

민족과 흥망성쇠를 같이 하면서 위로는 왕후장상과 서민 천민에 이르기까지 국가수호와 백성들의 안녕을 위해 지혜와 자비를 아끼지 않았던 한국불교는 오월의 눈부신 햇살과 신록처럼 빛나고 싱그러운 역사를 계승하고 있다.

물론 조선조 5백년과 식민지강점기, 광복의 근현대사 백 년 동안 분열과 혼돈을 겪었으나 시대적인 운명공동체로 일관했다. 다만 잔혹한 일제에 저항했던 그 파사현정의 정신이 해방 후 독재정권에는 이어지지 못하고 오히려 권력에 영합했던 것은 분명 잘못된 일로서 크게 참회해야 될 부분이다.

부패한 박근혜정권이 임기도중 국민의 힘으로 탄핵당하고 유죄판결을 받아 영어의 몸이 되었다. 국민들은 지난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는 적폐청산을 요구한다. 또 국민대화합을 위한 국민통합을 원한다. 그러나 일부 어리석은 지식인 정치 종교인 일반인들은 아직도 박근혜정권의 잘못이 없다고 강변한다. 박근혜정권이 임명한, 집권여당 검찰과 경찰 등 사법 헌법기관들이 모두 짜고 조작했다고 기만한다. 더러는 철지난 이념으로 공격하고 집권세력으로 만들어준 일등공신인 보수언론마저 단죄하는 망상에 사로잡힌다.

과연 어느 누가 나라의 위기를 구하고 개혁과 안정을 이룰 리더인지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오랜 역사의 수많은 위기와 환란 속에서도 걸출한 지도자와 지혜로운 지식인들. 어진 국민들이 힘을 모아 난관을 극복해온 불굴의 정신은 한민족의 전통이고 자랑이라 할 수 있다.

적폐청산과 국민통합의 화두

어느 누가 대선승리로 대통령이 되고 집권세력의 되어도 적폐청산과 국민통합은 동시에 해결해야 될 숙제이다.

이것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과제이며 사명이다. 물론 짧은 시간에 다 할 수 없고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차기정권은 참으로 할 일도 많고 역대정권에 비해 고통이 배가할 것이다. 전 정권들이 저지른 정치폐단과 엄청난 경제부채 사회갈등 남북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임기5년도 짧을 것이다.

그리고 대선 후 불거지는 개헌도 더 지체 말고 시행해야 한다.

나는 불교인으로서 내가 속해 있는 조계종의 적폐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평생 몸담아온 불교는 정신적인 고향이고 인생철학이며 자비와 지혜이며 신토불이의 부처와 중생 그 자체다. 타종교도 마찬가지지만 불교도 청산할 적폐가 적지 않다 역대정권에 타협, 부화뇌동해서 이익을 챙긴 승려와 불자가 많고 특히 기득권층에서 알려진 것처럼 문제가 계속 터지고 있다.

국고나 사찰공금을 부정하게 가로채 그 돈으로 일탈행위인 온갖 범죄를 저질러도 징계와 처벌을 받지 않고 오히려 범법을 고발한 사람을 세간에 알렸다고 해종행위자로 몰아 승려제적, 공권정지로 중징계하고 있는 현실이다. 마치 도둑이 집주인을 고발하는 것과 같다.

얼마 전 민주화운동 경력의 상징인 명진 스님을 또 중징계했다. 평소 바른 말과 비판적인 직언을 자주 했다는 이유다.

그래서 나온 말이 한국불교의 대표종단인 조계종도 이제 직선제를 통해 수장인 총무원장을 검증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다수다.

그러함에도 현 조계종 총무원장이나 고위간부들은 들은 척도 않고 여전히 자기사람만 심는 독재정권의 유물인 체육관투표제를 고집한다.

범계행위가 없고 떳떳하며 청정하다면 겨우 선거인수 1만여 명 밖에 안 되는 직접선거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

혹시 부패한 독재정권처럼 직선제로 깨끗하고 개혁적인 지도자가 나오면 보복당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조계종의 고위승려들이 깨달아야 할 것은 세상도 완전 민주화로 가고 악행을 저지르는 그 어떤 정권도 무사하지 못한다는 것을 눈으로 보면서 자기들은 별천지에 사는 사람인양 시치미를 떼고 있으니 딱하다.

현대의 종교는 중세 가톨릭처럼 치외법권이 아니며 국교시절처럼 성직자가 법적인 면죄부를 부여받지 못한다. 범죄를 저지르면 종교인도 처벌을 받는 게 당연한 법치국가의 도리이다.

박근혜대통령의 비참한 말로와 같이 조계종의 현 수뇌부들도 조고각하해서 그 자리에서 물러나고 직선제를 행하면 그 악행의 처벌이 가벼워질 수 있고 지은 죄가 경감될 수 있다.

오월의 빛나는 신록과 등불을 보면서 초파일의 큰 뜻과 시대의 화두를 생각한다.

/ 소암 승려시인. 평화통일 불교포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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