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사회>로 알려진 재독 철학자 한병철 교수가 선불교 세계를 철학적으로 정리했다.
선은 언어를 의심하고 개념으로 사유하는 것을 불신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론과 담론에 적대적이다. 선을 논리적, 분석적으로 접근하기 어렵다 보니 선 수행을 하지 않는 일반인이 선(선불교)이 무엇인지를 알고 이해하기 어려웠다.
선불교에 ‘철학’을 붙이는 것은 모순일 수 있다. 저자는 “좁은 의미의 철학에 속하지 않는 대상에 관해서도 철학적으로 반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은 선불교에 ‘관해서’ 그리고 선불교와 ‘함께’ 철학함으로써 ‘선불교의 철학’을 조명한다. 선불교 안의 ‘철학적 힘’을 ‘개념’을 갖고 전개하는 방식이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익숙한 플라톤 헤겔 쇼펜하우어 니체 등 서양학자들의 철학과 임제 동산 위산 앙산 운문 등 선사의 통찰을 비교하는 방법을 통해 선불교 사유를 드러내고자 한다.
이를테면 무, 공, 무아, 무주, 죽음, 친절이라는 개념에 대해 서양철학과 선불교의 철학적 사유가 대결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어느 한쪽의 철학이 더 우수하다는 것을 주장하는 데 있지 않고 다른 종류의 철학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데 있다. 직관적 사유 전통을 가진 동양과 논리적 정합성을 중시하는 서양은 그 사유 전통이 다르다.
책은 두 사유를 비교 연구를 통해 고찰함으로써 동서양 사유의 다름을 드러내 보이고, 그동안 이해하기 어려웠던 선불교의 철학적 사유에 독자가 조금 더 쉽게 한 발 다가서게 하는 데 의미가 있다.
선불교의 철학┃한병철 지음┃한충수 옮김┃이학사┃1만2000원
[불교중심 불교닷컴, 이 기사에 대한 반론 및 기사제보 cetan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