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축총림 통도사 방장 원명 스님 동안거 해제법어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 원명 스님 동안거 해제법어
  • 김원행 기자
  • 승인 2017.02.11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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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루 그림자 없는 나무를(一株無影樹), 불속에 옮겨다 심어놓았네(移就火中栽).

삼춘의 봄비를 빌리지 않아도(不假三春雨), 붉은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구나(紅花爛漫開).>

 시간과 공간의 범주를 벗어난 겁외의 꽃을 피운 사람만이 두 팔을 휘저으며 산문을 나서는 날입니다. 승속을 막론하고 수행이란 이름으로 세상의 모든 일을 접어두고 한 철을 기약했었습니다. 냉정하게 자신의 살림살이를 계산해서 득과 실을 분명하게 알아야 할 것입니다.

 수행자가 삭발하고 염의를 입은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삭발은 머리만을 깎는 것이 아니라 생사의 근본인 욕망을 끊는 것을 말합니다. 염의는 남이 쓰다버린 천 조각을 기워서 만든 옷입니다. 비록 쓰다버린 더러운 천으로 만든 옷을 걸쳤지만 결코 마음은 세파에 물들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자리는 사부대중이 다 모였습니다. 질긴 욕망의 머리를 자르고 세상의 온갖 시비에 물들지 않는 용맹심과 믿음이 갖추어 졌습니까? 온 세상이 불길에 휩싸이게 하는 것도 욕망이요 생사에 윤회하게 하는 것도 욕망입니다. 중생의 욕망이 부모가 되어 자식을 낳습니다. 자식은 또다시 욕망이라는 자식을 낳아 윤회의 수레바퀴가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돌게 합니다.

 해제 대중은 모두 거기에서 벗어나는 답을 찾기 위해 화두를 목숨 줄이라 여기고 놓치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시시각각 침범해오는 번민은 내 목숨 줄을 빼앗으려 했을 것입니다. 공부가 순일하고 화두가 일여했는지는 오직 자신만이 알 것입니다. 성성한 화두의 칼로 불꽃처럼 치솟는 욕망을 끊어낸다면 그는 욕망의 불길 속에서 겁외꽃을 피워내는 참 수행자입니다.

 번잡한 세상 속에 있으면서 거기에 물들지 않고 마음이 여여 하다면 비록 염의를 입지 않았어도 출가인과 다르지 않습니다. 진정한 수행과 출가는 겉모습에 있지 않고 올바른 통찰과 정신에 있습니다. 스스로 들어선 길에 그 끝을 보아야 할 것입니다. 부처님은 보리수아래에서 해제를 하셨습니다. 수행자는 굳은 원력이 보리수요 인욕이 방석입니다. 오늘 그 보리수에서 그 방석에서 떨치고 일어설 자신이 있다면 산문을 나서도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시 결제에 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부디 남이 먹다 남긴 찌꺼기만 씹다가 허송세월하지 말고 자신만의 한 소리를 내뱉는 대장부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백운은 바람 따라 만리 허공을 표류하지만(白雲兒向萬里飄), 여태까지 청산의 아버지를 잊은 적이 없다네(從來不忘靑山父).

그런데 어찌해 집 떠난 자식은 돌아올 줄 모르고(乃何遊子不知反), 자부가 누누이 사람을 보내 찾으며 애타게 하는가(累他慈父送人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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