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결핍 감성팔이
지혜결핍 감성팔이
  • 강병균 교수(포항공대)
  • 승인 2017.01.23 23:03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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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강병균 교수의 '환망공상과 기이한 세상'-136.

우리 사회에 나약한 감성팔이가 만연해 있다. 힘을 기르기보다는 감성에 호소하려고 한다.

부처님은 어린 아이를 잃고 찾아온 여인을 감성적인 말로 위로하지 않았다. 사람이 한 번도 죽은 적이 없는 집에서 겨자씨를 얻어오면 죽은 아이를 살려주겠다 하셨다. 헛수고를 하고 돌아온 여인에게 사람은 누구나 반드시 죽는다고 지적하셨다. 부처님은 생의 냉혹한 면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셨지 감성적인 말로 덮으려하지 않으셨다. 금쪽 같은 자기 아이를 잃은 참혹한 변을 당한 여인에게도 그리하셨다.

세계역사에서 힘센 나라가 작은 나라를 그 나라가 착한 나라라는 이유로 침략하지 않은 경우가 없다. 잡아먹지 않았다면, 먹잘 것이 없거나 몸집이 작지만 용맹하고 저항이 심해 잡아먹으려다가 탈이 날까봐 안 한 것이다. 잡아먹을 이유가 있으면, 잡아먹고 싶으면, 반드시 잡아먹었다.

부처님은 대국 마가다국이 소국 밧지국을 침략하려 할 때, 밧지국은 작은 나라지만 단결이 되어있으므로 함락시킬 수 없을 거라고 하셨다. 마가다국의 자비심에 호소하지 않으셨다(반란을 일으켜 부왕 빔비사라를 굶겨죽이고 마가다국의 왕위를 찬탈한, 침략자 아자타사투에게 자비심이 있을 리 만무하다). 대신 밧지국의 저항력을 상기시켰다.

인간은 착한 동물을 착하다는 이유로 잡아먹지 않은 적이 없다. 소 양 닭 염소는 얼마나 착한가. 인간을 위해 평생 노동을 하고 알과 자식과 우유를 만들어 바친다. 하지만 인간은 인간에게 도움만 주는 이 동물들을 잡아먹는다. 눈물을 흘리며 그들의 슬픈 운명에 동감하지 않는다. 먹다가 이런 생각으로 목이 매인 나머지 삼킨 고기 한 점이 차마 위로 내려가지 못하고 목에 걸리는 일도 없다.

하지만 포악한 사자 호랑이는 백수의 왕이라고 존중한다. 그들의 힘이 사람을 압도할 정도로 세기 때문이다.

자비는 힘이 강한 자만 베풀 수 있다. (소 양 닭 염소가 인간에게 자비를 베푸는 일은 없다. 뭔가 준다면 착취의 결과일 뿐이다.) 자비는, 힘이 약한 자가 힘이 강한 자에게 요구할 게 아니다. 자비를 베풀려면 먼저 강해져야 한다. (약한 나라가 강한 나라에 베푸는 일은 없다. 뭔가 있다면 강압의 결과이다.) 자선을 베풀려면 먼저 돈이 있어야 한다. 몸으로 때우는 봉사도 있지만, 위로의 말과 따뜻한 마음을 건네는 보시도 있지만, 많은 경우에 자선은 돈이다. 연탄 백신 의약품 학용품 의식주는 다 돈이다.

힘을 기르지 않고 상대방의 자비만 바라는 것으로는, 자신을 지키지도 못하고 세상에 평화를 가져오지도 못한다. 그러다가는 남의 종이나 먹이가 되기 십상이다. 나라라면 강국에 병탄되어 사라지거나 다른 나라의 식민지가 된다. 인류역사에는 그런 예가 무수히 존재한다.

힘을 기르려면 지혜가 필요하고, 자선을 베풀려면 자비가 필요하다. 자비로운 이에게 지혜가 있으면 힘이 생기고, 힘이 생기면 정의로운 제도를 만들어 힘없는 이들에게 인간다운 삶을 보시할 수 있다. 소위 '제도 보시'이다.

불교도라면 지혜와 자비를 둘 다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는 자비만 넘친다. 그것도 스스로 남에게 베푸는 자비가 아니라, 자기에게 베풀어달라고 남에게 강요하는 자비이다. (다른 나라에게도 강요한다. 금수같이 무도한 나라에게도 그리하는데 통할 리 없다. 늑대 사자 호랑이 독수리로부터 아이를 지키려면, 맹수의 자비가 아니라 부모의 지혜가 필요하다). 그게 지혜가 상실된 감성적인 불교로 나타난다.

온 나라가 감성팔이 지도자들로 넘쳐난다. 나라가 혼란스러운 이유이다.

   
 

서울대 수학학사ㆍ석사, 미국 아이오와대 수학박사. 포항공대 교수(1987~). 포항공대 전 교수평의회 의장. 전 대학평의원회 의장. 대학시절 룸비니 수년간 참가. 30년간 매일 채식과 참선을 해 옴. 전 조계종 종정 혜암 스님 문하에서 철야정진 수년간 참가. 26년 전 백련암에서 3천배 후 성철 스님으로부터 법명을 받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은 석가모니 부처님이며, 가장 위대한 발견은 무아사상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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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꾼 2017-01-29 20:25:40
종교든 언론이든 정치든 교육이든 국방이든 분야를 막론하고
다들 본분사를 잊어버리고
장사꾼(그것도 가짜 만병통치약 팔아먹는 뜨네기)이 되었습니다.
앞길이 캄캄합니다.

상생 2017-01-25 15:01:45
감성팔이는 이기주의를 숨긴 남탓의 한 형태이다. 알고 한다면 큰 죄다.

보시를 하자 2017-01-25 12:23:44
………………
불교도라면 지혜와 자비를 둘 다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는 자비만 넘친다.
그것도 스스로 남에게 베푸는 자비가 아니라,
자기에게 베풀어달라고 남에게 강요하는 자비이다.

(다른 나라에게도 강요한다.
금수같이 무도한 나라에게도 그리하는데 통할 리 없다.
늑대 사자 호랑이 독수리로부터 아이를 지키려면,
맹수의 자비가 아니라 부모의 지혜가 필요하다).
그게 지혜가 상실된 감성적인 불교로 나타난다.

온 나라가 감성팔이 지도자들로 넘쳐난다. 나라가 혼란스러운 이유이다.
………………


참으로 오묘하고도 영묘한 함축들을 가지고 가는
“오로지-나만의-불교”를 하고 계시는군요. 불교관이 아닌 정치관 아닌가요?

보시를 하자 2017-01-25 08:59:58
“자비는,
힘이 약한 자가 힘이 강한 자에게 요구할 게 아니다.
자비를 베풀려면 먼저 강해져야 한다.”

나치즘의 진화론적 초인-인본주의 사상을 보는 것 같네요.
약자와 강자의 구별은 그렇게 구별하는 이들의 구별이랍니다.

내가 약자이든 강자이든
내가 왜 약자가 되고, 내가 왜 강자가 되는지,
그것에 대한 사유를 하는 것은 인간의 권리이겠죠?

강교수님은 강자이신가요? 그래서 자비의 글 보시를 하시는 중인가요?
저도 저를 강자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댓글 보시를 이처럼 다시 하는군요.

? ? ? 2017-01-24 18:43:37
비구들이여! 흙도 없고 물도 없고 불도 없으며 바람도 없는 곳이 있다.
무한한 허공으로 이루어진 곳[空無邊處]도 아니고,
무한한 식별[작용]으로 이루어진 곳[識無邊處]도 아니며,
‘무’로 이루어진 곳[無所有處]도 아니고, ‘지각[작용][想]이 아니고
아닌 것’으로 이루어진 곳[非想非非想處]도 아니다.
이 세상도 아니고, 또 다른 세상도 아니며 둘 다 아니다.
비구들이여! 여기서 나는 오는 것도 없고, 가는 것도 없으며, 머무름도 없고,
죽어감도 없으며, 일어남도 없다고 말한다.
고정된 것도 아니며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의존하는 곳도 없다.
바로 이것이 고통의 끝이다. -파리닙바나(Parinibb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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