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공양
소신공양
  • 강병균 교수(포항공대)
  • 승인 2017.01.09 21:23
  • 댓글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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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강병균 교수의 '환망공상과 기이한 세상'-134.

- 내가 비록 신통의 힘으로 부처님께 공양하였으나 몸으로써 공양하는 것만 같지 못하리라. 또 향유를 몸에 바르고 일월정명덕 부처님 앞에서 하늘의 보배 옷으로 몸을 감고 향유를 붓고 신통의 힘과 서원의 힘으로 스스로 몸을 불사르니 광명이 팔십억 항하사 세계에 두루 비치었느니라. 그 세계에 계시는 부처님들이 한꺼번에 찬탄하시었느니라. <법화경 약왕보살본사품 보살‘소신공양’편>

베트남 전쟁(1954~1975)이 한창이던 1963년 6월 월남의 고승 틱쾅둑(Thich Quang Duc)은, 베트남을 성처녀 마리아에게 봉헌한 가톨릭 신자인 디엠 대통령의 '불교탄압과 인권탄압'에 대한 항의로, 앉은 채로 소신공양(燒身供養 분신자살)을 했다. 분신(焚身) 전에 그는 예언을 했다.

"내가 앞으로 쓰러지면 흉한 것이니 해외로 도피해라. 내가 뒤로 넘어지면 투쟁이 승리하고 평화가 올 것이다."

틱은 뒤로 넘어졌다. 그리고 12년 후 베트남이 공산화되면서, 공산당에 의해 수십 만 명이 강제수용소에 구금당했고, 100만 명이 비인도적으로 잔인하게 살해당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조그만 배로 탈출하다 태국해협과 남중국해에서 물고기 밥이 되었다. 종교도 금지되었다. 월맹에 의해서, 월남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총체적인 인권탄압과 불교탄압이 자행되었다. (공산국가에서의 학살은 통상 대학살이다. 캄보디아가 공산화 된 후에 200만 명이 살해당했으며, 중국과 러시아가 공산화가 된 뒤에 1억 명이 살해당했다.) 틱의 예언은 처참하게 빗나갔다. 베트남은 뒤늦게 자본주의로 수정하고 있으나 정치체제는 여전히 공산당 일당독재다.

▲ 사진=http://mlbpark.donga.com/mlbpark/b.php?p=1&b=bullpen2&id=4682707&select=title&query=&user=&reply=

환망공상은 끝이 없다. 종교수행을 오래 하면 어느 순간 자기가 절대적으로 옳다는 망상이 생긴다. 틱 스님의 예언이 바로 그런 경우이다. 무서운 일이다. 문제는, 종교에 빠져있는 한 이게 망상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없다는 점이다. 성직자들이 무조건 믿어야 한다고 신도들을 세뇌시키기 때문이다. 성직자들은 자기들 전통에 전해져 내려오는 수많은 경전과 서적의 영향으로 세뇌를 당해 망상을 갖는다.

'성직자들이 정치 경제 과학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탁월한 견해와 미래 예측능력을 가졌다'는 망상의 근원은 무엇일까? 매번 틀리는데도 왜 여전히 믿는 사람이 그리 많을까? 정말 신비로운 현상이다. 우리나라도 그런 사람이 있었다. 탄허 스님이다. 그는 초대형 예언을 여러 번 했지만 다 빗나갔다. 1977년에 김일성이 죽고(실제로는 17년 후인 1994년에 죽음), 1999년에 지축이 바로서고, 2000년경에 ‘포항에서 석유가 발견되고, 일본은 바다 밑으로 가라앉고, 한반도 서해안이 융기해 국토가 넓어지고, 만주가 우리 땅이 되고, 통일이 될 것’이라 했지만 다 빗나갔다.

그런데도 지금도 그가 대단한 예언가이고 도가 높은 승려인 줄 아는 사람들이 있다. (진짜 도가 높은 사람은 함부로 예언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하면 반드시 맞는다.) 이들은 과연, '목성에 외계인이 살고, 그들이 지구로 UFO를 날려 지구인을 의학적으로 조사한다'는 괴이한 주장을 한 대행을 승려의 길로 인도한 사람이 탄허인 줄 알까?

몸이 화염에 싸여 타들어 가는 중에 미동도 하지 않고 앉아서 죽는 걸 대단한 경지인 줄 알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중국 선불교 일화가 있다. 자기 견해가 옳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향이 다 타기 전에 선정에 들어 스스로 열반에 든 승려에게, 구봉 선사가 좌탈(坐脫)한 그의 등을 쓰다듬으며 한 말이 있다. ‘살고 죽는 것은 마음대로 할지 모르지만 불법은 꿈에도 보지 못하였구나.’

불교의 최고 경지는 지혜이다. 지계도 아니고 선정도 아니고 지혜이다. 지혜가 없으면 중생을 떼로 멸망의 길로 인도한다. 틱 스님이 바로 그런 예이다. 그는 무슨 생각으로 ‘(분신한) 몸이 앞으로 쓰러지면 도망가고, 뒤로 넘어지면 괜찮다’는 어처구니없는 예언을 했을까? 그가 뒤로 넘어지자, 그의 말만 믿고 베트남에 남아있던 사람들은 참혹한 화를 당했다.
그는 분명히 선한 사람이지만, 비극은 선함과 지혜는 별개라는 점이다. 선하지만 무지한 사람이 가장 위험하다. 사람들이 그의 선함에 감동을 받아 아무 의심 없이 그의 말을 따르다 죽음의 길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수많은 중생들의 이해득실과 탐욕·무욕과 폭력·비폭력과 증애와 선악이 난마처럼 얽혀있는 사바세계의 초대형 사건을 예언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이 방면에는 전혀 다른 종류의 능력이 필요하다. 선한 세계라는 한쪽 세계에만 사는 승려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善意)로 포장되어 있다'는 말이 있다. 때로는 일견(一見) 악해 보이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을 사는 길로 인도한다. 인간 세상의 모순이다. 미스터리이다. 누구든지 감히 하늘과 땅의 일을 다 안다고 큰소리 칠 일이 아니다.

베트남이 공산화된 해인 1975년에 12명의 비구 비구니가 공산당의 종교탄압에 항의해 분신자살을 했다. 그로부터 열두 해 전에 종교탄압에 항의해 분신자살한 틱쾅둑 스님은 과연 누구를 위해 분신을 한 것일까?

   
 

서울대 수학학사ㆍ석사, 미국 아이오와대 수학박사. 포항공대 교수(1987~). 포항공대 전 교수평의회 의장. 전 대학평의원회 의장. 대학시절 룸비니 수년간 참가. 30년간 매일 채식과 참선을 해 옴. 전 조계종 종정 혜암 스님 문하에서 철야정진 수년간 참가. 26년 전 백련암에서 3천배 후 성철 스님으로부터 법명을 받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은 석가모니 부처님이며, 가장 위대한 발견은 무아사상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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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선 2018-09-03 16:53:46
이게 뭔 개소리냐?

불자가 개독싸이트 안가듯이 2017-01-15 14:35:39
개독이 불교싸이트 오지 않아야 하는데
개독색휘들은 양심에 털이 났는지 참 뻔뻔스럽게 불교싸이트 와서 댓글질 한다.
야이 썅놈의 개독아 야훼색휘가 그리 가르쳤냐? 목사색휘가 그리 가르쳤냐?

? ? ? 2017-01-14 21:17:54
인간 동물 뇌로 죽을때까지 배우는 일만 하여도,

배운 것 보다 배우지 못한 것이 비교..... 비교 불가능 할 만큼 더 많다.

평생 배운 것은 티끌만큼 밖에 되지 않지만 배울수 있음에 겸허히 감사해야 하지만,

동물 뇌는 믿을수 없는 것이고 동물 뇌에서 일체지혜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뇌를 믿고 겸손을 잃으면 소탐 대실이 된다.

자신의 믿음과 2017-01-13 19:13:52
불교의 차이 아닐까?

대한 2017-01-13 15:48:00
싯다르타 태자는 정치를 완전히 떠났으니 종북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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