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유稀有한 인연因緣들
희유稀有한 인연因緣들
  • 박영재 교수(서강대)
  • 승인 2016.12.29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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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선도회 박영재 교수와 마음공부 25.

성찰배경: 이번 성찰글에서는 2016년 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에 들어서면서 저로 하여금 초심자初心者 관련해 크게 보람을 느끼게 한, 대표적인 희유稀有한 인연因緣 사례 세 가지를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2016년 2학기에 제가 담당했던 전공과목인 ‘일반물리2’ 수강생과 교양과목인 ‘우주와 인생’ 수강생에 관한 사례이고, 세 번째는 수도권 소재 대학교에 재직 중이신 교수님 사례입니다. 참고로 독실한 천주교인이신 이 교수님은 뜻한 바 있어 5년 간 불교학 박사학위 과정을 수료하시기도 한 분으로 지식적인 불교학 공부로는 채워지지 않는 부분을 채우기 위한 노력을 하시다가 선도회와 인연이 닿아 간화선 수행의 길로 들어선 분입니다.

희유稀有한 인연因緣들

사례 1: 명상에 눈 뜨다

2016년 2학기에 제가 맡은 과목 가운데 전공 관련 ‘일반물리2’가 있습니다. 이 과목의 주된 강의 내용은 전하를 가진 물체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다루는 전자기학電磁氣學에 관한 것입니다. 비록 전공 강의이기는 하지만 21세기 무한경쟁 시대를 살아가야하는 이공학도들에게 바쁜 일상 가운데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기 위해 가끔 참선 명상 관련 이야기를 들려주었었습니다. 그런데 이 과목 성적이 제일 좋은 수강생이 그 필요성을 인지하고 방학 때 대학생 명상캠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하네요. 사실 ‘참선’ 강의나 ‘우주와 인생’ 강의를 통해 자기성찰 하는 ‘수식관數息觀’과 ‘화두話頭’ 참구 방법을 알려줘도 종강 후 이를 지속하는 수강생들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정말 뜻밖의 수확이라 더욱 보람을 느꼈기에 이 수강생과 최근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을 첫 번째 사례로 소개를 드리고자 합니다.

수강생: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연말은 잘 보내고 계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교수님 덕분에 복학 후 힘들었지만 일반물리2 내용을 재밌게 배웠던 것 같습니다. 2학년 전공부터 일반물리2 내용을 많이 이용하는 데 교수님 덕분에 한결 쉽게 전공 공부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교수님이 수업시간에 잠깐씩 말씀해주신 명상과 마음 이야기로 다음 주에 대학생 명상캠프도 신청을 했답니다.
교수님! 남은 2016년 행복하게 보내셨으면 합니다. 늘 좋은 말씀, 서강인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려주셔서 한 학기 내내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2017년에도 늘 행복한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수강생 올림

답신: ()()() 군! 지난 제2차 시험에 이어 제3차 기말시험에서도 자네가 135점으로 1등을 했네. 공부뿐만이 아니라 수업 시간에 잠깐씩 해 주었던 자기성찰에 관한 이야기가 자네에게 도움이 되었다니 더욱 보람을 느끼네. 명상캠프 잘 다녀오고 방학 때 학교에 오게 되면 연락하고 내 연구실로 들리게. 자기성찰에 도움이 되는 책을 한 권 자네에게 선물하겠네. 뜻 깊은 겨울방학 맞이하기를 염원하면서, 일반물리 2 담당교수로부터

사례 2: 수식관으로 하루를 열다

이 수강생은 학기 초에 수강 신청했던 과목이 폐강되는 바람에 ‘우주와 인생’ 강의를 우연히 수강하게 되었는데, 이 학생이 기말과제로 제출한, 수식관의 위력이 잘 담긴 ‘수정된 인생지도: 조금만 방향을 튼다면’ 전문을 소개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조금만 방향을 튼다면
길 것만 같았던 한 학기가 어느덧 종강을 하고 ‘우주와 인생’ 수강도 막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우주와 인생에서 얻은 성찰로 삶을 변화시키는 것은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첫 번째 과제인 ‘인생지도’에서 현재를 잡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때와 마찬 가지로 제 인생에서 제가 추구하는 삶을 살기에 가장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수식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식관이라는 작은 행동 하나가 제 삶 마지막 점에서 본다면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점이 평행으로 움직일 때에 한 점의 각도를 1도만이라도 바꾼다면 두 점의 차이는 처음은 미미할지라도 시간이 흐른 뒤에는 같이 움직인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멀어져 있을 것입니다. 그와 같이 제 삶에 조그마한 변화가 시작된다면 당장에는 인지할 수 없고 미미할지라도 변화하지 않는 제 인생과 변화한 제 인생을 놓고 비교했을 때 저는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수식관을 배운 후로 제가 노력하고 변화한 한 가지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아침에 눈을 뜨면 항상 담배 하나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육상 경기를 시작할 때 나오는 화약총소리나 축구 경기를 시작할 때 울리는 휘슬 소리처럼 하루를 시작할 때에는 그 시작을 알리는 행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기준에서는 이제까지 담배를 대체할 만큼 저의 하루를 알리는 행동이 없었습니다. 다소 불쾌하지만 그 하나의 담배를 태우면서 자신만의 하루를 준비 할 시간을 갖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우주와 인생’을 수강한 후로 제 하루를 시작하는 행동은 두 가지로 변화하였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귀찮지만 수식관을 해 본 이후로 제 하루를 시작하는 신호는 수식관으로 변화했습니다. 짧고 아직은 서툴지만 수식관을 통해 하루를 시작한 후로 담배와는 다른 긍정적인 마음 상태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신사홍서원’에서 배운 하루에 한 가지 선행을 한다는 마음가짐을 지키기 위해, 등교 길에 마주하는 쓰레기를 단 하나라도 줍는 행동으로 실천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작은 한 가지 선행이 하나씩 모인다면 제 삶 마지막에 제가 쌓아온 선행은 셀 수 없이 많아질뿐더러 삶의 질 자체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주와 인생’이라는 강의는 제 대학생활을 통해 이수한 학점 중에 작은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연히 수강하게 된 이 강의가 제 대학 시절을 넘어 제 삶 전체에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다른 이들과 평행하게 움직일 제 자신이라는 작은 점이 1도 정도 비틀어 남들과 큰 변화를 이루어 낼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면서 앞으로도 배운 작은 변화를 실천하면서 항상 은혜롭게 살고 싶습니다.

사례 3: 드디어 첫 화두를 투과하다

2015년 11월에 선도회 목동본원에 입문하신 이 교수님에 대해서는 처음 5개월 간 간화선 수행의 핵심 기초인 ‘수식관數息觀’ 수행을 철저히 수행하고 그 체험한 바를 이미 <불교닷컴>을 통해 제가 소개드렸었습니다. 그후 또한 <불교닷컴>을 통해 소개드렸듯이 초관初關인 ‘척수성隻手聲’ 화두, 즉 ‘어떻게 하면 한 손으로 박수를 칠 것인가?’라는 화두를 붙들고 씨름하시다가 힘에 붙여, 보다 수월한 ‘지사문의指事問義’ 화두인 ‘시계란 무엇인가?“로 바꾸어 힘을 얻으셨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척수성’ 화두에 재도전하시다가 지난 주 토요일 드디어 투과하시고는 그 직후 다음과 같이 그 소감을 전해주셨기에 소개를 드립니다.

소감문: 법경 법사님, 오늘 1년 만에 다시 연구실로 찾아뵙고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1년 전과 비교해 보았을 때, 이야기의 내용이나 수준에 있어서 많은 변화를 느꼈기에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함께 한 (서강대 교직원 식당에서의 3500원 하는) 점심식사도 좋았고, 다음번에는 제가 모실 수 있는 기회를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제 화두 하나 투과한 것 가지고 제가 너무 호들갑을 떤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사실 큰 기쁨이었습니다. 화두 하나 둘 이런 식으로 그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 년이라는 시간을 집중적으로 투여해서 얻는 나름의 열매였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그리스도교 전통 안에서 성장하면서 배우고 익힌 내용들도 함께 업그레이드되는 체험을 했기에 더더욱 귀한 일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저에게 있어 궁극의 ‘무문관無門關’은 역시 ‘성서聖書’이기에 생각해 보아야 할 내용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여주 공동체의 출범은 큰 의미를 가지는데 천달 법사(서명원 신부)님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조금 전 매우 적은 금액이지만 올해 하반기 기부활동의 일환으로 선도회 법인 계좌로 입금을 했습니다. 그리고 사무총장 천수 법사님께 문자를 보내서 익명처리도 부탁드렸습니다. 내년에는 더 큰 금액 기부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방학 중에도 화두 참구를 하다가 견해가 서면 전자입실을 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지으십시오. ()()() 합장

군더더기: 2대독자 외아들로 태어나 정말 한심한 마마보이로 성장한 저는 대학교 2학년 때 종달 이희익 선사님을 만나 15년에 걸쳐 간화선 수행을 이어가며 가까스로 통찰과 나눔이 둘이 아닌 ‘통보불이洞布不二’의 삶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으니 경전 분류에 의하면 ‘채찍을 뼈에 사무치도록 때려야 겨우 간다’는 가장 형편없는 ‘둔마鈍馬’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런데 요즈음 참선을 배우고자 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양마良馬’이신 것 같으니 이 글과 인연이 닿는 분들은 허송세월하지 않으시고, 위의 세 사례처럼 즉시 바른 수행의 길로 들어서시리라 확신합니다. 참고로 <잡아함경> 33권에 들어 있는 ‘양마良馬’에 관한 비유를 덧붙입니다. ‘세상에는 네 종류의 말이 있다. 첫째는 채찍의 그림자만 봐도 곧장 달리며 그 주인의 뜻에 따른다. 둘째는 채찍이 털끝에 스치면 곧장 달리며 그 주인의 뜻에 따른다. 셋째는 채찍이 몸을 때리면 곧장 달리며 그 주인의 뜻에 따른다. 넷째는 채찍을 뼈에 사무치도록 때려야 겨우 간다.’

관련 자료들:
수식관 관찰 과정과 화두의 유래
http://www.bulkyo21.com/news/articleView.html?idxno=31803

‘한 손으로 박수치기’[척수성隻手聲]
http://www.bulkyo21.com/news/articleView.html?idxno=33045

날마다 新사홍서원 실천하기
http://www.bulkyo21.com/news/articleView.html?idxno=27638
 

   
 

박영재 교수는 서강대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3년 3월부터 6년 반 동안 강원대 물리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1989년 9월부터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강대 물리학과장, 교무처장, 자연과학부 학장을 역임했다.

1975년 10월 선도회 종달 이희익 노사 문하로 입문한 박 교수는 1987년 9월 노사의 간화선 입실점검 과정을 모두 마쳤다. 1991년 8월과 1997년 1월 화계사에서 숭산 선사로부터 두차례 입실 점검을 받았다. 1990년 6월 종달 노사 입적 후 지금까지 선도회 지도법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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