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행세' 황교안, 진정한 기독교인 맞습니까?
'대통령 행세' 황교안, 진정한 기독교인 맞습니까?
  • 지유석 기자
  • 승인 2016.12.20 1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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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으로서 모든 국민 앞에 머리 숙이기를 바랍니다

 

국회 방문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14일 정세균 국회의장과 면담을 위해 국회에 도착하고 있다.
▲ 국회 방문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 14일 정세균 국회의장과 면담을 위해 국회에 도착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님, 먼저 제 소개를 하고자 합니다. 전 독실한 감리교 신도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기독교 신앙을 갖고 지내는 한 국민입니다.

제 신앙 이력을 들먹이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황 대행님 역시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별히 사법고시 합격 뒤 2년간의 연수 기간 동안 수도침례신학교 3학년으로 편입해 신학공부를 한 뒤 서울 목동 성일침례교회에서 협동전도사로 시무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황 대행께서 그동안 법무부장관에 이어 국무총리직을 거치면서 보여주신 모습들은 기독교의 정신과는 너무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먼저 과잉의전 논란입니다. 황 대행께서는 올해 3월과 11월 연거푸 과잉의전으로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3월엔 관용차를 몰고 서울역 플랫폼까지 진입하는가 하면, 11월엔 오송 KTX역에서 황 대행을 태우러 온 의전 차량이 시내버스 정류장에 불법 정차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서울역에선 기차를 타러 오는 시민들을 막았고, 오송역에선 승객을 태우기 위해 기다리던 버스를 내쫓아 애꿎은 시민들이 추위에 떨어야 했습니다. 더구나 11월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여론이 들끓었던 시점이었기에 과잉의전 소동은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았습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황 대행께서는 지난 14일 국회를 찾아 정세균 국회의장을 면담한 자리에서는 대통령급 의전을 요구했다는 소식을 <한겨레신문> 보도를 통해 접했습니다. 전도사 이력까지 있으신 분이 왜 이토록 의전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지 저로서는 도통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기독교는 예수 그리스도를 섬기고, 그의 가르침을 따르는 종교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아들이었지만, 그의 탄생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모인 요셉과 마리아는 반듯한 숙소를 구하지 못해 전전했고, 결국 마구간에 몸을 의탁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마리아는 예수를 낳아 이불에 싸서 말구유에 뉘었습니다. 아기 예수 탄생에 얽힌 이야기는 이 세상에 예수의 오심이 권력자로 군림하기보다 낮고 비천한 이들을 보듬기 위함이라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실제 예수 그리스도는 3년의 공적 생활 동안 가난하고 병든 이들, 불의한 권력에 눌린 이들을 먼저 찾아가 복음을 전했습니다. '마태오', '마르코', '루가', '요한' 등 예수의 공생애를 기록한 복음서 어디에도 예수가 의전을 요구했다는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과도한 의전을 요구했던 쪽은 당시 이스라엘을 지배했던 로마 제국과 그들에게 결탁한 종교 권력자들이었습니다.

황 대행께 여쭙고자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이 가르침은 '황금률'로 알려진, 아주 유명한 가르침입니다. 신학을 공부하고 전도사 이력까지 있는 황 대행께서도 이 가르침을 모르진 않으리라고 봅니다. 그런 분이 왜 이토록 의전에 집착하는지요? 기독교 신앙은 차치하고서라도, 고위 공무원은 국민에게 봉사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그런 위치에 계신 분이 국민을 먼저 위하기는커녕 국민에게 폐를 끼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불의한 권력에 기대 출세 가도 달린 황교안 대행 
 

 2014년 1월28일 당시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위헌정당 해산심판 1차 변론에 출석해 정부측 입장을 밝혔다.
▲ 2014년 1월28일 당시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위헌정당 해산심판 1차 변론에 출석해 정부측 입장을 밝혔다. ⓒ 지유석 관련사진보기

그런데 이제 본격적으로 제기할 문제에 비하면 과잉의전은 애교 수준일 것입니다. 온 국민을 슬픔에 젖게 했던 세월호 참사 당시 황 대행께서는 법무부장관으로 재직 중이었습니다. 이때 황 대행께서는 세월호 수사를 막고, 담당 수사팀에게 인사보복을 가했다는 의혹이 <한겨레신문> 보도를 통해 불거져 나왔습니다. 이 신문 보도를 그대로 인용해 보고자 합니다.

"당시 법무부와 검찰에 근무했던 복수의 관계자들은 15일 <한겨레> 기자와 만나 인명 구조에 실패한 김경일 전 123정장에 대해 7월말 업무상 과실치사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려 했으나 법무부에서 한사코 안 된다, 빼라고 난리를 쳐서 결국 영장에 넣지 못했다. 법무부는 기소를 앞둔 10월초까지도 '업무상 과실치사만은 안 된다'는 입장을 완강하게 고수했다. 이는 황 대행의 방침이라는 말을 법무부 간부들한테서 들었다고 말했다. 황 대행은 세월호 참사 직후인 4월28일 국회에 출석해 '신속·철저한 진상 규명'과 '적극적인 법률 적용'을 다짐했지만, 뒤에서는 검찰 수사를 틀어막고 있었던 셈이다."

"수사팀은 세월호 사건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다소 낮아진 10월초에야 김 전 정장을 업무상 과실치사로 기소할 수 있었다. 김 전 정장은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이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다. 그러나 변찬우 지검장 등 당시 광주지검 지휘부와 대검 지휘라인은 이듬해 1월 검찰 정기인사에서 일제히 좌천을 당했다. 이 때문에 검사들 사이에선 황 대행의 '보복 인사'라는 해석이 파다했다."

황 대행께서는 이 같은 의혹에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그러나 이 입장을 곧이곧대로 수용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법무부 장관으로서 검찰의 국가정보원(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수사, 통합진보당 위헌정당해산심판 등 현 박근혜 정권이 부담스러워했던 사건들의 뒤처리에 앞장섰기 때문입니다.

우선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수사에서 황 대행께서는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을 표적 감찰로 압박했습니다. 또 통진당 위헌정당 해산심판 1차 변론이 열렸던 2014년 1월 정부 측 대리인으로 직접 헌법재판소에 출석해 정부 측 입장을 대변했습니다. 황 대행께서 국무총리로 영전한 건 박 대통령이 이 같은 공을 인정한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기독교인들에게 사죄하시고, 공직에서 물러나세요"

기독교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어떨까요? 황 대행의 국무총리 영전은 명백히 반기독교적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당대 정치, 종교 권력자에 맞섰습니다. 이러자 로마 제국과 종교 권력자들이 결탁해 예수를 십자가에 매달아 처형했습니다. 그러나 황 대행은 박근혜 정권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며 승승장구했습니다.

황 대행께서는 2011년 5월 부산 호산나 교회 강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발언은 <경향신문> 보도로 알려졌는데, 보도 이후 큰 파문이 일었습니다. 그 발언 중 일부를 아래 인용하려 합니다.

"재야활동을 하며 서울지검 공안부에서 조사를 받는 등 정부와 갈등을 빚었던 김대중 씨가 대통령이 되고 나니까 서울지검 공안부에 있던 검사들이 전부 좌천됐다. 공안부 검사뿐만 아니라 공안통으로 불린 검사들이 계속 인사 불이익을 당했고, 결국 검찰을 떠났다. 난 이런 와중에 편안하게 푸른 초장에서 사법연수원생들과 놀면서 지냈다. 그때 하나님께 감사했다. 미련한 내게 환란으로부터의 도피성을 허락해주심을 감사드렸다. 사법연수원 교수가 한직이고, 자신이 원한 자리는 아니었지만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도피성이 됐음을 깨닫게 됐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2011년 5월 황교안 대통령 권한 대행이 고검장 재직시절 교회에서 강연한 영상.
▲ 경향신문이 입수한 2011년 5월 황교안 대통령 권한 대행이 고검장 재직시절 교회에서 강연한 영상. ⓒ 오마이뉴스 관련사진보기

저는 이 발언이 황 대행의 신앙관을 드러내는 아주 중요한 발언이라고 봅니다. 이 발언을 요약하자면 "김대중 정권 들어서면서 자신과 같은 '공안검사'들은 좌천됐지만 자신은 믿음에 힘입어 '도피성'에 지낼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시사저널> 보도(관련 기사: 극우 세력·보수 기독교 '박근혜 아바타' 황교안 받치는 두 축) 에 따르면 황 대행은 검사 재직 시절 KAL기 폭파범 김현희 사건, 국정원 X파일 사건, 강정구 전 동국대 교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등을 수사하긴 했지만, 검찰 조직에서 존재감은 미미했다고 합니다. 또 잘 나가는 공안검사들은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도 승승장구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입니다.

결국 황 대행께서는 '하나님의 은혜'에 힘입었다기 보다 이명박 정권 들어서면서 탄압 받는 공안검사 이미지가 덧입혀져 뒤늦게 출세가도를 달린 측면이 더 강하다고 봅니다. 특히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한 박근혜 정권의 요구엔 아주 충실하게 반응했습니다.

황 대행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기독교인으로서 간곡히 부탁하고자 합니다. 최근 황 대행이 대통령 행세를 한다는 원성이 자자합니다. 그러니 제발 본인의 처지를 명확히 인식하셨으면 합니다.

황 대행께서는 현 정권에서 국무총리까지 영전한 분입니다. 그런데 국민은 입법부를 통해 박 대통령을 탄핵했습니다. 게다가 황 대행은 국정원 정치개입 및 세월호 수사 방해, 통합진보당 해산 등에 앞장서며 특급 부역자라는 시선도 받고 있습니다. 마침 19일 기독교계인 '박근혜퇴진기독교운동본부'는 기자회견을 열어 황 대행을 "박근혜-최순실 일당이 국정을 농단하던 시기에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라는 막중한 지위에 있으면서, 헌정파괴를 방조하고 국정농단을 비호해온 공범"이라고 규정하고 퇴진을 촉구했습니다.

황 대행은 기독교 신앙을 떠나 처신에 신중해야 하고, 무엇보다 박근혜 정권의 실패에 책임을 통감해야 합니다. 더구나 기독교 전도사까지 지냈음에도 기독교 정신과 거리가 먼 행보를 보인 점에 대해 저를 비롯한 이 나라의 기독교인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하고, 공직에서 물러나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끝으로 기독교계에도 부탁드립니다. 기독교계에선 공개적이지는 않지만 황 대행의 이력을 보고 구약성서 출애굽기에 등장하는 '요셉'에  비유하며 지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언컨대, 황 대행이 교회를 열심히 다녔고, 전도사 활동을 했다고 해서 진정한 기독교인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그보다 불의한 권력에 기대 출세한, 반기독교적인 행위를 자행한 면이 더 강합니다. 이미 기독교계, 특히 보수 기독교계는 이명박 정권 출범에 기여했고, 박근혜 정권에도 우호적인 태도로 일관해 여론을 분노케 했습니다. 과오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더 이상의 과오를 범한다면, 그 결과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부디 황 대행께서 어려움에 빠진 나라를 위해 결단을 내려주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 이 기사는 제휴매체인 <오마이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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