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
극락
  • 강병균 교수(포항공대)
  • 승인 2016.12.20 11:12
  • 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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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강병균 교수의 '환망공상과 기이한 세상'-131.

- 화장실이 없는 부족이 있었다
  이들은 마을이 똥투성이가 되면
  똥이 없는 다른 곳으로 이주했다
  땅은 끝없이 넓으므로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 일부 부유한 중국인 유럽유학생들은
  음식을 먹은 후 설거지를 하는 대신에 그릇을 버린다
  다음 끼에는 새 그릇을 쓴다
  그런데 그 그릇들은 도자기이다

종교는 세상의 틀을 고정된 것으로 본다. 천국과 지옥은 변치 않는 모습으로 존재한다. 땅이 변할지라도, 땅 위 천국과 땅 밑 지옥은 변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인 사람의 마음이 변할지라도, 하드웨어인 생물계 지옥계 천상계 등 기세간(물질세계)은 변하지 않는다.

선행을 하고 신을 믿어 사후에 더 좋은 몸이나 더 좋은 세상으로 옮겨가면 되지, (생전에) 힘들게 이 세상을 개선하려 하지 않는다.

고정된 기세간을 (선해지고 악해지는) 가변의 ‘마음과 영혼’이 이사 다닌다. 그래서 이 세상 자체를 개선하고자 하지 않는다.

천국과 지옥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생각은 하지 않는다. ‘땅의 세상’이 더 나아질 수 있다면, 왜 ‘땅 밑의 세상’과 ‘땅 위의 세상’은 더 나아질 수 없을까? 왜 천국과 지옥은 영원히 재개발되지 않을까? (그 결과 지상의 삶이 개선될수록, 135억 년 전과 전혀 다름없이 항상 그대로인, 천국은 매력이 줄어든다. 종교인이 감소하는 숨은 이유이다.)

이런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미륵보살이 꿈꾼 용화세계는 이상적인 주거환경을 자랑한다. 미륵은 얇고 가벼운 옷이 열리는 나무, 변을 보기 전에 열리고 본 후에 닫히는 땅, 보석으로 만든 가로수, 밀집 주거지역, 밤새 마을을 청소하는 섭화귀신 등이 있는 세상을 꿈꾸었다.

그런데 현대인은 이미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 위에 묘사된 걸 다 누리고 산다. 사실상, 원효 스님의 계산에 의하면 56억7천만 년 뒤에 온다는, 미륵의 용화세계(龍華世界)가 온 것이다. 고대인들은, 그런 세상을 종교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이 땅에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인간 개인지능은 인간 집단지능에 산수비유소불능급(算數比喩所不能及 ineffable by numbers)으로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종교적 지능은 기본적으로, 교주 일인의 지능에 의지하는, 개인지능이다. 근본주의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래서 발전이 없다.)

현대인이 살고 있는 세상은 수천 년에 걸친 선대 사람들의 힘든 노력 끝에 온 것이다. (수백 억 명이 자의반 타의반 목숨을 바친 끝에 온 것이다.) 그래서 짐작도 할 수 없었다. 이런 놀라운 세상이 올 줄 전혀 몰랐다. 꿈에도 몰랐고 명상 중에도 몰랐다. 종교적 천리안이 다 구라인 증거이다. 미구에 닥칠(수십 억 년 겁이 기본 시간단위인 인도 종교적 시간 스케일로 보면 몇 백 년은 잠시이다), 엄청난 변화를 미리 내다보지 못했다. 지상의 일도 예측하지 못하는 자들이 어찌 하늘나라의 일을 예측할 수 있을까.

종교역사상, 불교역사상, 하늘나라를 바꾸려고 한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은 극락이라는 새로운 하늘나라를 만들려고 하였다. 신행성 위의 신도시이다. 우주적 언덕 위의 도시 'City on a (Planetary) Hill'이다. 이 사람들은 적극적인 사고를 지닌 이들이었다.

하지만 이런 예외는 드물다. 대체적으로 종교인들은 기본적으로 정태우주론(靜態宇宙論 static universe theory)자들이다. 태곳(太古)적부터 혹은 시작이 없는 옛날부터 항상 존재한, 인간세상과 하늘나라와 지옥은 변함없이 항상 그 상태로 존재한다고 믿는다. 이들은 사람의 정신이 아닌 물질세계를 바꾸려고 시도한 적이 없다. 물질세계의 향상을 시도한 적이 없다. 이는 윤회를 믿는 불교와 힌두교에게는 모순이다. 왜냐하면 이 세상은, 윤회가 있다면, 바로 자기들이 돌아와 살아야 할 세상이기 때문이다. 

지금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놓으면, 내생에 더 살기 좋을 것이다. 더 나아가 지옥과 하늘나라까지 더 좋게 만들면, 우주 전체의 삶의 질이 더 높아질 것이다. 그런데 윤회론자들은 이런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래서 윤회론자들이 많은 사회는 발전이 없다. (있어도 더디다. 일어나도 수동적으로 마지못해 일어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더럽고 척박한 곳을 버리고 깨끗하고 비옥한 곳으로 가듯, 궁핍하고 도덕적으로 더러운 이 세상을 버리고 풍요롭고 도덕적으로 깨끗한 저 세상(천국)으로 가면 되기 때문이다.

내생이 없다고 믿는 사람들이 (죽은 후에) 자기들이 살지도 않을 이 세상을 더 좋은 세상으로 만들려 하고, 내생이 있다고 믿는 윤회론자들에게는 그런 생각이 없는 건, 즉 자기들이 환생해 살 이 세상을 더 좋은 세상으로 만들 생각이 없는 건, 진정 불가사의하고 모순적인 현상이다.

   
 

서울대 수학학사ㆍ석사, 미국 아이오와대 수학박사. 포항공대 교수(1987~). 포항공대 전 교수평의회 의장. 전 대학평의원회 의장. 대학시절 룸비니 수년간 참가. 30년간 매일 채식과 참선을 해 옴. 전 조계종 종정 혜암 스님 문하에서 철야정진 수년간 참가. 26년 전 백련암에서 3천배 후 성철 스님으로부터 법명을 받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은 석가모니 부처님이며, 가장 위대한 발견은 무아사상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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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신 2016-12-26 10:29:29
개똥신을 믿는 개똥민족은 개똥신이 우주만물을 창조했다고 독실하게 믿쑵니다.
우리인류는 개똥신을 찬양하여야 하며, 만약 믿지 않을 때에는 모두 유황불이 활활 타오르는 지옥에 떨어집니다.

기독신이나 개똥신이나 동급 ㅋㅋㅋ

오계 2016-12-24 00:52:28
불교는 살인금지가 아니라 살생금지입니다.
지금은 못지킨다 해도 점점 나아가야 할 방향이고 목적지입니다.

무명의 크리스천의 충성 2016-12-23 18:11:47
이교도와 동물을 거침없이 죽이다뇨? 우리인간들이 살기 위해서 가축으로 기르는 동물을 먹죠. 모세가 시내산에서 하나님이 친히 써 주신 십계명을 받았는데 한 계명이 "살인을 하지 말라"입니다.

풀화살 2016-12-23 17:55:11
억지 추종자의 창조 순서

첫째날, 하늘보다 지구와 바다가 먼저있었고, 그 다음 빛이고,
둘째날, 물 가운데 궁창으로 하늘을 만들고,
셋째날, 그 다음 육지를 만들고 채소와 과실수를 만들고,
넷째날, 태양, 달, 별등의 광명체를 만들고
다섯째날, 수중생물과 공중의 새들을 만들고
여섯째날, 육지생물을 만들고,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사람을 만들고

!@#$%^&*(*&^%$#@!

크리스찬님 2016-12-23 15:35:13
기독교에서는 이교도와 동물은 거침없이 죽여도 되고 먹어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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