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아들
신의 아들
  • 강병균 교수(포항공대)
  • 승인 2016.12.05 10:11
  • 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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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강병균 교수의 '환망공상과 기이한 세상'-129.

- 개나 소나 닭이나 다 신이라고 주장하면 어떻게 하나
  그렇지 않아도 혼란스러운 세상을 더 혼란에 빠뜨린다

로마인 중 일부는 자신이 신의 아들이라고 믿었다. 수사법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당사자는 '이렇게 위업을 이룬 나는 신의 아들이 분명하다'고 했고, 대중은 '저렇게 위대한 분이 어떻게 신의 아들이 아닐 수 있느냐'고 했다.

갈리아(지금의 불란서), 게르마니아(지금의 독일), 브리타니아(지금의 영국)의 야차 같은 야만인들을 정복한 줄리우스 시저(Julius Caesar)는 '천하무적의 신(invincible god)'으로 추앙받아 생전에 그의 조각상이 퀴리누스(Quirinus) 신전에 봉안되었고, 그의 양아들인 후계자 아우구스투스도 신으로 추앙받았다. 그래서 오늘날 달력에 그들의 이름이 7월인 July(Julius Caesar)와 8월인 August(Augustus Caesar)에 들어가 있다.

아우구스투스는 자신의 통치 초기에 나타난 핼리 혜성을 신들의 세계로 승천하는 시저의 영혼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자기 아버지가 신이라면 아들인 자기도 신이 된다. (아버지는 육체가 아니라 영혼이 신이므로, 친아들이 아닌 양아들이라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 영혼의 친아들이면 된다.)

로마 원로원은 이들의 사후에 이들을 신으로 선포했고 그들을 모시는 신전을 짓고 성직자들을 두어 그들에게 희생제사를 지냈으며, 대중은 그들이 아폴로(Apollo) 신과 그의 아들 아스클레피오스(Asklepios) 신이라고 믿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냐고 할지 모르지만, 동양에도 그런 일들이 일어났으며,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유난히 영적인(?) 나라 한국에는, 아들로 만족하지 못하고 아예 아버지가 된, (육화한) 하나님들이 있다. 신앙촌을 세운 박태선은 자기가 수백 조 살 하나님이라고 주장했다.

아우구스투스(BC 44~AD 14) 황제 시절(BC 27~AD 14)에, 먼지만 풀풀 날리는 별 볼 일 없는 유대의 나자렛 지방에서 자기가 신의 아들이라고 주장한 게 예수이다. 당시 로마제국인들에게는 별로 특별할 게 없는 주장이었다. 왜냐하면, 그들의 종교 전통에는 신과 신에게 태어난 인간들이 넘쳐나도록 많았고, 심하게 말하면 개나 소나 닭이나 다 신이었기 때문이다.

신의 아들은, 동양의 성인, 아바타, 부처, 깨달은 이에 해당한다.

힌두교에서는 (신이 아니라) 신이 보낸 화신인 아바타(avatar)라 하였고, 유교에서는 하늘이 낳은 성인(聖人)이라 하였고, 불교에서는 부처 또는 각자(覺者 깨달은 이)라 하였다.

그렇게 간주하고 부르지 않으면, '어떻게 저런 분이 존재할 수 있는지' 도무지 풀 수 없는 미스터리였다.

그 사상의 위대함과 언행일치와 심신일치는 빛을 발했다. 만세의 귀감이었다. 신의 아들이었다.

그리스와 로마가 대표하는 '신의 아들'의 전형적인 예가 예수이다. 어미 배에서 나온 것은 산파 등 마을사람들이 목격한 일이므로 부인할 수 없지만, 아비가 씨를 넣어주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요즈음이야 유전자조사(DNA test)가 있지만, 당시야 방법이 없었다. 인류 역사에서, 신의 아들이 대량생산된 이유이다.

위대한 사람을 신의 아들이라 한다면, 필연적으로, 대칭적으로 반대쪽 끝에 있는 사악하고 잔혹한 자들은 악마의 아들이라 해야 했다. 이들을 보낼 곳이 필요하니 이름하여 지옥이다. 물론, 신의 아들이 사후에 돌아갈 곳은 천국이다. (예수의 진짜 아버지인 하나님도 좌우가 있어서, 천국에서 아들은 아버지의 오른쪽에 앉는다. 물론 중국이라면 왼쪽에 앉아야 한다. 거기선 왼쪽이 오른쪽보다 더 높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악마의 아들은, 기독교에서는 유다이고 불교에서는 데바닷다이다. 전자는 스승 예수를 죽음의 사자에게 팔아먹었고, 후자는 스승 부처를 죽이려 했다. 이들은 산 채로 지옥에 떨어졌다. '떨어졌다'는 표현이 쓰인 것은 고대인들은 지옥이 지리적으로 땅 밑에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비유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땅 밑'이었다. 땅 밑으로부터 솟아오르는 화산폭발과 용암분출에 대한 태고적 기억이, 땅 밑에 있는 지옥이라는 개념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 열기를 식히는 비는 하늘에서 온다. 그래서 신들이, 그중에서도 특히 선신들이 사는 곳은 하늘에 있다. 다른 이유는 '발은 아래에 있고 머리는 위에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도 카스트 제도에서, 수드라(노예계급)는 발이고 브라만(성직자계급)은 머리다.

성인과 부처에 대한 신격화는 그리스 로마인들의 개념인 '신의 아들'로의 수렴이다. 성인과 부처는 본시 인간승리의 표본이었다. 인본주의적 개념이었다. 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부정적인 감정과 태생적인 무지를 극복하고, 증오와 탐욕과 우둔함이 생산하는 번뇌를 벗어나, 위대한 인격을 만들 수 있다는 증거였다.

그런데 구원성불(久遠成佛 까마득한 옛날에 이미 부처가 됨)이나 참나(眞我 true atman)는, '어찌 이런 위대한 인간이 만들어질 수 있느냐, 본래 있다고 해야 옳다'라고 해서 생긴 개념이다.

결국 '새로운 신'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것도 부족하여 신의 이름에 걸맞게 각종 초자연적 장신구를 달아주었으니, 소위 6신통이다. 남의 전생과 후생을 보는, 하나둘이 아니라 무한히 보는(이는, 생명체의 무한한 미래가 미리 다 정해져있다는 소리이므로, 명백히 운명론이다) 그리고 멀리 있건 가까이 있건 산 강 벽에 걸림이 없이 모두 보는 천안통, 자신의 무한한 과거생을 모두 아는 숙명통, 하늘나라와 지옥중생의 소리를 듣는 천이통, 산 강 벽에 막히지 않고, 어디나, 아무리 먼 거리라도 순식간에 갈 수 있는 신족통, 모든 생명체의 마음을 읽는 타심통을 부여했다. 이는 여자아이들의 인형 옷 입히기에 해당한다. 아무리 멋진 옷을 입혀도 인형은 인형이다. 인간은 거기가 거기다. 다른 이름을 입고 다른 때와 곳에 나타나지만 그놈이 그놈이다.

물론 그놈은 시공(시간과 환경)을 따라 진화한다. 그걸 무상 무아라 한다. 물질과 마음이 즉 생명체와 현상계 일체가 무상 무아라는 것을 모르는 것을 무명(無明 무지 어리석음)이라 하며, 무명은 고(苦)를 생산한다는 게 불교의 가르침이다.

로마제국 500년 전의 그리스 시대에 이미 '만물이 유전한다'고 주장한 철학자가 있었다. 부처와 동시대인인 헤라클레이토스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고 했다. 만물의 부단한 변화를 강조한 발언이다. 하지만 우리의 감각작용이 근·경·식(根境識 감각기관 감각대상 중추신경) 삼자 사이의 연기현상이라는 사실을 꿰뚫어보지는 못했다. 또 우리의 정신활동이 색수상행식 오온의 연기작용이라는 걸 깨닫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의 감각작용과 정신작용의 배후에 불변의 배후자가 없다는 사실(무아론)에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어느 철학자도 그러지 못했다. 부처님 사후 2,500년 동안, 현대 뇌과학이 등장할 때까지, 서양인은 어느 누구도 그러지 못했다. 부처님이 위대한 이유이다.

서양과 달리 동양에서는 수천 년 동안, 부처님의 통찰에 힘입어, 그리고 수행을 통해, 자기 마음을 직접 들여다본 사람들은 직접 그 사실(무아)을 확인했다. 그 결과 탐진치의 뿌리(불변의 실체)가 없음을 깨닫고 고통의 세계를 벗어났다. 동토(東土)에는, 바람과 사자처럼 일체에 걸림과 두려움이 없는, 통쾌한 대범한 대자유인들의 수천 년 발자취가 도처에 남아있다.

사실은 그분들은 지금도 우리 마음속을 걸어다니고 있다. 마음을 고요히 하고 마음을 기울여 들으면 그들이 조근조근 건네는 소리를 천둥처럼 들을 수 있다. 특히 만물의 벌거벗은 모습이 드러나는 늦가을에 더욱 그렇다.

   
 

서울대 수학학사ㆍ석사, 미국 아이오와대 수학박사. 포항공대 교수(1987~). 포항공대 전 교수평의회 의장. 전 대학평의원회 의장. 대학시절 룸비니 수년간 참가. 30년간 매일 채식과 참선을 해 옴. 전 조계종 종정 혜암 스님 문하에서 철야정진 수년간 참가. 26년 전 백련암에서 3천배 후 성철 스님으로부터 법명을 받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은 석가모니 부처님이며, 가장 위대한 발견은 무아사상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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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6 20:39:39
육신통이 강교수님은 않믿겨 지는게 당연할겁니다
그렇다면 명상에 들때 수행자의 몸에서 나오는 빛 즉 니미따는 봤나요?
저는 틱낫한스님의 새벽에 명상에 든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죠
몸에서 은은한 달빛같은게 나오고 다른이들은 그냥 칡흙처럼 어두웠어요
그것도 불교티브이영상에서 우연히 보았죠.
그렇게 니미따가 강렬할수가 있다니요?
불교수행을 하다보면 이렇게 신통력이 나온는것 신기할것도없고 놀랠것도 없이
그냥 당연한 거예요
우리의 정신세계는 계발할수록 놀라운 것입니다

무식의 극치를 보여주는 사람 2016-12-09 15:32:23
무명이 가득찬~
소걱정?사람임에도 苦(고) 법으로 똘돌뭉친
자기가 도리어 불교를 모르면서는,불교를 가르키는
잘못된 가치관 삿된소견으로 集(집)을 이루고

불교가 어떠한 것이라고 말 하였음에도 무명에 빠져
오로지 자기 잘났다고 주야창창 주장 자기걱정은?안하고

소도 그정도 말하면 알아듣는
사람말귀 를 알아듣는 소(우)보살이 더나은 사람임에도 무식으로 뭉친

소귀를 가진 아니 소보다 알아 듣지 못하는 - 무명에 오로지 무식옹고집
소귀에 경잃기? 소(우)보살 보다 NO
구제불능!

? ? ? 2016-12-08 12:07:10
양탈 악마의 거짓 대속보다,

돼지가 인류를 위해서 진정으로 대속한 것이다.

무명의 크리스천의 충성 2016-12-07 13:41:12
제목) 윤회설에 의문,사람들이 죽고나서 소,돼지,닭등등으로 태어나면 사람들이 잡아 먹는다. 죄를 짓게 되므로 불자들은 육식을 하면 안된다.

윤회설에 대해서 의문이 있어서요. 사람들이 죽고나서 소나 돼지 닭,양등등으로 태어나면 사람들이 잡아 먹을텐데요. 육도 윤회때문에 가축들을 잡아 먹는 죄를 짓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불교를 믿는 불자들은 고기와 생선등등 육식을 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2016-12-07 13:09:19
강병균은 개독의 주장에 한마디도 반론을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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