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과 지명지리학
광화문과 지명지리학
  • 김규순
  • 승인 2016.11.17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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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규순의 풍수이야기 96.
▲ 광화문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도시에는 광장이 필요했다.
시민들이 집회를 하기 위한 장소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집회란 여러사람이 어떤 목적을 위하여 일시적으로 모이는 것을 말한다.

서울에는 여의도 광장이 집회의 장소로 자주 사용되었다. 대통령선거 때 유세장소로, 국군의 날 행사장소나 교황 방문 때 행사장소로 이용되었고, 기독교의 부활절연합예베 장소로도 제공되었다. 그러나 이곳에서 감동은 없었다. 1997년에 녹지가 조성되어 더 이상의 대규모 군중집회는 불가능하게 되었다. 여의도汝矣島는 ‘너나 가져라’는 의미가 보여주는 것처럼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장소이다.

독재 시대에 집회 장소로 명동성당이 단연 선두였다. 독재에 항거하는 많은 인사들이 몸을 의탁한 곳이며, 대학생들이 데모를 하다가 쫓기면 명동성당에 모여 독재타도를 외친 곳이었다. 명동성당이 저항의 상징으로 세계적인 명소가 되었고 국민의 희망으로 각인된 것은 독재정권조차도 명동성당을 침탈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명동明洞성당의 ‘밝을 명明’자는 사서삼경四書三經 중 대학大學에 나오는 ‘재명명덕在明明德’에서 풀이해야 한다. 명명덕明明德은 덕은 원래 밝은 것인데 이것을 갈고 닦아서 항상 밝게 유지한다는 의미이다. 명동성당은 그렇게 인간본연의 밝은 면을 강조하고 지원하는 장소가 된 것이다. 이렇게 장소가 이름에 걸맞게 역할을 한 배경에는 독재정권에 대한 김수한 추기경의 배짱도 한 몫을 담당했다. 그러나 명동성당은 이제 잊혀져간 장소가 되고 있다. 민주화의 과정을 마친 대한민국에게 더 이상 저항의 시간은 필요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역할을 부여해줄 인물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 11월 12일 오후 11시 08분 광화문 집회 광경

지금은 광화문光化門이라는 새로운 장소에서 촛불이 타오르고 있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민주공화국을 외치면서 남녀노소가 모여들고 있다. 지난 11월12일에 100만명이 모여 집회를 가졌다. 독재가 아니라 최고위층의 무능과 부정부패에 대한 거부의 몸짓이다.

‘광화문光化門’은 1425년 세종께서 명명한 것으로 ‘빛이 사방을 덮고 교화가 만방에 미친다(光被四表 化及萬方)’는 의미이다. 세종께서 600년 뒤의 후손들이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는 화두를 던져놓은 것이다. 군사독재시절 권위의 표상이던 광화문 거리가 민중의 품에 안긴 것도 광화문의 이름에 걸맞는 장소로 거듭나라는 계시인지도 모르겠다. 민의가 권력을 재단하고 민의가 정치의 기준이 되도록 광화문광장은 제 기능을 다할 것이다. 민의가 최고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게 될 것이다.

지명과 장소는 기능을 더욱 활발하게 진작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것이 지명지리학의 묘미이다. 이제 대한민국의 새로운 명소가 광화문광장이다.

 

   
 

저널리스트 김규순은 서울풍수아카데미 원장이다.  풍수지리학이 대한민국 전통콘텐츠로써 자리매김하는 방법을 찾아 노력하는 풍수학인이다. 성균관대 유학대학원에서 석사학위 취득. 풍수는 이준기, 김종철, 김대중 선생께 사사 받았다. 기업과 개인에게 풍수컨설팅을 하고 있다. 네이버매거진캐스트에서 <김규순의 풍수이야기>로도 만날 수 있다. www.location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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