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은 ‘물은 산을 넘지 못하고, 산은 물을 건너지 못한다’는 의미의 전통지리 개념이다. 백두대간을 주장한 신경준의 <산경표>도 이러한 개념 위에서 만들어졌다. 태백에는 삼수령三水嶺이 있다. 여기에 비가 내리면 오십천과 낙동강 그리고 한강으로 나누어지는 고개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자연에서, 그리고 지구물리학에서 물은 산을 넘지 못한다는 것은 일반론이다. 그러나 물이 산을 넘지는 못하지만 산을 뚫거나 무너뜨리고 지나갈 수 있다. 영월의 청령포에서는 하천이 산을 무너뜨리고 하천의 방향을 바꾸는 바람에 물이 흐르지 않는 구하도舊河道를 발견할 수 있고, 낙동강으로 흐르던 개천이 두부침식에 의한 하천쟁탈로 오십천을 타고 동해로 흐르는 삼척의 미인폭포도 있으며, 심지어 태백의 구문소求門沼에서는 하천이 산을 뚫고 흐르는 동굴이 멋진 경관을 형성하고 있다.
감입곡류는 하천 상류의 산지지역에서 많이 나타나는데, 하천의 하방침식이 강력하게 일어나서 협곡을 만들며, 산을 뚫어서 새로운 유로를 만드는 특징이 있다.
황지연못은 카르스트 용천湧泉이다. 석회암 지역에 내린 빗물이 지하로 스며들면서 석회암이 물에 녹아 지하동굴이 생긴다. 지하수가 지하의 동굴을 흐르다가 지상으로 솟구쳐 나오는 물이 카르스트 용천이다. 황지연못에서 발원한 황지천은 감입곡류이다.
하천이 모래나 자갈 등 운반물과 함께 흐르다가 공격사면을 만나면 측방침식작용이 일어난다. 단단하지 않은 바위나 흙이라면 무너져 내릴 것이겠지만, 단단한 바위라면 침식작용에 의해 동굴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동굴을 하식동굴이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동굴이 뚫려지면 하천이 흐르는 방향이 바뀐다. 동굴 위로는 사람이 다닐 수 있는 다리와 같은 모양이라고 해서, 자연이 만든 다리 즉, 자연교라고 부른다. 구문소는 감입곡류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극적인 경관인 자연교(natural bridge)다. 황지천의 물이 공격사면의 석회암을 뚫고 지나간 구문소는 고생대(1억5천년전)에 만들어진 자연의 선물이다.
물이 산을 재빠르게 넘지 않는다고 해서 못 넘는 것은 아니다. 수 천만년의 시간이 걸리겠지만, 물은 스스로 산이라는 장애물을 넘고 있다. 자연에게서 불가능이란 없다. 자연의 현상은 우리가 공부하고 연구하고 고민하지 않고서는 이해하기 힘든 것들이 많다. 특수한 현상은 자연의 법칙이 수 만년 또는 수 억년동안 작용하여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인간의 축적된 과학적 지식이 없이는 세밀한 부분까지 알기 어렵다. 이러한 자연현상을 대하면서 한 인간의 짧은 지식으로 재단하려고 하는 행위가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인지 알게 되었다. 자연을 개발하거나 이용하려고 할 때 자연의 현상을 심사숙고하고 자연의 힘을 가늠하며 삼가는 태도가 필요하다. 자연은 스스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 앞에 고개를 숙인다.
저널리스트 김규순은 서울풍수아카데미 원장이다. 풍수지리학이 대한민국 전통콘텐츠로써 자리매김하는 방법을 찾아 노력하는 풍수학인이다. 성균관대 유학대학원에서 석사학위 취득. 풍수는 이준기, 김종철, 김대중 선생께 사사 받았다. 기업과 개인에게 풍수컨설팅을 하고 있다. 네이버매거진캐스트에서 <김규순의 풍수이야기>로도 만날 수 있다. www.locationart.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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