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에 남은 유학자의 흔적
조계사에 남은 유학자의 흔적
  • 김규순
  • 승인 2016.11.03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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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규순의 풍수이야기 94.
▲ 대웅전 앞의 회화나무

유학이 국시(國是)였던 조선시대에는 사대문 안에 사찰을 지을 수 없었다. 조선이 망하고 한용운은 각황사를 세웠고, 1937년에 현재의 조계사 자리로 옮겨 태고사라고 했다. 1955년에 조계사로 이름을 바꾸었다.

조계사 자리에는 경주김씨 김교헌(1868-1923)의 집이 있었다. 그의 7대조가 숙종의 장인 김주신(1661-1721)으로 위세가 대단한 명문가였다. 궁궐주변에는 왕의 장인이나 사위가 주로 살았으므로, 이 집도 아마도 숙종이 김주신에게 하사한 집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김교헌은 규장각부제학을 역임했는데, 일제에 의해 나라가 망하자 조계사에 있던 사당과 종가집을 팔아서 독립자금을 조달하였고, 동만주로 이주하여 독립운동에 전념하였다. 1918년 대종교 교인으로 구성된 북로군정서를 조직하여 청산리 전투를 대승리로 이끌었다. 이에 1977년 건국공로훈장 독립장을 수여했다.

▲ 대웅전 옆의 백송

조계사를 들어서면 제일 먼저 보이는 나무가 백송이고, 대웅전 앞뜰에는 회화나무가 한껏 뽐을 내며 서 있다. 이 두 나무는 유교문화의 흔적이다. 수령 450년의 회화나무(서울시지정보호수 제78호)와 수령 500년의 백송(천연기념물 제9호)이 서 있는 것이다. 회화나무와 백송은 유교정신에 입각한 사대부의 집에 심었던 나무들로 선비의 절개와 충절을 의미하므로 선비나무라고 불리기도 한다. 특히 백송은 중국특산으로 명나라에 사절단이 가져온 것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수송동과 견지동 일대에 회화나무가 많았다고 하는데, 이는 조선 사대부나 고관대작들이 모여 살았던 곳이었음을 증명해 준다.

조선 5백년의 역사가 때론 자랑스런 역사가 잇기도 하지만, 뼈아픈 역사의 한 장면도 있다. 조선을 지배한 유교정치집단의 흔적은 남아 있을지라도 그들의 자리는 다른 것으로 채워지고 있다. 김교헌의 집터에 사찰이 들어선 것은 불교의 승리가 아니라 일시적으로 점유할 뿐이다. 땅은 그대로 있지만, 주인은 수시로 바뀌고 용도도 바뀐다. 사찰터에 서원이 들어서기도 했고 폐사지가 되어 논밭으로 변하기도 했다. 땅의 영원한 주인은 없다.

풍수적으로 조계사의 자리는 본산의 터라기보다는 포교당의 자리이다. 시정잡배가 들끓고 이권개입이 많으며 권력의 입김이 강한 자리이다. 종파도 생장사멸한다. 종파의 정신에 걸 맞는 자리에 본산이 자리해야 조계종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대한불교조계종의 목적과 비젼은 무엇인가. 지금 대한민국 국민에게 위안과 평화를 주고 있는가.

 

   
 

저널리스트 김규순은 서울풍수아카데미 원장이다.  풍수지리학이 대한민국 전통콘텐츠로써 자리매김하는 방법을 찾아 노력하는 풍수학인이다. 성균관대 유학대학원에서 석사학위 취득. 풍수는 이준기, 김종철, 김대중 선생께 사사 받았다. 기업과 개인에게 풍수컨설팅을 하고 있다. 네이버매거진캐스트에서 <김규순의 풍수이야기>로도 만날 수 있다. www.location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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