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가 후손에게 남겨줄 사찰은?
지금 우리가 후손에게 남겨줄 사찰은?
  • 김규순 교수
  • 승인 2016.08.25 15: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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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규순의 풍수이야기 85.
▲ 용주사 출입문 : 사대부 가옥의 솟을 문을 닮았다. 정조가 사도세자를 위해 지은 원찰이 용주사이다

사찰은 일반적으로 수행도량, 기도도량이 목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경우에 합당하면 오랜 기간 사찰이 유지되어 천년고찰이 될 수 있다.

과거 왕실이나 사대부를 위해 도읍지인 경주에 황룡사를 지었듯이, 포교를 위해서 사찰을 짓는 경우는 대부분 사람이 많이 모여 사는 도읍지나 지방도시에 지어야 한다. 승려들도 생명연장을 위해서 먹어야 하므로 먹거리를 구하기 가까운 데에 절집이 있어야 한다. 이런 경우 왕실의 도움이 없거나 귀족들의 지원이 끊어지거나 하여 존재이유가 사라지면 사찰도 없어진다.

마을부근에 있었던 절들이 사라져 폐사지가 된 것을 조선시대에 유교가 국시로 정해지면서 사찰보다는 서원경제에 인력과 생산물이 집중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서원도 매달 공자 맹자 등 성현들에게 제를 올려야 했고, 더구나 조상이나 현인들의 위패를 모신 경우도 있어서 제사가 그치지 않았다.

국가방어가 목적인 경우 승려가 승병으로 활용되는 경우인데 적의 동태를 관찰하기 쉬운 높은 곳이거나 적의 침입로 부근에 지었다. 경주 감은사, 여수 흥국사, 남해 화방사, 남해 보리암 등을 말한다. 호국불교의 사찰은 그 자체가 명당이라기보다는 국토 전체의 안녕과 나라의 기운을 보전하기 위한 사찰이므로 입지에 결점이 있을 수도 있다.

능침관리를 위한 원찰은 서울 부근에 여럿 있다. 세종과 효종의 두 영릉을 위한 여주의 신륵사, 광릉의 봉선사, 선정릉을 관리하게 한 강남의 봉은사, 파주삼릉을 관리했던 보광사, 신촌의 봉원사는 연세대 안에 있었던 영조의 후궁 영빈이씨(사도세자의 생모)의 무덤을 위한 원찰이었다. 융건릉의 용주사는 기존의 절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정조가 원찰로 새로 지었다는 것이 색다르다. 조선의 사대부들도 사찰을 지어 문중의 묘역을 관리하게도 하였는데, 파주 파평윤씨 정정공파 묘역을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찰이 성재암인데, 세조의 정희왕후가 경제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 처음에는 승려 40여명이 기거했다고 한다. 고양 고봉산의 만경사도 풍산홍씨의 묘역을 관리하기 위한 절이다. 원찰은 나라나 문중의 지원여부에 따라 부침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렇듯 이용 목적에 따라 절집은 지어지고, 그에 따라 절집의 입지도 달라진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재가불자로써 개인 사찰을 짓기도 한다. 개인 사찰이란 자기만의 공간이다. 사찰이라기보다는 개인 별장 노릇을 하는 경우도 많다. 잠시 있다가 사라지는 절집도 나름 의미가 있겠지만, 천년을 전해줄 수 있는 사찰을 지을 수 있는 불사가 한 두건 있으면 좋겠다. 우리가 후손에게 무엇을 물려 줄 것인가도 생각해야 할 때이다.

 

   
 

저널리스트 김규순은 서울풍수아카데미 원장이다.  풍수지리학이 대한민국 전통콘텐츠로써 자리매김하는 방법을 찾아 노력하는 풍수학인이다. 성균관대 유학대학원에서 석사학위 취득. 풍수는 이준기, 김종철, 김대중 선생께 사사 받았다. 기업과 개인에게 풍수컨설팅을 하고 있다. 네이버매거진캐스트에서 <김규순의 풍수이야기>로도 만날 수 있다. www.location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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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칼럼 감사합니다 2016-08-30 09:37:55
현재 조계종 성역화불사나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는 각종 불사(라 쓰고 대형사찰 건물공사라 읽는)들이 과연 천년만년 길이남을 한국의 문화재급 사찰 고민까지 포함하는 건지? 아니면 자승당과 그 휘하 범계승들의 일신영달과 위세를 과시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지? 여러모로 생각하게 하는 좋은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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