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의 입지와 풍수
사찰의 입지와 풍수
  • 김규순 교수
  • 승인 2016.08.0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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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규순의 풍수이야기 83.
▲ 삼각산 옥천암

사찰이 들어선 지형을 살펴보면, 후방으로는 산의 능선이 묵직하게 들어오고 전방으로는 계곡물을 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소위 배산임수형이다. 능선을 배후로 하여 대웅전이 지어지고 앞쪽에 계곡이 있어서 일주문을 지나서 다리를 건너야만 사찰 경내로 들어서게 된다.

이런 지형을 원칙으로 하여 산속에 있는 절을 산곡사찰, 평야지대에 있는 절은 평지사찰이라고 한다. 그 외에도 왕실이나 귀족들에게 가까운 곳에 자리하기 위해 마을 안에 들어선 사찰이 있고, 군사적인 목적에 의해 지어진 호국사찰도 있다. 호국사찰은 적의 침입을 사전에 탐지하기 위해 해변 높은 곳에 짓거나 적의 침입을 차단하기 위해 전략적 요충지에 지은 사찰도 있다.

평지 사찰 중에 배산임수가 되지 않는 곳도 있다. 경주의 분황사나 황룡사지를 보면 토함산이 너무 멀리 있어서 배산임수의 지형으로 보기 힘들다. 보령 성주사지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경우 대체로 사찰이 오랫동안 경영되지 못하여 폐사지인 경우가 많다. 분황사의 경우 모전석탑이 남아 있어서 그 흔적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평지사찰은 대부분 왕실이나 귀족의 요구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평지사찰의 경우 접근성이 좋은 도읍지나 마을 부근에 지어지므로 문화의 중심지가 된다. 그런 까닭에 절집이 있어야 할 이유가 사라지면 즉, 경제적 뒷받침이 없어지므로 서서히 퇴락의 길을 걷다가 폐사되기 마련이다. 평지사찰은 주변 마을사람들과 생활공간이 겹치므로 갈등도 많이 발생한다. 그 갈등으로 중생들의 인심을 잃을 경우 폐사의 과정도 빨라진다. 그 밖에 전란에 쉽게 노출되어 소실되거나 파괴되는 경우도 많았다.

산곡사찰은 주로 수행도량으로 지어진 경우가 많다. 마을에서 멀어서 먹고사는 문제가 평지사찰보다 어렵지만 중생들로부터 방해 받지 않았으므로 수행공간으로서는 안성맞춤이었다. 수행을 통하여 스님이 되려는 사람이 그치지 않아 명맥이 유지되었으므로 산곡사찰에서 천년사찰이 많다.

예나 지금이나 사찰의 풍수적 입지로는 산곡사찰이 적합하다. 스님이 배출되지 않으면 절집은 유지될 수 없다. 스님은 배운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자격증을 준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홀로 깊은 수행을 통하여 도를 깨닫고 중생들을 이끌 때만이 존재이유가 있는 것이다. 존재이유가 강하면 강할수록 사찰의 수명이 오래가는 것이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절집이 생길지 알 수 없지만, 돈을 좇아서 짓는 사찰은 수십년을 넘기기 힘들 것이다. 비즈니스로 지은 절집은 대부분 사찰풍수로는 하급에 속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청빈을 몸에 익혀, 수행을 통한 내실을 기하지 못하는 절집은, 즉 수행도량이 아닌 사찰은 이십년 후에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사찰의 입지는 그 절집의 건립이유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저널리스트 김규순은 서울풍수아카데미 원장이다.  풍수지리학이 대한민국 전통콘텐츠로써 자리매김하는 방법을 찾아 노력하는 풍수학인이다. 성균관대 유학대학원에서 석사학위 취득. 풍수는 이준기, 김종철, 김대중 선생께 사사 받았다. 기업과 개인에게 풍수컨설팅을 하고 있다. 네이버매거진캐스트에서 <김규순의 풍수이야기>로도 만날 수 있다. www.location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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