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원사 판결과 다른 안정사 '판례' 주목해야
봉원사 판결과 다른 안정사 '판례' 주목해야
  • 서현욱 기자
  • 승인 2016.07.21 1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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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선암사 소유권 태고종 인정 판결 의미 ④
▲ 순천 선암사 경내

조계종은 선암사 소유권이 태고종에 있다고 판단한 순천지원의 판결이 지난해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된 신촌 봉원사와는 다르다면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 신촌 봉원사 소유권 분쟁 사건은 사건의 기초사실과 판단기준이 모두 순천 선암사 사건과 동일하다. 그런데 지난해 서울지방법원과 대법원은 신촌 봉원사의 소유권이 조계종에 있다고 판결했고, 2016년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순천 선암사 소유권이 태고종에 있다고 판결했다.

순천지원 판결은 ‘구속력있는 대법원 판례’ 인용

비구-대처 분규 이후 빚어진 사찰 소유권 분쟁이라는 점에서 신촌 봉원사와 순천 선암사는 기초사실부터 판단기준까지 거의 흡사하다. 차이점은 소유권등기 시기와 과정만 다를 뿐이다. 두 재판 사이에서 차이점은 ‘판례’를 최종 주문에 적용했느냐 하지 않았느냐의 차이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신촌 봉원사 소유권 판결은 대법원에서 조계종 측이 승소했다. 그럼에도 순천 선암사 소유권 분쟁에 대한 판결은 1997년 6월 대법원에서 확정된 ‘조계종 안정사’와 ‘법화종 안정사’ 사이의 소유권 분쟁 재판의 판례를 인용하면서 태고종이 승소했다.

순천지원은 판결문에서 ‘대법원 1997.6.13. 선고 96다 31468’ 판결을 참조해 ‘판단’했다고 밝히고 있다. 순천지원은 대법원의 판례를 이번 사건에 ‘인용’했다.

대법원 ‘선고 96다 31468’ 사건은 비구-대처 분규 이후 조계종 입장에서는 미입주 사찰인 ‘통영 안정사’의 소유권 분쟁이다. 통영 안정사 소유권 분쟁은 ‘조계종 안정사’가 점유권을 가진 ‘법화종 안정사’를 상대로 ‘토지소유권보존등기말소등’ 소송을 제기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조계종 안정사’ 측은 신촌 봉원사와 순천 선암사와 마찬가지로 통합종단 조계종이 출범한 후 불교재산관리법에 의해 단체등록을 하면서 대표자 취임 서류와 전국사찰명단을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등록했기 때문에 ‘안정사’의 소유권이 조계종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법화종 안정사’로 등기된 명의를 ‘조계종 안정사’로 변경해 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97년 대법원 통영 안정사 법화종 소유권 인정…판례 형성

1995년 시작된 통영 안정사 재판은 1997년 6월에야 끝난다. 대법원은 ‘조계종 안정사’의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고 ‘통영 안정사’의 소유권이 ‘법화종 안정사’에 있음을 판결한다.

▲ 법화종 통영 안정사 일주문.

안정사 재판에서 대법원은 ▷사찰이 특정 종단에 가입할 때 사찰 구성원의 의사결정이 전제되어야 하는지 ▷통합종단 조계종의 창설이 모든 전래사찰들이 가입절차 없이 통합종단 조계종에 흡수되는지 ▷사찰의 특정종단 귀속 확정을 위한 절차 ▷실제적으로 종교활동이 이루어지지 아니한 경우 사찰의 실체가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사례 등을 따졌다. 안정사 재판에서 대법원이 따진 ‘판시 사항’과 ‘판결’은 구속력을 갖는 ‘판례’로서 2015년 대원법에서 확정 판결된 신촌 봉원사 소유권 분쟁과 이번에 판결이 나온 순천 선암사 소유권 분쟁에도 판단의 기준이 된 것이다.

통영 안정사 분쟁에서 대법원의 판결요지는 ▷사찰이 특정종단과 법률관계를 맺고 나면 그때부터 소속종단의 사찰이 되어 당해 종단의 종헌종법을 자치법규로 삼아 이에 따라야 하고, 주지임면권 또한 당해 종단에 귀속된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사찰이 특정종단에 귀속되는 것은 사찰 자체의 지위와 권한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게 되므로 사찰이 특정종단에 가입하거나 소속 종단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사찰 자체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사찰이 특정종단의 소유가 되기 위해서는 사찰 구성원의 합의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조계종은 통합종단 창설하고 불교재산관리법에 의한 절차를 밟아 단체를 문공부에 등록하면서 전국사찰대장이 제출돼, 이 사찰대장에 포함된 사찰은 조계종의 소유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통합종단의 창설에 의해 당시 비구 대처 양 종단이 통합종단에 흡수됐더라도, 이는 비구 대처로 나뉜 종단이나 종파 그 자체의 통합에 본래가 의미가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당시 존재한 모든 전래사찰들이 통합종단에의 가입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통합종단의 사찰로 흡수되는 것은 아니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사찰이 특정종단에 소속이 되는 절차를 상세하게 판단했다. 대법원은 사찰이 특정종단에 귀속됐는지를 판단하려면 “▷사찰이 종래부터 대처승에 의해 운영되면서 어느 특정종단에 귀속됐는지 불분명하다가 주지가 통합종단 발족 당시 재적승려 회의를 통해 소속 승려들이 특정종단의 소속승려가 되기로 결의해야 하고 ▷사찰 또한 특정종단에 소속시키기로 결의한 후 사찰을 당해 종단의 사찰로 관할 관청에 등록을 마쳐야 하며 ▷소속된 종단의 종정(임명권자)로부터 주지 임명을 받아 주지 등록을 마치고 그 이후 지금까지 계속해 사찰을 대표해 그 사찰을 운영해야 하며, ▷관할 관청의 흠결 여부(절차상 문제)의 심사를 거쳐 사찰이 당해 종단의 소속 사찰로 등록되어야 특정종단의 사찰로 확정된다”고 보았다.

이는 통영 안정사가 ‘통합종단 조계종’에 귀속되려면 구성원이 조계종 승려가 되기로 결의하고, 거주하는 사찰 역시 조계종에 귀속되는 데 동의해야 하며, 구성원의 합의가 이루어진 후 관할 행정기관이 절차상 문제가 없음을 인정해야 하며, 사찰을 조계종에 등록한 후 주지 임명장을 받아 사찰을 점유하고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봉원사 승소 판결은 판례로 남지 않아 구속력 떨어져

‘순천 선암사’와 관련한 소유권 분쟁 재판에서 순천지원은 통영 안정사 재판의 판단기준과 판결 내용을 그대로 인용해 판결했다. 문제는 신촌 봉원사 소유권 분쟁에서 대법원은 통영 안정사 소유권 분쟁의 판단기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순천 선암사와는 정반대의 판결을 내렸다는 점이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순천지원의 판결이 봉원사 판결과 다른 앞뒤가 맞지 않다고 주장한다.

▲ 서울 신촌 봉원사.

하지만 이는 일반적인 판결과 판례의 차이를 판단하지 않아서 생긴 오해로 보인다.

신촌 봉원사 판결은 통영 안정사와 관련된 대법원의 판단기준을 따랐다. 그렇다면 신촌 봉원사에서 조계종 측이 승소한 것은 1965년 관등록을 수행한 주지가 구성원들에 의사에 따라 행했을 것을 입증하였을 것이다. 역시, 순천 선암사 관련 판결은 통영 안정사 사건에서 판단한 대법원의 ‘판례’를 인용했다. 양 사건이 구속력 있는 판례를 따랐으나 결론의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분명 두 사건 사이에 입증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판례변경이 없었던 신촌 봉원사 판결을 이유로 선암사에서 조계종의 손을 들어주어야 한다는 주장은 논리비약이다. 현재, 통합종단의 소속여부에 관한 리딩케이스(선례가 되는 판례)는 1997년 통영 안정사 판례이고 이는 이후의 수많은 판결에 그대로 영향을 주고 있다. 때문에 순천 선암사 소유권이 태고종에 있음을 판결한 것이 1997년 판례의 적용과 관련하여 향후 이어질 재판에 큰 영향을 끼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불교정체성 부정, 조계종과 태고종의 대응은? 기사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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