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가 교단 분열 조장하나”
“사법부가 교단 분열 조장하나”
  • 서현욱 기자
  • 승인 2016.07.19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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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선암사 태고종 소유권 인정’ 판결에 적극 대응
▲ 순천 조계산 선암사 일주문 현판.

법원이 순천 선암사 소유권이 태고종에 있음을 인정하는 판결을 한 데 조계종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조계종은 이번 판결을 ‘사법부가 교단 분열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이번 사건의 선암사 부동산은 모두 1972년 조계종 선암사로 소유권등기를 마친 것들이다. 이어 1974년 대법원은 “한국불교의 정체성을 비구종단이 갖고 있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조계종의 선암사 소유권도 인정돼 40여 년 넘게 유지되어 왔다. 또 정부가 순천시를 재산관리인으로 임명해 선암사 운영을 맡긴 것도 조계종의 소유권 인정과 태고종 점유권 행사로 인한 갈등이 이어지면서 나온 고육지책이라고 볼 수 있다. [관련기사:선암사 분쟁 재점화…법원 “소유권은 태고종” 인정]

이번 판결은 개신교의 교회와는 달리 한반도 내에서 면면히 역사를 이어온 한국불교의 정통성이 조계종(비구종단)에 있음을 인정했던 것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이는 ‘교단’을 법원이 부정한 것으로 조계종은 인식하는 분위기다. 비구-대처 분규(조계종-태고종 분규)를 국가가 대법원 판결로 정리하면서 인정한 한국불교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으로, 그동안 대법원 판결에 따라 대부분의 전통사찰을 획득한 조계종의 권리를 불인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더욱이 조계종과 태고종 간 분규 과정에서 순천시를 선암사의 재산관리인로 지정했던 것을 되찾아 오는 과정에서 조계종과 태고종 양 종단이 공동운영에 합의한 사항도 깨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조계종은 양 종단이 합의한 것을 깬 원인행위를 태고종이 벌이면서 이에 대한 책임이 모두 태고종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태고종 선암사가 ‘등기명의인표시변경등기말소’ 소송을 제기해 양 종단의 합의를 깨버렸다는 것이다.

조계종과 태고종이 선암사 재산을 공동운영하기로 한 합의를 소송을 제기하면서 깬 것을 법원이 중재는커녕 오히려 판례를 뒤집고 ‘선암사의 소유권이 태고종에 있음’을 인정하면서 종단간 분란을 야기시켰다는 것이 조계종의 시각이다.

선암사 소유권을 둘러싼 법원의 판결 흐름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통합종단 출범 후 불교재산관리법에 의해 등록된 사찰과 관련해 당해 사찰과 당해 사찰 재적승 등 구성원의 합의에 의해 사찰이 등록됐는지를 따지는 판결과 불교재산관리법에 의해 합법적 절차를 누가 밟아 등록했는지를 따지는 것이다. 구성원의 합의를 중요시하는 판결은 태고종의 점유권에 무게를 둔 판결이며, 절차적 문제를 따지는 경우는 법에 의한 행정절차를 우선시 하는 판결이다. 1980년대 이전에는 구성원 합의를 더 중요하게 봤고, 1980년대 이후에는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라 절차를 밟았는지 여부가 판결에 더 영향을 미쳤다.

이번 판결에서 또 주목할 부분은 ‘조계종 선암사’의 실체에 대한 법원의 인정여부다. 재판부는 조계종이 임명한 주지가 2011년 이후 선암사 매표소 및 그 주변 컨테이너에서 근무하고 있다면서 ‘조계종 선암사’의 실체를 인정하는 듯한 이유를 판결에 담았다. 이는 조계종 선암사의 실체를 부정할 경우 보존등기를 할 당사자가 없어져 보존등기 말소를 인정하기 위한 인용판결을 위해 불가피하게 실체를 인정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번 판결이 ‘각하’아니고 ‘인용 판결’이 된 것 역시 조계종 선암사의 실체를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 선암사가 컨테이너를 사무소로 두고 매표소를 관리하면서 사찰운영에 관여한 것은 전래된 선암사 고유의 재산에 대한 권리는 없지만 실체를 인정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 조계종 선암사 실체를 인정하지 않으면 보존등기 말소를 진행할 주체가 없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단체의 실체가 없을 경우 대표자 개인을 상대로 말소등기소송을 제기해야 하기 때문에 ‘조계종 선암사’의 실체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으로는 ‘조계종 선암사’가 컨테이너 박스를 사무국으로 두고 매표관리 등을 행하지 않았을 경우 판결이 달라질 수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어쨌든 순천지원의 이번 판결은 통합종단을 인정하지 않은 사찰의 구성원들이 합의하지 않은 소유권 이전은 적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불교재산관리법에 의해 절차대로 단체를 등록하는 과정에서 첨부한 전국사찰명단만으로는 사찰 구성원들의 합의와 합의를 위한 절차를 밟았음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소유권이 단체등록만으로 넘어갈 수 없다는 것이어서 조계종 태고종 간 갈등은 확대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 판결은 2011년 법원 중재로 합의해 소유권-점유권 분쟁을 해결한 봉원사의 사례와는 정반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만약 이번 판결이 고등법원과 대법원에서도 인정할 경우 순천 선암사와 서울 백련사, 성주암 등의 소유-점유 분쟁은 끝없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 또 사찰 구성원의 결의가 없는 상황에서 불교재산관리법에 의한 단체등록과정에서 등록이 이루어진 사찰은 물론 선암사 말사였던 향일암, 운주사, 증심사, 흥국사 등도 소유권 분쟁에 휘말릴 여지가 열린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어 혼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은 빠르면 20일 선암사 관련 재판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항소 이유와 의지를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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