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불교재산관리법 따른 사찰등록도 부정…항소”
순천 선암사 소유권이 태고종에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반세기를 이어온 선암사 소유권 분쟁은 그동안 태고종의 점유권과 조계종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것이 판례로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이번 판결로 양 종단의 법적 공방은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제2민사부(판사 김형연)는 지난 14일 ‘태고종 선암사(원고)’ 측이 ‘조계종 선암사(주의적 피고)’ 측을 상대로 제기한 ‘등기명의인표시변경 등기말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를 판결했다.
법원은 “선암사와 승주읍 죽학리 사사지 8,086평, 죽학리 임야 등을 조계종 선암사로 등기한 것은 부적법하다”며 “ 소유권 보존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하라”고 결정했다. 이어 “선암사 등 부동산의 진정한 소유자는 원고(태고종)라고 할 것이므로 주의적 피고(조계종)은 태고종에 소유권 보존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지루한 조-태 분쟁의 마지막 화약고
순천 선암사는 1950년대 비구-대처 분규(불교정화) 과정에서 불거진 조계종과 태고종의 소유권 분쟁의 대표 사찰이다. 1962년 통합종단 출범 이후 비구 중심의 대한불교조계종은 선암사를 조계종에 등록했다. 이어 1965년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라 조계종에 사찰 등록을 완료했다.
대처 측은 통합종단에 반대하면서 1962년 ‘대한불교조계종법륜사’ 라는 이름으로 불교단체 등록을 시도했지만 당시 문교부장관은 통합종단 등록을 마친 상태여서 동일한 명칭의 양 종단을 인정할 수 없다며 반려했다. 대처 측은 지속적으로 진정과 건의했지만 반려됐고, 1970년 8월에야 ‘한국불교 태고종’ 명칭으로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른 종단 등록을 마쳤다. 태고종 종단 등록이 된 이후 대처 측은 선암사를 1971년 ‘한국불교태고종 선암사’로 소유권보존 등기를 진행했다.
당시 ‘조계종 선암사’ 측 주지는 1972년 문화공보부장관의 ‘선암사는 조계종 소속 사찰’이라는 사실증명원을 받아 선암사 부동산 등기를 ‘대한불교조계종 선암사’로 변경했다. 하지만 선암사 분쟁이 지속되자 정부가 1970년 승주군수를 재산관리인으로 임명했고, 행정구역 변경으로 인해 순천시장이 그 지위를 승계해 왔다.
2011년 9월 조계종과 태고종이 선암사의 재산관리권을 공동인수하기로 하면서 그해 9월 22일 순천시장이 재산관리인에서 해임됐다. 이 과정에서 조계종은 선암사의 소유권을, 태고종은 점유권을 행사하면서 갈등이 이어져왔다. 이번 사건의 부동산인 선암사와 사사지, 임야 등은 1970년부터 1972년 사이에 모두 소유권보존등기를 태고종 선암사로 마쳤지만 1972년 조계종 선암사 주지 윤모씨가 다시 등기명의인을 조계종 선암사로 표시경정등기를 마쳤다. 이후 등기기록이 전산으로 다시 옮겨지는 과정에서 조계종 선암사가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친 것으로 기재됐다.
태고종 제소 "조계종 선암사로 소유권 변경 절차 부당"
지난 2014년 태고종 측은 “1972년 조계종 선암사로 소유권을 변경한 절차가 부당하다”면서 조계종 선암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소유권 분쟁이 다시 촉발됐다. 태고종 선암사 측은 “조계종 선암사가 태고종 선암사의 지위를 승계한 적이 없다.”면서 조계종 소유로 된 등기를 말소하고 태고종 선암사로 등기를 변경해 달라는 소송을 낸 것이다.
이에 조계종은 “불교재산관리법에 의해 불교단체 등록을 마치고 선암사의 지위를 승계했다.”면서 “1962년경부터 선암사 주지를 조계종이 임명했고, 관리 감독했으며, 순천시를 상대로 건물철거소송을 제기하고 조계종 선암사(주지 법원 스님)가 사찰재산관리와 법회 등 종교의식을 진행해 독자적으로 활동했고, 반명 태고종 선암사는 소유의 부동산이 존재하지 않는 등 독립된 사찰로서 실체를 가지고 있지 못하므로 소송의 당사자 능력이 없다”고 반론했다.
하지만 법원은 조계종이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라 선암사를 자신의 종단에 등록했더라도 분규 과정에서 대처 측이 조계종 등록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점에 착안했다. 사찰이 특정종단에 가입할 경우 적어도 자체 결의에 따른 종단 가입과 변경 절차가 있어야 하지만 선암사의 경우는 대처들이 반대 결의를 했고, 그 이후 태고종(대처) 측이 주지를 임명하고 사찰을 점유해 법요집행과 포교 등의 종교활동을 수행해 왔기 때문에 불교재산관리법에 의해 통합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법원 "분규과정에서 대처측이 조계종 등록 동의 안해"
이번 판결은 결과만 놓고 보면 조계종의 ‘완패’에 가까워 보인다.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라 합법적인 관절차에 의해 등록한 사찰의 권리에 대해 법원이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조계종과 태고종 사이의 사찰 소유권 분쟁에서 최근 법원이 주요하게 바라 본 것은 ‘불교재산관리법에 의해 사찰을 종단에 등록하는 관등록 절차가 합법적’이라면 그 소유권이 조계종이 있다는 것이었지만, 이번 판결은 ‘통합종단 출범 이후 불교재산관리법에 의해 사찰을 종단에 등록하는 과정에서 사찰 구성원의 합의에 의해 이루어졌는지’를 따졌다는 점이다.
법원은 선암사의 그간 상황을 “선암사의 재산관리인이 따로 선임되어 있었음에도 대체로 태고종이 선암사 사찰을 계속해 점유 사용해 왔고, 태고종으로부터 임명받은 주지들이 선암사 사찰에서 포교나 법요 집행을 하면서 운영해왔다.”고 보았다. 또 “조계종이 1964년 9월 16일부터 2014년 9월 17일까지 19명의 주지를 임명했고, 그중 몇 명은 주지 등록을 한 사실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선암사에서 주지 직무를 수행하지 못했고, 현재 조계종 선암사 대표자(주지)는 2011년까지 선암사가 아닌 조계종 총무원에서 근무했고, 2011년 이후 선암사 매표소 및 그 주변 컨테이너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현 주지 법원 스님은 2011년 전후로 조계종 총무원 호법부에 상근직 소임을 맡고 있었다. 현재도 선암사 주지로 임명됐음에도 중앙종회의원직을 유지하고 있어 조계종이 선암사 주지를 형식적으로 임명해왔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사찰이 특정종단과 법률관계를 맺고 나면 그때부터 사찰의 주지임면권이 해당 종단에 귀속되는 등 사찰의 자체의 지위나 권한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 온다”며 “어느 사찰이 특정 종단에 가입하거나 소속 종단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그 사찰 자체의 결의에 따른 종단에의 가입 내지 변경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보았다.
법원 "가입 절차 거치지 않으면 변경 사찰로 흡수 안돼"
그러면서 “통합종단 창설 후 비구 대처 측이 흡수됐더라도 종단이나 종파 그 자체의 통합에 본래적 의미가 있을 뿐, 당시 존재한 모든 사찰이 통합종단에의 가입절차 등을 거치지 않고도 이로 말미암아 당연히 통합종단 소속의 사찰로 흡수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 ▷선암사는 불교재산관리법 시행 이전부터 대처 측이 운영했고 ▷조계종이 불교단체 등록을 신청할 당시 첨부서류인 전국사찰대장에 선암사를 기재한 것만으로 선암사가 조계종 사찰의 지위를 갖게 된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적법한 의사결정에 의해 통합종단에 가입절차를 거쳤음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또 ▷통합종단 조계종 창설 당시 대처 측 선암사 주지와 선암사 재적 승려들이 통합종단 소속의 승려가 되기로 함과 동시에 선암사를 통합종단 소속으로 하기로 한 절차를 거쳤다는 증거가 없고 ▷선암사 재적 승려 전원이 통합종단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결의를 한 사실이 있다고 보았다. ▷조계종 주지는 인정되지만 대처승의 반발로 선암사 주지직을 수행한 사실이 없고 ▷선암사를 조계종에 등록했다고 해도 선암사의 진정한 대표자에 의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루어진 등록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 등을 들었다.
법원 "태고종 점유, 법통 승계 인정"…봉원사 판결과 배치 '논란'
법원은 “오히려 태고종이 주지를 임명하고 태고종 소속 승려들이 사찰 건물을 점유 사용하면서 신도를 대상으로 법요집행과 포교를 행하는 등 통합종단 출범 이후에도 대처의 법통을 이어 왔다.”며 “태고종 선암사는 선암사의 지위를 이어받은 사찰이자 한국불교태고종 소속으로서 실체를 갖는 사찰이라 할 것이므로 당사자능력이 인정된다.”면서 조계종 선암사 측이 태고종선암사는 당사자 능력이 없다고 주장한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법원은 선암사의 지위는 ‘태고종 선암사’에 있고, ‘조계종 선암사’는 ‘선암사’는 물론 ‘태고종 선암사’의 지위를 승계하지 못해 선암사 소유의 부동산은 모두 ‘태고종 선암사’ 소유를 인정했다.
하지만 이 같은 판결은 지난해 9월 신촌 봉원사에 대한 법적지위를 조계종이 계승했다고 판결한 대법원의 판단과는 다른 것이어서 논란이 불가피하다. 불교재산관리법에 의한 사찰등록 절차까지 적법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라 문공부에 단체등록을 하면서 제출한 전국사찰명단에 포함된 사찰의 주지와 재적승들이 일일이 동의했는지 절차상의 문제를 따져야 한다는 해석이 가능해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조계종은 이번 판결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항소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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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있는 사찰도 승려가없다
절뺏기하지말고 화두선에 집중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