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세심불가득화三世心不可得話
삼세심불가득화三世心不可得話
  • 박영재 교수(서강대)
  • 승인 2016.06.1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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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선도회 박영재 교수와 마음공부 21.

성찰배경: 우리들 대부분 머리로는 동서양의 영적 스승들의 삶을 잘 이해하고 과거를 냉철하게 돌아보며 잘못된 점을 뼈 속 깊이 반성하고 다시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서원을 하고, 미래를 전망하며 일생을 바칠 만한 가치가 있는 꿈과 목표를 세우고 이의 실현을 위해 현재에 충실해야겠다고 결심을 합니다. 그러나 이해와 실천, 즉 함께 더불어 있는 그 자리에서 온몸을 던져, 지금 이 순간 하고자 하는 일에 몰입하는 것과는 전혀 별개입니다. 사실 종교계를 포함해 각계각층에서 평소 존경받던 지위에 있던 분들 가운데 적지 않은 분들이 탐진치의 유혹에 빠져 명예 실추뿐만이 아니라 법적으로 처벌받는 일도 종종 일어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증거이겠지요.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앞글에서 말씀드렸듯이 이원적 분별에 의한 상식적 판단에 익숙해 있는 초심자들 대부분을 또 다른 관점에서 당혹케 하는, 과거, 현재 및 미래를 온몸으로 체득하게 하여 다시는 후퇴하지 않는 삶을 살게 하는데 매우 효과적인 화두 하나를 소개드리겠습니다.

삼세심불가득화三世心不可得話

화두話頭:

과거심불가득 현재심불가득 미래심불가득인데 어느 심心에 점을 찍어 떡을 먹겠는가!
[과거심불가득過去心不可得 현재심불가득現在心不可得 미래심불가득未來心不可得 요점나개심要點那箇心]

제창提唱:

당대 금강경 왕이라고 칭송 받던 (물론 자만에 가득 찼던) 덕산 스님이 자기가 쓴 <금강경소초>를 등에 짊어지고 천하를 돌며 자기의 실력을 뽐내고 다니다 하루는 낮이 되어 시장기가 몹시 돌아 주위를 둘러보니 마침 떡집이 있어 요기를 하기 위해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떡집 할머니가 떡 줄 생각은 안하고 등에 지고 있는 것이 무어냐고 물어서 자기자랑을 한참 늘어놓으며 금강경에 관한 모든 것이라고 떠들어댔습니다. 그러자 할머니께서 “<금강경金剛經> 가운데 ‘일체동관분一體同觀分’에 ‘과거심불가득 현재심불가득 미래심불가득’이라고 쓰여 있는데 스님은 어느 심에 점點을 찍어 떡을 먹겠습니까?”하고 물었습니다. 덕산 스님이 우쭐대며 돌아다니다 일개 시골 할머니에게 한 대 얻어맞은 것입니다. 배고픈 것도 잊고 틀림없이 주위에 눈 밝은 스님이 계실 것이라는 것을 믿고 할머니에게 계신 곳을 물어 쏜살같이 달려갔습니다. 그리고는 근처에 주석하고 계신 용담龍潭 선사를 만나 크게 깨치고는 중국 천하에 교학을 가르치는 학승學僧이 아니라 격렬하게 몽둥이찜질로 제자들을 일깨우는 선승禪僧으로서 대활약을 하였습니다. 참고로 용담 선사와 덕산 스님과의 만남 일화는 <무문관無門關> 제28칙 ‘구향용담久嚮龍潭’이라는 화두로 탄생하여 오늘날까지도 투과하기 어려운 화두 가운데 하나로 널리 참구되어 오고 있습니다.

자! 여러분은 어느 심心에 떡을 먹겠습니까? 과거심은 지나가 버렸고 미래심은 오지도 않았으며 현재심은 잡으려 하면 이미 지나가 버리곤 합니다. 한동안 앉아 보십시오. 그래도 모르겠으면 무심하게 한 끼쯤 굶어 보십시오. 그래도 모르겠으면 간절한 마음으로 하루쯤 굶어 보십시오. 치열하게 참구하노라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스스로 자명해지는 때가 반드시 옵니다.

참구 사례: 만공滿空과 보월寶月

일제강점기 어느 때인가 만공滿空 선사 회상會上에 있다가 혜월慧月 선사 밑으로 간 운암雲庵 스님께서 한번은 이 화두로 만공 선사 회상으로 법전法戰을 걸어왔습니다. 그러자 만공 선사께서 이에 대한 답으로 “과거 위음왕불威音王佛 이전에 점심을 먹어 마쳤느니라!”라는 답을 보내려 하자 옆에 있던 제자 보월寶月 스님께서 “큰스님! 죄송합니다만”하면서 성냥불로 그 답을 태워버리고 그냥 나가 버렸습니다. 그러자 만공 선사께서는 그 자리에 정좌靜坐하신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일주일 동안 용맹정진 하시다가 드디어 칠 일째 되는 날 이 화두에 대한 점검을 마치시고는 큰 소리로 “보월아! 내가 자네에게 십 년 양식을 받았네”라고 하시면서 “지난번에는 내가 틀리게 답했네. 나에게 다시 묻게!”하시자 보월 스님이 “삼세심불가득 점마하심입니까?”(三世心不可得 點麽何心)라고 묻자 (이 화두에서 파생되어 응용화두가 되어버린) “점찍는 곳에서 점찍노라!”라고 답하셨다고 합니다.

 이처럼 법法 앞에는 스승과 제자, 선배와 후배가 없는 것이며 잘못됐으면 과감히 시인하고 백의종군하는 마음 자세로 바로 잡으면 되는 것입니다. 자! 어디가 만공 선사께서 잘못 본 곳인지 찬찬히 잘 간구해 보십시오. 그리고 이 만공 대선사의 사례를 깊이 통찰하면서 화두 하나만 제대로 뚫으면 다 된다는 비전문가들의 유언비어에도 부디 현혹되지 말기를 바랍니다.

덧붙여 일제강점기 시절만 해도 안거 때마다 있었던 선원과 선원 사이의 치열한 법전法戰 전통이 지금은 거의 사라져버린 것 같아 아쉽습니다. 만일 이런 좋은 전통을 되살릴 수만 있다면 불교계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문제들이 봄날 눈 녹듯이 거의 다 해결될 수 있을 겁니다. 참고로 많은 사람들이 점심點心이 순 우리말인 줄 알고 있으나 여기서 유래됐습니다.

희유稀有한 인연의 이어짐

2009년 연말에 희유稀有한 인연으로 양평에 위치한 정곡사에서 수덕사 소속 승적을 가지신 정곡 스님을 만나 뵈었는데 이때 종달 이희익 선사께서 제창하신 <무문관>과 제가 지은 <두문을 동시에 투과한다> 두 권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1달 후 정곡 스님께서 책을 다 읽으시고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3시간 걸려 제 연구실 문을 두드리셨습니다. 문을 들어서시자마자 합장의 예를 갖추시고는 ‘공부에 출가와 재가의 구별이 어디 있겠습니까? <무문관> 점검을 부탁드립니다.’ 그후 치열한 참구를 통해 선도회 점검과정을 모두 마치시고 출가승인 동시에 선도회 법사가 되셨고 지금까지 꾸준히 일반인을 위한 참선법회를 열어오고 계십니다.

참고로 사실 정곡 스님께서는 제방선원에서 두루 안거수행을 치열하게 해오셨던 선승禪僧으로 이미 넓은 안목을 갖추신 분이나 다만 평소에 무언가 아쉬웠던 부분을  선도회의 (남송 시대부터 이어져온) 입실점검 시스템이 충족시켜줄 수 있다는 확신에 제 연구실 문을 두드리셨던 것이고 저도 조금 도움을 드렸을 뿐입니다. 한편 저 역시 정곡 스님으로부터 두루 안목을 넓힌 바가 적지 않았으며 지금은 평생 도반道伴으로 늘 함께 하고 있습니다.

한편 역시 수덕사 소속 승적의 출가 8년차 젊은 스님께서 미국 방문시 현재 유학 중인 인사동모임 대학생을 통해 선도회 소식을 전해 듣고 지난해 11월 말부터 선도회 인사동모임에 꾸준히 나오시면서 초심자를 위한 화두들을 점검 받으시다가 마침 최근 ‘삼세심불가득화’를 투과하시고는 저의 추천으로 6월초 아예 짐을 싸가지고 정곡사로 입산해 정곡 스님께 입실점검을 받으며 간화선 수행을 본격적으로 이어가시기 시작했으니 이 무슨 희유한 인연의 이어짐인지 그저 불가사의할 뿐입니다.

군더더기: 그런데 돌이켜 보면 제가 종달 이희익 선사님께 입문할 무렵 저로 하여금 선의 세계로 빠져들도록 크게 고무시킨 분들이 바로 수덕사 덕숭문중을 일으키신 경허 선사님과 만공 선사님이셨습니다. 또한 종달 선사님 입적 이후 선도회를 이끌어 가는 과정에서 다시 한 번 저의 안목을 크게 넓혀준 분도 역시 덕숭문중의 숭산崇山 선사님이셨습니다. 그래서 이 문중에 늘 빚 진 기분이었었는데 이제 이들 두 분 스님들을 통해 그동안 신세진 빚을 거의 갚은 것 같아 홀가분합니다.

참고자료
이희익 지음, <무문관강석> (보련각, 1974년)
박영재 지음, <두 문을 동시에 투과한다> (불광, 1996년)
박영재 엮음, <무문관: 온몸으로 투과하기> (본북, 2011년)
박영재 지음, <석가도 없고 미륵도 없네> (본북, 2011년)
 

   
 

박영재 교수는 서강대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3년 3월부터 6년 반 동안 강원대 물리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1989년 9월부터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강대 물리학과장, 교무처장, 자연과학부 학장을 역임했다.

1975년 10월 선도회 종달 이희익 노사 문하로 입문한 박 교수는 1987년 9월 노사의 간화선 입실점검 과정을 모두 마쳤다. 1991년 8월과 1997년 1월 화계사에서 숭산 선사로부터 두차례 입실 점검을 받았다. 1990년 6월 종달 노사 입적 후 지금까지 선도회 지도법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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