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가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태식(보광) 총장 박사논문 의혹제기에 대한 1차 해명서’를 발표했다. 발표는 양영진 교수(학술부총장,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위원장)이 진행했다. 지난 10일자 해명 보도자료에 이은 두번째 해명이다. (관련기사: 동국대 “박사논문 문제제기, 학계관행 벗어나” / 동국대 부총장들 보광 총장 구하기)
양 교수는 “(내가) 기자회견을 하는 정성만큼 공개적으로 하는 질의들에 대해 성실하게 답변해 달라. 심각한 오류 보고서를 만들어 악의적 정치적 기자회견 행위에 대해 학교는 법적 검토를 할 것도 알린다”고 했다.
묻는다. 공개 설명하라
양 교수의 검증보고서가 표절 의혹을 제기한 표 관련 ①표 순서가 다른 의미를 설명하라 ②‘의적(義寂)’을 ‘의숙’으로 오기한 것은 부실 검증 본보기다 ③표의 차이를 어떻게 이해하는지 설명하라 ④안계현 표에 ‘원효설’이 보광 스님 표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라 등을 공개질의 했다. 동국대 관계자는 “이 해명자료는 부총장이 작성하지 않았다. 누가 작성했는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양 교수는 “질의에 왜 질의로 답하느냐면 어이가 없어서다. 내게 전문성이 없지 않느냐 할텐데 나는 좀 잘안다. 나는 잘 가르치는 교수다. 첨부한 힌트를 보고 답을 잘 생각해보라”고 했다.
논문 표절 의혹을 해명한다며 양영진 부총장이 전면에 나선 이유에는 해명 후 있을 재반박에서 보광 스님을 보호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양영진 부총장이 ‘공개적으로 설명해 달라’고 수차례 강조한데는 검증자 색출 목적도 있는 것 같다.
검증보고서는 마녀사냥
양 교수는 “대학 총장의 27년 전 박사논문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수는 있다. 전문성이 결여된 사람들이 기계적으로 검증했다. 검증보고서를 관련기관에 제출하지 않고 언론에 폭로한 마녀사냥식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했다.
양 교수는 “김영국 씨가 언론에 배포한 검증보고서는 상당히 하자가 많은 부실한 보고서이다. 비대위원을 자처하는 동국대 교수라는 사람들이 자신들 전문분야도 아닌 ‘신라정토’ 분야의 전문적인 연구 성과를 정치적 의도를 갖고 공개적으로 악의적 정치적인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비애를 느낀다”고 했다.
①순서 바뀐 이유 알아?
양 교수는 검증보고서가 표절 본보기로 제시한 “안계현(1976)의 p. 107 도표와 보광 스님의 pp. 387~388 도표의 차이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설명해 달라”고 했다.
검증팀은 “일본학자의 문단들을 통째 표절한 것을 지적한 것에 대한 해명을 먼저 해야 하는 것이 논문저자로서의 최소한의 기본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1의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이렇게 답변할 수 있다. 한보광은 안계현의 표에서 다룬 5인을 그대로 연구대상으로 삼고 있다. 특히 법위와 현일을 하나로 묶어서 표로 설명하는 점이 동일하다. 표를 전후한 논의의 대상과 결론이 동일하므로 한보광 글은 분명히 안계현의 논문에서 결정적 도움을 받은 것이 분명하다. 검토자들은 이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기반으로 신라논사를 생몰연대 순서로 재배치한 것이 한보광이 조금 차이나는 지점이다”고 했다.
②‘의적’을 ‘의숙’? 너 부실!
양 교수는 “불교계 및 관련학계 연구자들이 집단지성의 힘으로 검증했다면서 학부 1학년생도 알고 있는 이름을 틀렸다. ‘의적(義寂)’을 ‘의숙’으로 오기한 것은 이 보고서가 얼마나 부실한 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본보기”라고 했다.
검증팀은 “한보광의 해명은 검증보고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들 언급은 회피하고, 소소한 꼬투리를 잡는 방식이다. ‘의적’을 ‘의숙’으로 실수한 것을 붙들고 늘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1년 전 총동창회 비대위 박사논문 표절의혹 제보의 검증표들에서 ‘의적’이 ‘의숙’으로 표기된 것은 사실이다. (비대위 표 인용이 아닌) 검증보고서 본문(P.12, 19)에서는 ‘의적’으로 표기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국대 해명서 마지막 페이지에서 의적보다도 훨씬 저명한 인물인 ‘보리류지(菩提流支)’를 ‘보리유지’라고 표기한 이유는 뭐냐”고 했다.
▲ <질의 3>의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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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유심안락도>라 왜 썼게?
④‘원효설’은 왜 뺐게?
양 교수는 “검증보고서(p. 28)에 ‘상품 부분만 첨가 이런 경우에 원자료를 제시해야 함’ ‘<유심안락도>와 원효는 동일표현임, 저작에 대한 두 교수의 의견 차이 반영’이라고 했다. 상품 부분 첨가, 원효가 아니라 <유심안락도>라고 표기된 것의 차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공개적으로 설명해 달라”고 했다.
양 교수는 “검증보고서(p. 29) 상단 표에서 ‘방향만 다름’ ‘<유심안락도>와 원효는 같은 의미(저작인정여부)’ ‘이 부분이 추가됨’이라고 표기하면서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안계현(1976) 표에는 ‘원효설’이 있는데 옆의(보광 스님) 표에는 이 표기가 없다. 그 차이가 무엇인지 당신들이 이해하는 것을 공개적으로 설명해 달라”고 했다.
검증팀은 “이 ③④표에 대한 한보광 입장은 <유심안락도>와 원효는 구분돼야 한다는 것이다. 안계현 논문에서는 양자를 동일시했다. 한보광은 도리어 안계현의 연구성과를 전적으로 기반해서 <유심안락도>와 원효를 구분해서 제시한 것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보광은 자신이 전적으로 의존한 선행연구를 밝히지 않았고 표를 마치 자신의 독창적 견해인 것처럼 주장한다. 이것이 더 큰 문제”라고 했다. “주장의 주요맥락을 선학의 연구성과에 전적으로 의존하면서 약간의 디테일을 달리하고 있는 것이 자신의 독창적 주장이기 때문에 표절을 물타기할 수 있다는 의도가 해명의 기조”라고 했다.
<미디어오늘> 보광 스님 인터뷰 |
총장 보광 스님은 <미디어오늘>이 17일 보도한 ‘동국대 총장 논문표절 검증보고서 살펴보니’ 제하의 기사에서 “검증보고서가 엄밀하지 못한 데다 일부 출처 표기가 고의적으로 누락됐다”고 했다. 보광 스님은 “학설을 주장하는 부분만 빼고 표절 검증을 한 부분이 많다. 보고서 p. 11, 15가 그렇다. 표절이라 밑줄 친 부분 바로 뒤에 ‘그러나’로 시작되는 문장이 나온다. 앞에서 논의된 내용을 부정하고 뒤에서 학설을 주장하는 부분들이다. 그런 점은 다 빼버리고 하나만 이야기하고 있다”고 했다. 1~2개 보충도 연구 분석 결과 미진하지만 잘못은 없다 스님은 “(논문에서) 부주의했던 것이 하나도 없다고는 할 수 없다. 30년 전은 지금과 같지 않았다. 나는 지금도 내가 쓴 논문을 고치고 있다. 글자 빠진 것 넣고, 재출판하려고 고치는 중이다”고 했다. 이어 “나로서도 100% 만족한다 볼 수 없지만, 이해해줘야 할 것은 30년 전의 것을 지금 이렇게 하는 건 무리가 있지 않느냐”고 했다. |
붓쿄대는 5년 지나 조사 않기로
양영진 교수는 “보광 총장에게 박사학위를 수여한 일본 붓쿄대가 회신을 보내왔다. 붓쿄대학연구공정관리규정 제12조에 근거해 이의 제기 시한 5년이 지나 조사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붓쿄대에 검증요청은 박정극 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위원장 책임 하에 정창근 총장직무대행 시기에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양 교수는 “박정극 부총장은 한태식(보광) 총장 후보의 편파판정을 주도한 인물이었다. 그가 이사회에 건넨 중징계 건의 쪽지로 증명이 된다. 당시 논문 판정이 편파적이고 악의적인 사실 왜곡이 심각한 수준이어서 현재 재심이 진행 중이다”고 했다. (관련기사: “제보자가 보광 총장 논문 표절 심사 방해”...왜?)
붓쿄대에 물어라? 그래 간다
붓쿄대가 공문에서 밝힌 ‘연구공정관리규정 제12조’나 보광 총장이 교수협 관계자에게 밝혔다는 ‘문부성 규정’에는 5년 시한이라는 조건이 보이지 않는다. 이에 대해 양영진 교수는 “붓쿄대 규정은 붓쿄대에 알아봐라”고 했다.
동국대 안드레 총학생회장과 신정욱 대학원총학생회장은 18~19일 일본 붓쿄대를 방문해 보광 스님 학위논문 관련 공문을 전달할 예정이다.
신정욱 대학원총학생회장은 “붓쿄대와 유선으로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다. 학장 면담을 요청했지만 어렵다고 했다. 학생 대표자 공문 접수도 거부하겠다고 했다. 붓쿄대 반응은 이해하기 어렵다. 붓쿄대에 가서 직접 묻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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