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자를 위한 초관과 참구 사례
초심자를 위한 초관과 참구 사례
  • 박영재 교수(서강대)
  • 승인 2016.05.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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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회 박영재 교수와 마음공부 20.

성찰배경: 앞글에서 말씀드렸듯이 이번 글에서는 초심자들을 위한 화두인 ‘찰칙察則’에 대해 다루기로 하겠다고 약속드렸었는데, 마침 스승의 날에 즈음해 이 무렵이면 늘 생생하게 떠오르는 스승 종달宗達 이희익 선사님 문하에서의 저의 초관初關이었던 ‘無’字 화두 참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먼저 ‘화두는 하나만 들어야하는가?’에 대해 중국 남송 시대에 확립된, 오늘날 전문직에 해당하는 사대부들에게조차 매우 효과적인 간화선 수행체계를 일본 문화 풍토 속에서 적극적으로 수용해 거의 천년 동안 온전히 보존해온 일본 임제종 수행승이셨던 종달 선사님의 견해를 말씀드리고 초심자를 위한 초관初關과 제 사례를 소개드리겠습니다.

초심자를 위한 초관初關과 참구 사례

화두는 하나만 들어야 하는가?

‘화두는 하나만 들어야 한다!’라는 피상적인 관행에 대해 종달 선사께서는 〈생활 속의 선〉(불서보급사, 1970) 가운데 ‘공안의 체인體認’편에서 ‘간화선이 발달한 이유’라는 제목 아래 이미 남송 시대에 확립된 간화선의 원류인 오조법연五祖法演 선사부터 원오극근圜悟克勤 선사를 거쳐 간화선 수행체계의 확립자인 대혜종고大慧宗杲 선사, 그리고 <무문관> 편찬을 통한 간화선의 완성자라고 할 수 있는 무문혜개無門慧開 선사에 이르기까지 여러 다양한 화두들로 점검받은 기록을, 문헌들을 인용하며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는데 그 대목은 아래와 같습니다.

“공안도 주지 않고 다만 묵묵히 앉아 있기만 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소위 고목선枯木禪에 빠져서 이도 저도 못되고 세월만 보내고 보면, 이것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다소의 폐해가 있더라도, 그 유도방법誘導方法으로 공안公案을 주어 학인의 심경心境을 조성造成하고, 근기根機(공부할 수 있는 자세)를 단련하는 선책善策으로 간화看話의 방법을 취한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 한편 간화선의 전성시대는 분양汾陽·석상石霜 때로부터 양기楊岐·황룡黃龍의 두 종二宗으로 분립分立한 때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 시대보다 좀 앞선 대매大梅·풍혈風穴 시대에 스승이 스스로 공안을 만들어서 학인을 접득接得한 경향이 짙다. 즉, ‘수산죽비首山竹篦’라든가, ‘파초주장芭蕉柱丈’이라든가, 혹은 ‘황룡삼관黃龍三關’, ‘도솔삼관兜率三關’ 등이 그러했다. 그리고 이 화두들은 모두 <무문관無門關>에 수록되어 있다.

이런 경향이 법연法演 선사 때에 이르러서는 먼저 ‘조주무자趙州無字’의 공안을 주고 다음다음 공안으로서 학인을 지도했다. 다시 말하면 처음 입실入室하면 ‘무無’자字 화두를 주었고 이것을 투과하면 다음 화두를 주었다. 그런데 ‘무無’자 하나를 투과하면 천칠백 화두가 모두 트일 것인데, 다음 화두란 무엇이냐고 트집을 잡을 런지 모르겠다. 그러나 위에서 본 것처럼 근기根機가 약화되어 대부분 철저히 대오大悟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음다음 점검받아 나가는 동안에 어느 때인가 대오大悟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부득이한 사정이 아니었던가 생각된다.

법연의 제자 극근은 시자 시절 법연에게서 ‘빈호소옥원무사頻呼小玉元無事’에서 크게 깨쳤으며, 또 제자 원정元靜은 법연에게서 ‘즉심즉불卽心卽佛’·‘목주담판睦州擔板’·‘남전참묘南泉斬猫’·조주구자趙州狗子 등을 일일이 투과透過했으며, 사형인 극근은 잠시 환속해 향 장사를 하고 있던 원정에게 시자를 시켜 ‘조사서래의祖師西來意’를 들어 점검해 보니 그의 경지가 그대로임을 통찰하고는 몸소 나서서 원정을 재출가시켜 뒤를 잇게 하였다는 것이 <오가정종찬五家正宗贊>에 분명히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극근의 제자인 대혜는 ‘동산수상행東山水上行’·‘유구무구有句無句’ 등의 화두로 심지개발心地開發했다고 <인천보감人天寶鑑>에 잘 기록되어 있다. 그래서 극근으로부터 대혜에 이르러 공안선公案禪의 기초가 확립되었던 것이다.”

군더더기: 종달 선사께서 <생활 속의 선>(불서보급사, 1970년)에서 인용했던, 임제종 양기파 희수소담希叟紹曇 선사가 1254년에 지은 <오가정종찬>은 이미 백련선서간행회에서 번역하고 1990년에 장경각에서 출간하여 널리 보급되었는데도, 아직 ‘화두는 하나만 들어야 한다!’라고 적지 않은 분들이 외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이 책을 단지 장서용으로만 구입해 두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무無’자字 화두 제창提唱

 이 화두는 처음 선禪에 입문한 사람들이 대개 들게 되는 화두로 오로지 ‘무’자!, ‘무’자! … 하면서 숨을 내쉴 때마다 마음속으로 크게 외쳐 보십시오. 물론 이때 온 몸으로 간절히 ‘무無라는 자는 무엇인가?’라는 의심을 끊임없이 이어가야 합니다. 꾸준히 앉다 보면 문득 ‘무’자와 한 몸이 될 때가 도래할 것이며 이렇게 될 때 ‘무’자 화두의 경계가 뚜렷해지게 됩니다.

 초심자의 경우 이 ‘무’자 화두를 들 때 무엇인가 떠오르는 것이 있는데 이는 이미 머릿속에 잠재적으로 ‘무無라는 자字는 이러이러한 것이다.’라는 선입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 선입감에 얽매이지 말고 아랫배[氣海丹田]에 자연스럽게 힘을 주면서 ‘무’자를 떠올리고 무엇이든지 마음속에 떠오르는 것을 입실入室을 통해 사실대로 스승에게 제시하면 됩니다. 그래서 스승이 아니라고 하면 그저 버리고 다시 ‘무’자를 참구하면 됩니다. 이렇게 수없이 반복하여 더 이상 가져올 것이 없을 때, 바야흐로 통하게 되는 때가 무르익게 됩니다. 옛 속담에 ‘궁하면 통한다![窮卽通]’라는 말이 있는데 바로 여기에 어울리는 말입니다.

그런데 초심자에게 있어 주의해야 할 것은 단전에 힘을 주고 ‘무’자!, ‘무’자! 하며 여기에 집중하려 하여도 어느새 ‘무’자는 도망치고 딴 생각이 순식간에 떠오를 경우 이때마다 다시 얼른 ‘무’자를 잡아 끌어와 다시 단전에 자연스럽게 힘을 주며 ‘무’자!, ‘무’자!를 마음속으로 크게 외치면 됩니다. 

 또 하나 주의하여야 할 것은 중간에 쉬어서는 안 됩니다. 매일매일 일정한 시간을 정해 놓고 꾸준히 좌선坐禪을 해야 하며 하루하루 꾸준히 이어가는 좌선의 힘은 ‘무’자 화두를 일상생활 속에서도 항상 마음속에 간직하게 하여주며 수행이 무르익게 되면 어느 순간에 경계가 뚜렷이 서게 됩니다.

 끝으로 화두를 참구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초심자의 경우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은 스승에게 입실入室해서 그 동안의 경계를 점검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때 제시한 경계가 맞고 틀리고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고, 틀린 경계를 철저히 버리는 행위를 포함해 그 과정 자체가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또한 스승과의 이런 만남을 통해, 초심자의 경우 세상일에 쉽게 물들 수 있기 때문에 다시 흐트러져 가던 마음가짐을 보다 철저히 가다듬게도 됩니다. 즉, 현대인들은 바쁜 일과에 쫓기다 보면 좌선하는 시간을 놓치는 경우도 많고 더 나아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일시적인 쾌락에 빠지기도 하여 몸과 마음이 다 흐트러져 버리기 일쑤이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스승과의 만남을 통해 자기 자신을 돌이켜 본다면 잠시 흐트러졌던 자세를 쉽게 일으켜 세울 수 있게 됩니다.

군더더기: 참고로 필자의 경우 ‘수식관數息觀’을 병행하며 이 ‘무’자 화두와 더불어 일 년 넘게 씨름하던 어느 날, 드디어 이원적 분별 작용을 그치고 ‘무’자와 철저히 한 덩어리가 되자 가슴 답답하던 것이 후련하게 뚫리며 ‘무’자 화두의 경계가 뚜렷해졌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후 이것이 수행의 밑거름이 된 동시에 필자로 하여금점점 넓어져가는 안목으로 보다 철저히 분별을 내려놓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초관 참구 사례: 마마보이를 인내로 단련시키시다

돌이켜 보면 종달 선사께서는 필자의 나이가 거의 손자뻘로 맨 막내로 입문해서 그런지 굉장히 귀여워해 주시며, 필자에게는 야단도 잘 안 치셨습니다. 그런데 필자가 법회에 참석해 끝날 무렵까지 지켜보면 노장님들께서 입실 방에 들어갔다 나올 때는 얼굴이 벌게 가지고 나오셨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온갖 욕설을 다 듣고, 얼굴이 완전히 묵사발이 된 표정으로 쫓겨 나오신 것이었습니다. 필자는 그런 것도 모르고 입실하면서도, 처음 일 년은 스승님께 예를 갖추어 오체투지의 절하는 것도 모르고 무작정 앉아 합장 목례 정도만 하면서 정말 철없이 굴었는데 그저 인내忍耐하시며 지켜보셨습니다. 그러다 일 년이 되는 무렵 예도 정식으로 갖추게 되고 아랫배에 힘도 쌓이며 뱃심이 길러지면서, 1년쯤 되는 어느 날 입실해 방안이 떠나갈 소리를 질렀더니 종달 선사께서 아주 환한 미소를 지으시면서 ‘처음에 올 때는 모기만한 소리를 내던 놈이 어떻게 이렇게 변했냐!’ 하시면서 굉장히 기뻐하셨는데, 그 환한 미소는 지금도 눈앞에 생생합니다.

사실 필자는 2대 독자로 태어나 위로 누님이 셋, 아래로 여동생, 그래서 초등학교 다닐 때까지는 누님들하고 고무줄도 하고, 특히 공기놀이를 잘해 공기의 달인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아주 소심하고 내성적이고 형편없는 마마보이의 전형이었는데, 대학교 들어와서 인생에 눈뜨기 시작하고 그 막 고민하고 한 시기에 한 평생을 이러고 살아야 되겠나 하는 한심한 생각이 들면서 나름대로 노력을 하다가, 서강대 불교동아리 문을 두들겼는데 한 달 만에 종달 선사님 문하로 입문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필자의 일생에 있어서 보면 곧장 지름길로 종달 선사님을 만나게 된 것이었습니다.

당시 선배 노장님들은 전국의 내노라 하는 선사님들을 두루 다 참문 하신 후에 종달 선사님께 이르러서는 코드가 잘 맞으셨는지 아니면 다른 곳에서는 접하지 못했던 틀 잡힌 입실점검 과정에 매혹되셨기 때문인지 <무문관> 점검을 마칠 때까지 한 눈 팔지 않고 마치셨는데, 이와는 대조적으로 필자는 선禪이 뭔지도 모르고, 그냥 다리 틀고 앉는 것만 배워가지고, 불교의 ‘불佛’자도 잘 모르고, ‘독화살의 비유’ 하나만 알고 선의 세계로 바로 입문하였습니다. ‘순간순간 가장 시급한 일이 무엇인가?’ 불교 개론서에 들어있는 이 구절 하나가 필자의 머릿속에 딱 박히면서, “아!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있어서 가장 시급한 일이 무엇인가만 잘 쫓아가면 모든 문제가 풀리겠구나!”라는 견해를 세운지 한 달 만에 곧장 종달 선사님 계신 데에 이르게 되었던 것이고, 이 희유한 인연으로 필자의 오늘이 있게 된 것 같습니다.

군더더기: 돌이켜보면 정말 형편없던 마마보이가 종달 선사님께서 필자의 수준에 딱 맞는 눈높이 점검을 지속적으로 해주신 과정 속에서 일상적 삶의 틀이 바로 잡히게 되고 그 결과 일상 속에서 자연스레 통찰과 나눔이 둘이 아닌 ‘통보불이洞布不二’의 삶을 날이 갈수록 보다 철저히 이어갈 수 있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이원적 분별에 의한 상식적 판단에 익숙해 있는 초심자들 대부분을 또 다른 관점에서 당혹케 하는 매우 효과적인 몇몇 화두들을 소개드리겠습니다.

참고자료 박영재 지음, <석가도 없고 미륵도 없네> (본북, 2011년)
 

   
 

박영재 교수는 서강대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3년 3월부터 6년 반 동안 강원대 물리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1989년 9월부터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강대 물리학과장, 교무처장, 자연과학부 학장을 역임했다.

1975년 10월 선도회 종달 이희익 노사 문하로 입문한 박 교수는 1987년 9월 노사의 간화선 입실점검 과정을 모두 마쳤다. 1991년 8월과 1997년 1월 화계사에서 숭산 선사로부터 두차례 입실 점검을 받았다. 1990년 6월 종달 노사 입적 후 지금까지 선도회 지도법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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