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된 4대강 사업지, '이명박탑'만 빛난다
폐허된 4대강 사업지, '이명박탑'만 빛난다
  • 오마이뉴스 김종술
  • 승인 2016.04.2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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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생명살림 100일 수행길, 6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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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강 걷기 오늘의 22일째이자 금강 걷기 6일째. 왕진교가 보이는 백제보에서 시가 전 간단한 의식을 올리고 있다. ⓒ 김종술 관련사진보기

'금강 살리기'라는 목적으로 조성된 백제보는 준공과 동시인 2012년에 이어 2014년에도 보 세굴에 시달려야 했다. 60만 마리 이상의 물고기가 떼죽음한 시발점도 이곳이다. 강의 숨통을 끊고 모래성을 쌓았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 모른다.

"금강을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생명의 새 터전, 지역과 국가 발전의 미래 공간으로 되살린 '4대강 살리기' 사업 주역들의 이름을 이 곳에 새겨 그 공을 기립니다. - 2012. 5. 5
대통령 이명박"

이곳은 입구부터 으리으리하다. 이명박을 비롯해 4대강 사업에 앞장섰던 세력들의 이름을 새긴 돌탑은 여전히 빛나고 있다. 거대한 전망대 홍보탑은 4대강의 위용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그러나 전망대에 오른 사람들은 혀를 끌끌 찬다. 4대강 사업 전후를 과장해서 비교한 사진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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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강 사업지에 세워져 있는 조형물. ⓒ 김종술 관련사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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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허나 다름 없는 4대강 사업지에 세워진 조형물. ⓒ 김종술 관련사진보기

24일, 4대강 생명살림 100일 순례길 22일째이자 금강 걷기에 나선 지 6일 차. '세상과 함께'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김성중 대전충남녹색연합 팀장이 이날의 길잡이로 나섰다.

햇볕에 달구어진, 그늘 한 점 없는 콘크리트 자전거 도로 위를 걷는 강행군이라 불교환경연대 스님들의 피로도 극에 치닫고 있다(관련 기사: 4대강 사업에 지역공동체 파괴되고 삶은 팍팍해졌다).

걷기에 앞서 김성중 팀장의 간단한 설명이 이어졌다. 김 팀장은 "금강의 3개의 보 중 하류에 속한 백제보는 4대강 사업과 함께 발생하기 시작한 세굴과 녹조, 큰빗이끼벌레, 실지렁이, 깔따구의 출현 등으로 심각한 수질 문제를 안고 있다"며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댐 하나를 만드는 데 10년 정도가 걸린다, 반면에 4대강 사업은 2년 만에 밀어붙이면서 예상되었던 환경적 피해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로변은 낚시꾼과 쓰레기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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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강 생명살림 수행 길에 나선 스님들과 일반 참가자들이 백제보 상류 둔치로 걸음을 옮기고 있다. ⓒ 김종술 관련사진보기

시작점인 백제보부터 강변으로 내려가는 도로는 거대한 쇠말뚝과 자물쇠로 채워졌다. 어지러울 정도로 많이 설치된 금지, 경고 표지판 사이로 '백제보 상·하류 1km 낚시 행위 금지' 현수막까지 걸렸다. 하지만 인근 도로변은 낚시꾼이 타고 온 차량 차지였다. 단속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둔치 아래로 내려가 보았다. 물가에는 낚시꾼들이 텐트를 치고 물고기 잡이 삼매경이다. 버려진 쓰레기도 심각했다. 지렁이 통, 쓰다 버린 떡밥, 버려진 음식물 등이 담긴 비닐봉지에서 파리가 들끓고 악취가 풍긴다. 단속이라도 나오면 벌금을 맞을 수도 있는데, 낚시꾼들의 배짱 하나는 대단해 보였다. 대전에서 왔다는 낚시꾼을 만나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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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을 이용해 낚시꾼들이 몰리면서 출입금지 구간까지 차를 타고 들어가 있다. ⓒ 김종술 관련사진보기

"4대강 사업으로 주변의 습지가 사라지고 수초가 없어졌다. 때문에 조금 남아 있는 수초나 수몰나무 주변으로 물고기가 산란을 위해 몰려들고 있다. 그래서 산란기에는 보 주변에서 대물 붕어를 잡기 쉽다. 먹기 위해서 잡는 사람들도 있지만, 기록(물고기 크기)을 세우기 위해 찾고 있다.

단속한다고 하던데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우리는 보가 생기기 이전부터 낚시를 해왔는데 무슨 권리로 개인의 취미까지 법으로 막을 수 있다고 하는지 다들 미친X들이다. 낚시꾼이 쓰레기만 버린다고 욕한다. 그런데 차량 진입만 허용해도 본인의 쓰레기는 스스로 되가져 갈 것이다. 차도 못 들어오게 막아 놓으니 무거운 가방에 짐까지 지고서 몇 백 미터를 오간다."

오히려 피해자라며 큰소리가 터져 나왔다. 괜스레 불똥이 튈까 서둘러 자리를 떴다. 철통 같은 봉쇄를 뚫고 차를 타고 들어온 낚시꾼도 있다. 4대강 홍보관 때문에 그나마 사람들이 찾아오는 이곳 공원도 관리는 엉망이다.

"역사적 장소였던 이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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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강 생명살림 수행 길에 나선 스님들과 일반 참가자들이 백제보 상류 둔치로 걸음을 옮기고 있다. ⓒ 김종술 관련사진보기

왕진 나루도 준설로 일직선이 되었다. 모래톱은 사라지고 강바닥은 온통 펄이다. 물속 죽어서 가지만 앙상한 버드나무는 괴기영화 세트장으로 딱 어울릴 것 같다. 4대강 시설물인 콘크리트 산책로는 깨지고, 데크 전망대는 수풀 속에 가려져 있다. 관리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휴식을 취하던 중현 스님이 안타까워 하며 말했다.

"역사란 승자의 기록물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곳은 백제의 슬픈 역사가 서린 곳으로 가슴 아픈 일들이 많다. 이곳 왕진교는 당나라군에 의자왕이 끌려가면서 쉬었던 장소이다. 당시 모든 백성이 통곡하며 눈물로 강물을 채웠다고 한다. 그런 가슴 아프고 비참한 장소가 이제는 4대강 사업으로 물길이 막히고, 물고기 집단 폐사로 다시 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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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환경연대 공동대표인 법일 스님이 금강 걷기를 하고 있다. ⓒ 김종술 관련사진보기

불교환경연대 공동대표인 법일 스님은 우리의 힘을 북돋워 주었다.

"4대강, 제주 강정마을, 밀양 송전탑까지 국책사업을 막기 위해 저항을 해보지만, 정부의 뜻대로 이루어진다. 우리는 패배 의식을 가지고 있어서 인간으로서 무력감을 느낀다. 많은 분이 우리와 동행하는 걸 보면서 모든 사람이 옳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지치지 않고 지속한다면 아무리 거대한 권력이라도 우리의 힘으로 막아내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늘 우리의 시작이 강물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희망을 위해 용기를 내서 다시 걸었다. 그러나 몇 발짝 가지 못하고 또다시 과거의 아픈 기억을 떠올려야 했다. 마을 입구에 쌓아 놓았던 준설토 때문에 겪어야 했던 주민들의 고통이다. 2013년 당시 86세의 할머니가 기자에게 털어놓았던 사연을 참가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했다.

"썩은 모래(4대강 준설토)를 집 앞에 산더미처럼 쌓아 놓으면서 냄새가 얼마나 심했는지 인분을 뿌려 놓은 것 같았다. 냄새가 심해서 코를 막고 살았다. 빨래를 해서 밖에 널었는데 그 옷을 입고 피부병에 걸려서 한동안 치료를 받았다. 약을 먹으면서도 몸은 가렵고 빨래도 널지 못하고 그 더운 여름에도 문 한 번 열지 못하고 살았다.

그러다가 그놈의 모래를 또 가져간다고 하면서 새벽 6시부터 꽝꽝거리며 대형차량이 오갔다. 차 뒤쪽 문짝을 여닫는 소리가 얼마나 큰지 자다가 깜짝 놀라서 심장마비 걸릴 정도였다. 어쩔 수 없이 6·25 피난 때처럼 보따리를 싸서 시내 보건소로, 장터로, 매일같이 떠나야 했다. 옆집은 딸내미가 애 낳아서 몸조리 왔다가 병만 얻어서 다시 갈 정도였다."

당시 할머니의 사연을 보도했던 자료를 찾아보면서 참석자들은 연신 한숨만 토해낸다. 분노와 쌓인 피로로 우린 자연스럽게 묵언 수행에 빠졌다. 부지런히 걷다 보니 오늘의 목적지를 지나서 공주시 이인면 운암리까지 와 버렸다. 하루 참석자들의 간단한 소감을 들어 보기로 했다. 

"잊지 않는 연대만이 강물을 흐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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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제보 수자원공사 선착장 인근에서 김성중 대전충남녹색연합 팀장으로부터 4대강 사업과 이후의 과정을 듣고 있다. ⓒ 김종술 관련사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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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제보 수자원공사 선착장 인근에서 김성중 대전충남녹색연합 팀장으로부터 4대강 사업과 이후의 과정을 듣고 있다. ⓒ 김종술 관련사진보기

먼저 유정길 불교 환경연대 운영위원장이 말했다.

"강물이 흘러가고 또 내 마음과 같이 엮여서 흘러간다는 노래 가사가 있다. 흐르는 강물처럼, 바람처럼 살라고 하는데, 어쩌면 사회도 흐르는 강물처럼 흘러간다고 생각해본다. 강물이 막히면 사회도 막히고 사람도 막힌다. 예전에 상갓집에 갈 때면 가는구나 생각했는데 내가 상주가 되다 보니 한 명 한 명 와주시는 분들이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더라. 또 <오마이뉴스>가 잊히지 않도록 계속해서 뉴스를 생산해 주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 최성일(남): 부여군 은산면이 고향이다. 어릴 때부터 백마강을 봐왔지만, 차를 타고 지나만 가봤지 걸어보기는 처음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4대강이 너무 무모한 짓이라고 공감은 했지만, 반대 행동에는 참여해보지 못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심각하게 오염된 모습을 보면서 고향의 강을 되살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 윤경선(여): 지난주에 네팔의 지진현장을 다녀왔다. 그곳은 지진이 나서 수로가 바뀌고 우물이 사라지면서 물 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곳을 걸으면서 네팔 생각을 해봤다. 우리는 멀쩡한 강을 파괴하면서 생명을 죽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물고기가 죽고 생명이 죽어간다는 4대강 소식을 접하면서 우리의 일이 아닌 동물들의 일로 치부했었는데, 사람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니 가슴이 시리다.

- 비구니 스님: 4대강 사업 초기 명동성당에서 오체투지와 걷기를 했었다. 그런데도 4대강 공사를 하는 것을 보면서 국책사업 반대는 달걀로 바위 치기라고 생각했다. 좌절하고 체념했었다. 그런데 동독과 서독의 통일이 권력자들이 풀었던 것이 아닌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끊임없는 운동으로 끌어냈다는 얘기를 듣고 다시 희망이 생겼다. 4대강 걷기 첫걸음을 시작하면서 바뀔까 생각했는데 끊임없이 행동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희망을 보았다.

- 참석자(남): 전두환의 머리카락이 스무 가닥이라면 적다고 얘기한다. 그런데 전두환 국그릇에 머리카락이 스무 가닥이 잠겨 있다면 머리카락이 대단히 많다고 생각할 것이다. 4500만 국민 중에 오늘 20여 명이 참석했다. 작다면 작고, 많다면 많은 숫자다. 지속해서 운동을 해간다면 4500만 명의 생각이 같아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운동이 되어야 한다.

- 참석자2(남) : 멀리서 보고 들었던 것과 다르게 현장에 와보니 상황이 더욱더 심각하다. 멀리서 기사만 본다면 신뢰도는 떨어질 것이다. 돌아간다면 주변에 심각성을 알리고 한 번이라도 강을 찾도록 권유하겠다.

- 참석자3(여): 4대강 관련 수많은 기사를 보았다. 내가 하는 일과 달라서 약간 피상적으로 받아들였다. 오늘 설명을 듣고 보면서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일이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 참석자4(여): 4대강 초기에는 관심이 많았다. 시간이 지나고 정권이 바뀌면서 잊었다. 환경과 자연이 한 번 훼손되면 지속해서 영향을 준다. 그런데 정부는 늘 기다리라고만 한다. 그 사이 우리는 인식하지 못하고 강은 썩어간다. 앞으로 기다리지 않고 행동하는 데 앞장서겠다.

100일 걷기에 나선 스님들과 불자들의 피로가 만만치 않다. 오는 5월 1일에 진행될 천도재 준비와 재정비를 위해 월요일인 25일은 걷기를 중단하고 하루 쉬기로 했다. 오늘 숙소인 공주 신원사로 이동했다. 내일은 갑사로 이동하여 휴식을 취할 계획이다. 그리고 오는 26일부터 7일 차 금강 걷기에 들어간다.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와의 제휴에 의해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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