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34명, 보광 총장에 ‘일심동행’ 훈수
교수 34명, 보광 총장에 ‘일심동행’ 훈수
  • 조현성 기자
  • 승인 2016.04.1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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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문과대 교수 대부분 동참 “교수 해임, 학생 고소 철회 촉구”
▲ 학교로부터 해임된 한만수 동국대 교수협의회장은 매일 점심시간 교내 상록원 앞에서 피켓을 들고 해임과 학생 고소의 부당성을 알리고 있다 (사진=동국대 교수협의회)

동국대 문과대학 교수들이 총장 보광 스님에게 ‘진정한 일심동행을 바라며’ 제하의 성명을 발표했다. ‘일심동행’은 보광 스님의 학교 운영 슬로건이다.

11일 발표한 성명서에는 동국대 문과대 교수 45명 가운데 대학본부 보직자 2명과 연구년인 교수 3인을 뺀 40명 중 34명(85%)이 동참했다. 이 가운데 김양수 김용기 서태룡 양홍석 유흔우 조의연 교수 등 각 학과별 대표 1인씩은 실명을 밝혔다.

교수들은 성명서에서 “작금의 사태에 대해 누구보다 책임이 있는 대학 당국은 새 학기에 들어 사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악화시켰다”며 교수협의회장 한만수 교수 해임과 대학의 학생 4인 고소를 본보기로 들었다.

동국대는 한만수 교수를 해임하면서 1) 동료교수 상해 행위 2) 합법적인 이사장과 총장선임 과정의 부정의견 확산 3) 대학에 대한 직접적 비방을 이유로 들었다.

이에 대해 교수들은 “1)은 검찰이 벌금 100만으로 약식기소 했던 사건이다. (1심에서 무죄 판결도 받았다.) 해임 같은 중대한 처분의 이유가 되기 어렵다. 입장에 따라 2)는 합법적 민주적인 대학 거버넌스에 대한 요청일 수 있다. 3)은 도덕적으로 건전한 대학의 리더십에 대한 열망에서 나온 발언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2)와 3)을 근거로 해임 징계를 결정한 것은 대학 당국의 독선적이고 압제적인 태도의 발로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했다.

교수들은 “한만수 교수의 언행은 교수, 학생, 동문을 포함하는 넓은 사회와의 관련 속에서 교수협의회장으로서의 윤리적 책임을 다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대학에 대한 한만수 교수 나름의 충정에서 비롯된 것이다”고 했다.

학생 고소 관련해서는 “총학생회가 유포한 발언 가운데 혐의를 살 만한 것이 있을지 모른다. 설령 그렇더라도, 학생이 있기에 존재하고 학생 지도가 본업인 대학에서, 정의나 평화와 같은 공공가치를 위해서가 아니라, 대학 자신의 명예를 위해 자기 대학 학생들에 대한 사법적 처벌을 요구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교수들은 “한만수 교수 해임과 총학생회 대표 고소 등의 조치를 접하면서 우리는 대학 당국이 스스로 위신을 손상하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대학 사회에서는 결코 소송이 능사가 아니다. 대학에는 대학 고유의 문제가 있고, 대학 고유의 해법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 총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 대학 사회의 단합을 요구하며 ‘일심동행’을 말해왔다. 배제 대신에 포용, 처벌 대신에 설득을 추구하는 것이 대학이라는 공동체의 순리”라고 했다.

교수들은 “우리 문과대 교수들은 대학 당국에 대해 해임 철회와 고소 취하의 결단을 촉구한다. 대학 당국이 부디 현명하게 판단하기 바란다”고 했다.

다음은 동국대 문과대 교수들의 성명서 전문.

진정한 일심동행을 바라며

  우리 문과대학 교수들은 2016년 새 학기에 들어 우리 대학이 교육과 연구에 전념하는 대학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기를 간절히 소망해왔다. 작년 일 년 내내 총장과 이사장 선임을 둘러싸고 벌어진 대학 사회의 분열은 오랜 전통의 명문 사학을 자처해온 우리 대학의 명예를 한없이 실추시켰을 뿐 아니라 대학 행정에 크고 작은 공백을 가져왔고 교육 활동, 연구 활동까지 침체시켰다. 그런데 작금의 사태에 대해 누구보다 책임이 있는 대학 당국은 새 학기에 들어 사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악화시켰다.

  대학 당국에서는 지난 3월 17일 교수협의회장 한만수 교수에게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그 징계 처분 사유로 알려진 것은 1) “동료교수 상해 행위”, 2) “합법적인 이사장과 총장선임 과정의 부정의견 확산”, 3) “대학에 대한 직접적 비방”이다. 그런데 이 세 사유가 과연 합당한 것인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1)은 비록 형법에 저촉되었다고 하나 검찰에서 벌금 100만원으로 약식기소한 사건에 불과한데다가 그 “상해 행위”의 사실 여부가 불확실한 가운데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이므로 해임 같은 중대한 처분의 이유가 되기 어렵다. 또한 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2)는 합법적이고 민주적인 대학 거버넌스에 대한 요청일 수 있고, 3)은 도덕적으로 건전한 대학의 리더십에 대한 열망에서 나온 발언일 수 있다. 따라서 2)와 3)을 근거로 징계를 결정한 것은 대학 당국의 독선적이고 압제적인 태도의 발로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한만수 교수 해임 조치를 보면, 대학 당국이 교권 보호 의지를 과연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간 한만수 교수가 보인 어떤 언행에 대해 학교 당국에서는 지나치다는 느낌을 받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한만수 교수의 언행은 교수, 학생, 동문을 포함하는 넓은 사회와의 관련 속에서 교수협의회장으로서의 윤리적 책임을 다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며, 대학에 대한 한만수 교수 나름의 충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마침 지난 4월 6일 한만수 교수의 폭행 혐의에 관한 1차 공판에서 무죄판결이 나왔다. 대학 당국에서는 이것이 자신들에게 무엇을 요구하는가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대학 당국에서는 한만수 교수를 해임한 데 이어 총학생회 대표들을 종단과 학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고소했다. 작년 총학생회에서 SNS 등에 유포한 발언 가운데 그러한 혐의를 살 만한 것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설령 그렇더라도, 학생이 있기에 존재하고 학생 지도가 본업인 대학에서, 그것도 정의나 평화와 같은 공공의 가치를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대학 자신의 명예를 위해 자기 대학의 학생들에 대한 사법적 처벌을 요구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한만수 교수 해임과 총학생회 대표 고소 등의 조치를 접하면서 우리는 대학 당국이 스스로 위신을 손상하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대학 사회는 여느 사회와 마찬가지로 갈등에서 벗어나 있지 않지만 대학 사회에서는 결코 소송이 능사가 아니다. 대학에는 대학 고유의 문제가 있고, 대학 고유의 해법이 있다. 대학 당국에서는 아무리 어렵더라도 대학 자치의 노력을 포기하지 말아야 하며,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개인과 집단에 대해 보다 너그러운 자세로 다가가서 대화와 타협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현 총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 대학 사회의 단합을 요구하며 “일심동행”을 말해왔다. 대학이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을 맞은 지금, 일심동행이 대학의 생존에 필요한 철학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사법적 권위를 빌려 대학 내부의 이의와 반대를 제압함으로써 진정한 단합이 이루어질 리 만무하다. 어떤 구성원에 대해서든 배제 대신에 포용, 처벌 대신에 설득을 추구하는 것이 대학이라는 공동체의 순리이다. 이런 이유에서 우리 문과대 교수들은 대학 당국에 대해 해임 철회와 고소 취하의 결단을 촉구하는 바이다. 당국이 그렇게 지혜롭고 아량 있는 조치를 취한다면, 우리는 학내에 소통과 타협의 기운이 조성될 수 있도록 어떤 노력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우리 대학이 진정한 한마음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대학 당국이 부디 현명하게 판단하기 바란다.

2016년 4월 11일

동국대학교 문과대학
김양수 김용기 서태룡 양홍석 유흔우 조의연 외 교수 28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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