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면담 파기한 동국대 총장, 다른 행사엔 참석?
학생면담 파기한 동국대 총장, 다른 행사엔 참석?
  • 오마이뉴스 추재훈
  • 승인 2016.03.3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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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국면 기대되던 총장-학생 간 면담회 무산... 다시 파국으로 치닫나
▲ 29일 동국대학교 학생-총장 면담회장을 가득 채운 학생들 29일(화) 동국대학교 초허당세미나실에서 개최된 학생-총장 면담회장에 150여 명의 학생들이 참석했다. 총장은 건강 상의 이유로 불참했다. ⓒ 추재훈 관련사진보기

29일 동국대학교에서 열린 총장-학생 간 면담회가 동국대 총장(보광 스님, 속명 한태식)의 불참으로 파기됐다. 불참의 사유는 건강 문제였다. 그러나 총장은 같은 날 개최된 다른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국대 사태 이후 최초로 합의된 학생-총장 간 면담이 성사되지 못함으로써 동국대 사태는 다시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관련기사: '학내 분규' 동국대, 총장-학생 면담 합의).

동국대 학생-총장 면담회는 150여 명의 학생이 참가한 가운데 29일 오후 5시부터 약 1시간 가량 진행됐다. 학교 측 김상겸 학생처장은 먼저 "보광 스님이 폐 절제 수술을 받았고, 면담회 중 쓰러지면 좋지 않다"며 연기 사유를 설명했다.

보광 스님은 같은 날 조계종과 <법보신문>이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개최한 '불자답게 삽시다 캠페인 선포식'에 참석했다. 이 행사에서 보광 스님은 "불자로 산다는 것은 행복을 향해 간다는 의미와 동시에 이 세상을 정토세상으로 만들겠다는 서원"이라는 축사를 했다.

동국대 "공문 형식 갖춰 면담 요청해야"
 

▲ 총장 불참 이유를 설명하는 김상겸 동국대 학생처장 29일(화) 동국대학교 초허당세미나실에서 개최된 총장-학생 면담회에서, 김상겸 동국대 학생처장(왼쪽)이 총장이 불참한 이유를 해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안드레 총학생회장, 가운데는 사회를 맡은 조성우 부총학생회장. ⓒ 추재훈 관련사진보기

이날 면담회에서 김 처장은 총장이 참석하는 면담회를 4월 8일 오후 3시로 연기하자는 내용의 공문을 안드레 총학생회장에게 전달했다. 안드레 총학생회장은 김 처장에게 "오늘 같이 모든 학생이 참석할 수 있냐"고 물었지만, 김 처장은 "참석 권한과 장소 등은 추후에 논의하자"며 대답을 회피했다.

안드레 총학생회장은 "(학생 고소의 사유가 된) 유인물은 잘못된 내용이다"고 사과하며 "학내 구성원과 소통방법이 법적 조치밖에 없느냐"며 안타까움을 토했다. 총학생회장이 "학생들을 고소한 것이 누구냐"고 묻자 김 처장은 "대답할 수 없다. 차차 알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안드레 총학생회장 등 동국대 학생 4명은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유포로 고소된 상태다.

한편 김 처장은 그 동안 학생들이 대화를 정식으로 요청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총장과 학생들 간의 대화는 항상 열려 있다. 그러나 공문은 형식이 갖춰져야 한다"며 "그 동안 총학생회가 학교에 제출한 공문은 수신자가 '총장'이 아닌 '보광 스님'이라고 적혀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한 학생이 "(대화 요청) 했습니다"고 말하자, 김 처장은 "(발언권이 없으니) 말하지 마세요"고 대응했다.

면담회 중 동국대생 박아무개씨가 김 처장에게 "어제(28일) 대치 과정 중 교직원의 강압적인 폭력 행사로 여러 학생이 다쳤다"며 "이에 대한 사과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는 대치 과정 중 피멍이 든 왼팔을 보여줬다. 이에 김 처장은 사과는 없이 "모든 문제는 원인 제공자를 봐야 한다. 어제 학생들이 차 앞을 막은 것은 폭력적이었다"고 답했다.

2년째 해결 난망한 동국대 사태

 

▲ 발언하는 한만수 교수 29일(화) 동국대학교 초허당세미나실에서 개최된 학생-총장 간 면담회에서 한만수 교수(중앙 좌측 발언자)가 발언하고 있다. 한만수 교수는 지난 18일 학교를 비방했다는 이유로 해임통보를 받았다. ⓒ 추재훈 관련사진보기

학생-총장 간 면담회는 지난 28일 안드레 총학생회장과 총장과의 전화통화로 합의됐다. 28일 동국대학교 총학생회와 '미래를 여는 동국 공동추진위원회(아래 미동추)'는 학교 당국의 학생 고소 등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삭발식 등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총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총장이 부재중이라는 이유로 거절 당했다.

이날 오후 2시 40분경 총장이 학생들을 피해 본관 후문으로 빠져나와 차량에 탑승하자, 학생들은 총장에게 다가갔다. 학생들은 "나오시라, 대화하자"라며 차량 앞을 가로막았고, 교직원들이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수명의 학생들이 다쳤다. 학생들은 "대화를 통한 해결을 약속해 달라"며 차량과 대치했다. 총장은 2시간 가량 4번의 통화 끝에 학생들의 요구를 승낙했다. 동국대 사태가 불거진 이후 최초로 학생-총장 간 면담이 합의된 것이다.

이렇게 성사된 29일 면담회는 2년째 곪아가고 있는 동국대 사태를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건강을 이유로 면담회에 불참한 총장이 타 행사에 건강한 모습으로 참석해, 총장이 학생들을 기만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한 동국대생은 "작년에 50일간 단식투쟁을 하던 김건중 당시 부총학생회장도 억지로 몸을 끌며 학내 행사들에 참석했다. 학생도 이렇게까지 하는데, 스승의 자리에 있는 분이 제자들과의 약속을 무시하느냐"며 "4월 8일의 면담회에 보광 스님이 참석하리라고 믿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와의 제휴에 의해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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