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강의 종강 후 사후 점검
성찰 강의 종강 후 사후 점검
  • 박영재 교수(서강대)
  • 승인 2016.03.12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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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선도회 박영재 교수와 마음공부 18.

성찰배경: 저는 제가 담당한 교양강좌의 경우 한 학기 강의가 끝나면 매우 적극적이었던 수강생들에게 안부를 포함해 일상 속에서 자기성찰의 삶을 잘 이어가고 있는지에 대한 사후 점검을 목적으로 이메일을 보내곤 합니다. 그 결과 그 가운데에서도 적극적으로 답신을 보내는 몇몇 수강생들과는 꾸준히 인연을 가며 이들을 격려해 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지난 2015년 2학기에 제가 담당했던 성찰 관련 교양과목인 ‘우주와 인생’(수업 시작 10분간 ‘수식관數息觀’ 실습)을 수강했던 학생들 가운데, <불교닷컴> 칼럼 15에서 이미 소개드렸던, 수식관 수행을 일상 속에서 생활화하고 ‘수식관 예찬론’에 관한 성찰의 글을 제출했던 학생과 주고받은 이메일과 이 학생이 제출했던 이 글에 대한 소감문을 선도회 회원 한 분이 보내주셨기에 함께 소개를 드립니다.

성찰 강의 종강 후 사후 점검

먼저 ‘우주와 인생’을 수강했던 수식관 예찬론자 수강생과 주고받은 이메일을 소개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수식관 예찬론자 수강생과 주고받은 이메일

저의 이메일 편지 (2016. 2. 28.): ()()() 양! 겨울방학 동안 수식관 열심히 하면서 뜻 깊게 보냈으리라 믿네. 자네의 글에 대한 소감문, <‘날마다 온몸으로 성찰하는 삶을 위한 수식관 예찬론자’를 읽고>를 최근 선도회 적천滴穿 거사님께서 보내주셨기에 알려주니 참고하게. 담당교수로부터

수강생 답신 (2016. 3. 1.): 안녕하세요. 교수님. 덕분에 알차고 의미 있는 겨울방학을 보냈습니다!! 제 꿈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이번 학기는 휴학을 하고 계속 공부에 매진하려 합니다. 앞으로도 수식관이 저를 흔들리지 않게 잡아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수식관을 하면 할수록 명상의 위대함에 대해 놀라고 있는 중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제 주변인들도 효과를 보았다하여 정말 행복합니다!! 앞으로도 수식관을 제 평생의 동반자로 삼아 '나'를 잃지 않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보내 주신 링크에 있는 글을 읽고 역시 아직 저는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적천 거사님께서는 저보다도 더 저를 잘 아시는 듯한 글을 써주셨습니다. 적천 거사님의 글을 오히려 제 나침반으로 삼아 제가 깨달은 점, 앞으로 살아가며 잊지 말아야할 점을 되새겨야 할 것 같습니다. 부족한 제 글을 읽고 좋은 글을 써주신 적천 거사님께 감사의 말씀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교수님도 이번 학기 알차고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저의 답신 (2016. 3. 1.): ()()() 양! 내가 예상한 대로 자네가 겨울방학을 알차게 보낸 것 같아 보람을 느끼네. 적천 거사님께 자네의 감사의 뜻 잘 전해 드리겠네.
이번 학기 뜻한 바 있어 휴학을 했으니 휴학 기간 동안에도 수식관으로 하루를 열며 소기의 성과를 잘 거두리라 확신하네.
종종 소식 전하고 언제든지 상담할 일 있으면 연락하고 들리게. 물론 아무 일 없어도 차 한 잔 하고 싶을 때 언제든지 들리게. 우주와 인생 담당교수로부터

수강생 재답신 (2016. 3. 2.): 안녕하세요. 교수님. 신경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물리학과 학생이 아님에도 우주와 인생이라는 좋은 수업을 통해 교수님과의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저의 엄청난 행운이라 생각됩니다. 제가 서강대에 오지 않았다면 아마 이런 기회를 얻지 못 하고 흥청망청 인생을 허비하는 젊은이가 됐을 거라 생각합니다. 수능은 조금 못 봤지만 논술 전형으로 서강대학교에 입학하게 된 것이 정말 다행입니다!
오늘 개강일이라 들었는데 교수님도 좋은 하루로 이번 학기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이번 학기 뜻한바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인생에 대한 조언을 여쭙고자 여름 방학에 차 한 잔 하러 찾아뵙고 싶습니다. 그럼 그때 미리 연락드리고 찾아뵙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저의 답신 (2016. 3. 2.): ()()() 양! 자네는 이번 학기 휴학을 하고 서강대를 떠나 특별한 계획을 실행 중인 것 같네. 뜻한 바대로 잘 이루기를 나도 간절히 염원하겠네. 그럼 여름 방학 때 차 한 잔 하러 들리게. 우주와 인생 담당교수로부터

이제 이 수강생이 앞에서 ‘적천 거사님께서는 저보다도 더 저를 잘 아시는 듯한 글을 써주셨습니다.’라고 언급했듯이 이 수강생의 글을 간화선 수행자인 동시에 현재 선학禪學에 관한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고 계신 적천 이상호 거사님께서 그동안의 선체험과 선학 전공자로서의 학문적 태도를 곁들인 소감문 전문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날마다 온몸으로 성찰하는 삶을 위한 수식관 예찬론자’를 읽고

이 수식관 예찬론 학생의 글을 읽으니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수식관을 제대로 실천한 보람이 그대로 나타난 것 같다. 집중력 향상과 안정된 마음, 욕구를 조절할 수 있는 주도적인 일상생활 유지, 꿈과 희망의 회복 등으로 변화한 자신의 모습을 느끼면서 앞으로 인생에 한 획을 긋는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한다. 한 학기동안 큰 변화와 깊은 감명을 받은 이 학생의 경우, 어떤 요소들이 그런 결과를 가져왔는지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생각해보았다.

뚜렷한 목표

교수님의 학점만점 신화를 듣고, 이 학생도 모든 과목에 A 학점을 받겠다고 다짐하고 스스로 약속한 것은 목표를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정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스스로 성찰글을 쓰면서 계속 점검해 가는 과정이 그 학생으로 하여금 방황하지 않고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누구나 희망과 바램은 가질 수 있지만, 그것을 자기의 분명한 목표로 삼지 못하고 그냥 흘리는 경우가 많아서 말 그대로 희망사항으로 그치고 만다. 단순히 희망사항인지 아니면 꼭 달성해야 할 목표인지 스스로 결단할 필요가 있다. 수식관으로 길러진 집중력과 아랫배의 힘은 그 결단력을 지속시켜 나갈 수 있게 만드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진취적인 열정

앞자리에 앉아야 얻는 게 많다는 교수님의 말씀에 금방 자리를 옮기거나, 과제물 외에도 스스로 성찰글을 쓸 정도로 강한 열정을 갖고 있었다. 누구나 좋은 줄 알면서도 자포자기하거나 남의 일처럼 구경만 하는 경우에는 타이밍을 놓쳐 실제 가능한 일도 불가능해지고 만다. 그러나 열정은 그 사람으로 하여금 즉각적인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원동력이 되어 준다. 이러한 열정은 의욕만으로는 아무 것도 이룰 수가 없다. 구체척인 목표와 희망을 가지고 꾸준히 실천해나가는 행동이 필요하다. 수식관의 꾸준한 실천이 아랫배에 힘을 길러주었고, 그 힘이 학생의 열정을 지속시켜 주었으리라 생각한다.

적극적인 실천

하루 20분의 수식관으로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마련한 이 학생은 그것을 수식관의 기적이라고 말한다. 이 학생이 수식관의 예찬론자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스스로 수식관을 적극적으로 실천했기 때문이다. 배운 대로 실천한 결과, 남의 일처럼 보이던 일이 실제로 자기에게도 일어나게 되었다. 지속적으로 수식관을 이행함으로써 높아진 집중력은 어느 한 분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자나깨나 자기를 따라다니며 자기 생활 전반에 걸쳐 작용하기 때문에 자연히 인생의 모든 면에서 달라질 수밖에 없다. 무슨 일이든 매뉴얼대로 충실히 이행하면 이에 상응하는 가시적인 결과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냉철한 자기 평가

인생에는 터닝포인트가 있다는 학생의 말에 동의한다. 그 순간이 터닝포인트라고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것은 평소에도 자기 자신에 대한 주의를 기울여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자기변화의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자기에게 잘 집중하면서 냉철한 자기 평가를 내릴 수 있을 때, 문제점을 찾아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마련할 수 있다. 수식관으로 안정된 마음은 자기와 주변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 자기 위치에 대한 냉철한 판단을 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나침반과 같은 스승

어떤 일이든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만 해서 원하는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열심히 하되, 정확한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등산을 하더라도 정상을 향해 곧바로 올라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샛길로만 빠지다 보면 산속에서 헤매게 된다. 수식관을 통해 일정부분 원하는 결과를 얻었지만, 사실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수식관은 모든 화두참구의 근본이 되지만, 만약 화두참구를 한다면 수식관과는 또 다른 맛을 볼 것이다. 이 화두참구를 위해서는 스승께 입실점검이 반드시 필요하다. 비록 수식관을 통해서 심신의 변화가 생기더라도 장기적으로 올바른 스승의 지도가 뒤따라 주지 않으면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하고 더뎌지거나 결국에는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못할 수도 있다.

현실상황에 대한 관심

자기가 나아갈 길을 잘 파악할 수 있도록 작성하는 인생지도도 좋은 나침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한번 인생지도를 작성했다고 해서 그대로 묵혀둔다면 그 지도는 제대로 역할을 못하게 된다.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인생지도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 이 수정 작업은 변화해가는 자기 자신 뿐만 아니라 주어진 현실을 점검하면서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적응과정이다. 현실 상황에 맞추어 조정해가지 않으면 자칫 혼자만의 관념 속에 빠져버려 자기가 하는 일의 현실적인 의미를 상실할 수도 있다. 지속적인 수식관의 실천으로 배양된 집중력은 자기도 모르게 현실상황에 대한 주의력을 향상시켜서 이전보다는 현실상황 판단을 훨씬 정확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비유한다면, 망망대해에 떠있는 돛단배와 같다고 할까. 아무리 등대가 보이고, 가는 방향을 잘 알더라도 당장 눈앞에 부닥치는 파도를 헤쳐 나가지 못하면 그 배는 뒤집혀 버리고 만다. 등대를 자기가 원하는 관념적 목표라고 한다면, 밀려오는 파도는 현실 상황이다. 현실 속에 매몰되지 않고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실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주의 깊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수식관의 실천은 자기의 관념적 목표와 현실상황이 유리되지 않도록 도와준다.

플러스알파 효과

처음 수식관을 시작할 때 목표는 집중력을 높이고 마음을 안정시켜서 학점을 잘 받기 위해서다. 그러나 실제 결과로 나타난 것은 비단 그 뿐만이 아니다. 집중력 향상으로 인해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나고, 공부에 대한 흥미가 새롭게 생기게 되었으며, 꿈과 희망이 새롭게 되살아났다. 또한 인간관계도 한결 좋아지고 편독의 습관을 고치는 등 부수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이 많았다. 그것은 플러스알파 효과다. 사실 자기가 아는 것은 자기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 불과하지만, 실제 일어나는 일은 자기가 미처 알지 못했던 일들도 준비되어 있어 연쇄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그래서 좋은 일을 행하면 좋은 일이 계속 따르고, 나쁜 일을 하면 나쁜 일이 계속 따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수식관의 경우 지엽적인 효과를 가져오게 하는 변화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자기를 변화시키는 방법이기 때문에 그에 따라 부수적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열려있는 마음

이 학생은 수정된 인생지도에서 갑을에 대한 이야기와 신념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것을 한마디로 한다면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열려있는 마음’이라고 하겠다. 장차 갑의 입장이 되더라도 을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할 줄 알아야겠다는 다짐과 자기 생각이 무조건 100% 옳다고 고집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생각은 앞으로 성공하는 인생에서 꼭 필요한 덕목이다.

다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갑이면서도 100%의 갑이 되지 못해 갑답지 못하면, 을이 갑을 무시하여 갑과 을이 뒤바뀔 수 있고, 자기 신념에 100%의 확신을 갖지 못해 자기 신념에 충실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들이 믿고 따라주지 않는다. 그래서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분명하며, 스스로 신념을 가지고 주위 상황을 컨트롤 할 수 있는 것도 이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덕목이다.

마치 모순처럼 보이는 위의 상황들처럼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우리 삶의 본질인 것 같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수식관이나 화두참구와 같이 스스로 주인공이 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을 통해서 자기 삶을 유익하게 만들어 갈 수 있다. 2016.2.26. 적천 합장

군더더기: 간화선看話禪 수행자인 제가 <불교닷컴>의 이 코너를 통해 유난히 ‘수식관’을 강조하는 이유는 사실 수식관을 통해 호흡과 자세가 바로잡히고 온전히 수세기에 몰입하지 않으면 ‘화두’를 바르게 철저히 참구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럴 경우 점검받을 경계가 서지 않게 되고, 그 결과 스승께 입실入室 점검 받을 일이 없다보니 오늘날 한국에서 간화선의 핵심인 입실점검 전통이 거의 유명무실해지게 된 것 같습니다. 이제 다음호부터는 본격적으로 ‘간화선’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갈까 합니다.

관련 자료들:
<불교닷컴> 칼럼 15. 수식관數息觀과 일상선日常禪
http://www.seondohoe.org/95112

날마다 온몸으로 성찰하는 삶을 위한 수식관 예찬론자
http://www.seondohoe.org/96323

 

   
 

박영재 교수는 서강대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3년 3월부터 6년 반 동안 강원대 물리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1989년 9월부터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강대 물리학과장, 교무처장, 자연과학부 학장을 역임했다.

1975년 10월 선도회 종달 이희익 노사 문하로 입문한 박 교수는 1987년 9월 노사의 간화선 입실점검 과정을 모두 마쳤다. 1991년 8월과 1997년 1월 화계사에서 숭산 선사로부터 두차례 입실 점검을 받았다. 1990년 6월 종달 노사 입적 후 지금까지 선도회 지도법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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